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488회
- 릴레이툰 5탄, 귀곡성 1탄(160709)
무한도전의 피드백
여름 납량 특집으로 영화 '곡성'을 패러디한 '귀곡성'이 공개됐다. 멤버들이 퀴즈를 통해 획득한 아이템으로 직접 공포의 집을 꾸민다는 점에서 기존의 공포 특집들과는 차별화됐다. 준비 과정만으로도 공포의 강도와 파괴력은 비교를 불가할 정도로 막강할 것으로 예상이 된다. 하지만 이번 방송에서 주목해야 할 지점은 따로 있다. 많은 문제점이 지적됐던 웹툰 결과물이 눈에 띄게 개선되었다는 것과 유재석의 고정된 이미지를 변화시키려는 시도가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이렇게 신속히 그리고 효과적으로 피드백이 이루어질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10년 넘게 프로그램이 유지될 수 있었고, 또 여전히 신선한 재미를 줄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무한도전은 멋지게 증명한 셈이다.
웹툰의 재미를 살리다
첫 릴레이 웹툰이었던 하하와 기안84의 '무도 30년 후'가 공개된 직후 15분만에 댓글만 3만여 개가 달리고, 5일간 누적 조회수는 700만 건에 달했다. 원래부터 인기있던 웹툰 시장과 무한도전의 팬덤이 결합한 결과 놀라운 스파크가 일어난 것이다. 문제는 하하가 송민호의 노래 '겁'으로 우회적으로 표현했듯이 그것이 긍정적인 반응만을 불러온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지적했듯이 자기 중심적 스토리, '아재 감성' 그리고 협업을 망각한 과도한 자기 주장 등이 겹쳐 웹툰 본래의 재미를 살리지 못했다. 그리고 릴레이를 이어받은 양세형과 이말년은 하하가 설정한 세계관을 부정하는데 과도한 에너지를 소비한 나머지 정작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그런데 정준하와 가스파드의 '무도 애니멀즈'는 열광적인 관심이 싸늘한 비판으로 변해가는 여론을 반전시킬 만큼 뛰어난 결과물을 산출했다. 우선 그들은 양세형과 이말년이 남긴 설정을 불과 몇 컷만에 부정하고 자신들의 스토리를 전개해서 앞선 팀이 범한 오류를 되풀이 하지 않았다.
양세형과 로봇 군단으로부터 쫓겨난 김태호 피디와 멤버들이 혹독한 훈련을 통해 무한도전을 탈환하게 된다는 스토리는 단순하지만 그것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기발한 아이디어들을 채워넣었다. 먼저 무한도전의 현실을 반영해 팬들의 관심을 유도했다. 김태호 피디가 유독 유재석만 애지중지했던 사실을 이용해 볼락으로 캐릭터화된 유재석을 김태호 피디가 어항에 넣어 소중하게 품고 다니게 하거나, 로우킥으로 알려진 김란주 작가를 '로우킥 테라피 원장'으로 등장시키거나, 'MC민지' 정준하의 '웃지마!'를 패러디한 대사들을 삽입한 것 등이 그 예이다.
하하의 웹툰에서 등장했던 대사인 '우리는 하나다'를 다시 인용해 앞선 작품과의 연속성을 갖도록 했다. 그러면서 하하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을 의식한 듯 하하의 캐릭터를 화면 밖으로 퇴출시켰다가 멤버들의 합체 장면에 다시 등장시키는 재치를 발휘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앞선 릴레이툰에서 발견하기 어려웠던 뛰어난 화면 연출과 구성은 웹툰 본연의 재미를 살아나게 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텔레비전 속 세계에서 그것을 시청하는 멤버들로 전환되는 장면이나 비행기에서 고공 낙하하는 장면, 그리고 웹툰의 가장 큰 특징인 횡스크롤을 부각시킨 마차를 끄는 훈련 장면 등은 뛰어난 화면 연출력이 돋보인다.
정준하의 빼어난 그림 실력과 가스파드의 작가적 역량이 결합해서 거둘 수 있는 최대치의 산물이라 할 만큼 이번 웹툰은 스토리, 장면 구성, 재미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난 기량을 선보였다. 하하의 웹툰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을 제작진이 제대로 전달했다 하더라도 그들의 뛰어난 재능이 뒷받침하지 못했더라면 결코 이런 창작물을 생산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의 노고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다만 신 스틸러로 등극한 김태호 피디의 더빙 연기를 볼 수 없는 것은 조금 아쉽다. 하루 빨리 충격으로 인한 실어증에서 벗어나 명연기(?)를 펼치길 기대해 본다.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유재석 VS 박명수로 살아보기' 편에서 시청자들이 유재석에 대해 갖고 있는 고정 관념이 확인됐고, 나는 리뷰에서 그런 이미지가 유재석 개인이나 무한도전에 결코 좋지만은 않은 것이라 썼다. 다른 멤버들과 유재석의 격차가 벌어질 수록 관계가 경직돼서 한정된 액션과 리액션을 주고받게 되기 때문이다. 이번 방송에서 바로 그 문제에 대한 제작진의 답변을 들을 수 있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제작진은 유재석이 사람은 물론이고 귀신이나 김부경 피디에게마저 친절을 베풀 정도로 친절함이 몸에 배인 사람이란 걸 다시 한번 부각시켰다. 그러면서 과거 그가 했던 인터뷰 기사를 인용해 그를 신과 같은 위치로 더 상승시켜 버렸다. 그 결과 '유느님과 새싹들'이 탄생하게 되지만 유재석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고, 다른 멤버들은 한껏 삐친 모습을 보이는 희극적 상황이 발생했다. 남을 웃길 때의 느낌을 '땀 흘려 산꼭대기에 올라 지평선을 바라보는 느낌'이라 표현한 유재석의 인터뷰도 예능의 정상에서 자기 도취에 빠진 신과 같은 이미지를 연상시켜 오히려 그를 희화화했다.
무한도전 제작진은 과거 하하가 만들었던 '무한재석교'를 더 밀고 나가 유재석을 아예 '신'으로 만들어버리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번에는 하하 같은 다른 사람에 의해서가 아니라 유재석이 과거에 했던 발언에 기반해서 그를 신으로 등극시킴으로써 본임에게는 민망함을, 다른 멤버들에게는 반발심을 유발토록 했다. '유느님'이란 이미지를 극단으로 밀어붙임으로써 오히려 그것을 상충시키는 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제작진의 이런 선택이 앞으로 무한도전 내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 지 아직 가늠하기 어렵지만, 일단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런 기발한 대책을 내놓았다는 것만으로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유느님'의 약점이 '유느님'(유재석+하느님) 안에 있을 줄 누가 알았으랴. 가끔은 오래 된 연인처럼 의무감으로 만나기도 하고, 또 가끔은 가시 돋힌 불만을 표출하기도 하지만, 10년 넘게 알고 지낸 친구에게서 반짝반짝 빛나는 면모를 다시금 발견하게 될 때만큼 그와의 우정이 자랑스럽게 느껴지는 순간도 없는 것 같다.
by ddolap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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