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490회
- 릴레이 툰 7탄, 분쟁조정위원회 1탄(160723)
릴레이 웹툰 특집에서 기대했던 것들
릴레이 웹툰 5화로 광희와 윤태호 작가의 '초심을 버려라'가 공개됐다. 광희는 웹툰 1회가 연재되기 전부터 연습장 4권 가량의 그림 그리기 연습을 해왔고, 윤태호 작가는 광희의 부족한 실력을 향상시킬 다음 과제를 제시하거나 필통이나 펜 같은 문구류를 말없이 챙겨주는게 그들 만남의 전부였다. 그들의 첫 만남에서처럼 고민을 상담하는 장면도 없었고, 또 그렇다고 특별히 재미있는 상황도 없었다. 그렇게 5주차 가량의 시간이 흐른 후 공개된 광희의 그림 실력은 윤태호 작가조차 감탄할 정도로 일취월장해 있었다. 그 장면이 특별한 의미를 갖는 건 최고가 아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통해 감동을 주었던 무한도전의 정신이 다른 어떤 멤버도 아닌 광희를 통해 되살아 났기 때문이다.
웹툰의 내용 또한 지극히 평범하지만 무한도전의 초심에 관한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지난 웹툰에서 광희를 살리려다 가슴에 화살을 맞은 유재석은 현실로 복귀하지만 방송에 대한 열정과 재능을 상실한 상태였고, 이것은 자연스레 다른 멤버들에게 초심을 상기시켜주는 물건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박명수는 치킨 배달할 때 이용했던 스쿠터 키를, 정준하는 매니저 시설에 쓰던 가방을, 하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구입했던 농구화를, 양세형은 무명시절 사용했던 지하철 정액권을 아직도 가지고 다니며 그 시절을 떠올린다고 대답했다. 다른 곳에서 듣기 어려웠던 이런 진솔한 답변을 이끌어냈다는 것만으로도 광희의 웹툰을 가치를 지닌다. 다만 최근의 무한도전은 그 첫 열정만으로도 감당이 안 될 만큼 노쇠하고 지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만이 서글플 뿐이다.
그리고 또 다시 부각된 사실은 유재석은 무한도전의 거의 전부와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다른 멤버들이 사고나 질병으로 인해 빠지더라도 무한도전은 방송될 수 있지만, 유재석이 없는 무한도전은 존재 자체가 불가능하다. 유재석은 자신의 웹툰에서조차 주인공이 되기보다는 주눅들어 있는 광희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도록 배려했고, 그런 자세야말로 처음부터 지금까지 유재석이 무한도전을 다스리는 통치술이다. 그는 군림하는 대신 자신을 낮추는 방식으로 프로그램과 개성 강한 멤버들을 이끌어왔던 것이다.
광희의 웹툰은 진행 능력을 상실한 유재석을 주인공으로 내세움으로써 역으로 무한도전에서 그가 차지하고 있는 무게감을 드러내는 한편 유재석의 그런 통치술을 부각시킨다. 자신을 죽이려한 광희 대신 화살을 맞은 유재석에게 광희가 느끼는 미안함과 고마움이 뒤섞인 감정은 실제 현실에서 광희가 갖고 있는 감정이 어느 정도 투사된 것이어서 앞서 연재된 어떤 웹툰보다 진정성이 느껴졌다.
개인기 잔치로 전락한 분쟁조정위원회
이에 반해 유행어 '히트다 히트'를 놓고 일어난 박명수와 하하 간의 논쟁을 다른 '분쟁조정위원회'는 '죄와 길'의 다운그레이드 버전으로, 평범한 쇼로 전락한 무한도전의 최근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사소한 문제를 크게 부풀리는 장기는 여전하나 그 안에 특별한 긴장감은 없었다. 소환된 참고인들의 진술이나 법원 판례는 이미 하하의 승리를 예상케 했으며, 그로 인해 사라진 긴장감을 개인기들의 나열로 억지로 메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조차 적재적소의 상황에서 터지는 개인기가 아니라 아예 멍석을 펴고 개인기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하는 것이라 웃음의 의외성이나 지속성은 부족했다.
물론 무한도전은 여전히 재미있게 시청할 수 있다. 하지만 '죄와 길' 편이 주었던 예측 불허의 긴장감과 의외성으로 가득찬 웃음을 기억하는 시청자라면 '분쟁조정위원회' 편에 만족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변호사들과 한 팀을 이뤄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김제동이나 이효리처럼 의외의 게스트들을 섭외해 예측불가능한 상황 속에 예측불허의 웃음을 만들었던 '죄와 길' 편과 비교하면, '분쟁조정위원회' 편은 변호인단은 단순한 방청객 수준으로, 참고인들은 개인기를 펼칠 1회용 게스트로 소모하는 구성을 택하고 있다.
간혹 정형돈이 복귀한다면, 또는 노홍철과 길이 다시 합류하게 된다면 무한도전이 전처럼 특별한 웃음을 선사할 거라 기대하는 여론이 있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최근의 무한도전이 단순히 출연자들의 부재가 문제가 이나라 제작진의 기획력이나 연출력이 예전보다 못하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외면한 것이다. 실질적인 웃음을 담당할 수 있는 출연자들이 부족한 상황에 유재석을 가운데 위치한 최상단의 진행석으로 배치하고, 출연자들과 변호인단을 공간적으로 분리시킨 것은 어떤 의도에서인가.
사실 박명수와 김현철의 논쟁이나, 하하와 김영철의 유행어 논쟁 역시 새로운 것은 아니다. 김현철이 2006년 월드컵 특집에서 욕설 논란 이후 10년의 자숙 끝에 무한도전에 출연했다고 하지만, 그는 그 이후 이미 '행사 하나마나 시즌2'에 출연해서 박명수와 '오호츠크 랩'과 '쪼쪼 댄스'에 대해 설전을 주고받은 바 있다. 김영철 역시 '식스맨' 특집에 출연해 하하와 유행어를 놓고 논쟁을 벌인 바 있다. 따라서 한때 무한도전의 고정 게스트였으나 지금은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김현철이 오랜 만에 무한도전을 방문한 것은 반가운 일이나, 그 외의 사실들은 전혀 새롭지도 반갑지도 않은 것들이다.
현재 무한도전의 가장 큰 문제는 제작진의 역량이 이토록 퇴화한 것에 있다. 개성 강한 자막도 예전만 못하고, 에피소드의 구성이나 연출도 오히려 예전보다 후퇴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모든 멤버들이 다시 복귀한다고 하더라도 무한도전이 예전과 같은 웃음을 주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MBC 측에서 10년 넘게 쉼 없이 달려온 무한도전에게 시즌제 도입해서 앞으로 2,30년 넘게 지속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줄 리 전혀 없기 때문에 무한도전의 퇴화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진행 능력을 상실한 유재석을 지켜보는 것만큼 평범해진 무한도전을 보는 것 역시 안타깝고 고통스럽다.
by ddolap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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