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481회
- 웨딩 싱어즈 3탄(160521)
음악은 미끼일 뿐
유재석, 김희애, 이적이 한 팀이 된 '특급 달팽이'가 <매일 그대와>, <오늘부터 우리는>, <아파트>, <다행이다>를 연달아 부르며 축가 대서사시의 향연을 선보이자 자막은 '뭘 좋아할지 몰라 다 준비'했다고 고백한다. 이것은 웨딩 싱어즈가 음악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는가를 분명히 드러낸다. 즉 선곡된 음악들은 철저히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한 수단이며, 시청자들의 성원에 대한 무한도전의 감사한 마음을 전달하는 매개체였던 것이다. 그래서 가수가 아닌 김희애도 섭외될 수 있었던 것이고, 또 박명수와 하하가 경연중 실수를 하더라도 웃음으로 용납될 수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소박하게 시작했다가 점차 프로젝트 규모가 커져서 마지막에는 거대하게 마무리되었던 전례의 특집들처럼, 이번 웨딩 싱어즈 특집 역시 신혼부부를 위한 결혼식 축가를 위해 시작되었다가 가정의 달 특집처럼 규모가 커져버렸다. 이것은 프로그램 자체의 특성인 탓도 있지만, 결혼을 개인과 개인의 결합이 아니라 가족 대 가족 간의 결합으로 받아들이는 한국 문화 고유의 특징이 반영된 결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중간 경연 때만 해도 예비 부부들의 꽁냥꽁냥하고 달달한 분위기를 전달하는데 집중했다가, 결혼식 장면에서는 보다 복잡한 가족 간의 관계와 그들이 느끼는 복합적인 감정을 전달하는데 치중한 것이 그 단적인 증거일 것이다.
눈여겨 볼 점은 무한도전이 가수 별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애써서 더 큰 감동을 주려하기 보다 좋은 추억을 선물하는 마음으로 접근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병환으로 고생하시는 아버지를 걱정하는 딸이 슬픔을 억누르고 애써 웃음짓는 데서 먹먹한 심정이 전달되었듯이 긴 여운이 남는 감동을 전해줄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시청자들의 사연을 듣고 함께 가슴 아파하고 결혼식 행사를 하기 전 마치 당사자가 된 것처럼 가슴 떨려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은 그들 역시 시청자들로부터 감동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주지시킨다. 즉 무한도전과 시청자들은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역동적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에피소드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고 할 수 있다.
넌 감동이었어
한 커플의 남녀가 서로가 모르게 사연을 보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26,000 건이나 되는 시청자 사연을 제작진이 거의 빼놓지 않고 꼼꼼히 검토했다는 방증이다. 이번 에피소드에서 축가를 준비하는 출연자들의 노고도 잊지 말아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제작진의 세심한 노력이 돋보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물론 결혼식장에서 이준의 자켓 안에 꽃이 준비되어 있지 않아 맨손을 꺼낼 수밖에 없었던 장면은 예외로 해야겠지만 말이다.
무한도전은 중간경연과 실제 결혼식 행사 상에 시청자 사연을 소개하는 장면을 선택해 다른 시청자들에게 사전 정보를 전달하도록 했다. 그 덕택에 서로 비슷비슷해 보이는 결혼식 장면에 각각의 스토리를 덧입힐 수 있었고, 시청자들이 타인의 결혼식에서 감동을 받을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또한 결혼식장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는 깜짝 카메라의 당사자들과 그 주변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담아 그들의 감정 변화를 세밀하게 포착하는 한편, 교차편집을 통해 이벤트 준비과정과 결혼식 진행상황을 동시에 비추면서 앞으로 일어날 사건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다시 말해, 이번 에피소드에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던 건 시청자들이 이벤트 당사자들에게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제작진이 노련하게 준비한 덕택이다. 감동은 공감의 힘에서 나온다는 기본 사실을 또 다시 확인하게 된다. 여기에 하하-별 부부를 섭외하고 그들과 흡사한 사연을 가진 커플의 결혼식에 참석토록 한 것 역시 추가해야 될 듯싶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별의 아버지는 오랜 세월 병환으로 고생하셨고, 하하와 결혼식을 올리기 한달 전 세상을 뜨셨다고 한다. 그렇기에 별과 하하는 자신들과 유사한 배경을 가진 부산 커플에 쉽게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하하와 별의 공연 장면은 타임머신을 타고 자신들의 결혼식 당시로 되돌아가 과거의 자신들에게 위로와 안부를 건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노래의 힘
사랑에 빠지면 대중가요 속 가사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 된다고들 한다. 비록 이번 에피소드에서 노래는 감사의 마음을 실어나르는 매체로 쓰였지만, 그렇다고 노래가 가진 힘 자체가 완전히 무시되었다고도 할 수 없다. 축가로 불려진 노래 가사들을 찬찬히 음미해보면 그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크게 감동받을 수밖에 없는 까닭을 쉽게 유추해볼 수 있다. 즉 사연이 담긴 노래는 사람의 감성을 효과적으로 자극하는 매체이고, 무한도전의 스토리 텔링은 노래에 사연을 얹어 시청자들에게 전달했기 때문에 감동을 줄 수 있었다고 할 수 있겠다.
사랑의 서약
- 한동준
그토록 바라던 시간이 왔어요
모든 사람의 축복에 사랑의 서약을 하고 있죠
세월이 흘러서 병들고 지칠 때
지금처럼 내 곁에서 서로 위로해 줄 수 있나요
함께 걸어가야할 수 많은 시간 앞에서
우리들의 약속은 언제나 변함없다는 것을 믿나요
힘든 날도 있겠죠 하지만 후횐 없어요
저 하늘이 부르는 그 날까지 사랑만 가득하다는 것을 믿어요
by ddolap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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