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485회

ddolappa 2016. 6. 19. 19:47

 

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485회
- 오늘 뭐 하지?(160618)

 

 


이상과 현실의 괴리 사이에서

 

      잭 블랙을 만나러 LA를 가려던 예정이 취소되고 여름 특집용으로 미리 섭외해두었던 워터파크 방문 아이템을 부랴부랴 꺼냈지만 이용이 가능한 오후 5시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남은 상황. 유재석은 미리 떠나는 6월의 바캉스를 제안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즉흥적 상황과 우발적 해프닝이 깨알같은 재미를 선사하는게 '오늘 뭐 하지?' 특집이다.

 

      과거 무한도전은 계획에 없던 촬영 무산의 위기를 슬기롭게 잘 대처해왔다. '논두렁 특집', '정총무가 간다', '우천 취소 특집' 등이 그렇게 탄생한 에피소드들로 예상 밖의 재미를 주어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햇빛이 쨍쨍한 캘리포니아 해변에서의 물놀이를 기대했다가, 아직은 쌀쌀한 6월의 고기리 계곡에 몸을 담가야 하는 상황 자체가 이번 에피소드의 최대 유머 포인트이다.

 

 

 


뭣이 중헌디?

 

      기대했던 미국 촬영의 무산으로 인한 실망감을 채 추스리기도 전에 그래도 어떻게든 방송분량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촬영에 돌입했지만 멤버들이 마주한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막연한 기대를 갖고 방문한 계곡은 강수량 부족으로  바닥을 보일 정도로 수위가 낮아 있었고, 절을 향해 차를 몰았지만 막다른 입구에 있는 기도원 간판을 확인하고 돌아와야 했다.

 

      한강 공원에서 목적지인 고기리 계곡에 도착하는데는 불과 3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지만, 계곡에서 밥집을 찾는데는 40분이 넘는 시간을 사용한 장면은 이번 에피소드의 지향점을 여실히 드러낸다. 즉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즐기는 것이 오락적 재미라는 것. 해서 감동과 의미를 추구하느라 다소 무거운 느낌을 주었던 최근의 에피소드들에 지쳐 있던 시청자라면 순수한 오락적 재미로 충만한 이번 화에 큰 만족감을 느꼈을 수도 있겠다.

 

      갈림길에서조차 좌 회전파와 우 회전파로 나뉘어 아옹다옹하고, 단체 여행을 왔지만 각자 개별 메뉴를 주문해서 먹고, 그 와중에 박명수 혼자 삼겹살을 시켜 홀로 '토요미식회'를 찍기도 하고, 또 막힌 변기를 뚫고 있는 하하에게 불쑥 카메라를 들이댄다거나 자신을 찍은 필름을 회수하기 위해 제작진을 협박하는 하하의 모습 등은 익숙하지만 어딘가 낯선 여행의 즐거움을 선사했다.

 

      여기에 두 번씩이나 점심값 내기에 당첨되서 당황스런 표정을 감출 수 없었던 '행운의 사나이' 오취리나, 주사위 던지기에서 꼭 1이 필요한 순간 1을 던지고 만 '전설의 육잡이' 박명수와 같은 우연이 덧붙여져 의외의 웃음을 주기도 했다. 상의를 탈의하고 타야 하는 워터드롭에서 유재석의 '저쪽아래'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건 적어도 그에게는 행운이었을 것이다.

 

 

 

 


간만에 만난 휴식 같은 에피소드

 

      사실 이번 에피소드도 무한도전의 가장 가장 기본적인 웃음 패턴이 적용되고 있다. '게임 중독 말기'의 유재석이 전체적인 판을 짜면, 박명수가 곡성의 '외지인'이나 '일본 원숭이' 캐릭터 등으로 판을 어지럽히고, 나머지 멤버들이 여기에 살을 덧붙여 웃음이 만들어진다. 멤버들 간의 역할 분배와 합이 좋은 편이기 때문에 사전에 계획되지 않은 촬영에서도 기본 이상의 재미를 줄 수 있는 것이다.

 

      가끔은 이렇게 무한도전 멤버들에게나 시청자들에게나 잠깐의 휴식 같은 에피소드가 제작되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서울에서 불과 30분 거리에 그런 휴양지가 숨겨져 있다는 걸 알려준 것처럼 과거의 무한도전은 사소한 일상 속에 숨겨진 소소한 재미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알려준 바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땜빵'으로 급조된 특집이지만 간만에 편안한 웃음을 웃을 수 있는 에피소드로, 이런 특집이라면 언제라도 환영한다.

 

 


by ddolap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