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489회
- 릴레이 툰 6탄, 귀곡성 2탄(160716)
법정 콩트의 서막
이번 방송은 크게 세 꼭지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유행어 '히트다 히트'에 대한 소유권 문제를 놓고 논쟁이 일어났고, 유재석과 무적핑크의 릴레이 툰 '광희군'이 공개됐으며, 납량특집 '귀곡성'이 마무리됐다.
먼저 다음주에 방영될 법정 콩트의 서막에 해당되는 유행어 논쟁은 이미 무한도전 초창기부터 종종 언급되던 문제 중 하나다. 당시 자신의 유행어 '스파르타'를 강호동이 임의로 사용하는 것에 불만을 가졌던 하하가 그 사실을 폭로하며 문제를 제기했고, 여기에 신정환의 '쪼아'와 박명수의 '안녕하셨쎄요' 같은 유행어 사용에 관한 문제로 논쟁이 확대되었다가 다 함께 공유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하지만 유행어 '히트다 히트'의 경우 상황이 보다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 유행어로 광고를 찍은 하하에게 유행어를 빼앗길 위기에 처한 박명수가 라디오 방송에서 마구 남발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여기에 정준하가 홈쇼핑 방송에서 이 유행어를 무단으로 사용한 사건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사실 이 문제는 유행어를 개인의 창작물로 인정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부터 그것으로 한 개인이 경제적 이득을 획득하는 것은 정당한 일인가 하는 문제까지 다양한 쟁점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다만 무한도전은 이미 길의 취중방뇨 문제를 대형 법정 콩트로 풀어낸 '죄와 길'을 방영한 적이 있어 유사한 소재와 포맷을 활용해 얼마나 참신한 내용을 전개할 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텔레비전 속으로 들어온 웹툰
유재석과 무적핑크의 웹툰 '광희군'은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 시대로 날아가 중종 반정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무적핑크의 주전공이라 할 역사의 현대적 재해석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유재석의 부족한 그림 실력도 트레이싱과 스캐닝 작업으로 비교적 손쉽게 해결됐다. 하지만 유재석과 무적핑크가 앞으로 자신들의 전공인 예능과 웹툰에 전념하겠다는 다짐은 이번 콜라보 작업의 슬픈 결말을 암시한 것처럼 들린다.
웹툰 '광희군'은 정준하와 가스파드의 작품과는 또 다른 소소한 재미를 주는 작품이다. 과거제도 를 만백성 공개오디션인 '쇼미더벼슬'로 대체해서 실력대로 신분상승할 수 있는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려 했지만 실력이 아닌 사연으로 승부를 보는 경우가 속출해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는 충분히 흥미롭다. 또 백성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나눠준 호피무늬 저고리 때문에 호랑이가 새끼로 오인해 잡아가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나, 페이스북을 '안면장부'로 옮긴 재치도 소소한 즐거움을 준다.
하지만 목소리를 입혀 텔레비전으로 송출된 웹툰에서는 그런 소소한 재미를 느끼기 어렵다. 한 장면 한 장면 그림과 대사를 꼼꼼히 살펴가며 읽어야 발견할 수 있는 즐거움을 위해서 시청자들이 기다려줄 수 있는 여유는 겨우 2초 가량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 이상 화면이 정지하게 되면 다른 화면을 찾아 리모콘을 움직이도록 길들여진 탓이다.
웹툰을 영화화하거나 드라마화했을 때 종종 실패하게 되는 원인 중 하나는 이처럼 매체들 간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매체 간의 전이를 시도하기 때문이다. 더빙과 사운드 작업과 같은 텔레비전 매체의 기술을 동원하더라도 정적인 웹툰의 특징은 끊임없이 움직여야만 하는 텔레비전의 속성상 오히려 단점으로 부각될 뿐이다. 어쩌면 무한도전 시청자들은 유명 웹툰 작가들을 셀리브리티로 인식하고 그들에게 그에 걸맞는 입담과 제스처를 기대했던 것이지 텔레비전을 통해 그들의 작품을 보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 모른다.
하지만 아직 속단은 이르다. 2번의 협업 작업이 여전히 남아 있고, 웹 문화의 재기발랄함만큼은 충분히 배울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당장에 영화 '곡성'을 패러디한 무한도전의 '귀곡성'이 무적핑크의 '광해군'에 사용된 패러디 기법보다 더 낫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사실만 보아도 그렇다.
이게 정말 최선입니까?
유명한 영화나 드라마 심지어 노래조차 우스꽝스럽게 비틀어 코미디의 소재로 삼은 것은 코미디의 역사만큼 오랜 역사를 갖는다. 무한도전 역시 수많은 작품들을 패러디해왔는데, 그 중 '28년후', '여드름 브레이크', '패닉룸', '세븐 특집' 등은 유명 작품의 단순한 인용을 뛰어넘어 창조적 패러디의 정신이 유감없이 발휘된 에피소드들로 기억된다. 반면 비교적 최근 작품인 '나 홀로 집에'의 경우 예능 프로그램의 공포 특집에서 익히 보아온 안일한 구성과 작위적 리액션으로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그렇다면 '귀곡성'은 전자와 후자 중 어느 쪽에 가까운 작품일까?
영화 '곡성'을 패러디한 '귀곡성'은 영화로부터 사진, 살 날리기, 3번 소리지르면 탈락과 같은 형식적 요소를 차용했다. 하지만 영화의 흥행 요인을 외지인과 같은 오컬트적 요소에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과거 '전설의 고향'이나 영화 '여곡성'(1986)에서 보았을 법한 귀신 분장으로 재해석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귀곡성'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영화 '곡성'은 단순히 엑소시즘이나 오컬트적 요소 때문이 아니라 다양한 해석 가능성 때문에 화제가 된 작품인데 무한도전은 가장 본질적인 핵심을 건너뛰고 형식적 재현에 집착한다. 그 결과 무한도전 멤버들이 왜 영화 속 등장인물들처럼 분장해야 했는지 전혀 알 수 없고, 실제로 전개되는 내용 역시 분장이나 역할과 무관한 슬랩스틱으로 일관된다.
무려 10년 전에 방영된 공포 특집과 비교해 보더라도 '귀곡성'은 형식 면에서 퇴보한 작품이다. '전설의 고향'을 패러디한 특집에서 제작진은 카메라를 완전히 감추는 방식과 땅이 꺼지는 스펀지 바닥을 설치해 출연자들에게 새로운 공포를 체험하도록 했다. 특히 다른 멤버가 도전하는 과정을 스피커를 통해 다른 멤버들에게 전달함으로써 공포를 극대화시키는 방법은 참신한 시도였다.
'귀곡성'에서도 이 때 사용한 기법을 재도입하고 있지만 큰 차이점이 있다. 이전에는 동일한 코스를 모든 멤버들이 경험해야 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집중이 이루어졌지만, 이번에는 서로 다른 코스를 선택했기 때문에 집중은 물론 감정의 공유가 이루어질 수 없었다. 그로 인해 '귀곡성'은 공포의 강도는 더욱 세졌지만 산만하다는 인상을 준다.
결정적으로 '귀곡성'은 그 목적을 알기 힘든 공포 체험의 연속만 있을 뿐 웃음과 공포 간의 균형이 부족하다. 이전에는 자신도 겁쟁이면서 다른 겁쟁이들을 놀리는데서 긴장을 이완시키는 유머가 발생했고, 그것은 공포 체험과 조화를 이뤄 오락적 즐거움을 선사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양세형이 정준하를 겁쟁이라고 놀리는 단 한 순간 그런 유머가 있었을 뿐이다. 출연자들은 방송 내내 강도 높은 공포에 겁에 질린 상태로 나오기 때문에 다른 출연자들을 놀리거나 유머를 구사할 여유가 전혀 없었다. 놀라는 출연자들의 모습을 보고 웃음이 나오기보다는 연민과 동정심이 먼저 생겼다면 그것은 실패한 코미디가 아닐까?
새로운 시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무서움을 쫓아버리기 위해 수건을 돌리고 소리를 지르는 박명수의 모습을 도장깨기나 디제잉 연습에 비유해 자막화하거나, 또 목적지를 향해 가는 정준하를 병에 걸린 딸을 치료하기 위해 용한 의원을 찾아가는 머슴으로 비유한 것은 나름 참신했다. 차라리 멤버들 각자를 이런식으로 차별화하는 편집과 화면 구성이 이루어졌더라면 조금 더 세련된 형태의 공포 체험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또 다른 문제점은 이런 식으로 진행할 계획이었다면 양세형은 도대체 왜 불렀는가 하는 점이다. 지난 주만 하더라도 양세형은 공포 체험과 관련된 토크도 준비해 올 정도로 의욕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번 주에 양세형은 공포 체험을 하게 될 한 사람으로 전락해 버렸다. 이것은 제작진이 설계한 포맷으로 인한 결과이다. 양세형은 다른 멤버들과 함께 퀴즈를 풀지도 않았고 귀신의 집을 제작하지도 않았고 단순히 인원수를 채우기 위해 그 자리에 불려나왔기 때문이다. 이건 게스트로 초대되었다 하더라도 너무한 처사가 아닐까.
한 마디로 '귀곡성'은 현재 무한도전이 지닌 총체적 문제점을 고스란히 노출한 에피소드라 할 수 있다. 그들은 더 이상 예전처럼 주제를 깊이 있게 탐구하지도 않고, 출연자들이 제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포맷을 내놓지도 못하고, 무엇인가 열심히는 하는 것 같은데 도통 그 목적이나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다.
무한도전, 이게 정말 최선입니까?
by ddolap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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