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다시보기]59회 무인도 특집 1탄(070623)
야생의 절규
'리얼'을 찾아서
'외딴섬에서 1박2일'
무한도전이 '일정한 형식'이 없다는 말은 매번 새로운 형식 실험을 할 수 있다는 말도 된다. 이러한 형식 실험 중에는 무한도전의 한 회 방송분이 새로운 프로그램의 포맷 자체를 결정하는데 영감을 주기도 하는데, '외딴섬에서 1박2일'이란 포맷을 선보였던 '무인도 특집' 편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포상휴가인 줄 알고 즐겁게 여행길에 오른 여섯 남자들이 사람이 전혀 살지 않는 무인도란 열악한 환경 속에서 도전정신과 협동심을 발휘해 주어진 미션들을 수행해 나가는 과정은 흡사 '동물 다큐멘터리'를 연상시킨다. 실제로 김태호 PD는 동물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이 아이템을 떠올렸다고 한다.
“동물 다큐멘터리를 보다 생각이 나아간 거예요. 로빈슨 크루소가 됐을 때 멤버들이 어떻게 행동할까 본 거죠. 촬영본을 편집하다 보니까 인간의 생각이 진화하는 게 보이더라고요. 협동을 하고, 도구를 이용하고, 수확의 기쁨을 맛보고, 강자가 약자를 배려하고. 포맷 안에서 리얼리티를 포착한다고나 할까.”(김태호 피디)
누리꾼들이 소재 아이디어로 가장 많이 내놓은 아이템이기도 했던 '무인도 특집'은 처음에는 한강에 위치한 밤섬에서 촬영을 계획했었다. 그러나 생태계 보호구역이란 이유로 촬영 허가가 나지 않아서 국내의 무인도를 섭외했으나 모두 실패, 결국 최종 촬영장소로 낙점된 곳이 필리핀에 있는 '헬리콥터섬'이란 무인도였다.
'무인도 특집'이 방영된 시점으로 잠시 눈을 돌려보면, 기획 과정에서 당시의 문화적 트랜드를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2006년 12월 리얼리티 쇼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미국 CBS "서바이버"의 '쿡 아일랜드 편'에서 한국인 2세 권율씨가 우승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배우 김윤진이 출연한 미국 인기드라마 'Lost'가 '프리즌 브레이크', '24시' 등과 더불어 '미드' 열풍을 주도하고 있었다. 이미 2000년도에는 조난을 당해 무인도에 갖힌 한 남자가 4년만에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하지만 돌아온 문명사회에서도 고독을 느끼게 된다는 이야기를 다룬 톰 행크스의 '캐스트 어웨이'가 상영되기도 했다.
예고편은 'Lost'를 패러디한 것이고, 전체적인 서사구조는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를 차용하고 있고, 출연자들의 인터뷰는 사실성을 살리기 위해 리얼리티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식이라는 점에서 무한도전의 '무인도 특집'은 트랜드의 종합세트처럼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무인도 특집'은 유사한 주제를 다룬 다양한 장르들의 짜깁기에 불과한 작품이 아니다. 김태호 PD의 인터뷰에서 알 수 있듯 인간에 대한 철학적 탐구정신이 오락이란 외피 안에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구석기 다큐'라 불리는 '1부 도구의 사용'과 '2부 불의 발견'은 인류의 진화 과정을 그대로 반복하며 인간과 문명에 대한 성찰을 담아내고 있다.
따라서 '무인도 특집'가 주는 오락적 재미의 본질은 제작진에 속아 외딴섬에 남겨진 여섯 남자들의 고생담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 고생담이 말하고자 하는 어떤 메세지를 놓쳐버릴 때, '외딴섬에서 1박2일'이란 포맷은 고생 자체가 오락적 재미를 준다는 착각에 빠지게 되고, 그래서 더 강도 높은 경험의 강도와 자극적인 설정을 추구하게 되는 오류에 빠져버리게 된다.
그에 반해 "포맷 안에서 리얼리티를 포착"하려 했다는 김태호 PD의 말은 '리얼'한 요소가 '이미 주어져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자체로 재미있는 것'도 아닌 '발견해야 할 대상'이란 사실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무인도에 출연자들을 몰아넣고 코코넛 열매를 따게 하거나 불을 피우게 하는 것은 '설정'이지만, 그러한 설정을 통해 '리얼'한 순간을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리얼'을 찾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재미가 '무인도 특집'이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오락적 재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3D 프로그램'에서 '리얼 버라이어티'로의 진화
'코코넛 따기'는 '무모한 도전' 시절부터 함께 한 정형돈이 정확히 기억하고 있듯이 이병진이 게스트로 초대된 '괌 특집' 편에서도 했던 게임이다. 그러니까 '필리핀 3D 체험'이란 자막은 '무모한 도전'과 시즌3에 해당하는 '무한도전' 간의 연속성을 말해준다. 하지만 형식적 측면에서 '무모한 도전'은 '버라이어티 쇼'이지만, 무한도전은 '리얼 버라이어티 쇼'이다. 그렇다면 이런 차이는 대체 어떻게 발생했던 것일까?
그러한 물음은 100회 특집 패러디 가사에 표현되고 있는 것처럼 '일찍 와주길 바라'가 왜 '리얼 버라이어티의 시작'인가를 알아보는 과정을 통해 대답될 수 있다.
'발리 특집 편'에서 처음 시도된 '일찍 와주길 바라'는 촬영장에 도착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을 여과없이 카메라에 담고 있다. 부수수한 머리와 분장하지 않은 '쌩얼'로 허둥지둥 달려와 카메라 앞에서 자신이 지각할 수밖에 없었던 변명을 늘어놓는 모습은 '연예인'이 아닌 '자연인'으로서 그들의 실체를 그대로 폭로했다.
신비한 베일에 감싸여 있던 연예인들의 모습이 과거에는 카메라를 숨겨놓고 촬영하는 '몰래 카메라' 기법을 통해 폭로되었다면, 무한도전은 촬영이 시작되기 이전의 상태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방식으로 '리얼'한 순간을 포착하고 있다. 촬영 중일 때와 아닐 때, 무대 위와 무대 뒤 간의 엄격한 구분이 카메라의 개입을 통해 사라지게 되면서 쇼는 리얼한 긴장감을 획득하게 된다.
그리고 '자연인'으로서 그들의 모습이 실제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매니저와 코디의 증언이 필요하게 되고, 그래서 전에는 촬영장 밖에 머물러 있어야 했던 그들이 쇼의 세계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그러니까 그들이 '준연예인'의 신분으로 시청자들을 웃기기 위해 연기자들과 같은 앵글에 잡힌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카메라 감독이나 작가 역시 과거에는 쇼의 환상을 깬다는 이유로 카메라 앞에 서는 행동은 금지되었다. 그러나 그 금기가 깨지면서 쇼는 '리얼'의 옷을 입게 되면서 오락적 재미의 성격이 변화하게 된다. 즉 '리얼 버라이어티'는 쇼가 허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폭로하면서 동시에 '그 재미만큼은 진짜입니다'라고 말하는 쇼이다.
또 다른 중요한 차이점은 진행자 유재석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이다. 진행자와 게스트를 넘나드는 '플레잉 코치'식 진행은 이미 정평이 나 있지만 그와 게스트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경계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다. 그래서 김태호 PD는 'MC와 게스트가 분리된 기존 관계'를 바꾸기 위해 무한도전 초기에 유재석의 콘셉트를 잡는 일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 결과 무한도전 내에서 유재석은 진행자가 아닌 '진행중독'에 걸린 '1인자'로 캐릭터를 구축하게 되어 '최고령 그룹 무한도전'을 이끄는 팀의 리더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다시 말해 '유재석'의 무한도전이 아닌 '무한도전'의 유재석으로 그와 프로그램의 관계가 규정되고 있는 것이다.
무한도전이 유재석 중심의 쇼가 아니라는 사실은 도전 과제가 바뀔 때마다 주인공이 바뀔 수 있다는 사실에서 분명해진다. '코코넛 따기'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면 유재석은 게임을 제안하고 소개만 할 뿐 실질적인 진행은 출연자들 각자가 순간순간 제시하는 아이디어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진행자가 중심에 나서 게임 전체를 통제하는 대신 팀의 일원이 되어 함께 한다는 점에서 진행자와 나머지 출연자들 사이의 관계는 보다 수평적인 상태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무모한 도전'과 '무한도전'은 다른 형식의 쇼이다. 만일 무한도전이 '리얼 버라이어티' 형식을 완성하지 못했다면, 그래서 시청자들로부터 주목받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다면, '무모한 도전'은 그 이전에 유재석이 진행해왔던 오합지졸 쇼의 한 부류로 평가받았을 뿐 무한도전의 전사(前史)로서 의미를 부여받지 못했을 것이다.
'동물 다큐멘터리' 무한도전
그렇다면 '외딴섬에서 1박2일'이란 포맷을 통해 포착한 리얼리티란 무엇인가? 그것은 인류가 진화해온 역사이다. 처음에 노홍철은 각자가 딴 야자수를 각자가 먹자는 '자급자족'을 주장한다. 그러나 그의 시도는 팔에 광기의 상처만 남겼을 뿐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했다.
그래서 그 다음은 '도구'를 사용해서 야자수를 따려고 시도한다. 비로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단계를 탈피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아직 충분한 지적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던 것인지 정형돈은 막대 끝에 '땅꼬마' 하하를 매달아 야자수를 따자고 주장하게 된다.
그 다음으로 이들이 배운 것은 '협동'이다. '무한이기주의'를 평소 생활신조로 내세웠던 그들에게서 볼 수 없었던 "서슴없는 배려와 칭찬"이 난무하는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진 것이다. 그러나 조건부로 마이크 붐대를 임대해보기도 하고, '코코넛 바벨탑'을 쌓아봤지만, 약 8m 높이의 야자수에 매달린 열매는 꿈쩍조차 하지 않았다.
모두가 너무나 지쳐서 포기하려는 찰라에 연출자가 개입해 출연자들에게 키 작은 코코넛 나무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게 된다. 이제 문제는 단단한 코코넛 열매를 어떻게 여는가에 초점이 맞춰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도 출연자들 각자의 개성이 그대로 나타난다. 힘이 없는 '아버지' 박명수는 '깨작깨작'거리고, '유반장' 유재석은 돌로 야자수를 깨고, 'S전자 출신' 정형돈은 뾰족한 나무로 구멍을 뚫고, '석사 출신' 하하는 입으로 야자수 껍질을 벗겨 나간다.
하지만 가장 힘이 센 '뚱뚱보' 정준하의 '파워스윙'이 단연 돋보였다. 그는 땀을 비처럼 흘리며 어렵게 개봉한 야자수를 다른 출연자들에게 순순히 나누어주며 아량을 베풀었다. 심지어 평소 앙숙관계에 있던 박명수가 힘이 없어 야자수를 열지 못해 혼자만 먹지 못하고 있자 그에게도 코코넛을 개봉해 마시게 하는 '승자의 배려'를 보여주었다.
'코코넛 열매 따기'는 '설정'이지만 그러한 설정을 통해 인류의 사유가 발전되어온 과정과 인간 사회의 법칙이 '리얼'하게 드러난다. 즉 추상적이고 보이지 않았던 현실 세계의 법칙이 구체적인 모습을 하고 시청자들에게 제시된 것이다. 김태호 PD가 "포맷 안에서 리얼리티를 포착한다"고 말했을 때 '리얼리티'란 이처럼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는 비가시적 영역조차 포함된 것이다. 다시 말해 혹독한 추위와 찌는 듯한 무더위 같은 자연환경이나 '까나리 액젓'을 먹고 일그러진 얼굴 표정만을 '리얼'이라 간주하는 것은 지극히 저급한 단계의 '리얼'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리얼'한 실재는 이미 주어져 있어서 카메라로 담아내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발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어떤 것'이다. 그런 점에서 '리얼 버라이어티'는 그 자체로 자명한 실재를 부정하는 데서 출발하는 것인지 모른다. 이것이 미디어에 의해 둘러싸인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리얼리티 쇼'나 '리얼 버라이어티 쇼'가 오락으로 수용되고 있는 조건이라 할 수 있다. 모든 것이 미디어에 의해 구성된 환경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현대의 대중들은 가공되지 않은 날 것에 대한 갈증을 느끼게 되고, 그래서 '리얼'하지 않은 것에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얼'한 것이 주는 자극의 강도를 점점 높여가다 마침내 시청자들이 그조차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되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래서 김태호 PD는 "야생 버라이어티라고 해서 땅 파고 밥만 해먹는 게 아니다. 내러티브가 리얼 버라이어티의 수명을 결정지을 것이다."라고 단언한다.
캐릭터의 자막화, 자막의 캐릭터화
'무인도 특집'의 줄거리는 출연자들이 포상휴가인 줄 알고 떠난 여행에서 제작진에 속아 죽도록 고생만 하게 된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단순한 이야기는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의 서사구조를 차용해 보다 입체적으로 전달되고 있다.
출연자들과 소수의 스태프만 무인도에 남겨둔 채 배는 떠나면서 '블랙뻘의 저주'란 깃발을 꺼내 보여준다. '무인도 특집' 2부에서 식수와 식량을 찾기 위해 동굴 탐험을 나선 장면은 '망자의 함'을 찾는 과정으로 설정되어 있다. 또 무인도를 탈출하기 위해 쾌속정에 연결된 한 척의 배를 선택하는 '복불복 게임'은 '세상의 끝에서'란 제목을 달고 있다. 즉 '무인도 특집' 전체의 구성은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를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방영될 당시에 '무인도 특집'의 내러티브 구조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고, 실제로 무시해도 좋을 만큼 미미한 역할에 머물러 있었다. 대중들은 무한도전을 캐릭터쇼로만 수용하길 원했고, 제작진 역시 출연자들의 캐릭터를 부각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사용된 자막을 유심히 관찰해보면, 캐릭터의 자막화 작업과 자막의 캐릭터화 작업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박명수는 '힘없는 아버지'나 '원숭이'로, 유재석은 'MC', 정준하는 '술장사', 정형돈은 '어색한 형돈', 노홍철은 '소녀떼'를 좋아하는 '돌+아이', 하하는 '무식한 석사'로 주로 묘사되고 있다. 이 당시 무한도전의 재미란 이러한 캐릭터들이 충돌하는 데서 만들어내는 소소한 해프닝이 주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막의 캐릭터화 작업은 연출자의 목소리로 간주되는 궁서체 자막의 역할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데서 분명히 드러난다. 그 목소리는 출연자들의 멘트에 일일히 대답하면서 거의 매 장면마다 등장해 한 명의 캐릭터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런 점에서 무한도전의 자막이 '제7의 멤버'로 간주되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어떤 분야에 도전하는가나 그 사람이 어떤 캐릭터인가 하는 문제에서 그들이 주어진 상황을 어떻게 돌파하는가, 그래서 어떤 이야기가 만들어지는가 하는 문제로 시선을 돌리게 된다. 김태호 PD가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나 '좀비 특집'을 통해 캐릭터로 승부하는 방식이 아닌 환경 변화를 해결하는 과정에 더욱 눈을 돌리게 됐다고 말한 것은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한다.
따라서 '무인도 특집'에 담겨 있는 다양한 내러티브들, 즉 '캐리비안의 해적', '로빈슨 크로소', '동물의 왕국', '구석기 다큐멘터리'와 같은 장치들은 미처 개발되지 않은 미래의 맹아들이라 할 수 있다.
'뉴질랜드 특집'과 '동해 가스전 특집'의 연결고리로서 '무인도 특집'
하하는 무인도에 자신들만 남겨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자 돌연 태도를 바꿔 '단신 쿠테타'를 주도한다. '낼 모레 마흔' 박명수는 바짝 긴장한 채 재빨리 2인자 모드에 돌입해서 그에게 아부를 하게 된다. 이처럼 하하가 무한도전 내의 위계질서를 전복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노홍철의 대사를 통해 설명되는데, 그에 따르면 "나이나 계급은 일시적인 집단의 이기일 뿐" 고립된 섬에서는 기존 사회의 질서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태호 PD는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을 언급하며 고립되어 있거나 갇혀 있다는 느낌이 들면 친구 관계나 라이벌 관계가 생기기도 하고, 또 예상 밖의 상황도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뉴질랜드 편'에서 서로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던 것이나 '동해 가스전'에서 뜻밖에도 박명수가 반장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상황을 활용한 예로 설명했다.
그런 점에서 하하가 무인도에 도착해서 '단신 쿠테타'를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섬이라는 고립된 공간이 인간 내면에 잠재해 있는 욕망을 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노홍철의 논리적 설명은 이러한 사실을 잘 뒷받침해주고 있다.
따라서 섬 모티브는 '뉴질랜드 특집'이나 '동해 가스전 특집'에서 뿐만 아니라 '무인도 특집'에서도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기존 위계질서에 반기를 든 하하의 도발은 '뉴질랜드 특집'과 '동해 가스전 특집'을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는 점에 그 중요성이 있다.
그건 '무인도 특집'이 두 특집 사이에 위치해 있기 때문만이 아니다. 하하의 의도치 않은 상황설정은 고립된 상황이 억눌려왔던 욕망을 분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 계기가 되었고, 이 때 얻은 통찰을 근거로 '동해 가스전 특집'이 기획되었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세 에피소드 간의 관계는 단순히 시간적 순서에 따른 것이 아니라 논리적 관계를 맺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서울 구경 특집', '경주 보물찾기 특집' 그리고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처럼 무한도전 내에서 에피소드의 전개 방식이 나름의 필연성을 갖고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무한도전이 마치 생명체처럼 성장하고 진화하는 프로그램이라 명명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라 하겠다.
by ddolappa
[연관 에피소드]
1. 박명수의 공짜 CF 촬영 사건
- '무인도 특집'에서 박명수가 가게 홍보용 사진을 무단으로 촬영한 이유가 처음으로 밝혀진다.
박명수 : "우리가 이걸 언제까지 하겠니? 될 때 챙기란 말야."
- 이후 '앙리 특집'과 '달력 특집'에서 박명수의 무단 사진 촬영은 계속 이어진다.
2. 마닐라 공항을 빠져 나가는 장면에서 The Beatles의 "Abby Road" 자켓 사진에 대한 오마쥬가 담겨 있다.
ddolappa : 비틀즈와 무한도전 - 패러디, 오마주 그리고 표절
http://tvzonebbs6.media.daum.net/griffin/do/talk/gallery/challenge/read?bbsId=S000054&articleId=27150&pageIndex=5&searchKey=daumname&searchValue=
- 무한도전 '추석 특집'(22회)에서 무한밴드는 비틀즈의 "I want to hold your hand"를 연주했다.
3. '초심으로 돌아가자 특집'(35회)에서 박명수의 '일본 원숭이' 캐릭터가 발견된 이후 '봉춘 서커스'(53회), '무인도 특집'(59회) 등에서 계속 사용되었고, '무한도전 MT가다'(113회)에서 '몽케이'의 참고화면으로 박명수의 얼굴을 비추며 그가 원숭이란 사실을 암시하기도 했다.
ddolappa : [무도가족]무한도전 멤버 중 몽케이는 누구?
http://tvzonebbs6.media.daum.net/griffin/do/talk/gallery/challenge/read?bbsId=S000054&articleId=28003&pageIndex=4&searchKey=daumname&searchValue=
4. '섬' 모티브에 관해서는 다음 글을 참고할 것.
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1> 그들은 왜 가스전에 갔을까?
http://tvzonebbs6.media.daum.net/griffin/do/talk/gallery/challenge/read?bbsId=S000054&articleId=18054&pageIndex=8&searchKey=daumname&searchValue=
5. 이 당시 무한도전의 자막을 담당했던 조욱형 PD는 "제작진이 생각하는 최고의 자막은?"이란 질문에 '무인도 특집' 편에서 정준하가 코코넛 과즙을 마시는 장면의 자막이 안 떠올라 고민하던 중에 김태호 PD가 와서 ‘망나니 막걸리 마시 듯’이란 아이디어를 줘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며 그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고백했다.
[참고자료]
1. ‘무한도전’ 무인도편은 네티즌 아이디어 “듬뿍”
http://www.heraldbiz.co.kr/site/data/html_dir/2007/06/14/200706140039.asp
2. '무한도전', 필리핀 포상휴가서 '무인도 생존게임'
http://media.daum.net/entertain/broadcast/view.html?cateid=1032&newsid=20070528145008646&p=starnews
3. ‘무한도전’ PD, 무인도 진위 논란 해명
http://www.heraldbiz.co.kr/site/data/html_dir/2007/07/05/200707050036.asp
4. ‘무한도전’ 출범할때 가장 고민한 것은?
http://www.heraldbiz.com/SITE/data/html_dir/2008/03/06/200803060281.asp
5. 토요일의 친구들 `계속 웃겨주길 바래`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ctg=15&total_id=3083625
6. '1박2일', '무한도전' PD가 말하는 자막 제작 후일담
http://spn.edaily.co.kr/entertain/newsRead.asp?sub_cd=EA31&newsid=01226726586440408&DirCode=0010301&curtype=read
7. ‘무한도전’PD “캐릭터의 덫에 빠지지 않도록 하겠다”
http://media.daum.net/entertain/all/view.html?cateid=1005&newsid=20081222095108597&p=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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