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갈며
문상재
고요에 이는 파장
흔들리는 물결 따라 먹을 간다.
죄악처럼 번져가는 먹빛
알 수 없는 수심으로 침잠하는 고요
살수록 검어지는 세상에서
나는 먹이 되어 먹을 간다.
먹물로 유폐되어 돌아오지 않는 언어들이
아내의 붓 끝에서 꽃이 되어 환생하는 한낮
갈면 갈수록 검어지는 먹빛만큼
살면 살수록 검어지는 죄악을 어찌할 것인가
목숨보다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화선지 위에 점점이 피어나는 검은 꽃
나와는 개인적 친분이 너무도 각별한 문시인님의
생각의 깊이가 묻어나는 정말 좋은 시이다.
출처 : 이혜령 시인
글쓴이 : 푸른 사막의 흰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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