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476회

ddolappa 2016. 4. 18. 00:18

 

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476회
- 토토가 시즌2_젝스키스 1탄(160416)

 

 

 


소수 유닛으로 제작된 에피소드

 

      해마다 봄이 되면 떨어지는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무한도전이 새롭게 꺼낸 카드는 '토토가'였다. 2014년 연말에 방영되어 숱한 화제를 불러왔던 이 에피소드 당시 김재덕과 장수원은 출연은 했지만 아쉽게도 젝스키스의 공연으로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무한도전 제작진의 집요하고 치밀한 섭외 끝에 '토토가'는 '게릴라 콘서트' 형식을 빌어 완전체 젝스키스를 소환하는데 성공했다.

 

      여기서 몇 가지 눈에 띄는 포맷 상의 변화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우선 2년 주기로 연말에 기획되는 에피소드로 예상됐던 '토토가'는 이제 젝스키스처럼 해체되었다가 다시 합체를 원하는 팀들이 생겨날 때마다 출연을 고려해볼 만한 비정기 프로젝트로 변화했다. H.O.T.나 S.E.S. 등 과거에 해체를 선언했거나 자연스럽게 팀 활동에서 개별 활동으로 전환된 그룹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포맷이 보다 유연한 형태로 변화한 것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또 보안 상의 이유로 나머지 멤버들이 배제된 채 유재석과 하하만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 역시 흥미로운 변화이다. '토토가' 당시 출연자들이 기획자 역할을 겸해 모든 출연 가수들을 직접 섭외해야 했기 때문에 다수의 멤버들이 필요했지만, 이제 섭외는 제작진이 담당하고 진행을 맡을 소수의 멤버만 있어도 무한도전이라는 쇼를 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과거 하나의 주제를 선정해서 멤버들 각자의 단독 촬영으로 하나의 에피소드를 제작한 적이 있지만, 일종의 소수 유닛으로만 무한도전이 제작되기 시작한 것은 '힙합의 신-MC 민지' 편이 방영된 이후의 변화이다. 분명한 사실은 앞으로 정준하 단독 촬영으로 진행되는 에피소드가 몇 편 가량 예정되어 있고, 그 안에서 다른 멤버들에게 어떤 역할이 주어질 지는 확실치 않지만, 소수 유닛 으로만 제작된 에피소드를 올해 안에 다시 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과거 무한도전 멤버들이 온전히 전부 출연하지 않으면 더 이상 무한도전이 아니라고 주장될 만큼 강력한 팬텀을 형성하고 있는 프로그램에서 이것은 결코 작은 변화가 아니다. 과거였다면 시청자들로부터 상당한 반발을 불러왔을 모험이 시도될 수밖에 없었고, 또 그것이 보안 상의 이유로 납득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시청자들 모두 결원이 발생했지만 인력의 보충이 쉽지 않은 현실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는 이번 에피소드처럼 충분한 재미를 줄 수만 했다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유재석과 하하, 십년 내공의 찹쌀떡 호흡

 

      유재석의 개그 커플로 흔히 박명수를 많이 떠올리긴 하지만, 사실 하하 역시 10년 넘게 유재석과 호흡을 맞춰온 훌륭한 개그 파트너이다. 무한도전 외에 '런닝맨' 등 유재석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 하하를 발견하게 되는 건 그가 유재석에게 아부를 잘 했기 때문이 아니라(그건 어디까지나 하하의 캐릭터일 뿐!), 탁월한 개그 감각과 상황 판단능력을 겸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재석이 그간 진행을 하며 전혀 만나보지 못한 캐릭터인 이재진 때문에 당황을 할 때마다 하하는 재치있게 상황에 개입해서 분위기를 전환시키는데 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하 덕택에 유재석은 '승모근 개그'나 '난 프로니까'와 같은 코미디를 선보일 수 있었다. 또 다른 멤버들에게 무조건 부정적인 반응을 하고 보는 젝스키스의 리더 은지원과 무한도전의 리더 유재석과의 유사점을 지적하거나, 팀 해체 이후 함께 모여 합을 맞춰본 적이 있느냐는 유재석의 질문에 90년대 스타일의 성장 드라마라며 그를 놀리는 등 하하는 박명수와는 다른 스타일의 듀오 개그를 선보였다. 박명수가 주로 유재석에 의해 놀림감이 됨으로써 웃음을 유발한다면, 하하는 종종 유재석을 놀림으로써 웃음을 유발하곤 했다. '유느님'으로 거의 신격화되다시피 하고 있는 '개그맨' 유재석은 어쩌면 하하처럼 자신을 공격해줄 수 있는 스타일의 개그 콤비를 만나야 '개그맨'으로서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캐릭터와 관계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소수의 출연자들만으로도 무한도전의 쇼의 색깔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섭외된 게스트들에게 무한도전 스타일의 캐릭터를 부여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20년 전과 유사한 헤어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는 강성훈에게는 '냉동인간'이란 별명이 붙어졌다. 이재진이 없더라도 팀의 해체 선언을 했을 거라 주장하는 은지원에게는 '극단적 현실주의 리더'란 자막이 붙었다.  또 모든 사안을 낙관적으로 전망하려는 김재덕에게는 그의 '긍정적' 성격이 부각되었다. 장수원에게는 그의 연기 스타일로 인해 자막과 CG를 활용해 감정이 없는 '로봇'으로 캐릭터화했다. 가장 독특한 캐릭터를 선보인 이재진에게는 수많은 자막과 특수효과를 이용해 그의 캐릭터를 다듬은 끝에 '모난 4차원'이란 캐릭터를 정제해냈다.

 

 

 

      이러한 캐릭터 설정이 가능하고 또 납득될 수 있는 까닭은 게스트들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는 근황 토크 덕택이다. 대화를 통해 획득한 정보를 시청자들에게 단순히 전달하는데 머무는 것이 흔한 토크쇼의 1차적 목표라며, 무한도전은 이러한 정보를 활용해 게스트들에게 캐릭터를 부여하는데, 이것은 흡사 예능이란 마을에 출입할 수 있는 신분증과 같은 역할을 한다. '라디오 스타' 역시 이러한 캐릭터화 작업에 상당히 능통한데, 그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의 캐릭터를 부여받은 출연자들이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 섭외되어 활동했던 수많은 경우를 생각해 보면 이것이 어떤 의미를 지닌 것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를 추억하는 대화는 게스트들 간의 현재 관계를 설정하는데도 결정적 역할을 한다. 리더 은지원과 이재진은 '블랙 키스' 유닛으로 묶여 있지만, 사사건건 의견대립을 할 만큼 긴장 관계에 있다. 하지만 이재진은 팀 리더 은지원보다 H.O.T.의 토니에게 더 친근감을 표시하는 김재덕과 장수원에게 반발하며 은지원을 선택하지만, 오히려 은지원은 혼자 지내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이재진을 거부한다. 또 김재덕과 장수원은 'J-Walk'로 함께 활동할 만큼 친분이 두텁지만, 김재덕은 자신의 덕택으로 장수원이 활발한 방송활동을 하게 되었음에도 요즘들어 자신을 발 아래에 있다고 무시한다며 분통을 터트린다.

 

 

새로워진 '토토가 시즌2'

 

     '토토가 시즌2'가 '토토가 시즌1'에 비해 색다르게 다가오는 지점이 바로 여기인데, 젝스키스라는 한 그룹에 집중하다 보니 인물들 상호간의 관계가 더욱 부각되어 '캐릭터쇼'를 보는 듯한 즐거움을 준다. 노래방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김재덕과 장수원이 아옹다옹 다투는 모습을 보며 유재석이 서서히 본래의 모습이 나오고 있다고 말한 장면은 '토토가 시즌2'의 어떤 핵심을 건드리고 있다. 즉 과거 젝스키스 멤버들 간의 관계는 어떤 것이었고, 현재는 어떤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또 무한도전에서 재겹할한 이후 그들의 관계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여기에 해체선언 후 16년간 방송을 떠나 조용히 개인의 삶을 살고 있었던 고지용의 합류 여부는 무한도전 제작진이 과연 어떤 방식으로 그를 설득할 것인가 하는 궁금증을 유발한다.

 

 

 

 

     '토토가' 에피소드는 단순히 과거의 추억을 현재에 소환해서 그것을 오락거리로 소비하기 위해 기획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이특의 말처럼 그들을 기억하는 세대에겐 추억을, 새로운 세대에겐 낯선 새로움을 주기 때문에 가치를 지니며, 또한 어떤 식으로든 쇼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그것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현재 삶에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주목할 만한 것이다. 당장에 젝스키스라는 추억의 그룹이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재결합한다는 것만으로도 일종의 흥미로운 사건이 아닌가. 이제 남은 일은 즐거운 설레임으로 이번 주 토요일 오후를 기다리는 것뿐이다.

 

 

 

by ddolap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