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52> 멋지게 달려라(Cool Running), 무한도전호!

ddolappa 2009. 1. 30. 17:04

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52> 멋지게 달려라(Cool Running), 무한도전호!

 

 


무한도전 138회 090124 : Last 1 Min.(봅슬레이 특집)

 


리얼 버라이어티를 넘어서


스포츠는 결과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흔히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불린다. 게임의 규칙은 존재하지만 경기의 양상이나 승패는 조작할 수 없고 조작되어서도 안된다는 상식이 통용되기 때문에 스포츠는 인류가 '리얼리티'를 오락으로 수용해온 가장 오래된 장르인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 '리얼 버라이어티' 무한도전이 꾸준하게 스포츠와의 접목을 시도해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 김태호 PD는 "'무한도전'이 지난해와 올해 초 스포츠 관련 특집에 집중해 왔던 것은 스포츠라는 영역이 리얼리티를 가장 극대화 시키고 효과적으로 살릴 수 있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처럼 스포츠와 오락 프로그램의 결합은 쇼에 리얼리티의 긴장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장치라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무한도전이 2008년에 선보인 베이징 올림픽 관련 프로젝트들이나 2009년의 첫 시작을 알린 '봅슬레이 특집'은 무한도전이 처음으로 제시한 '리얼 버라이어티'란 패러다임을 뛰어넘으려는 시도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패미리가 떴다'의 대본 공개 이후 벌어졌던 수많은 논란들과 연관지어 생각할 때 무한도전의 실험이 지닌 가치와 의미는 한층 분명해진다.

 


대본 파문이 남긴 것


'패떴'의 대본 공개가 초래한 논란의 원인과 결과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로 인해 리얼 버라이어티 장르 모두가 내상을 입게 되었다는 것이다. 서로 가족과 같은 관계를 맺고 있는 줄 알았던 출연자들의 인간관계가 실은 대본에 의해 짜여진 것이라는 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되면서 제작진이나 출연자들이 아무리 그 사실을 부인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손상된 신뢰성을 다시 회복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즉 리얼 버라이어티가 장르로 정착하게 된 순간 쇼의 패러다임 자체가 붕괴될 수 있는 위기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대본 공개 파문은 '리얼 버라이어티'가 지닌 구조적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준 사건이었다는 점에서 쇼의 패러다임이 지닌 한계와 가능성을 성찰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래서 이 사건을 계기로 리얼리티의 정도에 따라 '리얼'을 표방하는 프로그램들의 우열을 가늠하려는 시도는 무의미할 뿐더러 논란의 핵심을 놓친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실 무한도전이 처음으로 '리얼 버라이어티'를 선보인 이후 이 장르는 끊임없이 사실성 논란을 일으켜왔다. '무인도에서의 1박2일'이란 포맷을 제시했던 무한도전의 '무인도 특집'이 실제로 무인도에서 촬영한 것인가를 놓고 벌어졌던 논란이나 '1박2일'에서 MC몽이 정말 혼자의 힘으로 숭어를 잡은 것인가에 대한 논란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리얼 버라이어티가 표방하는 '리얼'이 상당히 모호한 개념이란 사실에 기인한다.


리얼 버라이어티쇼는 출연자들을 어떤 상황에 내던지고 그들이 그 안에서 각자의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출연자들이 내던져진 상황 자체는 '리얼'이지만 그러한 상황은 제작진에 의해 미리 준비된 것이다. 캐릭터는 작가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출연자들이 연기를 하면서 내비치는 본심은 실제 성격에 가까운 것이거나 시청자들에 의해 그렇다고 믿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이 모든 과정들이 편집에 의해 '리얼'한 것으로 구축되기 때문에 쇼의 리얼리티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리얼 버라이어티의 '리얼'은 출연자들과 시청자들에게 이중적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는 것으로 관찰된다. 출연자는 캐릭터를 연기할 뿐이라 생각하지만 정해진 대본이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자신의 본래 성격을 노출하며 정체성의 혼란을 경험하게 된다. 노홍철이 '돈가방 특집'에서 박명수가 돈을 빼앗는 행동이 연기인지 진짜인지 헷갈려 하고 있는 것 같아 더 이상 촬영을 못하겠다고 했던 것이나, 앤디가 '우결'을 하차하며 솔비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혼란스러워 하며 "이렇게 계속 가다가는 큰일 나겠구나 싶어서 그만 둔다"고 말했던 것은 그 단적인 예다.

 

 

 


시청자들 역시 출연자의 어떤 말이나 행동을 놓고 그것이 연기인지 아니면 그의 실제 성격인지 혼란스러워 하기는 마찬가지다. 무한도전 내에서 연장자들에게 버릇없이 구는 하하의 행동에 대해 시청자들이 비난을 하면 제작진이 자막 등을 통해 그것은 극중 캐릭터일 뿐 실제 하하는 촬영장에서 예의바른 청년이란 사실을 주지시켰던 것도 혼란으로 인한 소모적 논쟁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정준하의 열차 사건에서도 그의 행동을 눈치 없는 캐릭터를 연기한 것인지 아니면 연예인인 것을 내세워 안하무인의 행동을 한 것인지에 따라 논의의 방향이 달라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다시 말해 리얼 버라이어티가 내세우는 '리얼'은 그 자체로 주어진 자명한 어떤 것이 아니라 포맷 안에서 발견해내야 할 '무엇'이다. 그리고 그 '무엇'은 시청자들이 어떤 입장을 취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쇼의 리얼리티는 증명가능한 사실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이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이 사실일 수 있다는 어떤 믿음에 기초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출연자가 아무리 "리얼이야 리얼, 완전 소름 돋았어"라고 외쳐본들 쇼의 리얼리티는 증명될 수 없다.

 

 



결국 '패떴'의 대본 공개 파문은 '리얼 버라이어티'가 유지되는 한 반복될 수밖에 없는 논란이었다는 점에서 이 장르가 지닌 한계를 노출시킨 사건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게 위해 '1박2일'은 '리얼리티'를 보다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고, 반대로 '우결'이나 '패떴'은 시트콤적 구성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들이 어떤 선택을 했든 무한도전이 제시한 '리얼 버라이어티'의 포맷 안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시청자들의 믿음이나 출연자들의 주장과 상관없이 쇼의 리얼리티를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제시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은 왜 스포츠에 집착할까?


평론가 강명석은 무한도전의 최근 행보를 주목하며 '리얼 버라이어티'를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을 읽어낸다. "그래서 최근 '무한도전'의 변화는 흥미롭다. '무한도전'은 최근 전국체전 에어로빅 대회나 봅슬레이 국가대표 선발대회 같은 ‘리얼리티 쇼’를 찍는다. 출연진들의 진심이 어떠하든, 그들은 제작진이 통제할 수 없는 실제 상황에 부딪쳐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진짜’ 결과물을 보여준다. '무한도전'은 리얼리티 쇼를 통해 캐릭터의 진심과 상관없는 또다른 ‘리얼리티’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한국의 오락 프로그램이 리얼 버라이어티 쇼를 지나,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앞서 김태호 PD가 무한도전이 스포츠 관련 특집에 집중했던 것은 "스포츠라는 영역이 리얼리티를 가장 극대화 시키고 효과적으로 살릴 수 있는 방식"이었다고 말했던 것은 강명석의 주장을 뒷받침해준다. 다시 말해 무한도전은 스스로가 구축해낸 '리얼 버라이어티'의 패러다임을 극복하기 위해 오락 프로그램에 스포츠를 접목시키는 실험을 꾸준히 해왔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평론가 강명석의 예상과 달리 2009년 무한도전은 리얼리티쇼를 안착시키려는 실험을 계속하는 대신 환타지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급선회했다. 이는 두 가지 원인에 기인한다. 


우선 김태호 PD는 "지금까지 에어로빅 특집 등 스포츠 관련 프로젝트 들이 리얼리티라는 측면에 집중해 연습과정과 결과물을 보여주는데 급급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 같은 작업은 반복된 화면 이상을 보여주기 힘들다는 한계를 분명히 인지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시 말해 오락 프로그램과 스포츠 간의 접목만 가지고는 다양한 오락적 재미를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결정적인 이유는 트렌드란 이름으로 리얼 버라이어티 장르가 무분별하게 범람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결', '1박2일', '골드 미스다이어리', '절친노트', '좋아서', '오늘밤만 재워줘', '무한걸스', '다녀오겠습니다' 등 대한민국의 방송계는 '리얼'을 표방한 쇼들로 넘쳐 나고 있다. 그래서 김태호 PD는  "리얼이라는 말이 과용되고 리얼 콘셉트의 프로그램들이 지나치게 많이 등장하면서 예능프로그램이 다양성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하며 "이 같은 상황이 반복 지속된다면 시청자들이 한번에 빠져나가 다같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니까 일부 언론이나 블로거들이 한갓 시청률을 근거로 무한도전은 모모 프로그램에게서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스포츠 관련 대형 프로젝트가 방영되기도 전에 이미 실패한 것으로 비난하는 것이 얼마나 근시안적이며 적절치 못한 분석인가를 알 수 있다. 오히려 비판의 칼날은 성공한 프로그램을 무분별하게 베끼고 다양성을 말살하는 방송환경을 향해야 하는 게 마땅하지 않을까.

 


제작 환경이 바뀌어야 한다


현재 리얼 버라이어티를 표방한 프로그램들이 제작되고 있는 방식을 살펴 보면, 무한도전이 '서울 구경 특집'에서 선보인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김태호 PD는 이 에피소드에 대해 "연출자의 입장에서 이 에피소드는 하루 동안 찍어서 2회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효율성이라는 걸 생각하게 된 경험이었다"고 술회한 바 있는데, '1박2일'이나 '패떴'을 비롯한 대다수의 프로그램들은 하루 동안 촬영을 해서 며칠 간 편집을 한 뒤 2회 분량으로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이에 반해 '봅슬레이 특집'을 비롯한 무한도전의 방송분을 살펴보면 여러 날 동안 촬영된 분량으로 한 회분이 꾸며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심지어 '달력 특집'의 경우 무려 1년 동안 기획된 프로젝트였다. 이처럼 무한도전이 '사전제작' 방식을 도입했던 것은 현재의 제작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양질의 방송을 제작하기 위한 나름의 자구책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평론가 강명석은 리얼 버라이어티가 직면한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오락 프로그램의 제작 환경 자체가 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리얼버라이어티 쇼가 조금씩 한계를 보이는 지금, 오락 프로그램 제작진들은 프로그램에 더 많은 공을 들일 수 있는 시간과 환경이 필요하다. 한국 오락 프로그램은 이제 자신들의 리얼을 증명하는 것을 넘어, 제작 시스템의 변화라는 리얼한 상황에 부딪친 것이다. 그들이 이 미션에 성공할 수 있을까. 리얼 버라이어티 쇼가 진짜 리얼의 길로 가는 것은 지금부터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무한도전이 2008년에 선보였던 대형 프로젝트들은 현재의 열악한 방송환경을 돌파하려는 실험이었다고 할 수 있다. 기존의 제작 시스템에 안주해서 편안하게 프로그램을 제작해나갈 수도 있었겠지만 무한도전은 안주보다는 도전을 선택했던 것이다. 그래서 한 가지 아이템을 여러 날에 걸쳐 촬영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방송분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고 시청자들에게 지루하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무한도전의 문제의식만큼은 결코 소홀히 다루어지거나 무시되어서는 안된다. 물론 이런 맥락을 알 수 없는 사람에게 무한도전의 대형 프로젝트는 "큰 것으로 사람들의 눈을 현혹시키려는 가장 쉬운 땜질", "큰 것으로 대중을 현혹시키려는 속임수", "로또성 프로젝트" 정도로 보이겠지만, 이러한 비난은 논점을 놓친 근거없는 비난일 뿐이다.


무한도전의 대형 프로젝트가 예년에 비해 오락적 재미가 덜 하다는 평을 받는 것은 단순히 스케일 때문만이 아니다. 무한도전이 추구하는 오락적 재미의 방향과 그것의 연출방식이 변화했기 때문에 낯설게 느껴졌다는 것이 오히려 진실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무한도전은 '1박2일'이 지향하는 리얼리티와는 다른 쇼의 리얼리티를 추구하고 있고, '패떴'의 시트콤적 구조와는 차별화된 보다 호흡이 긴 내러티브를 지향하고 있다.


따라서 무한도전의 경쟁상대는 오직 무한도전 자신일 뿐 그 누구도 무한도전에게 가르침을 줄 수 없다. 왜냐하면 무한도전이 현재 가고 있는 길 자체가 이전에는 없던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의 모방으로서 영화, 영화의 모방으로서 현실


'봅슬레이 특집'은 노홍철의 집에서 영화 '쿨러닝'을 보며 도전을 제안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이미 알고 있다시피 '쿨러닝'은 눈조차 구경해본 적이 없던 자메이카 봅슬레이 대표팀이 1988년 캘거리 동계 올림픽에 출전했던 사실에 기초해서 제작된 영화이다. 그런데 무한도전의 봅슬레이 도전은 '한국판 쿨러닝'이라 불리는 봅슬레이 국가대표팀의 선전이 알려지면서 작년 9월부터 준비된 특집이다. 따라서 무한도전이 참조하는 대상은 영화가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이어야 맞겠지만 첫 설정 자체는 그렇지 않다.

 

 



이는 영화 '쿨러닝'이 대중들에게 익숙하다는 사실에 기인한 것이기도 하지만 영화가 현실의 모델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자메이카 대표팀의 선전도 영화를 통해 재현되면서 척박한 환경을 딛고 꿈을 이뤄낸 이야기의 표본으로 자리 잡게 되었고, '2008 아메리칸 컵' 대회에서 한국팀이 동메달을 획득한 사실도 영화 속 이야기가 현실에서 재현된 것으로 인식된다. 즉 영화는 현실을 단순히 모방할 뿐만 아니라 현실의 모델로서 기능한다.


그래서 후쿠야마가 '역사의 종말'을 이야기했을 때 이는 역사 자체가 새로운 사건을 더 이상 만들어내지 못하는 포스트모던한 상황을 지칭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미국의 9.11 테러 사건은 액션 블록버스터의 한 장면을 모방한 사건이고, 한국 봅슬레이 대표팀은 영화 '쿨러닝'의 반복이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노홍철이 영화를 따라해보자는 제안은 '봅슬레이 특집'이 지닌 패러디로서의 성격을 잘 드러내고 있다. 한국 대표팀은 자메이카 대표팀의 패러디이고, 무한도전은 영화를 패러디하면서 한국 대표팀을 환기시킨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국내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봅슬레이 국가대표팀이 겪을 수밖에 없었던 고난을 실제로 체험하고 있다는 점에서 '봅슬레이 특집'은 리얼 버라이어티 형식으로 찍은 영화라 할 수 있다. 언론에 먼저 알려지면서 중단되기도 했던 무한도전의 영화화 작업이 성사되었더라면 이런 형식이 되지 않았을까.

 


겁쟁이들의 용기에 박수를


그래서 '봅슬레이 특집'의 주인공은 현실의 영웅들인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아닌 무한도전의 여섯 멤버들이다. 영화 '쿨러닝'이 실제 사건을 영화적 관점에서 재구성하면서 웃음과 감동을 주었다면, 무한도전판 '쿨러닝'은 국가대표 선수들이 현실에서 경험했을 법할 사건들을 오락적 관점에서 풀어내고 있다.


실제로 선수들은 스타트 훈련장이 국내에 없는 탓에 경사진 아스팔트 도로에서 훈련을 해왔다고 한다. 훈련시설도 변변하게 마련된 게 없었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체력 훈련 위주로 하고, 국제 대회에 출전해서 봅슬레이를 타며 실전감각을 익혀왔다고 한다. 2008년 1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2008 아메리칸 컵' 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했을 때도 대회 주최측에 500달러(한화 약 47만원)의 대여비를 내고 'KOREA'가 아닌 'USA' 마크가 찍힌 골동품 썰매를 타고도 입상하는 쾌거를 거두었다고 하니 '쓰레기 수거용 달구지' 비슷한 봅슬레이를 타고 눈썰매장을 내달리는 무한도전 출연자들은 그보다 더 쾌적한 환경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 거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무한도전 출연자들이 하고 있는 훈련도 허무맹랑해 보이지만 봅슬레이를 실제로 타게 될 때 부딪히게 될 사실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냉동창고에서의 현지 적응 훈련은 '추위'에 대비한 것이고, 강풍기에 매달린 지폐를 젓가락으로 붙잡는 훈련은 체감시속 200km/h의 속도로 달릴 때 뼈 속 깊이 파고드는 '강풍'에 대비한 것이고, 드럼통에 들어가 소음을 견디는 훈련은 봅슬레이 기체와 빙판이 마찰하며 내는 '소음'에 대비한 것이다.


그리고 담력 훈련은 달리기 훈련과 더불어 봅슬레이를 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훈련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것이다. 이미 무한도전에 앞서 2008년에 방영된 '네버엔딩스토리'에서 나경은 아나운서는 기초체력 테스트와 담력훈련을 받고 한국 여성 1호로 봅슬레이를 탑승한 바 있다.


게다가 봅슬레이는 상당히 과학적으로 만들어진 썰매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달리는 기체 내에서 무리한 행동만 하지 않는다면 전복될 위험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송분에서도 잘 살펴보면 눈썰매장에서 출연자들이 타고 내려오는 썰매의 뒷부분에 끈이 매달려 있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고, 시승식 장면에서도 전문선수가 함께 탑승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물론 봅슬레이가 다소 위험한 스포츠로 알려져 있는게 사실이고, 실제 촬영에서도 정형돈과 전진이 부상을 입었기 때문에 출연자들의 안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빅뱅 뮤직 비디오 패러디 촬영 장면에서 박명수가 부상을 당하는 장면에서 보았듯이 아무리 안전해 보여도 부상의 위험은 언제나 존재하는 것이며, 따라서 다소 과장된 부상 소식만 듣고 "자기 멤버들은 사지로 밀어넣고 비인기종목 후원자 역할을 하며 가학적 상황으로 시청률이라는 동앗줄을 쥐려는 태도"라며 김태호 PD를 맹비난하는 태도는 올바르지 못하다.


출연자들의 부상에 대해 김태호PD는 "4박 5일간 훈련 기간 동안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노홍철, 전진 등 여섯 멤버들이 예비 대표팀 선수들과 똑같이 훈련하고 합숙하며 지내 체력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 것은 사실이지만 전진의 어깨뼈 골절이나 정형돈의 허리 부상 등의 이야기는 다소 과장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출연자들의 안전에 대한 문제는 몇 번을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겠지만, "'무한도전' 제작비야 아끼면 되지만 태극마크를 단 봅슬레이 국가대표 팀은 꼭 보고싶다"는 제작진과 출연자들의 소망이 이끌어낸 소중한 결정 역시 존중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평소 놀이기구조차 제대로 타지 못할 정도의 겁쟁이들이지만 이번에 일본에서 국가대표 선발전을 하지 못할 경우 2010년 캐나다 벤쿠버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 출전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제작비를 아끼고 부상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대표팀을 후원한 용기가 어처구니 없는 비난에 가려져서는 결코 안될 일이다.

 


뷰라, blabla, 나불나불


뷰라라는 한 블로거는 '봅슬레이 특집'이 방영되기도 전에 이번 프로젝트의 실패를 예견했다. 그에 따르면 김태호 PD는 "최근 6개월동안 지나친 대형 프로젝트에 눈이 멀어 판에 박힌 무한도전을 계속 찍어내듯이" 만들어냈고, "재미가 없는데 큰 예산을 들여서 무조건 크고 웅장한 특집에 멤버들을 몰아넣고 같은 내용을 3주, 4주간이나 방송하며 지나치게 긴 방송"을 만들어서 시청률을 하락시키는데 근본적 원인을 제공했다고 한다.


게다가 "멤버들에게 적정량 이상의 무리한 요구를 가해 팀워크를 계속 저해"시켰을 뿐만 아니라 무한도전이 가지고 있던 프로그램의 매력을 "겉만 번지르르한 거대 프로젝트와 가혹적인 스케줄 아래서 토막"내놓고 "대형 프로젝트에 집착하며 무조건 헛방망이질을 해서라도 홈런", 즉 시청률 상승에 목을 매달고 있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그래서 봅슬레이편은 "잘못된 행보의 연장선"에 있기 때문에 이미 실패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러면서 뷰라는 "무한도전의 매니아로서 열혈 시청자로서" "향후 무한도전이 PD의 일방적인 욕심에서 비롯되는 로또성 프로젝트로 계속 프로그램을 망치는 일이 없기를" 간곡하게 희망하며 글을 마쳤다.


개인적으로 뷰라라는 블로거의 글을 읽으며 '리뷰'라는 장르가 언제부터 예언이나 픽션 장르로 탈바꿈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그리고 '작은 무형식'만이 무한도전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오락적 재미라고 고집하는 뷰라의 아집은 "쫄쫄이를 입고 몸개그를 하는 것"을 무한도전의 초심이라 주장했던 언론의 주장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그의 글은 제대로 된 분석은 고사하고 사실에 대한 정확한 확인없이 "의문" 또는 "의구심"에 근거해서 무리한 논리를 전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방송되지 않은 미래의 내용에 대해서도 이미 실패한 것으로 단정짓고 있다. 리뷰를 쓰기 위해선 독심술이나 관심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어야 하는가 보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과연 봅슬레이라는 스포츠에 도전할 만한 역량을 지니고 있었는지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전에 방송분량을 채우기 위한 쇼가 아닌 진짜 안전을 위한 봅슬레이 연습이 얼마나 있었는지 의문이다."


"책임자 없는 상황에서 현지로 간 무한도전 멤버들이 방송의 기본조차 준비되지 못한 상황을 맞이했던 점을 놓고 볼 때 운동을 제대로 준비할 수 있었을지 의구심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무한도전 멤버들이 전국체전에 출전할 만한 역량을 갖고 있어서 에어로빅 종목에 출전을 해서 비록 동호회 부문이긴 하나 입상을 할 수 있었던 것일까? 또한 지독한 몸치에 박치인 노홍철이 댄스스포츠를 출 만한 역량을 갖고 있어서 대회에 출전해서 그의 모습을 보고 시청자들이 감동을 받았던 것일까? 봅슬레이 연습이 제대로 이루어졌을까 의심을 품기 이전에 국내의 상황을 먼저 살펴보고 왜 무한도전이 이번 특집을 준비했는가를 알아보는게 이치에 맞는 것은 아닐까?


특히 마지막 문장은 이 블로거가 얼마나 형편없는 논리를 갖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 문장이다. 무한도전 제작진이 언론파업으로 인해 출연자들과 함께 일본 현지로 출국하지 못한 사실에서 봅슬레이 연습을 제대로 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추론을 이끌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뷰라는 몇 가지 과장 보도를 근거로 삼아 망상과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치며 프로그램에 대한 비난을 넘어 김태호 PD에 대한 인신공격마저 서슴지 않고 있다. 그것도 무려 "무한도전의 매니아"의 이름으로 말이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의 특성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면서, 언뜻 보아선 무한도전 안티의 글과 구분하기 어려운 뷰라의 글을 프로그램에 대한 "열혈 애청자"의 충정이 발현된 글로 읽기에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그의 논리에 따라 나 역시 그의 글을 2편밖에 읽지 않았지만 그의 "열혈 애독자이자 매니아"로서 충고를 해보면, 앞으로는 제발 글 앞에 '리뷰'라는 제목을 붙이지 말고 '뷰라의 예언'이나 '뷰라의 소설'이라는 제목을 붙이길 바란다. 블로거의 제목 역시 "뷰라의 점집"이나 "뷰라의 일기예보"정도가 적합해 보인다.


물론 요즘 시국이 뒤숭숭해서 경제를 '예측'했다고 해서 공권력이 발동되는 실정이긴 하나 픽션 장르에 대해서 그럴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혹시 마광수 교수처럼 성애소설을 써서 사회적 금기에 도전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또 달라지겠지만. 그 때는 내가 앞장 서서 뷰라의 석방 운동을 펼칠 생각이니 안심해도 좋을 것이다. 그의 "열혈 애독자이자 매니아"로서 말이다.

 

 

by ddolappa
 

 


[참고자료]


무한도전 김태호PD “봅슬레이특집 관전포인트는 결과 아닌 과정”
http://media.daum.net/entertain/view.html?cateid=1005&newsid=20090114085209917&fid=20090114085809011&lid=20090114085209917


김태호PD “리얼리티 과용‥2009년 무도의 대안은?”
http://media.daum.net/entertain/view.html?cateid=1032&newsid=20090114093206467&p=newsen


리얼 버라이어티쇼│혼돈의 시대, 리얼리티의 맨얼굴(강명석)
http://www.10asia.co.kr/Articles/view.php?tsc=005001000&a_id=330


“리얼 버라이어티라서 대본이 없다는 건 난센스”(‘우리 결혼했어요’ 강제상 작가 인터뷰)
http://www.10asia.co.kr/Articles/view.php?tsc=005001000&a_id=331


리얼버라이어티의 ‘리얼’,진짜?가짜?(배국남)
http://media.daum.net/entertain/broadcast/view.html?cateid=1032&newsid=20090107104050864&p=mydaily&RIGHT_ENTER=R11


‘패떴’의 짜여진 대본이 말해주는 것(정덕현)
http://media.daum.net/entertain/all/view.html?cateid=1005&newsid=20090105141513531&p=poctan


‘리얼’ 환상 깨지니 시트콤이 따로 없네(하재근) 
http://www.sisapress.com/news/articleView.html?idxno=48177


리얼리티 프로의 언리얼리티를 따진다(이여영)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420


'1박2일' 가보니 큐도 컷도 없다… 진짜 리얼!
http://media.daum.net/entertain/view.html?cateid=1032&newsid=20081105065211415&p=hankooki

  

무한도전의 리얼함, 무형식으로부터 나온다(뷰라)

http://labstal.tistory.com/86

 

무한도전, 김태호의 패착이 부른 위기(뷰라)
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2356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