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483회

ddolappa 2016. 6. 8. 01:02

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483회
- 릴레이 툰 1탄(160604)

 

 

 


무한도전의 세트 플레이가 살아나다

 

 

      김태호 피디는 최근 한 강연에서 "광희와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으면서도 멤버들과 그를 이어줄 역할"이 필요하다며 "이번 주 방송을 보면 어떤 이야기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리고 무한도전의 '릴레이 툰'이 방송되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양세형의 투입은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양세형은 '마음의 소리'를 표현하고야 마는 깐족 캐릭터로 멤버들과 다양한 상황을 만들어내며 극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에 자극 받은 광희의 캐릭터 역시 모처럼 살아났다.

 

      양세형은 흡사 노홍철과 정형돈의 캐릭터를 섞어놓은 리베로와 같은 모습으로 무한도전이란 그라운드를 마음껏 뛰어다녔다. 그는 노홍철처럼 쉴새없이 깐족거리며 멤버들을 자극했고, 특히 정준하와 하하와 만들어내는 합은 짜임새 있는 웃음을 만들어냈다. 그러면서도 양세형은 정형돈처럼 적절한 진행 멘트와 상황 정리 능력을 선보이며 유재석에 집중되었던 진행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정준하-양세형-하하로 이어지는 레프트윙의 공격이 살아나자, 박명수와 황광희로 구성된 라이트윙의 패스워크도 활기를 띄었다. 왼편에서 펼쳐지는 상황극을 부러워하는 광희의 모습을 캐취한 유재석의 볼패스가 이어졌고, 호프집에서 선배들로부터 치고 나오라는 주문을 받았던 광희는 박명수의 뺨을 치고 나오며 하나의 세트 플레이 패턴을 만들어냈다. 노장 박명수의 희생과 배려가 돋보이는 플레이였다.

 

      명장 김태호 피디의 용병술이 빛을 발한 순간이다. 양세형은 기존 멤버들과 광희를 연결시켜줄 뿐만 아니라 광희의 경쟁심을 자극시켜 다시 뛸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냈다. 양세형의 출연으로 무한도전의 인력 부족과 멤버들간의 부조화 문제가 한번에 해결된 셈이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왜 김태호 피디는 광희를 멤버로 발탁한 이후 멤버들의 캐릭터를 다듬고 그들 간의 유기적 관계를 조율하는 작업을 심도있게 하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다. 그리고 양세형은 정형돈을 비롯한 다른 멤버들이 복귀하기 전까지 게스트로 활용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멤버로 발탁할 것인가?

 

      어쩌면 6주간이나 진행되는 '릴레이툰' 에피소드는 정형돈이 복귀하기 전까지 단순히 시간을 벌기 위해 기획된 것이 아니라 멤버들의 캐릭터를 다듬고 새로운 멤버를 안착시키기 위한 정지 작업의 일환인지도 모르겠다.

 


기대되는 웹툰작가들과의 협업

 

 

      캐리커처의 특성상 인물의 어떤 특징이 과장되면서 그 사람의 캐릭터가 부각될 수밖에 없다. 가령, 정준하의 큰 얼굴, 광희의 뾰족한 턱과 코, 박명수의 무너진 턱선과 매끄럽지 못한 피부 등은 그들의 캐릭터를 형성하는 중요한 시각적 재료들이다. 심지어 어투도 한 사람의 캐릭터를 만드는 중요한 소재가 된다. 그래서 '기안84'의 심드렁한 말투는 그의 게으른 라이프 스타일, 미술학원에서 가르친 경험, 권력자에게 약한 모습 등의 외적 상황과 맞물려 '딱 혼나기 좋은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외모상의 특징에 인물의 성격이 결합하면 보다 입체적이고 밀도있는 캐릭터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좋아 하는 일에만 집중하고 막 사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는 박명수의 그림에 대한 평가는 곧 그의 캐릭터를 더욱 도드라지게 만든다. 자기애가 강하고 '아재 감성'을 지닌 하하, 미움 받는 걸 싫어하고, 디테일에는 강하지만 큰 그림을 보는 것에는 약하고, 큰 덩치에 비해 작은 마음을 소유한 정준하, 편안한 성격이 아니며 한없이 착하기만 한 유재석 등의 캐릭터는 모두 그들의 캐리커처를 웹툰 작가들이 평가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들이다. 유재석이 예능 분야에서 캐릭터를 만드는데 발군의 능력을 갖고 있는 인물이라면, 웹툰 작가들 역시 자신들의 분야에서 캐릭터을 만드는데 탁월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릴레이툰' 특집이 기대되는 이유는 바로 이점인데, 코미디와 웹툰은 캐릭터를 만들고 스토리를 짜내야 하는 작업이라는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고, 그래서 그들간의 협업은 서로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장에 이번 에피소드만 하더라도 지난 수 개월 간 방영된 에피소드보다 많은 캐릭터가 쏟아져나왔다. 마치 정신감정 특집과 디자인 특집을 결합시킨 것 같은 이번 특집이 그간 정체되어 있던 무한도전의 캐릭터들을 새롭게 정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웹문화에 접속하기

 

 

      초창기 무한도전이 주목받았던 요인 중 하나는 인터넷 문화에 기반한 자막이었다. 젊은 세대들이 인터넷에서 일상적으로 구사하던 은어들이 공중파에서 자막화되어 사용되던 모습은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무한도전의 놀라운 점은 그러한 자막 사용이 단순히 유행을 쫓는 느낌을 주지 않고 문맥상 매우 자연스럽고 능숙하게 구사되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러한 은어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은 무한도전의 자막들에서 자신들과 비슷한 세대가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쉽게 동질감을 형성할 수 있었다.

 

      문화적 검열의 시기를 거치며 패기 넘치던 무한도전의 자막들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고, 출연자들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프로그램 역시 노쇠해졌다는 느낌을 주는 순간이 생겨났다. 그것은 단순히 젊은 세대의 은어를 구사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출연자들이 자신들의 신체적 노화를 고백할 수도 있고, 언젠가 맞이 하게 될 프로그램의 종영을 두려움 속에 예감할 수도 있다. 문제는 그러한 성찰이 성숙의 계기가 되지 못하고, 새로운 도전 대신 자꾸만 과거에 축적된 영광을 지키려는 듯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물리적으로 나이를 먹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 정신마저 잃어버리게 된다면 무한도전이란 프로그램의 존재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일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SNS, 비디오 클립, 팬픽, 웹툰 등 다양한 웹문화가 소개된 '릴레이툰' 특집은 공중파와 인터넷 문화의 접속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하가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올린 정준하의 사진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서 기사화되면, 그것은 또다시 무한도전의 콘텐츠로 수용된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 텔레비전은 일방향적인 매체였다면, 인터넷과 결합한 텔레비전은 쌍방향적인 매체로 변화했다. 그에 따라 텔레비전의 수용방식 역시 변화했는데, 최근의 시청자들은 프로그램 전체가 아니라 화제가 되는 특정 장면을 비디오 클립의 형태로 시청하는 경향을 보인다. 정준하가 'MC 민지'로 출연한 '쇼미더머니5'의 비디오 클립이 120만 뷰를 달성한 것이 그 한 예이다. 이러한 시청 형태는 프로그램 제작에도 역으로 영향을 미쳐 보다 긴 호흡의 서사보다는 긴박한 사건들을 이어붙인 막장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끄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유명인들을 대상으로 팬들이 작성한 이야기인 팬픽 역시 소비자와 생산자의 경계가 모호해진 웹문화의 특성을 반영한다. 팬들은 무한도전 텍스트의 공백이나 결핍된 부분을 찾아내 자신들의 소망과 상상을 투사해 픽션을 꾸며내고, 그것 자체를 하나의 문화적 생산물로 소비한다. 무한도전의 경우 몇 년 전 인터넷에서 큰 화제가 되었던 '소녀시대' 제시카와 박명수의 관계를 패러디한 '명카드라이브 금단의 사랑'(a.k.a. 금단사)이 가장 유명한 경우일 것이다.

 

      그렇다면 궁금한 점은 이것이다. 무한도전의 팬픽을 썼던 중학생 소녀가 어느새 무한도전의 작가로 채용될 만큼 시간이 흘렀다. 프로그램 초창기 성장의 자양분으로 삼았던 인터넷 문화를 중년의 나이가 되어 방문해 직접 웹문화의 제작 과정에 참여한다는 것은 무한도전에게 어떤 의미를 지닌 것인가. 그리고 그 결과는 프로그램 제작에 어떻게 반영될 것인가. 6주후가 자뭇 궁금해진다.

 

 

 

by ddolap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