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51> 잘못 끼여진 첫 단추
무한도전 137회 090117 : You & ME Concert 재편집판
제대로 된 '감독판 You & ME Concert'를 기다리며
무한도전이 돌아왔다! 이번에는 자막, CG 그리고 '해골'도 제대로 갖춘 '진짜' 무한도전이었다. 지난달 정부가 추진한 '언론관계법' 상정에 반대하는 언론노조 파업에 조합원으로 소속되어 있던 무한도전 제작진이 동참함에 따라 'You & ME Concert'는 외부인력에 의해 편집만 간신히 마무리 된 채 방영된 바 있다. 주요 공연 장면만 나열된 것에 불과했던 '무자막 버전'은 2달여 간의 시간을 투자했던 제작진에게나 큰 기대를 갖고 방영되기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던 팬들에게 아쉬움과 실망만을 남겼다. 그런데 파업이 잠시 휴식기에 접어들면서 일선에 복귀한 무한도전 제작진이 드디어 '재편집판'을 내놓은 것이다.
재편집된 무한도전 '2008 콘서트'는 'See the unseen'이란 부제가 암시하고 있듯 '무자막판'에서 볼 수 없었던 장면들을 대거 삽입하고 무한도전 특유의 연출력을 발휘해 파업을 지지하며 묵묵히 기다렸던 팬들에게 큰 기쁨을 선사했다. 칭찬에 유독 인색한 언론들조차 무한도전의 복귀를 환영하며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이로써 무한도전은 동일한 방송분이 '무자막판', 팬들에 의해 완성된 '자막판' 그리고 제작진에 의해 재가공된 '재편집판' 등 무려 3가지 버전을 세상에 내놓게 되는 희귀한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각자 독특한 색깔을 지니고 있는 세 가지 버전들이 과연 제작진이 콘서트를 기획하며 갖고 있었던 원래의 연출의도를 충실히 반영한 것인가 하는 점이다.
'재편집판'은 분명 무한도전 제작진에 의해 가공된 생산물이지만 애초의 기획의도와는 무관한 것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무자막판'에서 볼 수 없었던 장면을 보여준다는 것 자체가 '재편집판'이 지닌 보완 혹은 보충의 의미를 잘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에서의 '2008 콘서트'는 본래의 기획의도에 충실한 감독판이 제작되어야만 비로서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거의 3주만에 복귀를 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재방송 같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미방영분 위주로 편집을 했겠지만 팬들의 입장으로서는 아쉬움만 겨우 달랬을 뿐 아직도 배가 고픈게 사실이다.
결국 이 모든 일은 애초에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시작이 어긋난 상태에서 아무리 추가적인 조취를 취한다고 해서 옷의 맵시가 되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애초의 기획의도에 충실하게 편집된 'You & ME Concert'를 방영해서 콘서트의 진면목을 제대로 전달해주길 바랄 뿐이다.
아쉬움만 남은 공연
사실 '재편집판'을 '무자막판'과 비교해서 찬사를 늘어놓는 것은 무의미한 일인지 모른다. 이 둘의 비교에서 이끌어낼 수 있는 결론은 자막, 그래픽, 편집 등 프로그램 전체를 총괄하고 있는 제작진의 중요성을 재확인할 수 있다는 다소 진부한 깨달음밖에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실제 공연과 방송 간의 차이점을 주목하는게 보다 생산적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무한도전의 콘서트는 텔레비전 방영을 목표로 한 일회적 공연이기 때문에 현장에 참석한 팬들이 아무리 감동을 받았다고 한들 안방에서 그러한 느낌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다면 그것은 실패한 공연으로 평가하는 게 타당하다.
그런 점에서 '무자막판'이나 '재편집판'은 모두 어떤 의미에서 실패한 방송이다. 단순히 출연자들이 실수를 연발했기 때문이 아니라 둘 다 원래의 기획의도에 맞게 콘서트 현장을 재구성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무한도전 제작진이 복귀해서 내놓은 '재편집판'은 편집방식, 자막, CG 등 기술적인 측면에서 과거 'Thank you Concert'보다 퇴보한 모습을 보여 지극히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우선 '재편집판'의 전체적인 구성을 살펴보면 연출의도가 어디에 있는가를 쉽게 알 수 있다. 콘서트의 마지막인 'Mo' better blues' 연주를 앞두고 바짝 긴장한 유재석이 실수를 저지르고 마는 모습에서 시작하고 있는 첫 장면은 오랜 준비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공연을 선보이지 못했다는 '아쉬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실제로 방송내용 역시 출연자들의 크고 작은 실수와 미숙함으로 가득 차 있다. 처가댁 식구들이 참석한 공연에서 의욕이 앞서 있던 박명수는 첫 음을 높게 잡는 바람에 음이탈현상(일명 '삑사리')을 내고 만다. 리허설 때 노래 연습을 제대로 하지 않은 노홍철은 실제 공연에서는 음정, 박자를 무시한 채 원곡을 알 수 없는 노래를 불러 방송사고에 가까운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제작진은 자막을 통해 이들의 실수를 꾸짖기도 하고 리허설 장면과의 교차편집을 통해 그러한 실수가 지나친 긴장감과 의욕과잉 혹은 연습 부족이라는 사실을 주지시키고 있다. 특히 합주 장면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저지른 유재석의 경우 리허설 장면과 실제 공연 장면을 대비시켜 그들이 느꼈던 '아쉬움'을 극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는 '재편집판'의 연출의도가 애초부터 공연 자체의 재현에 있지 않고 비하인드 스토리 형식으로 무대 뒷모습을 전달하려 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공연이 끝난 후 무대 뒤의 침울한 풍경을 비중있게 다룬 것이나 '음악여행 라라라' 세트장을 빌려 아쉬움이 남은 합주공연을 만회하려 했던 것 역시 그러한 연출의도를 읽어낼 수 있는 장면들이다.
그런데 문제는 수시로 이루어지고 있는 이런 교차편집이 콘서트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중단시켜 몰입을 방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표현방식이 너무나 구태의연하다는 점이다. '2007 고맙습니다 콘서트' 때 장면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를 쉽게 알 수 있다.
그 당시 'Isn't she lovely?'를 연주하기 전 정형돈이 가수 박선주로부터 보컬 트레이닝을 받는 화면을 참고자료로 내보내 그가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가를 주지시킨다. 공연이 끝난 후에 카메라는 그들을 쫓아가 다음 무대를 준비하기 위해 분주한 무대 뒤의 모습을 출연자들 모르게 무대에 설치된 스크린으로 중계해 콘서트에 대한 그들의 아쉬움을 자연스럽게 관객들과 시청자들에게 인식시키고 있다. 공연에 쏟아부었던 그들의 노력과 최선을 다 했지만 남아 있는 아쉬움이 2008 'You & ME Concert' 재편집판에 비해 훨씬 자연스럽고 유머러스하게 표현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실수가 반복되면 실력이 된다
실제 공연과는 달리 텔레비전용 콘서트 장면은 자막과 CG 등을 통해 현장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재미와 의미를 만들어낸다는 점에 큰 차이점이 있다. 바로 이 요소로 인해 공연 순서에 따라 장면들을 기계적으로 나열하는데 그쳤던 '무자막버전'이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재편집판'이 무한도전 특유의 화면연출을 했다고 해서 '무자막판'에 비해 높은 평가를 받을 이유는 전혀 없다고 보인다. 3주만에 제작진이 복귀했다는 사실에 반가움을 표시할 수는 있겠지만, 그러한 반가움이 방송 자체에 대한 무조건적인 찬사로 이어지게 되면 정당한 평가를 내릴 수 없게 된다.
오히려 '재편집판'은 표현방식의 퇴보로 인해 '무자막판'보다 더 비판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본다. '무자막판'은 언론노조의 파업이라는 불가피한 상황으로 인해 어느 정도 면죄부를 부여받을 수 있지만 '재편집판'에서 보여지는 이질적인 표현방식들은 그 전에도 지적받았던 실수를 그대로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컴퓨터 그래픽으로 연출된 화면 구성방식은 낯설다 못해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이다. 정준하가 '창작동요제'에서 불렀던 노래를 힙합 버전으로 리믹스한 장면에 등장했던 자장면 캐릭터가 춤추는 장면은 '뽀뽀뽀'류의 아동용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정형돈이 노래를 불렀던 장면에서도 꾸벅꾸벅 졸고 있는 만화 캐릭터와 '이 노래 졸린다'는 자막이 함께 등장한 것은 유치할 뿐더러 불필요한 의미의 과잉일 뿐이다. 시커먼 손과 발이 화면 상단과 하단에서 내려와 '손발이 오그라드는' 모습을 연출한 장면 역시 싸구려 공포영화에서나 더 적합할 만큼 생뚱맞고 이질적이긴 마찬가지였다.
더 큰 문제는 자막이다. 물론 무한도전의 전매특허다운 재기발랄한 자막도 여전히 존재했다. '식신' 정준하가 5초 안에 자장면을 먹지 못하자 '요새 배불렀고만'하고 타박하는 자막이나, 박명수와 정형돈이 공동으로 '식상'을 수여받는 장면에서 공동수상을 남발하는 자사를 비꼬는 듯한 'MBC 연말 시상식의 묘미 공동수상'과 같은 자막은 재치가 있다. 하지만 과시하듯 남발된 자막들은 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해 차라리 없느니만 못했다. 특히 전진이 'Dangerous' 공연을 할 때 등장한 궁서체 자막은 최근 무한도전이 보여주고 있는 자막 사용 방식의 문제점을 압축해놓고 있다.
전진의 멋있는 댄스를 표현할 적절한 자막을 고민하다가 시간이 지나고 마는 상황을 표현하고 있는 이 자막들은 과유불급의 극치 자체이다. 간결하면서도 촌철살인과 같은 날카로운 자막이 그 동안 무한도전에 생명력을 부여해왔다면 갈팡지팡하는 듯한 이 자막들은 무한도전의 매력을 반감시키고 있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이 자막은 궁서체 자막의 '캐릭터' 자체를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출자의 목소리를 상징하고 있는 궁서체 자막은 출연자들보다 모든 면에서 약간은 우월한 위치에서 그들의 실수를 비웃거나 까칠한 태도를 보여주면서 인기를 얻어왔다.
그런데 전진에 대한 자막에서는 우유부단하고 '아이돌 스타' 앞에서 한없이 주눅든 모습밖에 표현되고 있지 않다. 멋있는 장면이면 그냥 멋있게 표현하면 되지 '멋있으면서도 재밌는 자막'을 고민할 필요까지는 없어 보인다. 그리고 궁서체 자막이 사용된 이래로 이처럼 횡설수설을 늘어놓은 경우가 있었던가.
한 마디로 최근 들어 반복되고 있는 자막과 연출방식의 문제점은 무한도전 제작진 내부의 문제점을 그대로 노출시키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무한도전의 개척자 김태호 PD가 모든 부분을 직접 챙길 수 없을 만큼 규모가 커진 제작 시스템으로 인해 누수현상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실수와 오류는 무한도전이 그 동안 쌓아온 명성을 좀먹고 있을 뿐만 아니라 출연자들이 흘린 땀방울을 한순간에 무위로 돌아가게 할 만큼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심히 걱정스럽다.
그럼에도 실험은 계속되어야 한다
파업에서 복귀한 무한도전 제작진이 내놓은 'You & ME Concert'는 '재편집판'이 아닌 애초의 기획에 충실한 '감독판'이 되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몇몇 장면들이 반복되기 때문에 재방송을 시청하는 듯한 느낌을 주더라도 그것이 정석이고 또 그래야만 잘못 끼여진 첫 단추를 풀러내고 옷을 제대로 입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도를 걷지 않았기 때문에 '재편집판'은 여전히 불완전할 수밖에 없었으며 그로 인해 여전히 부족함을 느낀 열혈팬들이 이번에는 편집에까지 손을 대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 팬들이 나서서 자꾸 보충하려는 움직임 자체가 무한도전 제작진의 능력이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깨달아야 한다.
김태호 PD는 한 해 동안 방영될 에피소드 기획에만 신경을 쏟지 말고 올해 동안 제작 시스템 전반을 점검하고 재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08년에 방영된 무한도전에 대해 에피소드 전체의 수준이 들쑥날쑥하다는 비판을 받았던 것도 대형 프로젝트에 집중했기 때문이 아니라 제작체계 자체가 불완전했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이 롱런하기 위해서는 안정된 제작환경 구축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더욱이 김태호 PD가 2009년 무한도전이 나아갈 방향으로 제시한 바 있는 "작지만 기발하고 다양한 아이템"과 "소소하지만 아이디어로 승부할 수 있는 프로젝트"로 "디테일이 살아 있는 재미"를 주는데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연출, 편집, 자막 등에 보다 더 신경을 써야만 한다. 과거 무한도전이 다소 빈약한 아이템을 갖고서도 색다른 오락적 재미를 주었던 것도 이 세 박자가 고루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실험정신이 어느 해보다 빛났던 2008년을 엉성하기 짝이 없는 콘서트로 마무리한 것은 너무나 아쉬울 따름이다. 그들이 흘린 땀방울의 진실됨을 믿어 의심치 않지만 그것이 진가를 발휘할 수 있도록 제대로 갈무리되지 못한 채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감독판 You & ME Concert'이 나오기 전까지 그에 대한 평가 역시 미완성인 채로 남아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주지시키며 오늘의 리뷰를 끝맺도록 하자.
by ddolappa
[참고자료]
‘무한도전’PD “캐릭터의 덫에 빠지지 않도록 하겠다”
http://media.daum.net/entertain/all/view.html?cateid=1005&newsid=20081222095108597&p=ned
‘무한도전’ 정신감정 받는다 ‘무도멤버 6人 뇌구조는?’
http://media.daum.net/entertain/all/view.html?cateid=1005&newsid=20090114082909170&p=newsen
김태호PD “리얼리티 과용‥2009년 무도의 대안은?”
http://media.daum.net/entertain/view.html?cateid=1032&newsid=20090114093206467&p=newsen
김태호 PD, "무한도전 6멤버 정신감정 받아봤다"
http://media.daum.net/entertain/broadcast/view.html?cateid=1032&newsid=20090114153238831&p=mydaily
‘무도-콘서트’PD판 역시 달랐다! 그힘은?
http://media.daum.net/entertain/view.html?cateid=1032&newsid=20090118084904854&p=my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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