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49> 한 줌의 도덕 - Minima Moralia

ddolappa 2008. 12. 31. 13:00

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49> 한 줌의 도덕 - Minima Moralia

 

 


무한도전 135회 081220 : You & ME Concert 1탄

 


제작과정 자체가 쇼인 쇼


무한도전을 '리얼 버라이어티쇼'라 부를 수 있는 이유는 출연자들이 서슴지 않고 서로의 사생활의 폭로하거나 폭언이나 막말을 일삼기 때문만은 아니다. 또한 폭염이나 한파 같은 혹독한 자연 환경 속에서 겪게 되는 고통이 '리얼리티'의 전부인 것처럼 오인하게 만들기 때문도 아니다. 쇼의 형식적 측면에서 무한도전은 베일에 쌓여 있었던 촬영장 세트 너머의 현실, 즉 쇼가 제작되는 과정 자체를 쇼의 내용으로 삼고 있는 쇼라는 점에서 '리얼 버라이어티쇼'라 부를 수 있다.

 

 



연말 콘서트를 준비하는 모습이나 뮤직 비디오 촬영 현장은 '섹션TV 연예가 중계'나 'NG스페셜 해피타임' 등에서 다룰 법한 소재이다. 공연과 관련된 회의 역시 촬영 개시 이전에 제작진과 이미 협의가 끝났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이 모든 것을 쇼의 내용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리얼한 쇼'이다. 그래서 무한도전은 기획에 따라 산출된 결과물(공연)과 그것의 생산 과정(공연의 준비)이 동시에 오락으로 소비되는 쇼이다.


그런데 콘서트를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오락적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까닭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선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서는 삭제되어야 할 NG 장면이나 예기치 않은 사건은 그 자체로 훌륭한 오락적 가치를 지닐 수 있다. 성룡의 영화들에 담긴 NG 장면들이 본편과 다른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 할 수 있다. 즉 그러한 장면들은 베일 속에 가려져 있던 스타들의 뜻밖의 면모를 노출시키고 있기 때문에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게 된다.

 

 

 


'최고령 아이돌 그룹' 무한도전이 실제 아이돌 그룹 '빅뱅'의 뮤직 비디오 '하루하루'에 도전한 장면에서 중요한 유머 포인트 대부분을 NG컷이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지향하고 있는 오락적 재미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그것은 약속된 계획에서 벗어난 순간 발생하는 '날 것 그대로의 생생한 웃음'이다. 기획 공연물로 제작된 코미디쇼가 정교하게 짜여진 대본에 의해 의도적으로 웃음을 산출해낸다면, '리얼 버라이어티쇼'는 의도치 않은 사건들에서 발생하는 웃음을 지향한다.


그러나 파편화된 우연한 사건들의 나열이 저절로 오락적 가치를 획득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무한도전은 그러한 순간들을 쇼 오락적 관점에서 포착해 일정한 형식을 부여함으로써 보다 차원 높은 오락물을 생산해낸다. 'You & ME Concert'의 경우 빅뱅의 뮤직 비디오 순서에 따라 분할된 촬영장면들이다. 중간에 삽입된 '하루하루' 뮤직 비디오는 원본의 역할을 하는 동시에 무한도전의 패러디물과 대조/대비의 기능의 통해 웃음을 유발하고 있다. 또한 패러디되고 있는 원작은 파편처럼 나뉜 NG 장면들에 형식적 통일성을 부여하며 그것이 일정한 의미를 지닐 수 있게 하고 있다.

 

 



따라서 무한도전의 오락적 재미와 가치는 출연자들이 지닌 재능과 매력 이외에 결과와 과정으로서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형식에서 산출된다. 여기에 남다른 기획력을 갖춘 제작진이 만들어내는 고도의 형식미는 다소 느슨한 구조로 이루어진 아류작들과 차별화되는 결정적 지점이기도 하다.

 


복제와 자기 복제를 통한 끝없는 변주


'You & ME Concert'는 앞서 방영된 'Thank you Concert'를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전에는 제작진에 이끌려 지하 주차장에서 공연을 연습해야 했다면, 이번에는 출연자들이 자발적으로 공연을 준비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외진 곳을 연습장소로 선택한 것 역시 스포일러 방지를 위한 것이다. 따라서 이전 에피소드에 대한 자기 복제는 발전의 계기를 함축한 모방이라 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에피소드 전체에서 중첩 반복되고 있는 패러디는 하강을 통한 웃음의 계기로 작용한다. 가수 엄정화는 정형돈에게 비슷하게 흉내내야 할 오리지날이고, 노홍철은 가수 손담비의 '짝퉁' 복제품이다. 빅뱅의 '하루하루'는 원본이고, 무한도전의 뮤직 비디오는 그것의 패러디물이다. 이 대목에서 패러디가 원작에 대한 비꼼이나 비판의 의미만 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나는데, 왜냐하면 웃음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원본이 아니라 패러디물 자체이기 때문이다.

 

 

 


'민두래곤' 박명수의 활약상을 요약해서 보여주고 있는 티저 영상은 의상, 분장, 연기, 촬영 기법, 스타일, 화면 구성 등 원작의 거의 모든 것을 모방하면서 발생하게 되는 패러디의 정수를 보여준다. 과거 코미디 프로그램에서의 패러디가 과장된 스타일의 연기와 의도적인 허술한 연출을 통해 웃음을 주었다면, 무한도전의 패러디는 원작을 충실하게 모방하려는 진지함 속에서 웃음을 생산하고 있다. 유명 영화들을 정극 연기자들이 출연해 패러디했던 이경규의 '시네마 천국'이나 '빅스타 열전'에서 유재석이 가수 비의 뮤직 비디오 '태양을 피하는 방법'을 패러디했던 것을 비교해보면 스타일 상의 차이를 보다 쉽게 알 수 있다.


인터넷 시대의 문화적 감수성이 흔히 '혼성모방'이나 '패러디'와 같은 미학적 개념을 통해 설명되고 있다면, 무한도전은 그러한 감수성을 공중파에 가장 성공적으로 접목시킨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뉴질랜드 특집'(영화 '반지의 제왕'), '무인도 특집'(영화 '캐리비안의 해적'과 미국 드라마 '로스트'), '앙리 특집'(영화 '소림 축구'), '썩소 앤 시티'(미국 드라마 '섹스 앤 시티'), '다찌지리와 리남매'(영화 '다찌마와 리') 등 에피소드 전체 콘셉트가 패러디에 의해 구성되는 경우도 있고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나 '28년 후'처럼 장르를 대표하는 수많은 영화들이 짜깁기된 경우도 있다.


따라서 무한도전은 슬랩스틱이나 재담, 꽁트와 같은 전통적인 코미디 형식을 갖추고 있으면서, 시대를 대표하는 다양한 문화적 코드들을 몽타쥬하면서 새로운 시대의 감수성에 접속하고 있다. 그러니까 엄정화, 손담비, 빅뱅 등은 인기 연예인 신분으로 무한도전에 출연하게 된 것이지만, 동시에 이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적 아이콘으로 '인용'되고 있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무한도전의 자막은 상황 설명이나 장식적 기능을 넘어서 문화적 코드들의 충돌 자체가 새로운 오락적 요소로 수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자막의 경제학


정준하는 테너 색소폰을 연주할 때마다 습관적으로 어깨를 들어올리는데, 자막은 그러한 모습을 '어깨로 연주하는 바보형'으로 표현한다. 즉 언어적 표현으로서 자막은 출연자들의 표정이나 행동, 심리 상태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전제로 한다. 무한도전의 자막이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것은 바로 관찰능력과 표현능력이 뛰어난 점에 있다.

 

 



박명수가 신세대의 랩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난감한 표정을 짓자 '영 소화가 안되는 영(Young)한 스타일'로 표현한 자막은 한국어와 영어의 동음이의어를 활용한 재치있는 말장난이라 할 수 있다. 이와 유사한 유형으로 '에어로빅 특집'에서 에어로빅 마무리 구령인 '꽝'을 이용해 출연자들의 어설픈 동작을 '어째 하나같이 꽝'으로 표현했던 것이 있다. 이러한 표현방식들은 자막이 단순한 장식적 기능을 뛰어넘어 그 자체로 오락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You & ME Concert'에서 특히 눈에 띄이는 자막들은 악기들이 내는 소리를 표현한 자막들이다. 노홍철은 연습을 할 수록 '더욱 음흉해진 콘트라베이스' 소리를 내고, 정준하의 테너 색소폰 소리는 '뭔가 짠 하고 구질'하다. 유재석의 트럼펫은 마치 영구 심형래의 유행어 '띠리리 띠리리'를 흉내내고 있는 것 같다. 특히 놀라웠던 건 박명수가 연주하는 건반 악기를 표현한 자막들이다. 한 손으로 성의없이 건반을 누르는 모습은 '사무실에서 계산기 두드리 듯'하다고 표현되고, 구슬픈 멜로디는 마치 장의사 CM송인 것처럼 '가시는 길 무한상조가 함께 합니다'로 표현되고 있다.


이처럼 자막의 언어는 영상의 의미를 더욱 풍부하게 하면서 의미의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박명수의 예에서 알 수 있듯 영상은 하나의 의미에 고정되지 않고 자막의 표현을 통해 끊임없이 미끄러지며 다양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그 결과 자막은 지시대상으로부터 해방되어 그 자체가 생명을 지닌 사물처럼 독자적인 운동을 시작하게 되는데, 바로 그 점이 무한도전의 자막이 발견해낸 중요한 성과이다.


출연자들과 대화를 시도하면서 영상에 재잘거리는 잡음을 입히기도 하고, 화면이 전환될 때마다 모습을 바꿔 시청자들의 자동화된 연상을 중단시키면서 충격을 가하기도 하고, 눈으로 따라 읽는 것조차 벅찰 정도로 끊임없이 흘러가는 자막의 언어는 일종의 소음이자 과잉된 에너지의 분출이다. 그런 점에서 무한도전의 자막은 '위반의 철학자' 바타이유가 말한 '일반경제'에 기초한 것처럼 보인다.

 

 

조르주 바타이유(George Bataille)



바타이유에 따르면 우리가 흔히 '경제'로 이해하는 '제한경제'는 결핍의 문제와 부의 효율적 창출의 문제를 다루는 반면, 그보다 넓은 의미의 '일반경제'는 생산보다 재화의 지출과 낭비를 중요한 문제로 다루고 있다. 그의 문화론이 보여준 통찰은 그러한 비생산적 낭비를 문화적 활동에 연결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만일 경제적 생산활동이 잉여 생산물과 이윤을 얻지 못하게 된다면 경제 활동 자체가 목적과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따라서 낭비 혹은 지출의 필연성은 제한경제의 토대 위에서 그와 함께 생겨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잉여 에너지를 파괴할 만한 적절한 수단을 지니지 못할 때, 인간은 전쟁과 같은 활동을 통해 스스로를 파괴하게 된다는 것이다.


"만일 우리가 다른 곳에서 사용할 수 없는 잉여 에너지 자체를 파괴시킬 수 있는 힘을 지니지 못하면, 그러한 에너지는 마치 길들일 수 없는 동물처럼 우리를 파괴하게 되고, 그래서 우리 자신은 불가피한 폭발의 희생자가 되고 만다."(바타이유, '저주의 몫')


인간은 제의의식, 사치, 놀이, 연극, 예술 등과 같은 문화적 표현활동을 통해 잉여 에너지를 평화롭게 소비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따라서 그에게 문화란 비생산적인 것을 생산하는 활동이고, 그래서 노동의 유용성의 법칙에 대한 '위반'으로 간주된다.


문화를 '비생산적 낭비'의 활동이자 '금기에 대한 위반'으로 규정짓는 바타이유의 문화이론은 무한도전 자막의 또 다른 측면, 즉 자막의 정치성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한 줌의 도덕


무한도전의 자막이 정치적인 까닭은 '미친소 쓰러지듯', '10년 되돌리려다 20년 되돌린 듯' 등과 같이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보다 중요한 정치적 급진성은 다른 곳에 있다. 즉 우리사회에서 아직까지도 특권적인 영역으로 남아 있는 정치라는 숭고한 영역조차 다른 수많은 문화적 영역들 중 하나로 취급해서 기호의 놀이 대상으로 삼고 있는 태도 자체가 급진적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동시대인들과 함께 호흡하며 '현재성'을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덧붙여져 무한도전의 자막은 고도의 정치성을 띠게 된다.

 

 



이라크의 신문기자 문타다르 알-자이디(Muntadhar al-Zeidi)가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신발을 투척한 사건은 인터넷에서 게임, 캐리커처, 영화 패러디 등을 양산했다. '신발을 던지고픈 충격 비주얼'이란 무한도전의 자막 역시 그러한 수많은 패러디 중 하나일 뿐이다. 국회에서 벌어진 의원들 간의 난투극을 비꼬고 있는 '여의도 모처를 연상시키는 난투극'이란 자막 역시 신발 투척 사건에 대한 패러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락 프로그램의 자막으로 표현되는 순간 정치적 권위는 무장해제되면서 유쾌한 놀이의 대상이이 되고 만다. 국회에서 벌어진 난투극을 뉴스를 통해 접하는 것과 오락 프로그램에서 보는 것이 서로 상이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표현의 자유가 이 땅 위에서 사라지고 있는 징후가 점차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MB가면'을 쓰고 이명박 대통령을 풍자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던 기자회견이 경찰에 의해 저지된 사건이 있었다.1) 가면도 안되고 옥외에서 구호를 외치는 기자회견도 집회이니 허락할 수 없다는 게 그 이유다. 하지만 4.19날 이명박 대통령께서 손수 카트 운전을 해주었던 부시 미국 대통령의 신발 투척 사건을 패러디했다고 해서 미국 경찰이 출동했다는 기사는 아직까지 접해보지 못했다.

 

 

 

 

미국 대통령 부시의 신발 투척사건에 대한 다양한 패러디들

 


유사한 사건은 또 있었다. 올해 '화제의 인물'을 조사하던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워스트 1위'를 당당히 이명박 대통령이 차지하자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서비스 화면 구성이 바뀌며 대통령의 사진은 하단으로 옮겨졌고, 그 후 주제가 '화제의 스타'로 바뀌면서 '워스트 1위'로 강병규가 선정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2) 해당 사이트는 "부적절한 트래픽 발생으로 인해 화제의 인물을 화제의 스타로 바꾼다"는 고지를 내보냈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없다.


경직된 정치 풍토가 오락 프로그램 제작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은 'GOD의 육아일기', '러브 하우스', '황금어장' 등을 연출했던 문화방송 임정아 PD의 증언을 통해 알 수 있다.

 

 



"이번 정권 들어와 부딪힌 적이 많이 있다. '고품격 방송'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경고도 여러 받았다. '라디오 스타' '황금어장' 등은 실험적 방송이지만 '막말 방송'에 걸리기도 했다. 이 정부는 새로운 표현의 수용에 인색했다. 예능 프로그램을 PD 혼자서 하는 게 아니다. 기술·카메라 등 많은 분야의 종사자들이 함께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어야 그나마 창의성이 보장된다."(임정아 PD)3)


임정아 PD는 예능 프로그램은 "성역이 없다"는 특성이 강하기 때문에 대기업과 재벌언론 소유로 방송이 넘어갈 경우 제작에 필요한 "다양성, 창의성, 자율성"이 말살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중앙일보가 삼성 비자금 사건이나 X파일 사건을 외면했던 것처럼 소유주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뉴스 보도나 오락 프로그램 제작은 이루어질 수 없다.


당장에 광고주의 요구에 따라 지상파 방송 3사가 미니시리즈의 방영 시작 시간을 정확히 '10시'에 맞추는데 합의한 것만 봐도 앞으로 거대 재벌의 요구가 얼마나 거세질 지 짐작할 수 있다.4) 이에 대해 SBS 드라마국의 한 관계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종의 광고주를 위한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드라마 불황의 한 타계책으로 스폰서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그의 말 속에는 한나라당에서 상정을 추진하고 있는 언론관련 법안이 통과되었을 경우 어떤 계층을 위주로 한 방송이 제작될 것인가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다시 말해, 드라마 시작 시간에 대한 요구는 이제 그 시작일 뿐이다.


권력과 자본에는 윤리가 없다. 권력은 더 많은 권력을, 자본은 더 많은 자본을 축적하려는 욕망만이 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사회적 금기를 넘어 보다 많은 자유를 향한 갈망의 몸짓을 표현하는 무한도전의 자막은 윤리적이다. 정치적 풍자를 웃음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인 '건전한 상식'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언론노조 총파업에 동참해 불완전한 편집본을 방영할 수 밖에 없었던 무한도전의 연출자 김태호 PD는 그 때의 심정을 "두 달 세 달 품고 있던 자식들을 남에게 넘겨주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5) 그렇지만 "수수방관 하고 있으면 전국민의 눈에서 눈물이 날 수도 있고, 눈물이 나는 걸 옆집 사람이 모를 수도 있다"며 "1%의 사람들이 언론을 독점하려는 것에 99%의 국민들이 맞서는" 이번 파업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앞서 언급된 S본부 드라마 관계자의 발언과 김태호 PD의 인터뷰 내용을 비교해 보면 방송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누가 더 '상식'적인가를 알 수 있다. 광고주를 위해 쾌적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사람과 억울하게 당하고도 힘이 없어 하소연할 데 없는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사람 중 누가 더 윤리적인 인간일까?


현재 우리 사회의 문제는 전자의 태도를 '상식'으로 보편화하려는 움직임에 있는 것인 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 그리고 여기'에서 해야만 하는 것은 더 큰 권력과 더 많은 부를 향해 미친듯이 달려가는 폭주 기관차에 급제동 브레이크를 거는 행위이다. 기차가 멈춰서면 영화처럼 스쳐지나가던 풍경은 사라지고 현실의 참모습이 비로소 우리의 시야에 들어오게 될 것이다. 바로 그 순간이야말로 상처받은 우리의 삶을 치유할 수 있는 한 줌의 도덕 위에서 열차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좌표점을 구성해볼 수 있는 영원한 찰라이다.

 

 

 

 

by ddolappa

 

 

 

 

1. “MB가면은 안돼” 기어이 빼앗아간 경찰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2D&mid=sec&sid1=102&sid2=254&oid=032&aid=0001990744


2. '2008 워스트 1위' 이명박에서 강병규로 바뀐 까닭
누리꾼들 여론조작 의심... 파란닷컴 "부적절한 트래픽 발생해 후보서 제외"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028066


3. 임정아 "예능PD 창의성·다양성도 말살…결방 각오"
http://media.daum.net/society/media/view.html?cateid=1016&newsid=20081226181235971&p=mediatoday


4. 드라마, 내년부터 10시 정시 시작 합의…'광고주 요구'가 이유
http://media.daum.net/entertain/broadcast/view.html?cateid=1032&newsid=20081230155712495&p=mydaily&RIGHT_ENTER=R12


5. 김태호PD "두세달 품고있던 자식들 넘겨준 기분"
http://media.daum.net/entertain/topic/view.html?cateid=100029&newsid=20081230192705069&p=star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