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484회
- 릴레이 툰 2탄(160611)
캐릭터를 가지고 노는 법
무한도전의 가장 큰 자산 중 하나는 11년 간 공고히 다져온 캐릭터의 힘이다. 그것은 미국 대사관 직원이 정준하에게 "Are you Corbong?"(당신이 쩌리인가요?) 하고 물어볼 정도로 막강하다. 2016년 무한도전의 제작 경향은 이처럼 대중에게 익숙한 캐릭터와 관계를 활용해 다양한 콜라보 작업을 시도한다는 데 있다. 장항준 감독과 김은희 작가가 참여한 무한상사 특집이나 웹툰 작가들과 함께 한 릴레이툰 특집이 그 대표적 예이다. 이러한 협업의 묘미는 다양한 장르적 상상력이 무한도전이 구축한 세계관을 어떻게 활용하고 전복시키는가를 살펴보는 데 있다. 특히 멤버들의 자유도가 높은 릴레이툰 특집은 쪽대본 특집의 경우처럼 각자 자신들 위주로 재구성된 세계를 선보일 예정이어서 파격적인 설정이 등장할 여지가 많다.
아재감성을 세련되게
기안84와 파트너가 된 하하는 그런 막장의 조짐을 벌써부터 내비쳤다. 30년 뒤의 무한도전을 다룬 이야기 속에서 하하는 50세부터 20cm 가량 키가 성장한 훤칠한 톱스타가 되어 있고, 유재석은 단 한 번의 실수로 공중파에서 퇴출돼 인터넷 방송을 떠도는 신세가 되어 있다. 사실 하하에게 중요한 건 자신이 생각하는 멋짐이 실현된다는 사실 자체이지 나머지는 부차적인 문제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오래전부터 하하가 주장해온 멋이라는 게 90년대 식이라는 점이고, 그것이 무한도전에서는 '하이브리드샘이솟아리오베이비' 정도의 캐릭터로밖에 구현될 수 없다는 점이다. 하하의 '아재감성'을 기안84가 세련된 방식으로 어떻게 다듬어내는가를 살펴보는게 이 팀의 포인트일 수 있다.
파격적인 상상의 실험
양세형과 이말년 조는 6 팀중 가장 파격적인 상상력을 선보였다. 좀비가 된 노홍철과 길을 양세형이 부린다든가, 눈치를 보다가 매직 아이가 되어버린 광희의 모습은 그나마 점잖은 편에 속한다. 이말년은 영화 '맨 인 블랙'에서 조그만 외계인이 사람의 머리 속에서 그를 조종하듯 유재석의 치아가 그의 육체를 조종한다거나, 박명수의 머리에서 부화된 명수 새가 무한도전 멤버들의 손에 키워져 서울대에 진학했지만 취업이 안된다는 예츨불허의 상상력을 펼쳐보였다. 처음에는 이말년에 거리감을 두던 양세형이 점차 그에게 동화되는 모습을 보여 그들의 파격적 상상 속에서 무한도전의 세계가 어떻게 뒤틀리게 될 지 궁금해진다.
사육당하는 동물들의 세계
가스파드가 보여주는 상상의 세계는 일종의 직유의 세계이다. '미련 곰탱이'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웹툰에서 곰의 모습을 하고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미 무한도전 멤버들을 동물로 캐릭화한 그는 김태호 PD와 멤버들 간의 관계에 주목했다. 그의 시선에서 무한도전은 김태호 PD에 의해 사육당하는 가축들의 세계라는 것이다. 무한도전의 내부자로서 김태호 PD에게 당한 것이 많은 정준하가 어떻게 디테일한 부분을 채워나갈 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유재석의 도전
무적핑크는 자신의 전공이라 할 수 있는 역사물을 제안했다. 연산군이 사화를 일으킨 나이가 광희와 동갑인 28세였다는 점에서 착안을 해 폭군인 광희군이 병신사화를 일으키고 충신인 유재석이 이를 평정하는 내용이 될 것으로 짐작된다. 문제는 유재석의 그림 실력이 어떤 작가도 선택하지 않을 정도로 최악이라는 점인데, 과연 그가 11년 만에 맞이한 가장 큰 위기를 어떤 식으로 극복할 지가 관전 포인트이다.
주호민 작가의 도전
자기가 관심을 갖는 일엔 열과 성의를 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일에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는 박명수와 파트너가 된 주호민 작가는 한국의 밥 로스가 되어 그를 웹툰의 세계로 인도했다. 다른 팀들이 협업의 느낌을 자아낸다면 유일하게 작가의 도전처럼 느껴지는 이 팀에서 기대해 볼 만한 건 박명수가 점차 웹툰의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는 점과, 이미지에 사운드를 덧입힐 수 있는 웹툰만의 특징을 살리려 한다는 점이다.
광희, 고민을 털어놓다
윤태호 작가와 광희 팀은 뜻밖에 가장 흥미로운 장면을 연출했다. 광희는 프로젝트에 관한 이야기 대신 '미생'을 인용하며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았고, 윤태호 작가는 그의 멘토가 되어 그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진심어린 조언을 했다. 무한도전의 정식 멤버로 발탁된 이래 노력은 해왔지만 줄곧 부진한 모습을 보여왔던 광희가 자신의 고민을 고백하는 이 장면은 분명 무한도전 내에서 그의 입지를 전환시킬 만한 획기적인 계기가 될 만하다. 시청자들 역시 그의 고민을 공감할 만한 여지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윤태호 작가는 광희의 정체성과 매력을 과시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는데, 만일 그러한 계획이 성공을 거둘 수만 있다면 광희에게나 무한도전에게나 그보다 더 값진 수확도 없을 것이다. '그 전 녀석'이라 불리던 길이 공공연히 언급되기 시작했고, 여름 시즌에 정형돈의 복귀가 예상되는 가운데 광희마저 제 몫을 다 해준다면 무한도전의 인력난은 조만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p.s. 그나저나 이미 방송에 복귀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전 녀석' 노홍철은 언제쯤 무한도전에 복귀할 생각인 것인가? 유재석이 단 한 번의 실수로 방송에서 영원히 퇴출된다는 하하의 상상이 적어도 무한도전에서만큼은 매우 현실적인 일로 보이는 것은 왜일까.
by ddolap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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