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492회

ddolappa 2016. 8. 7. 10:43

 

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492회
- 무한뉴스, 두근두근 다방구 2탄(160806)

 

 

 

정형돈이 남긴 새로운 과제

 

      웃기는 것 빼놓고 무엇이든 잘 하는 남자. '미존개오'나 '4대 천왕'으로 불리기 전 정형돈은 개그맨이지만 웃기지 못하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의 캐릭터는 공개 코미디에 익숙한 공채 출신 개그맨이 버라이어티 쇼에 넘어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까지의 어려움을 보여줌으로써 현실성을 획득했다. 하지만 정형돈은 자신의 직업 정체성을 위협하는 캐릭터를 자신의 것으로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고, 이로 인해 수 년 간 슬럼프 아닌 슬럼프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의 존재감이 꽃을 피우기 시작한 것은 난감한 자신의 캐릭터를 수긍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했을 때부터였다. 모든 것을 갖고 있지만 개그맨으로서 가장 중요한 웃길 수 있는 능력을 갖지 못한 캐릭터를 끝까지 밀고 나가면 모든 면에서 부족하지만 근거 없는 자신감과 허세로 충만한 캐릭터가 도출된다. 그래서 '패션의 F'도 모르는 정형돈은 패셔니스타 GD의 패션을 지적하며 웃길 수 있었던 것이다. 정형돈의 이러한 성장 과정은 대한민국 평균 이하 여섯 남자의 성장 기록이라 할 수 있는 무한도전의 성장 과정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그는 무한도전의 또 다른 상징이었다. 그리고 오늘 무한도전은 정형돈의 하차를 공식 선언했고, 그것은 무한도전의 상징성 하나를 상실한 것과 같은 사건이었다.

 

 

 

 

      하지만 조금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정형돈의 하차 선언은 분명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것이 그의 연예계 은퇴 선언도 아니고 무한도전과의 영원한 작별도 아니며 단지 잠정적 하차 선언임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그가 방송 생활을 할 수 있을 만큼 건강을 회복하게 된다면 언제든 무한도전에 다시 출연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정형돈이 굳이 하차를 선언한 것은 그에 대한 제작진과 시청자들의 기대와 미련으로 인해 프로그램이 자신의 길을 제대로 걷지 못하게 될 여지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의도에서였을 것이다. 가령, 그의 복귀를 염두에 두고 김은희 작가가 무한상사의 시나리오를 수정했던 것이나, 새로운 멤버의 충원을 인정하지 않는 시청자들의 태도 등이 그러한 사례들이다.

 

 

 

 

      따라서 이제 공은 온전히 제작진과 남아 있는 멤버들 몫으로 남는다. 정형돈의 하차 선언은 그들에게 새로운 과제를 부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것은 그가 복귀할 때까지 무한도전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라는 과제이다. 그 시간 동안 과거 정형돈이 말했던 것처럼 그의 존재를 아쉬워 하고 그리워 할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정형돈 없이 앞으로 계속해서 걸어나가는 일일 것이다. 과거 군복무를 마치고 무한도전에 복귀한 하하가 자신이 없는 동안에도 계속 살아있어줘서 고맙다고 말했던 것처럼 정형돈이 감사를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테스트 미션 추격전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 '여드름 브레이크' 그리고 '무도 공개수배'. 이 세 에피소드에는 공통점이 있다. 전진, 길 그리고 광희가 무한도전의 고정 멤버로서 존재감을 각인시켰던 에피소드들이라는 점이다. 예능에 최초로 추격전이란 포맷을 정착시킨 무한도전의 멤버가 된다는 것은 곧 추격전에 일정 능력을 보여야 한다는 말과 같다. 그런 점에서 '두근두근 다방구'는 양세형의 추격전 능력을 살필 수 있는 일종의 공개 오디션이라 할 수 있다.

 

      무한도전의 추격전은 단순히 달리기만 잘 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물론 박명수나 정준하처럼 예외도 있지만, 추격전은 미션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능동적 상황 대처 능력을 동시에 요구한다. '돈가방 특집'에서 노홍철이 가방 안에 든 내용물을 알아보기 위해 엑스레이를 찍었던 장면은 그가 추격전에서 찬사를 받는 이유를 단적으로 설명한다. 또한 끝없는 연합과 배신으로 극적 긴장감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양세형은 도망자는 심박수가 100 이하가 되면 위치가 공개된다는 조건을 역으로 이용해 정준하와 하하를 건물 안으로 끌어들이는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실제로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하하를 피해 어린이 집으로 도망쳤다가 심박수가 떨어져 붙잡히기도 해서 아직은 추격전에 미숙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양세형은 광희와 깐족 콤비를 이뤄 정준하와 하하를 도발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파트너인 광희를 놀리고 도망치다가 어이없이 유재석에게 붙잡히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것은 그가 상황에 따라 관계의 이합집산을 주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종합해 보면 양세형의 추격전 능력은 매우 뛰어나다고 할 수 없겠지만 대체적으로 양호한 편이라고 판단된다. 추격전에 박진감을 부여할 기본적 신체 능력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재치있는 상황 파악 능력과 광희와의 파트너쉽이 돋보였다. 박명수와 정준하의 노쇠 현상이 두드러진 이번 방송에서 그가 광희와 함께 무한도전의 젊은 피로서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미 수준급의 토크 능력도 확인됐고, 무한상사를 통해 연기 실력만 파악된다면, 양세형을 외면했던 시청자들의 마음도 조금은 너그러워지는 계기가 마련되지 않을까 싶다.

 


노장들의 투혼

 

      달리는 유재석은 볼 때마다 놀랍다. 비슷한 연배인 박명수나 정준하는 말할 것도 없고,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하는 멤버들조차 달리기로 유재석을 따라잡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일이 되어버렸다. 휴가지에서조차 헬스장을 찾아 운동을 할 정도로 10년 넘게 꾸준히 체력 관리를 한 결과 유재석은 체력적인 면에서도 소위 '넘사벽'이 되어버렸다.

 

      그의 약점이 있다면 오랜 시간을 그와 함께 보낸 하하가 그의 행동 패턴을 너무나 정확히 알고 있다는 점이다. 하하는 유재석이 붙잡힌 멤버들을 풀어주기 위해 어떤 동선을 이용해서 올 것인지까지 예상했고, 그의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이것은 역으로 유재석에게 예측 가능한 행동이 존재하며 이제는 그것을 변화시켜야 할 때임을 가리킨다.

 

      추격전이 시작된 지 한 시간만에 무릎이 고장난 정준하는 양세형과 광희의 도발에도 속만 끓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뒤를 확인하지 않고 도망가는 광희를 몰래 추격해 붙잡은 것이나, 큰 몸집을 이용해 달려드는 유재석을 굴복시킨 장면은 그가 충분히 제 몫을 다 하고 있음을 당당히 입증했다.

 

 

 

      박명수는 추격전에서 수시로 체력적인 단점을 노출해왔다. 이번에도 수시로 심박수가 떨어져서 술래에게 위치를 알려주는 역할을 해서 '명수 내비게이션'으로 불리기조차 했다. 하지만 박명수는 유재석이나 정준하가 대신할 수 없는 그만의 역할 해내고 말았다. 그는 마치 꿩처럼 내가 안 보이니까 상대도 날 못 보겠지 하는 듯한 행동으로 술래에게 접근해와 웃음을 유발했다. 또 추격전의 뉴 에이스인 광희와 유재석의 대결만을 남긴 긴장감 넘치는 상황에서 'MBC 구경온 아저씨'처럼 방송국 로비를 어슬렁거리던 박명수는 순전히 '촉'으로 광희를 붙잡아 추격전을 허탈하게 끝맺음했다.

 

      다만, 첫 번째 게임에서 지역을 너무 넓게 잡아 두 번째 게임에서 범위를 수정한 장면은 현장 상황에 따른 능동적 대처일 수도 있겠지만, 제작진의 사전 준비가 철저하지 못한 증거일 수도 있다. 젊은 피들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노장들도 묵묵히 제 몫을 다해주고 있는 상황에서 제작진이 찬물을 끼얹는 일이 일어나서는 곤란하다. 조금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by ddolap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