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491회

ddolappa 2016. 7. 31. 18:36

 

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491회
- 릴레이툰 8탄, 분쟁조정위원회 2탄(160730)

 

 

 

시청자들과 함께 하는 놀이

 

      유행어 '히트다 히트'를 두고 박명수와 하하 사이에 일어난 분쟁을 다룬 '분쟁조정위원회'가 마무리됐다. 전편이 '히트'라는 단어를 먼저 사용해 유행어의 빌미를 제공한 박명수와 이것을 보다 재미있게 살린 하하 간의 논쟁을 다루고 있다면, 유행어의 원조를 다룬 이번 편은 계속된 반전의 연속이었다.

 

      오래 전부터 이 유행어를 사용해온 것으로 인정받던 김신영이 출연해 그 기원과 사용 사례를 그럴듯하게 설명하며 자신의 몫을 주장했지만, 근원지로 추정되는 대구의 시장들을 샅샅이 추적한 무한도전 제작진의 수고 덕에 전혀 근거가 없음이 밝혀지며 반전이 일어났다. 게다가 시청자 제보에 의해 정준하가 2007년 1월 '초심 특집'에서 사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또 다른 충격을 주었고, 90대의 시청자가 등장해 해방 전부터 자신이 '히트'라는 말을 사용했다고 주장해 반전에 반전을 이어갔다.

 

 

 

      이 장면에서 '분쟁조정위원회'가 지향하는 기획의도가 분명히 드러났다. 우연히 탄생한 유행어를 마치 엄청난 히트 상품처럼 취급하는 것이 부자연스러웠고, '죄와 길'에서 차용한 법정 상황극이 그전보다 형식적으로 퇴보한 것으로 판단돼서 비판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조금은 성급한 판단이었음을 먼저 고백해야겠다. 제작진은 애초부터 그럴 의도조차 없었고 단지 '히트다 히트'라는 유행어를 맥거핀으로 활용해 시청자들을 함께 하는 놀이에 초대하고자 했던 것이다. 대부분의 반전들이 시청자들의 참여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이것을 뒷받침한다.

 

      특히 정준하가 무심결에 흘러가듯이 이 유행어를 말했다는 사실을 제작진이 아닌 어느 익명의 시청자가 밝혀냈다는 사실은 조금 놀랍기조차 하다. 그간 방영된 무한도전을 몇 번씩이나 되돌려 보며 사소한 자막 하나 작은 목소리 하나 놓치지 않고 기억하는 시청자들이야말로 계속된 위기 속에서도 무한도전을 지탱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명수와 주호민의 마지막 웹툰이 이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것은 전혀 새삼스럽지 않다.

 


고향으로 되돌아오기 위해 떠난 여행

 

      마지막 릴레이 툰인 박명수와 주호민의 '무한도전 저승편'은 그간 계속된 박명수의 주장대로 멤버들 모두 죽음을 경험하게 되지만, 저승 전문 작가 주호민의 배려로 모두가 온전한 채로 현실로 복귀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여러 우여곡절과 시행착오가 있었던 6주 간의 여정이 결국 그 첫 출발점으로 되돌아오는 것으로 끝난 셈이다.

 

      그런데 무한도전 멤버들이 저승에서 이승으로 되돌아오는 계기가 시청자들의 청원에 의해 마련되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누군가에게 무한도전은 외롭고 삭막한 삶에 위안이 되기도 했고, 또 누군가에게는 세대와 세대를 잇는 소통의 창구가 되기도 했기 때문에 무한도전은 시청자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었고, 또 그 덕택에 11년 간이나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한 사실을 작품에 표현했다는 것은 곧 팬들의 사랑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기도 하다.

 

      하지만 때로는 그러한 사랑이 지나친 부담감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공황장애로 잠시 무한도전을 떠났던 정형돈은 갑작스럽게 무한도전 하차를 선언했다. 복귀를 준비하던 중 "<무한도전> 특유의 긴장감과 중압감"을 다시 절감하게 되서 그의 병세가 다시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11년 넘게 출연하던 프로그램에서 자진 하차를 선언하게 된 것은 자신의 늦어지는 복귀로 인해 프로그램에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결정적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또 음주운전으로 자숙의 시간을 보냈던 노홍철 역시 이미 방송 활동을 다시 시작했지만 무한도전으로 복귀하지 않고 있다. 상황을 종합해서 추축해보면,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았고 또 너무나 사랑했던 방송이기 때문에 잘못을 저지른 자신이 복귀해서 프로그램에 해를 끼쳐서는 안된다는 그의 다짐이 읽힌다. 결국 정형돈은 사랑 때문에 프로그램에서 하차를 했고, 노홍철은 사랑 때문에 복귀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형돈의 마지막 희생으로 인해 새로운 멤버 충원을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다는 점이다. 긴 세월 동안 출연자들의 다양한 변동에도 불구하고 일부 코어 팬들은 초창기 멤버 6인만을 무한도전의 정식 멤버로 인정해왔지만 이제 그 신화가 정형돈에 의해 부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작진은 양세형을 정식 멤버로 곧바로 선언하는 대신 보다 신중한 수순을 밟고 있다. 정형돈이 하차 선언을 하기 전에 정준하가 양세형을 제작진에게 추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양세형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기 때문이다.

 

      대신 제작진은 양세형과 무한도전을 "도움주는 관계"로 표현한다. 정준하가 11년 째 무한도전에 도움을 주고 있듯이 양세형은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무한도전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 조삼모사식 말장난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런 우회적 명칭을 선택한 것은 한편으로 정식 멤버로 공식 선언했을 때 양세형에게 쏟아질 비난의 여론을 최소화하고, 다른 한편으로 양세형이 무한도전에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시청자들에게 설득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게다가 정형돈이 하차 선언을 하자마자 양세형을 공식 멤버로 승격시키는 것도 그리 모양새가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마지막 웹툰에서처럼 현재 무한도전은 다시 그 출발점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무한도전이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처럼 여섯 명이 그 자리에 있지만, 정형돈과 노홍철은 더 이상 그곳에 없다. 대신 양세형과 황광희가 그들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과연 무한도전의 시청자들은 이러한 현실을 어떻게 인식하고, 또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또 시간이 흐른 뒤 그 때까지 무한도전이 살아남아 고향으로 다시 돌아온 정형돈, 노홍철, 길을 반갑게 맞이할 수 있을 날이 오게 될 것인가. 그 모든 시행착오들이 고향으로 되돌아오기 위한 긴 여정이었음을 고백할 날이 과연 오기는 할 것인가.

 


또 다시 출발점에 서다

 

      이번 방송은 멤버들의 사생활에 관한 토크, 릴레이 툰과 논쟁조정위원회 마지막 회, 무한상사 예고, 커플별 다방구 게임을 하기 위한 준비 등 다양한 주제들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다. 이러한 구성은 시청의 집중력을 흐트리기 때문에 되도록 지양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혼란한 구성을 유심히 들여다 보면, 전체를 관통하는 제작진의 관심과 의도가 드러난다. 그것은 출연자들의 관계 설정 작업이다.

 

      SNS의 내용, 라디오나 케이블 TV에서의 발언, 인터뷰 기사, 스타일리스트의 증언 등 다양한 소스들로부터 추출된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출연자들의 캐릭터가 만들어지고, 또 그들 간의 관계가 특징적으로 부각되었다. 가령, 정준하는 '귀곡성'에서의 대활약으로 '프로놀람러'가 되었고, 박명수의 인터뷰 기사는 광희를 '황수발'로 캐릭터화하는 한편 그들을 '수발커플'로 묶도록 했다. 광희를 짓궂게 놀리는 정준하, 하하, 양세형은 유재석에 의해 '철 없는 동네 형들'로 불리고, 양세형과 광희는 '양세바리와 황수발' 커플을 형성했다.

 

 

 

      이것만으로 부족했는지 제작진은 이름점, 사주, 관상, 타로점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멤버들 사이의 관계를 부각시키는데 총력을 다했다. 그 결과 하하는 유재석을, 유재석은 정준하를, 정준하는 박명수를, 박명수는 하하를 애정하는 관계가 설정됐다. 또 두 번이나 월드카드가 뽑힌 양세형은 최고로 운세가 좋은 멤버이자 광희와 최고의 궁합을 보이는 관계로 뽑혔다.

 

      이미 무한도전 제작진은 2007년 초에 '사주 특집'을 통해 멤버들 간의 관계를 설정하고, 이를 통해 드러난 관계를 이용해 '드라마 특집'을 기획했던 적이 있다. '캐릭터 쇼'는 출연자들 사이의 관계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제작진은 출연자들의 관계를 재설정하고 그들의 캐릭터를 다듬어 프로그램에 안정성을 마련하는 정지작업을 구체적으로 시작한 것이다. 다음 주에 방영될 다방구 게임 역시 이러한 작업의 일환일 것이다. 그것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어 어떤 결과를 낳게 될 지 조금 더 지켜보도록 하자.

 

 


by ddolap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