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478회
- 토토가 시즌2-젝스키스 3탄(160430)
추억이란 타임머신
이미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과거의 어떤 순간에 대해 아쉬워하고 그리워하는 감정을 갖게 되는 건 시간의 비가역적인 물리법칙에 순응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는 그런 도저한 시간에 역행하는 마법과 같은 일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그건 추억이나 회상이라 불리는 기억이 지닌 신비한 힘 때문이다. 1세대 아이돌 그룹인 젝스키스에게 헌정된 토토가 시즌2가 환기시킨 감동의 힘은 바로 추억을 공유했던 한 세대의 집단 기억을 보편적 형식으로 현재화시킨데 있다.
토토가 시즌1이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들을 무대에 올려 다양한 시청 계층을 끌어안았다면, 토토가 시즌2는 젝스키스라는 그룹과 팬들 간의 만남을 마치 오래 전에 잊혀졌던 첫사랑과의 만남으로 치환시켜 보편성을 획득한다. 혹시 자신들의 변한 모습에 실망하지는 않을까, 아직도 자신들을 기억하는 팬들이 남아 있을까 불안해 하는 젝스키스 멤버들의 모습은 영락없이 우연히 연락이 닿은 첫사람과의 만남의 장소로 향하는 남자의 그것과 닮아 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누군가의 '아내'이자 '엄마'로 불리지만 여전히 앳띤 소녀적 감성을 간직한 채 콘서트 장소에 모인 팬들은 첫사랑의 추억을 가슴 한 켠에 고이 간직한 채 살아가는 누군가의 모습들이다. 무한도전은 우리의 대중문화 속에 팬덤문화가 본격적으로 등장했던 시기에 활동했던 1세대 아이돌 그룹을 다루면서 스타와 팬덤이 세월의 부침 속에서 어떻게 만나고 헤어지고, 또 다시 만나게 되는지를 담담히 카메라에 담고 있다.
난 너의 팬이야
토토가 시즌2의 클라이맥스는 불이 켜지고 경기장 3층을 가득 메운 노란 풍선떼가 일제히 함성을 지르고, 감격한 젝스키스 멤버들과 팬들이 눈물을 흘리는 순간이다. 이미 어느 정도 예상은 되었던 장면이지만, 그것이 남다른 의미를 갖고 다가오는 건 해체 후 16년이나 되는 세월을 무게를 견디고 팬들이 그들의 부름에 응답했다는데 있다.
사실 특정 스타에 열광하는 청소년들에 대해 우리 사회의 시선이 마냥 너그러운 것은 아니다. 대체로 철없는 청소년기의 개인적 일탈 현상으로 보거나, 우리 사회의 과도한 입시체제가 만들어난 사회적 병리현상 정도로 치부하기 일수다. 그러나 이런 시선은 팬덤문화가 가진 자발적이고 생산적인 측면을 간과하고 있다.
팬들은 대중문화산업이 만들어 놓은 스타라는 상품을 단순히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선호하는 스타를 매개로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자발적인 문화형식을 스스로 창출하는 한편, 개인적이고 집단적인 정체성을 형성한다. 색종이를 일일히 오려붙어 만든 플랭카드, 특정한 색깔로 상징되는 응원도구, 특별한 응원구호, 파도타기와 같은 퍼포먼스 등 독자적인 문화 형식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또 팬덤들 끼리 연합을 해서 불법다운로드를 감시한다든지 스타의 이름으로 재난을 당한 지역에 기부를 하거나 봉사활동을 하기도 한다.
젝스키스의 팬들 입장에서 깔끔한 수트 차림의 고지용이 무대에 등장해 여섯 개의 수정들 중 마지막 한 조각이 완성된 순간이 가장 큰 놀라움을 준 순간이겠지만,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아직도 젝스키스를 잊지 않고 환호하고 박수를 보내는 팬들의 등장이 가장 감격스러운 순간으로 다가온다. 또한 그 순간은 젝스키스 멤버들이 재결합을 결정했을 때부터 운동장에서 컴백쇼를 열기 직전까지 가장 걱정했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순간이기도 하고, 무한도전이 그 동안 축적한 팬덤 자본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만한 폭발력을 갖기 어려웠을 장면이기도 하다.
쇼는 끝났지만 이야기는 새롭게 시작한다
무한도전이 젝스키스에 접근하는 방식은 2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젝스키스가 활동하던 당시의 모습들을 반복적으로 보여줘서 과거를 추억하는 한편, 그들이 지금 현재 살아가는 모습을 인터뷰 형식을 통해 담담히 보여준다. 이런 이중적 접근방식은 그들의 재결합이 갖는 의미를 부각시키는 기능을 한다. 모두가 함께 했던 찬란한 과거가 있고, 그룹은 해체되었지만 아직도 그 순간을 잊지 못한 채 살아가는 현재의 삶이 있고, 마침내 무한도전을 통한 재결합을 통해 과거의 영광을 되찾게 된다는 서사가 이 형식 안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은지원과 강성훈의 부상, 고지용이 참여를 망설이는 모습이나 스포일러 때문에 애초에 기획된 게릴라 콘서트가 취소된 사건은 회복의 서사에 긴장감을 가져다준 위기들이다. 그러나 모든 위기와 갈등은 일종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인 팬들에 의해 한번에 정리되고 행복한 결말을 맞이 한다.
6개월 가량의 준비기간과 3주에 걸친 방송 시간은 단순한 서사적 줄거리로 요약될 수 있겠지만, 쇼를 준비하는 과정에 흘렸을 수많은 땀과 눈물은 어떤 말로도 형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쇼는 끝이 났지만 새롭게 만난 젝스키스와 그들의 팬들이 써내려갈 이야기는 이제 막 새롭게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기대와 호기심을 갖고 지켜보게 된다. 모두의 건투를 빈다!
by ddolap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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