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135> 살아남은 자의 공포(2)
무한도전 212회 100821 : 세븐 특집 2부
살아남고 싶으면 경쟁하라!!
'세븐 특집'은 이미 알려져 있다시피 2008년도에 김태호 피디가 선보이려 했던 기획물 중 하나였다.6) 당시 그는 좀비가 등장하는 호러물과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을 모티브로 한 스케일이 큰 호러물 중 하나를 여름 공포물로 준비 중이라는 인터뷰를 했는데, 좀비가 등장하는 호러물은 그 유명한 '28분 후' 특집으로 2008년도에 방송되었다. 그 때 선택되지 못한 다른 프로젝트가 2년이 지난 지금에야 제작된 '세븐 특집'이다.
그런데 '세븐 특집'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원작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10개의 인디언 인형>으로부터 파티에 초대된 사람들 모두가 죽는다는 설정만 빌려왔을 뿐 다른 연관점을 찾기가 쉽지는 않다. 그 이유는 추리소설의 정교한 플롯짜기가 모든 사건이 실시간에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리얼 버라이어티쇼'에서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 대신 '세븐 특집'은 게임이라는 요소를 들여와 잘 짜여진 플롯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는 오락적 쾌감과는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하지만 무한도전이 도입한 게임 역시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헤드폰으로 한 사람의 귀를 막고 게임을 진행하는 방식은 <가족 오락관>의 '이구동성' 게임이나 '고요 속의 외침' 게임 등에서 이미 사용한 것이다. 또한 특정한 단어나 행동을 표현할 경우 죽는다는 설정은 <개그 콘서트>의 한 코너인 '스크림'에서 사용된 것이다.
무한도전은 이러한 설정들을 빌려와 '리얼'이란 요소를 추가해 변형하는 방식으로 새로움을 만들어낸다. 즉, <개그 콘서트>에서 '운동선수의 이름을 말하면 죽는다'는 규칙을 정해 놓고 한 출연자가 "이승 옆이 저승이지"라고 말하면 죽어 쓰러지는 꽁트에서 웃음은 운동선수 '이승엽'을 '이승 옆'으로 언어유희하는데서 발생한다. 하지만 출연자가 실제로 가지고 있는 특징적인 언어습관(가령, 노홍철의 번데기 발음)이나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행동(가령, 정준하의 땀닦기)을 게임 속에 포함시키기 위해서는 출연자들 서로가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전제된다. 그 결과 무한도전의 게임은 추리소설이나 꽁트에서 느낄 수 없는 색다른 긴장감을 극에 부여할 수 있게 된다.
출연자들이 벌이는 게임의 긴장감은 금지된 말이나 행동을 유도하려는 자와 그것을 회피하려는 자 간의 수싸움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수싸움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것은 불확실성이라는 요소 때문이다. 그래서 식탐을 주체하지 못해 시작한 지 불과 18초만에 길이 탈락한 것이나 모든 출연자들이 합심해서 정형돈을 공격하던 도중 갑작스레 유재석이 탈락한 것은 의도를 벗어난 예측불가능한 사건이기 때문에 웃음을 유발한다.
특히 박명수가 탈락한 예는 예측불가능성의 묘미를 잘 보여준다. 박명수는 정형돈의 금지어로 '미스 A의 춤과 노래'가 설정된 사실을 알고 그와 하하를 동반 탈락시키기 위해 하하에게도 정형돈과 똑같은 금지어를 설정하는 흉계를 꾸민다. 그래서 정준하가 탈락한 직후 박명수, 정형돈, 하하가 남은 상황에서 박명수가 자신의 노래 '냉면'을 부른 것은 정형돈과 하하의 동반 탈락을 유도하기 위한 의도였지만, 그것이 "목숨을 건 깨방정"인 건 정형돈과 하하가 지나치게 자신의 노래 홍보에 열심인 박명수에게 노래 홍보를 금지시켰다는 사실을 본인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목숨을 건 이들의 게임이 단순히 웃음만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파티장 전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유동하는 공포'가 곳곳에서 배어나오는 듯한 착각이 들 때가 있는데, 그것은 기분 나쁜 음악, 갑작스레 들려오는 굉음, 피 묻은 피겨 인형 같은 공포 영화의 관습적 클리세 때문만은 아니다. '세븐 특집'의 근원적 공포는 서로를 속속들이 잘 알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상대에 의해 죽음을 당할 수 있다는 설정과 출입구가 막힌 밀폐된 공간 그 자체에서 나온다.
프로이트는 익숙한 것이 낯설게 될 때 기괴한 대상으로 변한다고 지적했는데, 이러한 통찰은 인간 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자신의 사소한 습관조차 알고 있을 정도로 친한 친구나 동료가 다음 순간 호시탐탐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적으로 돌변했을 때, 그리고 자신조차 살아남기 위해 친구의 목숨을 노려야 할 때, 그들 사이의 관계가 친밀하면 친밀할수록 공포심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적대적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협소한 공간 안에 모여 있기라도 하게 된다면 공포는 극에 달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러한 설정을 잘 살린 영화 중 하나는 <에일리언> 시리즈이다.)
밀폐된 공간이라는 설정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을 모티브로 삼은 대부분의 영화들(가령, <5인의 명탐정>, <살인무도회> 그리고 <아이덴티티> 등)에서 발견되는 것이지만, 무한도전은 이미 오래 전부터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에 등장하는 '섬 모티브'를 활용해서 프로그램을 제작한 바 있고,7) '패닉룸 특집'에서도 동일한 모티브가 사용된 바 있다는 점에서, '세븐 특집'에 등장하는 공간 설정을 전적으로 아가사 크리스티에게서 유래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파티 장소를 가득 채운 '흰색' 역시 공포를 불러 일으킨다. 일반적으로 흰색은 '순결'이나 '청결'을 상징하는 긍정적 의미로 사용되지만, 상복, 알비노, 백색 테러 등에서 흰색은 죽음, 슬픔, 돌연변이, 보수파에 의한 폭력 등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세븐 특집'에서 사용된 흰색 상징은 당연히 후자의 의미층을 지시하는데, 출연자들은 다른 사람들에 의해 지적된 '단점' 때문에 '죽음'을 당하고 바깥으로 '추방'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흰색으로 칠해진 방은 그 자체가 하나의 생명체인 것처럼 '색이 없는 색'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안으로 침입한 이물질들(즉, 출연자들)을 제거해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즉, 출연자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게 된 건 게임의 규칙에 따른 것이지만, 만일 게임의 규칙이 하얀 방이 초대받은 손님들에게 내리는 명령이라면, 규칙이란 방의 작동 논리를 의미하는 셈이다. 그리고 그 규칙이란 매우 단순한 것인데, 즉 "살아남고 싶으면 경쟁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파티 장소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왜 하하는 최후까지 살아남았음에도 파티를 즐기지 못하고 죽음을 선택했던 것일까?
'세븐 특집'의 서사적 구성 방식
무한도전 <세븐 특집>은 크게 2개의 이야기 덩어리로 구성되어 있다. 파티 장소를 알아내기 위해 7개의 단서들을 수집하러 다니는 전반부와, 밀폐된 공간 안에서 죽음의 게임을 벌이는 후반부. 그런데 이야기 방식이나 서사적 밀도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두 이야기들이 정확히 어떤 관계로 엮인 것인지 가늠해내기가 쉽지는 않다.
우선 후반부에서 홀로 남은 자의 공포심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전반부와 같은 이야기 구성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전반부는 단서를 찾아서 목적지인 파티 장소에 먼저 도착하기 위해 경쟁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반드시 '협동'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무한도전 제작진은 몇 가지 트릭을 사용하고 있는데, 우선 유재석 팀과 박명수 팀으로 나누어 팀원들 간의 협동과 단결을 유도하고 있다. 그래서 단서를 찾아가는 과정은 흡사 전형적인 무한도전식 추격극의 외양을 취하고 있지만 개개인들이 끊임없이 이합집산하는 역동성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또한 두 팀이 단서를 합쳐야만 필요한 정보를 완성할 수 있다는 설정은 서로 간의 대화와 타협을 전제한 것이다. 각각 3가지 단서를 획득한 두 팀을 이태원 두바이 식당에 모이도록 한 것이나 정준하를 이중 스파이로 활용한 것 역시 '협동'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이다. 사실 유재석 팀에 비해 박명수 팀이 획득한 정보의 질은 부당할 정도로 형편없는 것이었다. 유재석 팀이 획득한 정보는 '양평'과 번지수를 나타내는 '373'과 '1'인데 비해, 박명수 팀은 '옥천'을 제외하면 거의 정보가치가 제로라 할 수 있는 '경기'와 '한국'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또한 만일 이기주의가 강조되는 상황이었다면, 유재석이 이중 스파이로 잠입한 정준하에게 번지수가 적힌 수학 문제를 순순히 넘겨주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파티 장소에 도착한 두 팀에게 파티 호스트가 회초리 비유를 통해 '협동'을 강조한 것 역시 전반부의 메세지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설정이다.
하지만 인정미 넘치는 훈훈한 분위기는 파티장에 도착하자마자 완전히 사라지고 만다. 무한도전 출연자들의 이기심의 끝을 보겠다는 파티 호스트의 말처럼 그들은 살아남겠다는 이기심 때문에 최후의 1인마저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만다. 그렇다고 해서 파티 장소에서 보여주는 그들의 행동이 '협동'이란 가치를 완전히 배제한 채 이기주의에 의해서만 추동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수시로 목표 상대를 변경하며 정해진 상대를 함께 합심해서 공격하는 모습 또한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반부는 '경쟁하지만 서로 협동하는 이야기'로, 후반부는 '협동하지만 서로 경쟁하는 이야기'로 정리될 수 있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두 이야기 모두 '경쟁'과 '협동' 중 어느 한 쪽을 일방적으로 주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경쟁과 그것의 원천인 개인의 이기심은 파멸로 끝이 나기 때문에 나쁜 것이고, 협동만이 공동체에서 유일하게 용납될 수 있는 가치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협동'이라는 가치가 중요시되는 전반부의 이야기에서 개인의 이기주의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 어렵고, 개인의 이기심이 마음껏 발현되는 후반부에서도 '협동'이라는 가치가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서사적 층위에서 '세븐 특집'이 제기하고 있는 근본 문제는 사회적 시스템에 관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즉 '세븐 특집'은 협동을 통해서만 개인의 이익이 극대화되기 때문에 이기주의를 스스로 억제하게 만드는 사회와 개인의 이기심에 바탕한 경쟁을 통해서만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협동은 등안시 될 수밖에 없는 사회 중 어떤 사회 시스템이 더 바람직 것인가를 묻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텍스트는 모두의 죽음을 통해 단호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텍스트 차원에서 분명해 보이는 선택이 실제 현실에서는 비현실적인 것으로 치부된다는 사실에 우리 사회가 직면한 정치-경제적 문제의 핵심이 담겨 있다.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에서 가장 극심한 타격을 입은 계층을 대상으로 한 한 설문조사는 현실 생활에서 위와 같은 질문이 던져졌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쟁만을 강조하는 사회 시스템을 선택한다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준다.4) 이는 인터뷰어가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있듯이 "신자유주의는 경제정책의 이념으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서민들의 일상적인 삶과 사회관계에 스며들어 그들의 생활양식이자 문화적 규범으로 강고하게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대다수의 서민들은 자신들의 삶을 황폐하게 만드는 사회 시스템을 자발적으로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세븐 특집'은 뒤집힌 거울 이미지로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텍스트이다. 왜냐하면 현실처럼 보이는 전반부는 실제로는 일종의 꿈과 같은 세계이고, 허구처럼 보이는 후반부는 우리에게 현실 그 자체처럼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만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극대화된 효율성만이 부의 증진을 가져와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굳게 믿으며 살아가는 한, 우리가 현실이란 악몽에서 깨어날 길은 요원해 보인다.
대중문화에 드리운 죽음의 그림자
'세븐 특집'은 하하의 관점에서 읽을 경우 텍스트가 제기하는 질문의 핵심에 보다 가깝게 다가갈 수 있게 된다. 그 이유는 하하가 서사적 통일성을 책임지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프닝에서 하하는 소집해제 이후 아직까지 제 역할을 다 해내지 못하는 자신에게 주위 동료들이 건내는 위로의 말을 부담스럽게 생각하며 거부하지만, 마지막 순간에는 "하하야, 힘내!"라는 말에 "네! 힘내겠습니다."라고 긍정한 뒤 동료들과 함께 죽음을 선택하게 된다. 즉 텍스트는 하하에게 이러한 태도 변화가 일어난 이유가 무엇인가 묻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결국 하하의 입장에서 그가 동료들과 함께 겪는 서사적 여정은 마지막 순간의 깨달음을 향한, 즉 동료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인생은 살아갈 만한 가치가 없다는 사실을 배워나가는 과정이 된다.
그런데 하하가 동료들의 소중함을 발견하게 되는 계기는 무한 이기주의가 극에 달했던 순간을 거친 후에야 찾아온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공동체적 가치를 (재)발견하기 위해선 경쟁상대를 모두 제거할 정도로 이기주의가 극에 달한 경험을 반드시 해야만 한다. 바로 이 점이 무한도전의 텍스트에서 얻을 수 있는 놀라운 통찰력인데, 인간의 이기주의는 공동체를 위협하는 방해물이 아니라 오히려 공동체를 성립시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전제조건이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홉스가 근대의 발명품인 국가적 질서를 옹호하기 위해 국가 성립 이전의 자연상태 속에서 인간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에 있었다고 상상했던 것과 유사하다.
하지만 무한도전의 텍스트는 무한 이기주의를 경험한 이후의 질서에 대해 확실한 해답을 주지는 않는다. 게임에서 탈락한 이들은 모두 독방에 갖혀 있게 되는데, 그 상태를 새로운 공동체의 비전으로 해석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포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하하가 선택한 죽음 역시 구원의 약속이 아니라 현재의 희망없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마이클 잭슨의 노래 'Little Susie'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자막으로 환기시키는 진짜 공포의 실체는 아무런 희망도 기대할 수 없다는 절망적 인식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이 지점에서 무한도전의 '세븐 특집'은 최근 대한민국의 대중문화계에서 유행하는 죽음의 담론과 궤를 같이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김병욱 감독의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세경의 죽음, 곽정환 감독의 <추노>에서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죽음, 그리고 임상수 감독의 <하녀>에서 은이의 죽음 등은 양극화가 극단적으로 진행되서 더 이상 그 간극을 좁힐 수 없는 상태까지 이른 신자유주의 시대의 현실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지붕 뚫고 하이킥> 중 세경의 죽음을 암시한 장면
임상수의 영화가 '주인의 계단'과 '하녀의 계단'으로 구분될 정도로 계급적 격차가 커진 상황에서 죽음을 일종의 정신분열증적 탈주의 수단으로 제시하고 있다면, 드라마 <추노>에서 죽음은 이상을 향한 열망과 그것의 좌절을 극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면서도, 죽음이 산자들에게 남긴 의미를 조금 더 중요한 문제로 다루고 있다. 살아 있는 동안 한 순간도 행복한 적이 없었던 아이 세경에게 김병욱 감독이 선물한 죽음은 거짓 희망으로 위안을 줄 수 없다는 단호한 윤리 의식과 "희망은 그렇게 쉽게 오는 게 아니"라는 도저한 현실 의식이 극적으로 만나서 만들어낸 시적 아름다움이 살아 있는 순간이다.
무한도전의 '세븐 특집'에서 다른 출연자들이 원치 않은 죽음을 당했던 데 반해, 하하는 자발적인 죽음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하지만 그가 죽음을 선택한 이유가 공포스런 파티장에서 벗어나서 다른 동료들과 함께 하기 위함이었다 할지라도, 파티장에서 벗어난 상태가 또 다른 감금상태였다는 점에서 죽음은 진정한 의미의 구원 수단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하하의 죽음을 통해 강조되고 있는 것은 게임의 규칙 그 자체인데, 하하는 죽기 위해 스스로 금지어를 말해야 했기 때문이다. 즉 하하의 죽음을 통해서도 게임의 규칙은 파괴되지 않고, 그가 사라졌다 해도 파티장소를 지배하는 규칙은 앞으로 계속 지켜질 것이기 때문에, 결국 모두의 죽음을 통해 부각되는 건 게임 규칙의 불모성과 비인간성이다.
이렇게 볼 때 '세븐 특집'은 "노동유연성 문제를 개혁하지 못한다면 국가 경쟁에서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5)는 식의 논리를 뒤집고 있는 텍스트가 된다. 우리의 경제 발전이 정체되어 있는 이유를 더 이상 유효성을 상실한 박정희식 경제 모델의 한계에서 찾는 대신 경쟁 부족 때문이라고 진단하는 현재의 집권세력들의 상황인식 안에는 공동체를 어떠한 방식으로 지켜낼 것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이 결핍되어 있다. 그 결과 법과 공권력을 동원해서 붕괴 직전의 공동체 질서를 강제로 유지하는 방법밖에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무한도전은 우리 사회를 더욱 경쟁적인 사회로 만들겠다는 현 정부의 논리를 더욱 급진적으로 밀어붙여 그것이 가져올 파국적 결말을 상황극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파티장소에서 벌어지는 상황극은 현실에 대한 풍자를 담고 있는 알레고리로 읽을 수 있다.
인간의 이기심만을 부추기는 사회 체제에서는 어떤 사람도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 '세븐 특집'이 전달하고자 했던 사회적 메세지는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환경 파괴가 문제가 되었던 지역을 굳이 파티 장소로 선정했던 것 역시 혼자만 잘 살면 된다는 이기적 마음이 사람은 물론 자연까지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8)
'4대강 사업' 전후로 1년간 낙동강의 변화한 모습을 담은 사진들
"자연과 어울려 자연스럽게 살아가겠다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자연을 원수처럼 정복의 대상으로 여겨 자연의 리듬에 거슬리게 사는 게 잘사는 것인 양 우쭐대는 분들이 있습니다. 자연의 리듬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어김없이 역사의 흐름도 막으려 들고 민심도 깔아뭉개려 들어요."(전우익,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현암사 1993.)
by ddolappa
[참고자료]
4. [기로에 선 신자유주의]임시직·빈부격차 당연시…시장만능의 포로, 한국인
http://media.daum.net/foreign/asia/view.html?cateid=1042&newsid=20090301180109824&p=khan
5. "노동유연화가 최대 과제" 대통령 망언에 경제지들은 환호
http://media.daum.net/society/media/view.html?cateid=1016&newsid=20090508092103195&p=mediatoday
6. 김태호 PD, ‘무한도전’ 방향에 대해 입열다
http://media.paran.com/sphoto/newsview.php?dirnews=1463433&year=2008&date=20080615&dir=&pg=1&mode=photo&IdxNum=20
7. 무한도전에 등장한 '섬 모티브'에 대해서는 다음 글들을 참조할 것.
[무한도전 다시보기]59회 무인도 특집 1탄(070623)
http://tvzonebbs6.media.daum.net/griffin/do/talk/gallery/challenge/read?bbsId=S000054&articleId=32319&pageIndex=2&searchKey=daumname&searchValue=ddolappa
8. [사설] 20조원 붓고도 더 나빠진 한강 수질
http://media.daum.net/editorial/column/view.html?cateid=1052&newsid=20100210181008503&p=kukminil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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