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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하실 말씀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어떤 면에서, "돈가방을 튀어라" 특집처럼 성공한 방영분을 제외하고 올해에 이만큼 화제를 불러일으킨 경우도 드문 것 같습니다.
솔직함을 표방하는 <무한도전> 이기에 사소한 실수를 용납하지 않고 두 달 준비에 소요된 비용과 인력, 새벽까지 이어진 강행군 촬영.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촬영·편집방영하지 않은 무한도전. (원 시나리오대로 촬영한 건 그뜻이 아니지요) 무한도전에서 말하는 리얼은.. 몇 년간 지켜본 제 생각에는.. 각본없이 출연자들의 본래 성격, 임기응변대로 간다는 뜻에 더하여, 6멤버 각자의 무한도전 캐릭터에 충실하게 방송 의도대로 '정직하게' 만든다는 자부심이 담긴 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평소와 다르게 오프닝 장면에서는 AD(PD)로 보이는 사람의 촬영 사인이 등장하며 뒤에는 바보형이 대본을 확인하는 것이 보입니다. 그리고 바로 나오는 "국내 최초 리얼 버라이어티!" 라는 유반장의 말이 등장하죠. 무한도전이 이 정도로 당당하게 자부심을 표현한 적은 드물었던 것 같습니다. 이 순간, "28년 후"의 최후 - 경위서 작성 - 을 어느 누가 예측할 수 있었을까요.
'잔진, 일어나주길 바라' 는 당분간 멤버로 활약할 전스틴을 무한도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신고식'이라고 볼 수 있겠죠. 물론 연예인이라고는 하지만 새벽 2시에 불쑥 찾아가 집안을 들쑤시고 음식을 요구하는 장면, 불면증이 있는 사람에게 갑작스런 알람시계 100개 울림은 지나친 것 같긴 하지만요. 아이돌 출신 스타가 자다 막 일어나 뒷머리는 뻗쳐서 메이크업도 하지 않은채로 방송출연이라니 날벼락이었겠죠. 그래도 유반장이 막내 잔진 눈치를 살펴주고 찮은이형이 불혹의 나이에도 응원 춤사위도 해주면서 그럭저럭 넘어갑니다. 잔진.. 마음 넓더군요.;; 촬영중이기도 하지만 끝까지 참아내며 울분(?)을 시계찾기 승부욕으로 승화시키는.. 방송 경력 10년에서 나오는 방송감, 직업의식이겠죠.
그래도 저는 언론이 호들갑 떠는 것처럼 심각하게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짓궂은 태호피디의 악마근성+장난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고 잔진 본인이 좋게 생각해서 좋게 넘긴다면, 그리고 나중엔 그런 고생으로 우정 또는 팀웍이 쌓일 수 있다면 이번 경우는 개인의 문제로 넘길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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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전환해서, "28년후"는 시나리오로만 됐더라면 올여름 웬만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심지어는 여름 개봉 영화를 제압할 수 있었을 것 같은, 말 그대로 '걸작'이 나왔을 거라고 생각해요. 무한도전 제작진이 '망했다'고 표현하지 않고 '저주'(아마 악마로부터의 소행이겠죠? 찮은이형이든, 태호피디든, 좀비들이든 그 누구든지간에) 받은 '걸작' 이라고 표현한 데는 제작진들 스스로의 크나큰 안타까움 때문인것 같습니다. 시청자들 보기에도 그랬는데 제작진들은 오죽했겠어요.
유반장이 백신을 깨뜨리고 좌절한채로 "태호야, 김태호" 부르자 카메라는 숨어버립니다... 당분간 모른 체 살자는 말만 남기고... 많은 분들이 여기서 설마 하는 순간에 시청자 사과 형식으로 경위서를 작성하게 됐다는 소식과 함께 끝을 냅니다.
많은 분들이 언급하시는 것처럼 <식스센스> 이후의 최대 반전이라고 하는 분들도 계시고, 비록 실패했지만... "정말로 어딘가 기가 막히게 멋진데!!" 느끼신 분들도 적지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 왜.. 스포츠 경기로 보면 누가봐도 열세인 선수가 강적을 만나 지긴 졌지만 평소 보기 힘든 아주 독특하고 멋진 플레이를 하다 졌을 때... 의 느낌?
출발 비디오 여행 패러디가 후반에 나오지 않고 처음에 제작진의 의도 상황이 '재연'된 것은 그만큼 이번 특집의 리얼함, 이미 실패했다는 것을 알고서도 물밑듯 다가오는 허무한 결말을 나타내기 위한것이었겠죠. 그리고 예상되는 시청자 충격에 대한 '완충작용' 효과도 있었고요.
분명한 사실은, 저마다 책임 공방이 오고 가고 정밀하게 분석하고 있지만 신선하고 실험적인 기획 자체와 방송된 28분동안의 스릴감에는 거의 대부분 동의하시고 칭찬하시는 것 같아요. ^^
정말이지 프로그램이 끝나갈 때까지도 찮은이형이 사다리를 떨구는 장면에서까지도 그 스피디하고 기괴~한 분위기는 최고였던 것 같습니다. 한 사람씩 죽어갈 때마다 화면 가득 칠해지는 빨간 피..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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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점이 있다면... 많은 논란이 이미 제기되었던 건데... 그 치밀한 제작진에게 이해하기 힘든 허술함을 발견했기 때문인데요, 제가 이해를 못한 것일 수도 있고요.
1. 건물안에 들어갔을 때 왜 사다리 말고 예상외의 다른 출구를 막아놓지 않았는가?
2. 찮은이형은 본인 캐릭터에 충실했다고 보는데 왜 찮은이형을 탓을 했는지? 물론 평소 장난기 많은 태호피디는 솔직하게 다 얘기를 했지만, 이번만큼은 원망하는 정도가 큰 것 같음. 프로그램의 향방을 그렇게 허술한 사다리 하나에 맡겨 놓았을까? (이 문제는 엄청 복잡한 인간 심리가 엮어있고 또한 심히 흥미로우니 따로 글이 등장할 것임)
3. 왜 유반장에게 촬영의도를 지시하지 않았을까? 유반장이 시작전에 '아무것도 지시받은 것이 없'으며 이번은 '서바이벌, 최종 살아남는 한 사람'을 언급하는데 이것이 멤버들이 방향을 망각하고 무한이기주의를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물론 하하와 더불어 가장 겁이 많은 유반장에게 상황을 알려주면 그같은 최고의 리엑션을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유반장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에게 맡기긴 힘드니. 그만큼 제작진은 시나리오와 시뮬레이션에 모든 것을 걸었을것이다. 이것은 뒤에 예상못한 결과에 혼동하는 좀비들에게도 영향을 준다.
4. 전차는 엉뚱한 방향으로 나온 유반장, 그것도 혼자 탑승한채로 왜 다른 멤버를 기다리지 않고 이동했는가? 전차까지만 다 태워서 출발했더라면?
5. 좀비들 교육과 현장 감독하는 사람이 없었는가? 유반장은 수많은 좀비들을 뚫고 어떻게 전차를 탑승했을까? 맞는 길인 환풍기쪽에 사다리까지 다시 놓고 올라와 추적해온 좀비들은? 그리고 혼자있는 잔진을 무턱대고 붙잡은 좀비들은? 독창적인 무한도전 멤버들이라면 다양한 변수가 예상됨에도 제작진이 시나리오를 과신했던건 아니었을까?
6. 출구는 존재해야 한다. 몇백명의 좀비들이 뛰어오고 있는데 7명이 리얼상황에서 어떻게 피할 수 있겠는가? 손전등 빛이라는 무기 숙지도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말이다. 즉 피할 수 있는 곳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말 그대로 몇백 대 7명인데 말이다. 환풍기쪽은 말 그대로 전차 근처까지는 갈 수 있는 통로를 열어놨어야 하지 않았을까?
7. 여담이지만 영웅놀이·전쟁놀이를 즐기는 어린이, 최고의 겁쟁이, 천부적인 리엑션 가이 하하가 있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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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런 건 다 어떤 면에선.. 좋은 반응들인 것 같습니다. 그만큼 무한도전에 애정이 있기 때문에 궁금증을 가지는 것이고 되새김질 하는 것이니까요.
마지막에 자막으로 무한도전... -> 무모한 도전은 계속됩니다. 쭈~~~~~~~~~~~~~~~~~~욱 할 때,
예전 생각이 났습니다. 말 그대로 성공한 적 거의 없고 했다 하면 실패하던 무모한 시절 말이지요. 처음 <무모한 도전> 봤을 때는 뭐 저런 말도 안되는 도전을 하지? 싶었을 때. 결국에는 당연히 실패하고 말 때. 그리고는 정중히 시청자들에게 큰 죄를 지은 것인양 허리를 굽히고 배꼽사과를 하던 때.
이런 프로그램이 없었잖아요. 실패를 즐기는 성격들이 아님에도 말도 안되는 도전을 해오던 사람들. 그리고 최선을 다해 실패하던 사람들. 그들은 '실패'를 거듭하고 있었지만 지금의 무한도전 저력을 쌓아오던 것이 아니었는지?
성공할 수 있는 것에 뛰어드는 것을 도전이라고 할 순 없겠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것이 진짜겠죠.
태호피디가 무한도전 헝그리 정신이 사라져간다라고 말할 정도라면 멤버들이 진지하게 스스로를 성찰하며 초심을 가져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마봉춘 무한도전에서 더 적극적으로 멤버들을 경제적인 면에서 우대했으면. 그래서 그들이 다른 일자리를 덜 신경쓰고 무한도전에만 전력할 수 있도록. 하기 원하는 건 제 생각일 뿐이고 제 욕심이겠죠. 더 도태될수도 있고. 한정된 예산도 있고.
무한도전이 뜨면 뜰 수록 멤버들을 원하는 방송들이 많을 것이고 연예인들의 특성상 경제적으로나 자기 발전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거절하기도 어려울것이고 멤버들의 에너지는 고갈될 것이고.. 악순환 되면서 멤버들은 지쳐가고 프로그램도 어려워져 가고.
그래도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저력있고 능력 뛰어난 대표 연예인들과 제작진이 만났으니 정신차리면 뭐든 만들어 내겠지요. 태호피디도 다시 찍으면 찍겠지만 더는 이대로 안된다고 멤버들에게 경각심을 주려 했는지도 모릅니다.
태호피디가 "28년후"의 원흉ㅋ 으로 찮은이형을 지목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인지도 모릅니다. 무한도전에서 가장 튀던 사람이 조용해 졌을 때, 캐릭터를 잃어갈 때... 프로그램은 재미를 잃어가겠죠. 가뜩이나 하하도 빠진 상태에서. 찮은이형이 프로그램에 몰입하고 탄력받을 때 분위기가 달라지니까요. 배의 키를 유반장이 쥐고 있다면 막강 동력원은 찮은이형이랄까요. 물론 다른 멤버들도 절대 빠질 수 없는 건 당연하고요. 하하의 부재가 아쉬울 정도니까요.
얼마전 두시의 데이트에서 찮은이형이 "목숨걸고 방송하겠다" 말한 것이 라디오만 지칭한 것이 아니라 무한도전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었는지. 태호피디의 바람처럼.
사람은 별명따라 되어간다고... 바보형은 바보가 되어가고 형돈이는 어색해지고.. 돌+아이는 말 그대로 되어가고.. 찮은이형에게 다시 거성이란 별명을 붙여줘야 할까요? ^^
쓸데없는 글 끝까지 읽어주신 분.. 계시다면 감사드립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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