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기획 리뷰]

[기획리뷰]코멘터리판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하)

ddolappa 2008. 9. 28. 21:32

[기획리뷰]코멘터리판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


 

장면의 비밀을 찾아서 (하)

 

 

#7. 목욕탕

 

박명수 : (전진에게) 이 때 운전하고 갔어야지!
전진 : 이 때 차를 빨리 타고 도망갔어야 하는건데!
노홍철 : 문을 잠궜어야 돼!
일동 : (정준하를 따돌리지 못한 것을 아쉬워 하며) 아!
유재석 : 바로 갈 수 있었으면 더욱 재미있는....(장면이 연출되었을 텐데!)
정준하 : 아, 정말 너무한다! 나한테 너무들 한다! 보면서도 너무들 하시네!

 


코멘터리판 '돈가방' 특집의 각별한 재미는 시청자들이 알 지 못하는 당시의 상황과 출연자들의 심리상태를 알게 되어 무심코 지나쳤던 장면들에서 새로운 재미를 발견하게 된다는 점에 있다. 가령 목요탕에서 서울역으로 가던 도중 유재석과 정형돈이 마주친 적이 있었다는 사실은 시청자들이 알 수 없었던 것이다. 냉면집에서 노홍철에게 돈가방을 빼앗겼던 박명수가 "저는 여기서 노홍철씨를 불판에 굽고 싶었어요."라며 치를 떠는 목소리로 당시의 심정을 고백하는 모습 또한 그 장면을 더욱 새롭게 다가오게 한다.


목욕탕 앞에서 정준하와 전진이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 역시 새로운 스토리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가질 만하다. 무한도전에 첫 출연한 전진은 차마 정준하를 버리고 떠나지 못했지만, 그가 무한이기주의가 몸에 체득된 상태였다면 또 어떻게 이야기는 진행되었을가를 상상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부친상을 당한 최코디의 집을 찾아가는 도중 무한도전이 선보였던 차량탈취소동을 떠올려 보도록 하자. 끊임없이 엎치락뒤치락 하며 펼쳐지는 상황들은 '무한이기주의'적 세계관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장면이다. 그래서 정준하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전진의 과감한 결정이 아쉬웠던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코멘터리에서 유재석은 촬영이 끝난 후에야 제작진이 가장 나중에 도착한 사람이 돈이 든 가방을 가질 수 있도록 계획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는 시청자들도 어느 정도는 눈치를 챘던 일이라 새로운 사실은 아니지만, 자신이 선택한 돈가방에 대한 각자의 입장에 대한 언급은 분명 주목할 만하다. 당시 박명수, 정준하, 유재석, 노홍철 등은 자신의 가방 안에 돈이 들었을 거라 굳게 믿고 있었던 상태였고, 반면에 진짜 돈이 든 가방의 주인인 정형돈은 제일 마지막으로 목욕탕에 도착했기 때문에 자신의 가방이 가짜일 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전진은 처음으로 무한도전 촬영을 하던 날이었기 때문에 진짜 돈가방을 자신에게 맡기지 않을 거라 예상했다고 한다.


이러한 고백이 흥미로운 까닭은 인물들의 행동을 새롭게 조명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전진의 말이 사실이라면 목욕탕 앞에서 정준하와 벌인 협상은 '뻥카'를 들고 그를 속인 셈이 된다. 박명수와 정준하가 서울역을 향하던 길에서 마주쳤을 때, 거짓 연기를 하며 서둘러 차를 몰았던 것도 서로 자신의 가방이 진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정형돈이 느긋하게 서울역에 도착해서 '쌍디귿 요원' 놀이에 심취하게 된 것이나 박명수에게 순순히 진짜 돈가방을 빼앗긴 이유도 자신의 가방은 가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8. 서울역

 

 

 


이것 역시 이미 예상했던 일이지만, 서울역 안에는 이미 50여명이 넘는 가짜 요원들이 투입되어 있었다고 한다. 방송에서 무한도전 멤버들에게 유독 까칠한 태도를 보여 그들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던 사람들은 전부 심어놓았던 가짜 요원들이라고 보면 된다. 무한도전은 출연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어 웃음을 유발하는 방식을 이미 여러차례 선보였고, 따라서 이러한 설정 역시 애청자라면 쉽게 짐작할 수 있었던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일부 가짜 요원들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것은 다소 아쉬웠던 시청태도가 아니었나 한다.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면, 그들이 아니라 설정 자체를 문제 삼아야 하는 것이 맞고, 설정의 의도 자체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있었다면, 너그럽게 넘어갈 수도 있었던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재미있던 사실은 전진이 만났던 소녀와 유재석에게 401이라는 가짜 비밀번호를 알려준 소녀가 동일인으로 밝혀졌던 점이다. 그 장면에서 유재석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었기 때문에 화면 상으로 소녀의 존재를 정확히 확인할 수는 없었다. 또한 진짜 비밀요원의 목소리를 더빙을 했던 이유는 그녀가 전문 연기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서툰 연기를 감추기 위한 장치였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번에 새롭게 발견한 사실은 진짜 비밀요원이 쓴 모자에 'S'자 표시가 되어 있었던 점이다. 미션을 전달하던 제작본부장을 알파벳 'C'(Chief)로 표기했던 것으로 봐서 비밀요원을 'S'(Secret Agent)로 표기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9. 서울역 바깥

 

 

 

 

박명수가 '혈(穴)공격'(상대방의 급소를 골라 찌르는 박명수의 필살기)을 해서 정형돈으로부터 빼앗은 진짜 돈가방을 유재석에게 건냈던 이유는 돈가방이 무거워 어차피 멀리 달아나지 못 할 것이기 때문에 그를 운송수단으로 이용한 것이라고 한다. 박명수의 치밀한 계산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그러나 이 장면에서 '늙은 악마' 박명수가 '젊은 악마' 노홍철과 만난 것은 그의 일생일대의 가장 큰 실수가 아니었을까. 덕분에 시청자들은 두 악마가 벌이게 될 흥미진진한 사투를 시청할 좋은 기회를 얻게 되었지만.

 

 

 


그래서 박명수, 유재석, 노홍철은 돈이 든 가방을 놓고 옥신각신 다툼을 벌이게 된다. 당시 유재석은 이미 박명수로부터 한 번 배신을 당한 상태였기 때문에 노홍철과 돈을 나누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반면에 노홍철은 자신이 가장 젊기 때문에 어떻게든 돈가방을 탈취해 혼자 도망갈 요량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노홍철은 도망가기 좋게 내리막길을 향해 앉아 있었다고 하니, 사악할 정도로 느껴지는 그의 치밀함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된다.


결국 박명수와 노홍철은 이미 탈진상태에 이른 유재석으로부터 돈가방을 빼앗아 도망치게 된다. 이 때도 중간에 전진과 마주쳤는데, 상황 파악이 전혀 되지 않았던 전진은 그들을 그냥 놓아주고 마는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전진은 이 날 자신에게 주어진 세 번의 결정적 찬스(목욕탕 앞, 지금, 그리고 여의도)를 놓치고 마는데, 그럼에도 이번 특집을 통해 '제7의 멤버'로 정식 임명되는 행운만큼은 붙잡게 된다.

 

 

 


두 악마의 만남 자체가 불꽃 튀는 접전을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는데, 서울역에서 벗어나기 위해 택시를 타는 장면에서도 그 전초전을 엿볼 수 있다. 노홍철에 따르면, 원래는 박명수를 택시에 먼저 태워 보내려고 했는데, 박명수가 그의 머리채를 붙잡아 억지로 택시에 태우는 바람에 그럴 수 없었다고 한다. 또 택시에 먼저 탑승한 후에도 반대편 문을 열고 달아나려 했지만 지나다니는 차들 때문에 계획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10. 여의도

 

 

 


출연자들의 코멘터리를 통해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 편의 모든 궁금증이 해소된 것은 아니었다. 정준하가 돈가방을 제대로 확인을 하지 않고 무장적 대전행 기차를 탄 것만큼이나 이해하기 어려웠던 장면은 유재석으로부터 돈가방을 탈취한 박명수와 노홍철이 여의도를 향하게 되는 장면이다. 서울역에서 1km 떨어진 장소에서 돈가방을 확인한 노홍철은 박명수에게 여의도를 가자며 반복해서 말하게 되는데, 그들이 굳이 여의도로 향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미리 동선이 정해진 것이 아니었다고 한다면.

 

 

 


노홍철은 전진과 통화하는 장면에서 수상 택시를 타려 했으나 가격이 비싸다고 해서 유람선으로 바꿔 타려는 중이라고 말했는데, 수많은 교통 수단 중 배를 고집한 이유도 쉽게 설명되지 않는다. 박명수를 따돌리고 여의도로 돌아오며 유람선 배편을 자세히 물어본 것이나, 유재석 무리가 노홍철이 돌아올 때까지 여의도를 떠나지 않고 머물러 있었던 것도 코멘트만 가지고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출연자들은 코멘트 내내 원래 계획했던 것과 다른 사건들의 연속이었다고 이야기했는데, 그렇다면 최초의 기획를 밝히는 게 마땅하겠으나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되고 있지 않다. 남의 아이디어를 대놓고 베껴쓰고도 뻔뻔스럽게 원래 자신의 생각이었다고 우겨대는 프로그램도 있으니 아무래도 영업상의 비밀을 공개하는 것은 어려웠으리라 짐작된다. 그러니 수많은 궁금증들은 훗날 지금보다 대명천지한 세상이 되었을 때 해소될 수 있으리라 믿으며, 더 이상의 추궁은 하지 않도록 하겠다.

 


#11. 냉면집


박명수가 노홍철을 불판에 굽고 싶었다고 말한 바로 그 장면이다. 이 둘이 벌인 '데블매치'는 모두 손에 꼽히는 명장면들이지만, 그 중에서도 냉면집 신은 탁월한 음악선곡, 노홍철의 강렬한 눈빛 연기, 냉면 그릇을 가운데 두고 오고가는 팽팽한 신경전이 전율을 불러 일으켰던 베스트 명장면이다. 특히 냉면을 먹는 척하면서 돈가방을 탈취할 기회만 엿보는 노홍철의 희번덕거리는 눈을 날카롭게 포착한 장면이나, 오른손으로는 젓가락질을 하면서 바쁘게 돈가방 근처를 맴도는 노홍철의 왼손을 담아낸 화면은 카메라맨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을 정도이다.

 

 

 


노홍철은 박명수가 냉면에 정신이 팔린 틈을 타 가방을 빼앗아 도주하는데 성공하게 된다. 박명수는 서둘러 노홍철을 쫓아가지만 결국 그를 놓치고 만다. 그는 그 원인이 자신의 발에 맞지 않는 키높이 구두 탓이라 판단하고, 여의도에 있는 자신의 자택에 들러 편한 신발로 갈아 신고 노홍철을 추격하게 된다. 여의도 공원에서 노홍철을 쫓아가던 박명수의 걸음거리가 한결 편해 보였던 이유가 박명수의 코멘트를 통해 밝혀진 셈이다.

 


#12. 추격

 

 

 


노홍철은 여의도 공원에서 박명수를 발견했을 때, 살면서 손가락으로 꼽을 만한 공포를 느꼈다고 한다. 전화를 통해 자신을 죽인다고 하는 사람을 만났으니 그 기분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노홍철은 급한 마음에 자전거 요금이 3천원인데 5천원을 건내고 거스름돈도 제대로 못 받은 채 도망을 쳤다고 한다. 게다가 '백만돌이' 전진이 노홍철을 거의 붙잡을 뻔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노홍철은 전속력을 자전거 패달을 밟아야 했고 그래서 마치 UFO처럼 빠른 속도로 그 곳을 빠져 나갔던 것이다.

 

 

 


그러나 구석에 숨어 박명수를 따돌렸다고 생각했던 노홍철은 앞에는 유재석 무리, 뒤에는 박명수 사이에 놓이게 되면서 자기 꾀에 자기가 속아넘어간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근성있게 노홍철을 따라온 박명수는 마침내 한강변에서 냉면집에서 자신을 배신하고 도망을 친 '젊은 악마'를 붙잡게 된다.

 

 

- 노홍철 : 저기서 열받으신 것 같아요 많이. 손이 제 몸에 닿았었거든요.
- 유재석 : 저 때 많이 화가 나셨죠?
- 박명수 : 화가 났죠. 돌맹이가 있었다면....
- 정형돈 : 그만! 그만! 그만! 그만!

 

 

- 유재석 : (노홍철에게) 저걸 그냥 놓쳤어요?
- 정형돈 : 노홍철씨 더 붙을 수도 있었잖아요?
- 노홍철 : 실은 저 때 (박명수씨가) 입에 담을 수 없는 폭언을 하셨어요.
- 일동 : 웃음

 


#13. 중간 휴지

 

 

- 일동 : 또 먹어! 아!
- 박명수 : 너 저축은 하니? 저축은 좀 해? 버는 거 다 먹고 싸고 먹고 싸고.

 

 

- 정형돈 : 유재석씨만 왔으면 박명수씨 정말 반반 나눌려고 그랬어요?
- 박명수 : 그럼요.
- 정형돈 : 아니, 왜 유재석씨만?
- 박명수 : 너도 나누게 될 걸.

 


#14. 카이저 흑채

 

 


마침내 방송국에 도착한 출연자 전원은 박명수에게 돈가방을 숨긴 위치를 알려 달라고 부탁하게 된다. 이 때 박명수는 "오월은 푸르구나"라는 기이한 힌트를 제시했는데, 이는 '풀숲 안에 돈가방이 숨겨져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정말 놀라웠던 박명수의 코멘터리는 지금부터 시작된다. 그에 따르면 정실장을 피자 배달부로 위장시켜서 헬멧으로 얼굴을 가리고 돈가방을 방송국 안으로 들여올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그래서 배달부 옷까지 빌려놓는 치밀한 계획을 세웠으나, 당시 정석권 실장은 식사 중이어서 박명수가 계획을 실행에 옮길 수 없었다고 한다. 박명수의 바로 이러한 진술 덕택에 의미가 명확하지 않았던 자막들이 분명하게 이해된다.

 

 

 

 

그런데 박명수의 수수께끼같은 힌트를 전달받고 모든 출연자들이 방송국 바깥으로 나가 돈가방을 찾고 있을 때, 정형돈은 잠시 화면 상에서 사라지게 된다. 코멘터리에 따르면, 그 긴박한 와중에도 정형돈은 또 화장실에 다녀와야만 했다고 한다.

 


#15. 홍철러시

 

 

- 정형돈 : 넌 진짜 잘 되서 연예인이다!
- 노홍철 : 못 되서 연예인이죠!
- 유재석 : 노홍철씨는 자기가 잘 안 풀려서 연예인하고 있대요.
- 정준하 : 잘 풀렸으면 뭐 됐을 것 같아요?
- 노홍철 : 선박왕 정도? 뭐 세계 최고의!
- 정형돈 : 넌 진짜 전과 없는 게 다행이다!


그러나 최후에 웃는 자는 박명수가 아니라 노홍철이었다. 노홍철은 천재적인 사기행각을 벌여 돈가방을 발견한 뒤, 능청스러운 연기로 멤버들을 속이고 제 시간(!)에 테이블 위에 돈가방을 올려놓게 된다. 물론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는 사실은 방송을 통해 확인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로써 코멘터리판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에서 언급된 중요한 코멘터리는 거의 대부분 정리된 것 같다. 유재석에 따르면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에 버금가는 블록버스터를 준비중이라 하니 기대를 갖고 기다려도 좋을 듯싶다. 보다 충격적인 소식을 마지막으로 전달하며 리뷰를 마치도록 하겠다.


"한편 '무한도전'은 최근 타이트한 촬영일정으로 연말특집 2회 분량을 제외하고 2008년 방송분량 대부분의 촬영을 소화해낸 상태다. 김태호 PD는 "좀더 장기적이고 창의적인 기획과 아이템을 위해 멤버들과 스태프들 모두 앞으로 몇 주간은 여유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무한도전' 팀은 이미 내년 방송 분 구상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