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53>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무한도전 139회 090131 : Last 1 Min.(봅슬레이 특집) 2탄
문제는 소재가 아니라 소재를 풀어가는 방식이다
일본으로 건너가 정식으로 봅슬레이에 입문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는 '봅슬레이 특집' 2탄에선 그 동안 팬들에게서조차 지루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무한도전의 스포츠 관련 특집들에 대한 제작진의 고민이 묻어난다. 그 동안 무한도전의 스포츠 관련 특집들은 팬들에게서조차도 지루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게 사실이다.
특히 2008년말에 방영된 '에어로빅 특집'과 '달력 특집'은 동일한 소재를 무리하게 연장하고 있다는 부정적 인상을 심어주었고, 이러한 불만은 과거와 달리 무한도전이 최근 들어 지나치게 크기와 규모에 집착하면서 자유로운 이합집산에서 오는 특유의 경쾌함을 상실했다는 비판을 들었다. 그래서 시청자들 사이에선 대형 아이템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만연하게 되었고 방영 전만 해도 '봅슬레이 특집'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혼재되어 있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내가 이미 지적했듯 대형 프로젝트의 문제점은 소재를 풀어가는 연출방식에 있지 소재의 규모나 방영 시간 자체에 있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이러한 선입견은 프로그램 제작에 있어 소재의 제한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과거 무한도전이 구사했던 유머 생산방식에 대한 향수는 퇴행적인 태도라고 지적한 바 있다.1)
제작진 사이에서도 이미 이러한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김태호 PD의 인터뷰에서도 확인된다. 그는 스포츠 관련 특집들이 연습과정과 결과물만을 반복적으로 보여주었을 뿐 그 이상의 새로운 오락적 재미를 만들어낼 수는 없었다며 날카로운 자기 진단을 내렸다.
그래서 그는 대형 아이템이 지닌 문제점을 연출 스타일의 변화를 통해 해결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봅슬레이 특집' 1탄이 '클래식' 시절부터 이어온 무한도전식 막무가내 훈련에 초점을 맞춰 버라이어티한 느낌을 주었다면, 2탄에서는 실제 봅슬레이 탑승 훈련이 줄 수 있는 단조로움을 풍부한 에피소드를 활용해 효과적으로 회피하고 있다.
2탄에서 큰 웃음을 유발했던 장면마다 박명수의 활약이 두드러졌던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밀실 방귀사건', '누에 명수', '로키 찮', '밍수히메의 겨울연가', '유반장의 막간 인터뷰', 'DJ풍 진행', '일본 원숭이' 등의 다채로운 모습을 선보이며 거의 모든 상황극을 주도했다. '봅슬레이 특집' 2탄이 웃음 면에서도 부족함이 없었다는 평을 들을 수 있었던 건 온전히 그의 몫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재기 넘치는 연출력이 가미되어 무한도전 스타일의 유머가 완성되면서 그 동안 스포츠 관련 특집이 지녔던 문제점은 효과적으로 해결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밀실 방귀사건' 장면 분석
그런데 2탄에서 재미있게 보았던 장면들은 사실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겨울연가' 패러디는 최지우가 게스트로 출연했던 '미스 코리아 특집'에서 본 것이고, 박명수가 정준하의 라면을 맨손으로 채가는 장면은 '일본 원숭이'와 'So Cool 명수'를 합친 것이다. 내복 차림에 눈밭을 뒹구는 모습은 '뉴질랜드 특집'이나 '특전사 특집' 편에서 이미 본 것이고, 박명수의 'DJ풍 진행 방식'은 '7080 특집' 등을 비롯해 여러 특집에서 그가 선보인 장기 중 하나이다.
그럼에도 그 장면들이 새롭게 다가올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연출의 공이 크다. 특히 자막은 익숙한 모습을 새롭게 포장하기도 하고 낯설게 만들어 그 장면들을 재발견하도록 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장면이 '밀실 방귀사건'이다.
가스를 배출하고 시치미를 떼거나 심지어 다른 동료에게 뒤집어 씌워 웃음을 유발했던 일은 무한도전에서 너무나 흔히 일어나는 사건들 중 하나이다. 그런데 봅슬레이 경기장이 있는 나가노행 버스 안에서 벌어진 그 사건을 자막은 '밀실 방귀사건'으로 표현해 마치 아가사 크리스티의 '오리엔탈 특급 살인'과 같은 '밀실 살인 사건'처럼 묘사한다.
범인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모두가 무죄를 주장하는 기막힌 상황. 그 때 탐정 역할을 맡은 유재석이 출동해 도저히 자백하지 않을 수 없는 질문을 던져 결국 박명수로부터 범행을 자백 받게 된다. 너무나 소소하고 유치하기까지 한 가스 방출사건은 마치 밀실에서 발생한 끔찍한 살인사건처럼 표현되면서 유머가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무한도전의 자막은 익숙한 상황을 낯설게 만들어 주의를 환기시키는데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타 오락 프로그램들의 자막과 차별화된다. 1탄에서 박명수와 정준하가 자체 제작 봅슬레이를 타고 내려오는 장면을 출산이 임박한 산부를 싣고 달리는 총알택시에 빗댄 것이나, 2탄에서 봅슬레이 시승을 앞두고 긴장감이 극에 달한 박명수, 정형돈, 노홍철의 모습을 군입대를 앞둔 청년들의 모습에 비유한 것은 이러한 자막의 쓰임을 잘 보여준다.
무엇보다 '밀실 방귀사건'에서 웃음의 화룡점정을 찍은 것은 '1박2일'에서 MC몽이 자주 사용하던 멘트에 대한 '인용'이다. 그런데 '와 진짜 리얼이야 나 소름 돋았어'란 자막이 아무런 연관없이 갑작스럽게 등장한 것은 결코 아니다. 달리는 차 안에서 지독한 가스 냄새를 맡은 정형돈은 그것이 실제로 일어난 사건임을 강조하며 "진짜야 진짜!"라고 외치게 된다. 즉 정형돈이 증언하는 사건의 '리얼'은 마치 박명수가 진짜 범인인 줄 모르고 있다가 그가 진범임이 밝혀지며 놀랐다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MC몽의 '리얼'로 이어지게 된다.
또한 MC몽의 그 자막은 보다 정확히 말해 '1박2일'에서 직접 인용한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회자되었던 유행어에 대한 인용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그 자막은 2008년 연말 디시인사이드에서 개최된 '2008 병맛 어워드' 멘트 및 애드리브 부분에서 누리꾼들에 의해 당당히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따라서 무한도전의 자막 활용 방식은 정교한 웃음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보다 세밀한 분석을 필요로 한다. 인터넷 유행어에 대한 '인용'을 뭉뚱그려 '패러디'로 정리하거나 상대 프로그램에 대한 '비꼼'으로 치부해 버리는 것은 자막이 주는 오락적 재미의 상당 부분을 놓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기능방식에 대한 이해를 가로막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막은 세계관이다
무한도전의 자막은 바깥 세계의 다양한 영역들에서 인용문을 끌어와 허구의 세계와 현실 세계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쇼 내부의 세계를 더욱 풍요롭게 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타 프로그램의 멘트나 자막, 신문 기사, 만화, 영화, 드라마, 인터넷 유행어, 스포츠 등 다양한 원천들이 무한도전의 자막 안으로 흘러들고 있다는 점에서, 무한도전의 자막은 우리 시대의 문화적 트렌드를 반영하는 백과사전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봅슬레이 특집'에서도 '불꽃남자 하찮은'은 '슬램덩크'에 나오는 정대만의 닉네임에서 차용된 것이고, '최신 수분 공급 피부 촉촉 솔루션'은 화장품 광고에서, '병풍이형! 깨어나세요, 용사여!'는 인터넷 유행어에서, 그리고 '때늦은 개그 천하 삼분의 계'는 '삼국지'에서 각각 유래한 것들이다.
무한도전의 자막은 초창기부터 인터넷 유행어를 적절하게 등장시켜 매니아들을 열광시켰다. 공중파에서 인터넷 은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며 자신들의 마이너적 감수성을 자극하는 개그를 시청할 수 있다는 건 분명 충격적 경험이었고, 그래서 당시만 해도 낯선 개그 스타일을 갖고 있었던 무한도전은 오직 매니아들 사이에서만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이후 무한도전이 10% 중후반대의 시청률을 3년 넘게 유지해왔다는 사실은 매니아적 성격과 대중성을 성공적으로 결합시킨 최초의 사례란 점에 큰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 무한도전은 소수의 매니아층을 기반으로 성장한 프로그램이었다는 점에서 온가족이 웃고 즐기는 일요일 오후 시간대의 오락 프로그램이 될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즉 '이산 특집'에서 3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김태호 PD가 정확히 알고 있듯 예외적 사건이었지 무한도전이 도달해야 할 최종 도착지점도 아니고 반드시 유지해야 할 목표치도 아니다.
문제는 언론에서 자꾸만 시청률 경쟁을 부추기다 보니 매니아 팬들 사이에서도 무한도전이 보다 대중성을 지녀야 한다는 주장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주말마다 언론은 분당 시청률까지 들먹이며 마치 경마 중계라도 하듯 순위경쟁에 몰아넣는데,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시청률 1위 프로그램은 항상 1위를 기록해야 하며 경쟁에서 밀린 프로그램은 모두 폐지되어야 마땅하다.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느낀 만족도를 수치로밖에 환원할 줄 모르는 인터넷 기사들의 논리 밑에는 우리 사회의 승자독식구조가 교묘하게 은폐되어 있다. 1등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무시해도 좋다는 태도는 문화를 경제논리에 복속시켜 문화적 다양성을 말살하는 문화 파괴적 행위에 불과하다. 도리어 경제가 어려울 수록 기승을 부리는 이러한 경제적 야만주의에 저항할 수 있어야만 어려운 시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지혜와 힘을 문화로부터 얻을 수 있다.
자막과 관련된 또 다른 문제점은 최근 들어 무한도전의 자막이 매니아들도 부담스러워 할 만큼 극악의 매니아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대체에너지 특집 2탄'에 등장한 장근석의 홈피글에 대한 패러디나 '에어로빅 특집'에 사용된 '1박2일'의 감동 자막에 대한 패러디가 그 예이다. '봅슬레이 특집'에 쓰인 '깨어나세요, 용자여!'와 같은 인터넷 패러디나 소녀그룹 '카라'의 노래가사에 대한 패러디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매니아성과 일반성을 기준으로 자막을 범주화시켜보면 이 문제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 출처를 모르고 시청해도 웃을 수 있고 유래를 알면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다면, 그 자막은 매니아 문화를 보편화시킨 성공적 사례라 할 수 있다. 무한도전이 대중성을 추구한다면 이러한 결합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다음으로 그 유래를 알지 못하면 웃을 수 없지만 패러디된 대상을 알고 있다면 웃을 수 있는 경우는 대중성에 거리를 두고 보다 매니아적 방향으로 나아간 것이라 할 수 있다. 시청률 문제로 팬들이 걱정하는 있는 대목은 사실 이러한 간극이 날로 커지고 있는 경향이라 하겠다.
가장 최악의 경우는 설령 그 출처를 나중에 알게 되더라도 결코 웃음이 유발되지 않는 경우라 하겠다. 매니아 팬들로부터도 외면받는 가장 나쁜 자막 사용의 경우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에어로빅 특집'이나 '유 앤 미 콘서트' 자막버전에 등장했던 몇몇 자막들이 포함될 수 있다.2)
개인적으로 가장 우려하는 경향은 세 번째 사례들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보다 정확히 말해, 자막을 놓고 팬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릴 수 있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라 할 수 있다. 최소한 그 이전까지 자막에서만큼은 견해의 차이가 거의 없을 정도로 무한도전의 자막은 탁월한 감각을 자랑해왔고 그 감각은 여전히 녹슬지 않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한 확신을 흔들리게 하는 현상이 최근 들어 종종 발생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위기의 징후다.
무한도전의 자막은 전에도 이야기했듯이 프로그램 내에서 단순히 장식적이고 부가적 기능만을 하고 있지 않다. '악마의 아들'이나 '어색 형돈'처럼 출연자들의 캐릭터를 잡아주기도 하고, 그들의 모자란 부분을 꾸짖고 꼬집으며 '대한민국 평균 이하'라는 특유의 분위기와 세계관을 구축할 수 있었던 건 온전히 자막의 공이었다.
따라서 몇몇 자막의 표현방식들이 눈에 거슬리는 현상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것은 일시적인 실수나 착오로 무시해서는 안되는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자막의 균열현상은 무한도전의 세계관을 뒤흔들 수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자막에 오탈자가 많은 것은 이미 유명해서 그것을 찾아내는 것도 무한도전을 시청하는 재미의 한 요소로 자리를 잡았지만, 출연자들의 신변에 관련해서는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 자막을 입혀야 한다. 하하가 직접 쓰지도 않은 '사회에서 먹는 마지막 햄버거'란 자막 때문에 그가 네티즌들로부터 지속적으로 비난을 받았던 사례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출연자들의 입지를 스스로가 좁히는 어처구니 없는 결과만 초래될 뿐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봅슬레이 특집'에서도 이와 유사한 자막을 발견할 수 있다. 정준하가 봅슬레이 1대 구입가격이 1억이란 말에 놀라 자신들이 사야하는 것이냐고 묻자 '이 형 신병 때 총 사러 P/X 갔을 게 분명해'라며 그를 조롱하는 자막이 등장했다. 하지만 실제 정준하는 4대 독자로 군면제를 받았다. 분명 이 자막은 흔히 들을 수 있는 군대 관련 농담을 패러디한 것이지만 특히 군 문제에 민감한 우리나라에서 소모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던 자막이라 할 수 있다.
허구와 현실을 잇는 가교로서 캐릭터
리얼 버라이어티를 형성하고 있는 중요한 구성요소 중 하나는 캐릭터다. '리얼'이 대한민국 예능의 트렌드로 자리를 잡게 되면서 동시에 캐릭터 전성시대가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무한도전이 탄탄한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데 비해 빠른 시간 내에 출연자들의 캐릭터를 설정하려는 무리한 시도를 하다 보니 대본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던 것이다.
그런데 '리얼 버라이어티'란 명칭이 형용모순이듯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프로그램의 성격과 '캐릭터'란 요소는 서로 충돌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대척점에 놓인 요소들이 역으로 상호보완적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냈다는 점이 리얼버라이어티쇼가 개척한 독자적 영역이라 할 수 있다.
기존 버라이어티쇼의 패러다임은 '리얼리티'를 흡수해 보다 강력하고 자극적인 쾌감을 만들어내고, 리얼한 소재들이 지닌 위험요소는 버라이어티쇼의 틀 내에서 안전하게 수용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해놓고 있다. 이처럼 양극에 놓인 모순적 요소들을 연결짓는 다리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바로 캐릭터이다.
무하도전은 캐릭터를 출연자의 실제 성격과 인간관계를 기반으로 해서 설계함으로써 '버라이어티'와 '리얼리티'의 조화를 만들어냈다. 그래서 '1인자' 유재석에 대한 '2인자' 박명수의 질투와 시샘은 현실에서 그가 유재석에게 갖고 있는 마음을 반영하고 있으며, 박명수와 정준하의 묘한 신경전은 과거 공채출신 개그맨과 특채출신 개그맨 간의 갈등이 투사된 것이다.3)
문제는 실제와 허구가 '캐릭터', 즉 출연자들의 성격을 구심점으로 삼아 연결되고 있기 때문에 리얼 버라이어티가 표방하는 '리얼리티'는 증명될 수 없다는 것이다. 평론가 강명석이 대본논란에서 꿰뚫어본 핵심은 바로 이것이었다. 쇼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순간 '진심'에 기반한 쇼의 리얼리티마저 흔들리고 만다.
더 이상 '동네 바보형'이 아니고 싶은 '동네 바보형'
게다가 캐릭터는 두 세계로부터 동시에 영향을 받을 수 있고, 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한 세계에서 발생한 사건은 다른 세계를 뒤흔들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정준하가 '그 사건' 이후 무한도전에서 '동네 바보형' 이외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던 사정은 이를 증명한다.
사실 정준하의 바보 캐릭터가 지닌 문제는 캐릭터 자체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가 그러한 역할을 고수할 수밖에 없었다는 데 있다. '영구'와 '맹구'처럼 바보 캐릭터를 갖고 뜨지 못했던 코미디언이 없었을 정도로 바보 역할은 한국의 대중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왔던 인기 캐릭터였다. 정준하가 '노브레인 서바이버'에 출연해 큰 인기를 끌었을 때만 해도 바보 캐릭터의 계보를 잇는 걸출한 스타가 탄생했다는 평을 들었던 것도 이러한 전통 때문이었다.
그러나 극중에서나 하던 바보짓을 현실에서 하는 것을 보는 것은 그리 유쾌한 경험이 아니었고, 신뢰성을 상실한 바보 역할에 대중은 싸늘한 시선만을 던질 뿐이었다. 코미디언을 보고 웃기는 커녕 짜증과 불쾌감만을 느끼게 된다면 당사자로서도 그리고 그가 출연하는 프로그램 입장에서도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내려진 조취가 정준하의 캐릭터가 지닌 문제점을 공론화하는 것이었다.4) 이미 정준하는 '특전사 특집'이나 '창작동요제' 등에서 자신의 배역에 불만을 토로해왔고, 급기야 '매니저 특집' 편에서는 방송작가들과 PD들의 입을 통해 그의 캐릭터가 지닌 문제점이 낱낱이 까발려졌다. 이런 강력한 대응방식은 그가 얼마나 심각한 고착상태에 놓여 있는가를 반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 번 정해진 캐릭터에서 벗어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잘 보여준다.
무한도전 제작진의 그 다음 전략은 정준하를 '비호감' 연예인에서 탈피시키는 것인데 바로 '봅슬레이 특집'에서 그러한 전략이 구사되고 있다. 냉동창고 안에서 박명수가 내건 상품을 시청자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정준하는 얼음물에 손과 발을 담그는 쇼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 실제 효과에 대해서는 심히 의심스럽지만 확인할 수 있는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가 자신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을 대중들에게 주지시켰다는 점이다.
물론 일회적 퍼포먼스로 당장에 새로운 캐릭터가 만들어지지는 않았지만 그의 의지만큼은 시청자들에게 충분히 전달되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제 남은 일은 이후 무한도전에서 그가 보여주는 모습에 따라 이미지 개선 프로젝트의 성공여부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바람은 그가 이미지 개선을 위해 이벤트성 행사로 대중의 환심을 사려 하지 말고 재능으로써 승부를 보라는 것이다. 대중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은 굳이 연예인이 아니어도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좋은 배우로 기억되는 건 오직 그 직업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연기자란 직업이 대중들에게 어필하는 이미지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사생활 면에서도 보다 주의를 기울여야겠지만, 그의 삶을 불멸로 이끄는 것은 배우로서 그가 갖고 있는 재능을 통해서만 가능할 뿐이다.
관계의 그물망 속에 놓인 캐릭터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캐릭터가 지닌 중요성은 다양한 캐릭터들 간의 상호충돌에서 풍부한 이야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캐릭터 자체가 지닌 매력도 중요하지만 그 캐릭터가 다른 캐릭터들과 맺고 있는 관계가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있어 더욱 핵심적이라 할 수 있다. 인물들이 매번 엇비슷한 이야기들만 만들어낸다면 시간이 지날 수록 프로그램이 지닌 매력이 반감되는 건 불 보듯 자명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무한도전이 3년 넘게 현재의 체제를 유지해 올 수 있었던 것은 상당히 놀라운 일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적절한 대책이 효율적으로 구사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선 무한도전은 캐릭터의 식상함을 피하기 위해 끊임없이 캐릭터 변주를 시도했다. 박명수가 '벼멸구', '치킨 CEO', 'Eye of 살쾡이', '악마의 아들', '일본 원숭이', '하찮은 형', 'So Cool 명수', '아버지', '민서애비' 등 벌써 40여개가 넘는 캐릭터를 소유하고 있는 것도 그러한 전략의 일환이라 하겠다.
그 다음으로 출연자들의 인간관계를 살펴 이를 다시 프로그램 제작에 반영하는 방식을 선택함으로써 관계의 변화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정형돈과 하하의 '어색한 사이'를 몰래 카메라를 통해 증명한 후 '친해지길 바라'를 만든 것이나, 매번 아옹다옹 다투는 박명수와 정준하의 경쟁관계를 '주간 시트콤 하와 수'로 풀어낸 것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출연자들을 새로운 상황에 놓이게 해서 캐릭터와 인간관계의 변화를 이끌어 낸 것도 무한도전이 지속적인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일정한 포맷이 없다는 것을 특징으로 갖는 무한도전은 자신의 최대 약점일 수 있는 부분을 최고의 장점으로 현명하게 전환시킬 수 있었기 때문에 아직까지 싱싱한 생명력을 과시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고정멤버였던 하하의 하차와 전진의 새로운 투입은 상당한 위험부담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던 일이었다. 그로 인해 어떤 식으로든 프로그램이 변화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굴러들어온 놈' '잔진'의 영입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고, 기존 출연자들과도 비교적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게다가 '젊은피' 전진을 수혈받고 한 동안 침체되어 있었던 프로그램이 새롭게 활력을 얻을 수 있던 것도 큰 성과라 하겠다.
다만 전진의 캐릭터가 반년 넘게 상당히 모호하게 남아 있던 것은 흠이라면 흠이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는 '대한민국 평균이하'를 자처하는 인물들 사이에 체력과 기량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월등한 아이돌 스타가 속하게 되면서 그들의 관계가 명확하게 구분지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문제가 '봅슬레이 특집'에서 명쾌하게 정리될 수 있는 단서를 찾았다는 것도 이번 특집이 거둔 또 다른 성과라 할 수 있다.
이미 전진은 '에어로빅 특집' 등에서 뛰어난 능력 때문에 다른 출연자들을 더욱 초라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왔다. 원래부터 궁색과 빈곤을 콘셉트로 삼아왔기 때문에 전진은 존재만으로도 그러한 차이를 부각시킬 수 있었다. 다른 출연자들과 대조적 관계를 형성해 그들을 더욱 희극적으로 만드는 역할은 '봅슬레이 특집'에서 보다 선명하게 부각된다.
특히 공항 입국 장면에서 '한류 스타' 전진이 일본팬들로부터 환호를 받았던 반면, 다른 출연자들은 철저하게 무시되는 광경은 전진과 다른 출연자들의 관계를 극단적으로 압축해놓고 있다. 심지어 한국에서는 '국민MC'라는 칭호를 받던 유재석이 팀의 막내 전진의 일일 매니저 역할로 전락하는 모습은 그 동안은 전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놀라운 관계 변화라 할 수 있다. 유재석의 굴욕적 경험은 그에게는 개인적으로 수치로 남겠지만, 무한도전을 위해서는 유익한 발견이었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환대받는 전진의 모습을 보여 동요하는 다른 출연자들의 모습도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일본 특집'에서 이미 아픈 경험을 한 바 있는 정준하는 혼자 늦게까지 일본팬들에게 손을 흔들며 허세를 부렸고, '거성' 박명수는 철저하게 고립된 채 방치되는 수모를 당했다. '아이돌' 전진을 원래부터 부러워했던 '돌+아이' 노홍철은 일본팬들이 흔드는 깃발에 쓰인 전진의 약칭 'J.J.'를 '조증'으로 해석해 자신에 대한 환호로 받아들이는 호기를 부리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돌 스타'이자 '한류스타'인 전진도 일단 무한도전에 들어온 이상 내복 차림으로 눈밭을 뛰고 뒹굴어야만 했다. 다른 출연자들과 대비되어 그들에게 굴욕과 수모를 안기며 웃음거리로 만들었다면, 이제는 전진이 그들의 역할을 대신할 차례인 것이다. 게다가 그는 박명수와 마찬가지로 쌍꺼풀 수술을 받은 '성형인'이라는 좋은(?) 공통점을 이번 특집을 통해 확인받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평균이상의 능력을 보여주는 전진의 존재로 인해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의 성격이 모호해지기는 커녕 더욱 뚜렷해진다는 것은 자명한 노릇이다.
따라서 김태호 PD가 '봅슬레이 특집'에서 전진의 비중이 더욱 커졌고 그의 캐릭터가 더욱 확고해졌다고 말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비록 뚜렷하게 만들어진 캐릭터를 얻지는 못했지만 그가 다른 출연자들과 맺는 관계와 프로그램 내에서 맡고 있는 역할을 분명하게 정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은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어깨부상에도 불구하고 굳이 스켈리톤 선수로라도 출전하겠다고 고집하는 전진의 무모한 열정은 다른 출연자들의 승부욕과 열정을 자극했을 거란 점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이다. 무한도전은 눈에 띄지 않는 그런 사소한 요소들이 결집해 큰 에너지를 발산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부터 주목할 점은 개념으로 아직 정리되지 않는 그런 미시적 부분들을 무한도전이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캐릭터의 덫에 빠지지 않겠다
김태호 PD는 "캐릭터의 덫에 빠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자신의 프로그램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캐릭터' 때문인데 '캐릭터의 덫'에 빠지지 않겠다니 조금 이상하지 않은가.
조금 더 쉽게 그의 말을 이해해보면, 리얼 버라이어티의 남용이 오히려 이 장르의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던 것과 동일한 맥락에서 그의 발언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즉 캐릭터 전성시대가 오히려 예능 프로그램 전체로 봐선 해로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캐릭터의 덫'이란 표현를 사용한 것도 캐릭터에 사로잡혀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실 무한도전의 캐릭터가 남다른 구석을 지닌 까닭은 출연자들의 심리상태와 인간관계에 대한 세심한 통찰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태호 PD가 고립된 상태에 놓인 인간이 극단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용해 '뉴질랜드 특집'이나 '동해 가스전 특집'을 기획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프로그램 제작 마인드 안에 인간에 대한 탐구정신을 항상 놓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리얼'과 '캐릭터'를 내세운 오락 프로그램들 중 인간에 대한 탐구정신을 놓치지 않고 프로그램 제작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경우가 얼마나 되고 있는 지 궁금할 따름이다. 최근 신지와 솔비가 '절친노트'에 출연한 뒤 음반홍보를 위한 목적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어난 것도 따지고 보면 인간관계마저 상품화시키고 있는 현 세태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캐릭터에 집착하게 되는 순간 그 너머에 있는 '어떤 것'을 보지 못하게 되는 효과를 낳는다. 그로 인해 배우는 하나의 캐릭터로 굳어질 경우 새로운 모습을 드러내는데 곤란을 겪게 되기도 하고, 시청자들은 캐릭터로만 한 인물의 모든 것을 재단하려는 습관을 갖게 되기도 한다.
따라서 김태호 PD가 '캐릭터의 덫'이라 표현한 데에는 여러 가지 사실들이 복합적으로 함축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그 표현은 안전한 물품만 대량으로 유통되는 최근의 추세를 우려하며 캐릭터가 아닌 다른 장치를 통해 새로운 오락적 가치를 만들어내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봅슬레이 특집'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시속 140km/h로 달리는 봅슬레이에서도 카메라를 놓치지 않아 큰 화제가 되었던 유재석의 투철한 직업정신은 겁많고 경망스러운 그의 평소 캐릭터로 설명될 수 없는 새로운 면모였다. 극한의 상황에 놓인 인간이 무의식적으로 보여주는 의지와 결단은 캐릭터란 가면 너머에 있는 그의 꾸밈없는 인간성을 드러내며 대중들에게 자연스러운 감동을 이끌어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봅슬레이 특집'을 유심히 관찰해보면 요소요소에 배치된 이러한 장면들에 의해 프로그램 전체가 꾸며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가령, 그냥 달리기만 했다면 밋밋하게 끝날 수도 있었을 기초체력 테스트 장면에서 웃음을 이끌어낼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던 것은 박명수였다. 그는 속도를 내기 위해 옷가지 몇 벌을 벗는데서 그치지 않고 내복차림이 되면서 다른 출연자들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이는 그가 웃기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마다하지 않을 사람이란 걸 잘 보여준 장면이다. 2008년 연말 시상식에서 개그맨 황현희가 웃음을 위해선 자신의 영혼을 악마에게 파는 행위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다면, 박명수는 이미 웃음을 위해 자신의 부모마저 악마로 만들고 자신은 '악마의 아들'로 태어난 사람이다.
또한 박명수는 봅슬레이 탑승훈련에서 몇 차례나 실수를 반복하며 의기소침해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겉으로는 강한 척하지만 실은 굉장히 소심하고 상처받기 쉬운 성격의 소유자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그리고 정형돈과 노홍철이 봅슬레이를 탑승할 때 곁에 다가가 헬멧을 고쳐주는 모습은 평소 무한이기주의의 화신같은 그이지만 팀 내에서 나름 맏형의 역할에 충실하려는 마음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러한 사실은 '댄스스포츠 특집'을 통해 확인된 바도 있다.
'봅슬레이 특집' 2탄에 등장하는 출연자들의 이런 성격적 요인들은 3탄에서 본격적으로 전면에 등장할 갈등에 대한 복선의 역할을 하고 있다. 전진과 정형돈의 연이은 부상, 스케줄 문제로 한국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노홍철의 부재, 그로 인해 극심해 지는 인간적 갈등 등이 치밀하게 얽히면서 3탄은 리얼 버라이어티의 범주를 뛰어 넘는 새로운 쇼로 비약하게 된다. 새가 알을 깨고 태어나듯 무한도전은 '봅슬레이 특집'에서 스스로가 만들었던 틀거리를 부수며 또 다른 변신을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by ddolappa
[참고자료]
1. 무한도전의 장기 프로젝트가 지닌 의미에 대해서는 다음 글을 참조할 것.
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48> 올해의 마지막 달력을 뜯어내며
http://tvzonebbs6.media.daum.net/griffin/do/talk/gallery/challenge/read?bbsId=S000054&articleId=31490&pageIndex=1&searchKey=daumname&searchValue=
2. 최근 자막 사용의 문제에 대해서는 다음 글을 참조할 것.
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46> '에어로빅 특집'을 통해 잃은 것과 얻은 것
http://tvzonebbs6.media.daum.net/griffin/do/talk/gallery/challenge/read?bbsId=S000054&articleId=31202&pageIndex=2&searchKey=daumname&searchValue=
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51> 잘못 끼여진 첫 단추
http://tvzonebbs6.media.daum.net/griffin/do/talk/gallery/challenge/read?bbsId=S000054&articleId=32509&pageIndex=1&searchKey=daumname&searchValue=
3. 무한도전이 초기에 어떻게 캐릭터를 구축해 나갔는지에 대해서는 다음 글을 참조할 것.
무한도전 History - 무한도전 퀴즈의 달인 1회(2005.12.17.) : 퀴즈의 달인 첫 회, 마봉춘 등장
http://tvzonebbs.media.daum.net/griffin/do/talk/program/challenge/read?bbsId=178_a&searchValue=&articleId=5462&pageIndex=1&searchKey=
무한도전 History - 무한도전 퀴즈의 달인 15회(2006.3.25.) : MT특집
http://tvzonebbs.media.daum.net/griffin/do/talk/program/challenge/read?bbsId=178_a&articleId=5269&pageIndex=1&searchKey=daumname&searchValue=
4. 정준하의 '바보 캐릭터'가 지닌 문제점에 대해서는 다음 글을 참조할 것.
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37> 냉정과 열정 사이 -1/2-
http://tvzonebbs6.media.daum.net/griffin/do/talk/gallery/challenge/read?bbsId=S000054&articleId=30907&pageIndex=2&searchKey=daumname&searchVa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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