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477회

ddolappa 2016. 4. 27. 04:35

 

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477회
- 토토가 시즌2-젝스키스 2탄(160423)

 

 

 


응답하라, 추억이여

 

      무한도전의 '토토가'부터 시작해서 '응답하라' 시리즈, 그리고 '슈가맨'에 이르기까지 복고는 하나의 문화 트렌드로 자리를 잡은 듯하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로 추론할 수 있겠지만, 과거로 회귀하려는 경향은 현재의 문화가 채워줄 수 없는 어떤 결핍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토토가'는 90년대 20-30대를 보낸 세대의 놀이 문화가 현재에도 하나의 오락거리로 소비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였다면, '응답하라' 시리즈가 정서적 기조로 삼은 가족애와 온정주의는 신자유주의의 파도에 공동체의 근간마저 뿌리뽑힌 현재의 사회적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슈가맨'은 과거의 히트곡을 부른 가수를 출연시켜 원곡을 소개하는 한편, 그것을 재편곡해 후배 가수가 부르게 함으로써 세대 간의 소통을 지향한다.

 

      다만 경계할 점은 좋았던 과거를 추억하는 일이 과거의 이상화나 현실의 도피처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현재는 과거가 축적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과거는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한 끊임없는 성찰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현재라는 맥락 안에 재해석되서 수용되지 못한 과거는 현재를 풍요롭게 하는 비옥한 밑거름이 되기는 커녕 기존의 자양분마저 소진시킬 위험이 있다.

 

 

무한도전은 어떻게 과거를 소환하는가

 

      그렇다면 무한도전 '토토가 시즌2'는 90년대 인기 아이돌 그룹 젝스키스는 어떤 방식으로 다루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그것은 무한도전 자신에게뿐만 아니라 젝스키스라는 그룹에, 그리고 나아가 시청자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닌 것인가 하는 질문을 수반한다.

 

      우선 젝스키스 멤버들에게 자신들의 재결합 과정이 무한도전을 통해 방송된다는 사실은 리더 은지원이 동생들에게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선물이라 표현할 만큼 행운이라 할 수 있다. 각종 소송에 휘말려 방송 정지까지 당했던 강성훈이나 과거 탈영 사건이나 음주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이재진 등이 다시 방송에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만 해도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게다가 자신들의 컴백 과정이 마치 신인 아이돌 그룹의 프로모션 과정처럼 포장되어 방송되고 대중의 주목을 받음으로써 다시 한번 젝스키스라는 이름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는 애초부터 의도된 결과로 보기는 어렵고, 또한 그것이 반드시 '토토가 시즌1' 때처럼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키리라는 보장도 없다. 멤버들 각자에게 재결합의 의미를 묻는 인터뷰를 살펴보면, 과거 젝스키스로 활동하던 행복한 순간을 다시 한번 떠올리고 그들을 기억하는 팬들에게 작은 선물로 보답하고자 하는 의도가 부각되고 있다.

 

      무한도전은 젝스키스의 활동 당시의 영상이나 팬들과의 다양한 에피소드, 무대 의상, 응원 도구, 폴더폰이나 다마고치와 같은 소품들을 꼼꼼히 배치해서 당시의 분위기를 재현하는데 총력을 기울인다. 이 부분은 확실히 '토토가 시즌1' 때보다 더 노골적으로 과거 회귀적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활동 당시의 모습을 보며 부끄러워 하는 젝스키스 멤버들의 모습이나 '구리다'며 꺼리낌 없이 자기 비판적인 모습을 보이는 은지원의 모습을 배치해서 과거를 '희화화'하는 전략을 취한다. 다시 말해 무한도전의 과거 재현 방식에는 과거의 향수에 젖어들게 하는 면도 있지만, 그것으로부터 비판적 거리를 취하는 면도 분명 존재한다.

 

      또한 고속도로 휴게소와 민속촌에서 펼쳐진 젝스키스 하나마나 행사 장면에서 주목할 것은 그들을 대하는 일반 시민들의 반응이다. 젝스키스가 어떤 그룹인지는 알지만 크게 반응하지 않는 대다수의 시민들과 그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몇몇 시민들의 모습을 교차해서 보여줌으로써 젝스키스가 현재 위치한 공간을 보여준다. 그리고 젝스키스의 공연보다는 유재석이나 하하에게 더 관심이 많은 어린 학생들의 모습과 그들을 격렬하게 반기는 성인들의 모습을 배치해서 세대 간의 온도차를 여실히 전달한다. 이런 장면들은 '토토가 시즌2'가 '그 때 그 시절의 팬들만을 위한 선물'이라는 평가를 무색하게 한다. 지난 방송에서 이특이 했던 말처럼 성인들에게는 즐거운 추억을, 젊은 세대에게는 낯선 즐거움을 전달하는 것이 이번 에피소드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두 번의 하나마나 행사에서 젝스키스가 '커플'을 부를 때 공연에 공감하는 대중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것은 젝스키스가 그 노래를 불렀기 때문에 기억되는 게 아니라, 그 노래를 부른 가수로 젝스키스가 기억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 즉 아이돌 그룹 젝스키스의 인기는 세월이 가며 빛이 바랠 수 있지만, 그들이 부른 좋은 노래는 그들보다 더 오래 생명력을 유지한다는 것을 그 장면은 역설하고 있다.

 

      바로 이 점이 무한도전과 젝스키스의 콜라보레이션 작업이 현재의 문화산업에 줄 수 있는 중요한 가르침이 아닐까. 인기를 얻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창작자의 생명력을 더 오래 지속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편이란 것. 이것은 무한도전 역시 진지하게 새겨들어야 할 가르침이다. 그간 축적된 자산을 바탕으로 안일한 자기 복제와 반복을 심심치 않게 하고 있는 요즘의 무한도전은 현상을 유지하려는 전략이 오히려 더 큰 위기를 불러올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끊임없는 자기 부정과 혁신이 없는 무한도전은 더 이상 무한도전이 아니기 때문이다.

 

 

유재석이 짊어진 무게

 

      유재석은 젝스키스의 컴백무대에 부를 노래를 선곡하는 회의에도 참석했고, 고지용을 만나 간곡한 설득도 했고, 또 사전 노출로 게릴라 콘서트가 무산되자 대책 회의를 열어 향후 일정을 논의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특급 진행자이면서 세심하고 성실히 프로젝트의 진행과정을 꼼꼼히 살피는 그를 보며 역시 '유느님' 하고 감탄해야 하는가, 아니면 홀로 그 모든 짐을 지고 가는 그의 처지를 안타까워 해야 하는가. 유재석의 모습은 무한도전이 처한 현재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진 않은가.

 

      물론 다른 무한도전 멤버들이 유재석만큼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지 않다거나 쇼를 위해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최근 들어 무한도전의 캐릭터들이 새로 개발되는 경우가 드물어 졌고, 새로운 에피소드들이 그들 간의 유기적 성장을 도모하지 못한 채 일회적으로 소비되는데 그치고 있다는 사실은 제작진을 포함한 출연진 모두에게 무한도전이 추구하는 쇼의 방향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것을 요구한다.

 

      이재진의 지적처럼 다큐처럼 진행되던 방송이 유재석의 주도 하에 박명수와 정준하가 펼치는 상황극 덕에 오락쇼로서 활력을 되찾은 장면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한기획 대표' 유재석이 '춘삼이' 박명수와 '영길이' 정준하와 티격태격 맞부딛치며 웃음을 주던 장면은 과거 무한도전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었지만 근래에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모습들이다. 과거라면 그러한 상황에 노홍철과 하하 등 다른 캐릭터들이 끼여들어 더욱 소란스러운 사건으로 비약해서 큰 웃음을 유발했겠지만, 현재는 그럴 수 없다는데 유재석과 제작진의 고민이 놓여 있는 듯하다.

 

      그래서 해체되었다가 다시 만나 과거에 추었던 안무를 맞춰보며 행복해하는 젝스키스 멤버들의 모습 위로 무한도전 멤버들의 모습이 자꾸만 오버랩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그들도 저들처럼 다시 만나 함께 행복할 수 있을까. 유재석의 두 어깨 위에 놓인 짐을 나눠지며 함께 걸어갈 그 날은 과연 언제일까.

 

 

by ddolap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