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와 그의 사상/도산 안창호

[스크랩] 우리 민족 사회에 대하여 불평시 하는가, 측은시 하는가

ddolappa 2016. 8. 23. 02:07

여러분에게 물어 보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오늘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 불평 시 합니까 측은 시 합니까? 또는 부정적이며 절망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까? 긍정적이며 희망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까?

나, 안창호는 우리 국민들이 우리나라에 대하여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불평하는 일들이 많다고 생각됩니다. 잘 못된 현실에 대하여 이것을 바로 잡아 보려는 노력보다는 불만을 품거나 불평을 일삼는 바로 이러한 점이 우리나라와 우리 사회를 더욱 병들어 가게 하는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 조선은 일본의 침략을 받아 나라를 빼앗긴 상태에 놓여있습니다. 그러므로 민족의 앞날이 불투명한 채 절망적이고 부정적인 현상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중학교 이상 교육을 받았거나 현재 공부하고 있는 알만 한 사람들 즉 지식인들 사이에서 이러한 부정적 사고가 더 많습니다. 지식 정도가 높아질수록 관찰력과 통찰력의 지적 능력이 향상되므로 우리나라의 추하고 악하고 부족한 면들을 잘 알 수 있기 때문에 불평시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나라에 대해 불만을 품거나 불평만 하게 되면 스스로 조선 민중을 무시하고 배척하는 결과가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풍조가 널리 퍼지면 결국 멸족의 화를 입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이제 우리는 우리나라에 대해서 불평하고 싶은 바로 그 순간에 이를 측은하게 여기고 긍정적이며 희망적인 생각을 갖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주위에서 악하고 못된 사람, 부정과 부패를 일삼는 사람, 혹은 실패하여 좌절에 빠진 사람들을 만날 때 이를 측은하게 여긴 다면 어떻게든 도와주고 이끌어 주고 싶은 마음이 앞서 나라를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할 열정이 생기게 될 것입니다.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이던지 스스로 자기 이웃과 동포를 붙들어 주고 도와주며 바로 잡으려는 마음이 널리 퍼진다면 그 민족의 앞날은 밝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와 같이 한다면 우리 민족도 일제의 압제로부터 해방의 그날이 한 층 앞당겨 질 것입니다.     


■ 해설

도산의 이 말씀은 ‘동포에게 고하는 글’의 일부로서 1926년 5,6월 합병호로 발행된 시사교양 잡지인 <동광>에 실려 있다. ‘우리 민족 사회에 대하여 불평시 하는가 측은시 하는가’라는 제목의 글 전문은 [안도산전서] 1999년 발행, 516쪽에 있다. 


이 글에서 도산은 식민지 치하에서 신음하고 있는 동포들에게 힘과 용기를 가질 것과

어떻게 하면 그것을 기를 수 있는지 그 방법론을 가르치고 있다. 그 방법론이란 다름 아닌 긍정적 가치관과 사고의 훈련이다. 민족적인 과제와 모순을 극복하는 의지는 사물 현상을 직시하고 올바르게 바라보는 지적인 능력과 배움도 중요하지만, 이에 한 걸음 더 나아가 긍정적 사고를 바탕으로 하는 운동과 실천을 통해서만 민족적인 모순이 극복된다는 변증법적인 사고를 가르치고 있다고 하겠다. 측은시 하는 마음은 바로 실천적 행위로 이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실천이 없는 사고는 언제나 불평불만으로 그치게 되고 이기적이며 개인주의적으로 기울기 쉽다. 일제 말기 많은 지식인들이 친일로 기운 것은 바로 부정적인 생각만 있고 대중을 측은시하여 전면에서 대중을 선도하려는 실천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글 마지막 부분에서 도산은 이렇게 당부하고 있다.


 “ 그러므로 더욱이 우리 청년 남녀에게 대하여 우리 민중을 향하여 노한 눈을 뜨고 저주하는 혀를 놀리지 않고 5년 전(※1919년 만세운동)에 흐르던 뜨거운 눈물이 계속하여 흐르게 하기를 바랍니다”


오늘 우리 사회의 제 현상도 마찬가지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도산의 말씀을 올바르게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다. 절망 가운데서도 희망을 갖게 하는 실천적인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도산은 시대를 초월한 민족의 스승이다. 

( 풀어쓰기 및 해설 이은숙)


  

■ 원문


  묻노니 여러분은 우리 사회 현상에 대하여 불평시 합니까 측은시 합니까. 이것이 한번 물어볼 만하고 생각할 만한 문제입니다.

내가 살피기까지는 우리 사람들은 각각 우리사회에 대하여 불평시화는 태도가 날로 높아갑니다. 이것이 우리의 큰 위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대한 사회현상은 불평해 볼 만한 것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 사람 중에 중학이상 정도되는 급에 있는 이들은 불평시하는 말이 더욱 많습니다. 지식 정도가 높아가므로 관찰력이 밝아져서 오늘 우리 사회의 더러운 것과 악한 것과 부족한 것의 여러 가지를 전보다 더 밝히 보므로 불평시하는 마음이 많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불평시하는 그 결과가 자기 민중을 배척하면 멸족(滅族)의 화를 벗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매우 위험하다고 함이외다.

그런즉 우리는 사회에 대하여 불평시하는 생각이 동하는 순간에 측은시 하는 방향으로 돌려야 되겠습니다. 어떻게 못나고 어떻게 악하고 어떻게 실패한 자를 보더라도 그것을 측은시하게 되면 건질 마음이 생기고 도와줄 마음이 생기어 민중을 위하여 희생적으로 노력할 마음이 생기어 민중을 위하여 희생적으로 노력할 열정이 더욱 생깁니다. 어느 민족이든지 그 민중이 각각 그 민중을 붙들어 주고 도와주고 건져 줄 생각이 진정으로 발하면 그 민중은 건져지고야 맙니다. 

출처 : 무실역행
글쓴이 : 애기타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