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493회

ddolappa 2016. 8. 14. 11:54

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493회
- 캘리포니아 LA 특집(160813)

 

 

 


도대체 왜

 

 

무한도전의 '캘리포니아 LA' 특집을 시청하고 난 후 든 소감은 의문의 연속이었다. 겨우 롤러코스터에서 스파게티를 먹기 위해 그곳에 가야했던 것일까? 이번에도 잭 블랙과의 만남은 그의 스케줄 때문에 성사되지 못했는데 차라리 그것이 다행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잭 블랙으로 인해 놀이 기구를 타며 음식을 먹는 행위가 얼마나 식상하고 재미없는 아이템인 지 은폐될 수도 있었을 테니 말이다.

 

'행운의 편지' 특집에서 비롯된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미국에 가서 롤러코스터를 탈 수도 있다. 문제는 그 과정이 전혀 새롭지도 않고 신선하지도 않다는 데 있다. 케이콘(Kcon)에 참석차 그곳에 와 있던 지코를 섭외해 찍은 힙합 뮤직 비디오 역시 도대체 왜 찍었는지 이유조차 모를 정도다. 차라리 아츠 디스트릭트 거리에서 우연히 김종국과 만난 장면이 더 흥미로울 지경이었다. 인원을 최소화해서 멤버들끼리 메이크업을 해야 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을 감내할 만큼 미국 방문이 절실했던 기획 의도가 무엇인지 사뭇 궁금하다. 단지 다음 주에 방영될 '도산 안창호' 특집 때문에? 다음 주의 방송이 아무리 훌륭하고 감동적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이번 방송의 무성의하고 엉성한 기획과 연출을 용서할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제작진의 성급한 기획은 출연자들의 리액션마저 망쳐버렸다. 이런 류의 방송의 경우 출연자들의 리액션이 주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정작 벌칙의 주인공인 정준하는 촉박한 시간 내에 웃겨야 한다는 부담감과 '리액션의 제왕'이란 타이틀이 주는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의도적으로 스파게티와 요거트를 자신의 얼굴에 붓는 행동을 저지르고 말았다. 걸그룹 '여자친구'의 은하가 대담하고 야무지게 스파게티를 먹는 모습과 비교해 보면 정준하의 리액션이 얼마나 부자연스럽고 작위적인 것인지 쉽게 알 수 있다.

 

평론가 강명석은 무한도전이 이제는 어쩔 수 없이 평범한 쇼가 되어버렸다고 한탄한 적이 있는데, 오늘 방송은 무한도전이 평범한 쇼마저도 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을까.


by ddolap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