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482회
- 웨딩싱어즈 4탄(160528)
드디어 끝난 웨딩 싱어즈 특집
웨딩 시즌을 맞아 새 출발하는 부부들을 축하한다는 취지로 방영된 '웨딩 싱어즈' 특집이 4주간의 방영을 끝으로 '드디어' 종영되었다. 취지나 주제도 좋고, 다양한 게스트들을 초대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 것도 좋고, 성실한 제작과정도 좋았지만, '드디어'에 방점을 찍을 수밖에 없는 건, 이번 에피소드가 웃음보다 감동에 촛점을 맞췄기 때문이라기보다 감추려해도 감춰지지 않는 열악한 제작 상황이 더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해서 '웨딩 싱어즈' 특집은 이정도로 마무리된 것만 해도 다행이라는 안도감과 조금 더 잘 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동시에 남는다.
엄마와 딸 이야기는 어디에
우선 주제가 부부에서 그들을 둘러싼 가족들로 확대될 수밖에 없는 건 결혼을 가족과 가족 간의 결합으로 보는 한국의 문화적 특성상 불가피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사랑하는 막내딸을 위해 결혼식장을 지은 아버지, 딸의 결혼 직전 당한 사고로 딸에게 미한해 하는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에게 도리어 죄송한 딸의 이야기 등은 각별한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세상을 먼저 뜬 부모님 대신 아는 언니가 혼주석에 앉아야 했던 사연을 가진 신부의 경우 풀어낼 이야기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어진 감이 있다. 또한 선생님의 결혼을 축하하는 제자들 이야기처럼 확대된 가족 형태조차 소재로 채택했음에도, 이야기의 대부분이 아빠와 딸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엄마와 딸의 이야기는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 이것은 남성 출연자들로 구성된 무한도전의 한계일까.
신랑과 신부의 결혼을 축하합니다?
더욱 아이러니한 현상은 서로를 위해 축가를 신청한 커플의 경우에서 발견된다. 다른 커플들과 달리 유재석이 직접 결혼식 전 신랑의 직장을 찾아가 인터뷰를 할 정도로 관심을 보였던 이 커플의 결혼식 장면에서 유재석과 김희애는 부부의 이름을 언급조차 하지 않고 그냥 신랑과 신부의 결혼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실수가 잦은 박명수조차 부부의 정확한 이름을 넣은 축가로 두 사람만의 특별한 의미를 강조했음에도 그 동안 섬세한 배려가 돋보인 유재석이 이런 실수를 범한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게다가 부부의 부모님까지 무대로 불러 축제의 장을 펼친 것까지는 용납할 수 있지만, 그 와중에 정작 축하를 받아야 할 신랑과 신부가 뒤로 물러나게 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시청자들이 그 커플을 주목한 것은 가난 속에서도 어떻게든 자신들만의 힘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 했기 때문이었고, 따라서 그런 부부의 모습에 조금 더 초점을 맞췄어야 하지 않았을까.
산만한 편집과 구성
편집과 구성도 전체적으로 산만한 느낌을 준다. 이적의 부재로 프로불참러로 알려진 조세호를 섭외할 수는 있는 일이지만,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그의 별명이 유래된 김흥국과의 토크 장면을 굳이 삽입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박명수의 '바보에게 바보가' 뮤직 비디오 장면도 뜬금없긴 마찬가지다. 축가로 부를 노래도 아니면서 그 장면이나 이어지는 운동 장면을 삽입한 것은 시간 떼우기란 인상밖에 주지 않는다.
연습실에서 이적과 함께 한 상황극 역시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들게 하는 건 마찬가지다. 그간 무한도전에서 노홍철이 맡았던 역할까지 소화하려는 하하의 노력이 돋보였긴 하지만, 유재석의 '저쪽아래'를 놀리는 정준하의 모습은 이미 지난 에피소드에서 보았던 것이고, 서로의 노래를 중단시키기 위해 목젖을 치거나 물을 뿌리는 장면은 자연스럽지 못했다. 과거 그들이 이미 해왔던 장난들이긴 하나 그걸 받쳐줄 만한 '상황'과 '분위기'가 형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광희는 그 와중에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 채 간간히 리액션하는 모습만 보여주었다.
이러다 보니 마지막 축가 장면은 부족한 방송 분량을 채우기 위해 추가된 장면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심지어 이 커플의 사연은 지난 시청자 사연 소개 부분에서 촬영되었지만 언급조차 되지 않았던 터라 그런 의심을 배가시킨다.
물론 사연이 워낙 간절했기 때문에 추가로 촬영을 했다고 해서 비난받을 이유는 전혀 없다. 좋은 일을 축하하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하지만 계획된 촬영에서 충분한 방송분량을 확보했더라면 추가 촬영이 이루어졌을까. 마지막 축가 장면을 문제 삼는 건 축가 그 자체가 아니라 이번 방송분 전체에 지나치게 불필요한 장면들이 많이 삽입되었음을 지적하기 위한 반례에 불과하다.
눈물 닦고 무도 보기
무한도전이 위기라 하나 여전히 꾸준한 시청률을 보이고 시청자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출연진들이나 제작진 역시 혹독할 정도의 노력과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 역시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감동에 흐려진 눈을 씻고 다시 한번 찬찬히 무한도전을 들여다 보도록 하자. 무한도전이 열정와 성실만으로 감당할 수 없는 위기를 맞지 않도록, 지금 그들이 처절히 버티고 있는 이 순간들이 허무하게 사라지지 않도록, 더욱 또렷한 시선으로 그들을 지켜보아야 할 때다.
by ddolap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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