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480회
- 웨딩 싱어즈 2탄(160514)
음악 예능 범람의 시대
육아나 먹방이 대세인 듯싶더니 어느새 음악 예능이 범람하고 있다. <뮤직뱅크>, <쇼! 음악중심>, <인기가요>와 같은 정규 음악 방송만 케이블 방송까지 포함해 일주일에 여섯 차례나 방송되며, <복면가왕>, <판타스틱 듀오>, <보컬전쟁-신의 목소리>, <투유 프로젝트-슈가맨> 등 음악을 예능과 접목시킨 프로그램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쯤 되면 음악 예능 범람의 시대라 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 3주나 방송되던 '토토가 시즌2-젝스키스 편'이 끝나자마자 곧이어 '웨딩 싱어즈'를 선택한 건 그리 현명한 결정은 아닌 것 같다. 형식과 포맷 역시 하나마나 특집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어 쉽게 다음 내용을 유추할 수 있을 만큼 식상하다. 도전과 모험을 프로그램의 모토로 내세우던 프로그램이 트랜드에 편승해서 익숙한 포맷을 반복하는 현상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프로그램의 유지를 위한 고육책일까, 아니면 동력을 상실한 채 안주하려는 퇴행적 경향일까. 섣부른 판단을 내리는 대신, 그럼에도 '웨딩 싱어즈' 편에서 흥미로웠던 장면을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캐릭터 전쟁터로 변한 중간 점검
이번 에피소드에서 가장 흥미로운 장면은 모두 중간 경연장에서 발생했다. 앞의 준비과정은 노래를 준비하는 과정이 아닌, 게스트들의 캐릭터를 형성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중간 점검의 무대는 캐릭터들 간의 불꽃 튀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박명수의 농담을 곧이곧대로 믿는 순진함도 보이지만, 공과 사를 확실히 구분할 줄 알고, 홍보 목적으로 무한도전에 출연했다고 솔직히 말하는 장범준과, 주체 못할 정도의 흥을 가지고 있지만 최신 곡은 잘 모르는 김희애는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들이다. 특히 김희애는 관록이 묻어나는 여유로운 태도로 중견 여배우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도 쇼를 충분히 즐기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녀의 손동작 하나 말토씨 하나 놓치지 않고 포착할 정도로 섬세한 관찰력과 편안한 배려가 장점인 유재석과의 호흡이 그녀가 가진 개성과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중간 점검 무대는 무한도전에서 만들어지거나 혹은 이미 자신이 갖고 있었던 예능 캐릭터들이 무한도전의 캐릭터들과 만나서 다양한 에피소드를 생산해냈다는데 의의가 있다. 박명수와 정준하가 티격태격하던 모습은 늘 보아오던 것이지만, 여기에 김희애가 끼어들자 변주가 일어난다. 그녀는 처음 보는 광경에 불안한 듯 손을 까닥거리기도 하고, 그들이 다툼이 계속되자 마치 연기하는 듯이 '머리 아파!'를 연발해 유재석으로부터 두통약 PPL은 안 된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특히 압권이었던 하하-별-정용화의 '사랑과 전쟁 in 무한도전'은 이번 에피소드에서 가장 눈부신 장면이었다. 그런데 그 첫 물고는 하하에 의해 틔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범준의 히트곡 메들리는 평범하게 끝이 날 수도 있는 장면이었지만, '벚꽃엔딩'의 클라이맥스의 순간 하하가 쇳소리를 내며 치고 나오면서 출연자 전체가 흥겨운 분위기에 휩싸이고 만다.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었기 때문에 정용화가 별의 노래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낼 수 있었고, 하하의 분노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하하-별 부부의 섭외가 의도한 것
'웨딩 싱어즈'가 결혼 시즌을 맞아 기획된 특집이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게스트를 초대해 함께 축가를 준비하고 실제 결혼식장에 깜짝 등장해 놀라움과 즐거움을 주는데서 끝나리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하하와 별 부부를 섭외해 예비 부부들에게 결혼식 이후 부부의 삶에 대해 말해주고자 한다. 사소한 일에 섭섭해 하고 토라지기도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금새 화해하고 서로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 하하 부부의 모습은 무한도전이 결혼 선배로서 예비 부부들에게 넌지시 들려주고 싶었던 진짜 이야기인지 모른다.
또한 상황극 속에서 자연스럽게 김희애로부터 이끌어낸, '부부관계가 항상 좋을 순 없다', '남자가 쪼잔(?)해서는 안 된다'와 같은 충고 역시 예비 부부라면 한번 귀담아 볼 만한 메시지였다.
게스트로 출연한 사람들에게 결혼생활 에피소드를 묻는 방식을 취하는 대신, 상황극 속에서 자연스럽게 그들이 부부생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을 드러나게 하거나, 실제 부부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카메라에 담아 예비 부부들에게 조언하는 방식을 취하는 태도는 분명 훨신 세련되고 성숙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무한도전의 바로 이러한 태도 때문에 '웨딩 싱어즈' 특집을 유행 트랜드에 무작정 편승하려는 퇴행적 에피소드로 평가내리려던 마음은 잠시 유보될 수밖에 없다. 무한도전이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다 들은 후에 어떤 평가를 내리는 것이 공정한 태도일 테니 말이다.
by ddolap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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