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와 그의 사상/도산 안창호

[스크랩] 합동과 분리

ddolappa 2016. 8. 23. 02:09

우리는 동족끼리 서로 힘을 합하지 못하고 편을 갈라 싸움만 한다고 서로 헐뜯고 원망하는 말들만 앞세웁니다. 그러나 그렇게 헐뜯고 원망하는 말과 행위 자체가 바로 편당을 짓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신문이나 잡지 등 매체에서는 합동하면 살고 분리하면 죽는다고 쓰고 있습니다. 이것을 보더라도 서로 합동해야 하는 것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자신을 돌이켜 볼 때 과연 우리 민족은 합동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닫고 있습니까? 남에게 합동하지 않고 편당을 지어 싸움만 한다고 말을 앞세우는 그 사람들만 다 모여서 힘을 하나로 모아도 적어도 몇 백 만 명은 넘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아직 그렇게 힘을 모으고 있는 단체가 없다는 것이 이상한 일입니다.

이는 아직도 편당의 탓을 남에게만 돌리고 자신은 합동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 주는 것입니다. 우리 몸은 사지와 백체로 이루어져 있어 그것들이 분리되면 몸의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을뿐더러 생명까지도 죽게 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한사람 한사람으로 구성된 민족사회도 합동하지 못하고 분리하면 바로 그 순간에 그 민족사회는 근본적으로 망하게 됩니다. 우리 사회가 과거와 현재에도 역사적 또는 습관적으로 합동이 되지 못하는 원인과 그 해결 방법에 대해 할 말이 많이 있습니다만, 간단히 몇 가지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는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희망하고 실천할 구체적인 공동 목표를 정하는 것입니다. 민족적 감정에 호소하는 막연 것이 아닌, 사회 발전을 위한 구체적 사업에 대한 목표설정과 이를 실현하기위한 합동을 말합니다. 민족적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우리 민족 공통의 생활이나 문화적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일을 위한 합동을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일을 위한 합동’은 방침과 계획이 구체적으로 제시될 수 있어야 합니다. '합동하자’라는 구호만으로는 결실을 맺을 수가 없습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어떤 나라가 단결하고 합동하는 데에는 그 나라 국민이 공통적으로 추구할만한 조건이 서야만 합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 사회의 합동을 위한 조건은 무엇입니까. 그 첫째는 공통의 목표 설정이고, 둘째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침과 계획입니다. 그러나 이미 우리에게는 민족독립이라는 절대 절명의 공통 목표는 설정되어 있는 것이고, 이제 남은 것은 그 목표 달성을 위한 방침과 계획을 세우는 것입니다.

 

공통의 목표 달성을 위한 방침과 계획은 국민 각자가 건설해야 합니다. 국민 개개인이 모여 사회와 국가를 이루는 것이므로 개개인이 사회의 주인이 되어 각자 방침과 계획을 올바르게 수립한다면 그것이 곧 합동을 이룰 수 있는 조건이 되는 것입니다.   

 

러므로 각 개인은 국가와 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위하여 방침과 계획을 올바르게 연구하고 발표하여 이것을 토대로 다수의 여론을 수립하고 공론화하여 방침과 계획을 설정하고 이를 실천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자유를 존중하는 국민이므로 결코 노예적이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에게 명령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각자의 양심과 이성뿐이니 결코 어떤 개인이나 어떤 단체에 맹종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또 우리는 각자 나라의 주인이기 때문에 보상을 바라고 자기의 공로를 내세워서는 안 될 것이고 다만 우리의 삶의 터전인 국가와 사회가 잘 되면 그것뿐입니다. 그러므로 각 개인은 자신의 의견을 존중함과 동시에 남의 의견도 존중하여 사사로운 이해관계를 떨쳐버리고 국가나 사회 발전에 이로운 것이라면 공통의 방침과 계획에 따라야 할 것입니다. 스스로 주인 정신을 가지고 방침과 계획을 세운 것처럼 남의 의견도 소중히 여겨 합동의 정신을 발휘해야 할 것입니다.   

 

다시 강조해서 말하거니와 우리가 만일 합동을 요구하거든 각자 주인정신을 가지고 합동을 이룰 만한 조건을 세우는데 먼저 힘을 쓰고, 합동을 이룰 만한 조건을 세우려거든

우리 모두 냉철한 이성으로 공통의 목적을 달성하기위한 방침과 계획을 수립하는 연구를 시작합시다. 각계각층을 막론하여 국민 모두가 공통의 방침과 계획을 수립하는 데 무심하지 말고, 관념적 또는 추상적 관찰과 비판을 일삼지 말며, 각자 깊이 연구하고 이를 토대로 다수 의견으로 방침과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천해 나가는 일이 하루 속히 실현되기를 바랍니다.


둘째, 민족적인 합동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신용사회를 만드는 일입니다.

신용이 없으면 방침이 갖더라도 합동을 이루기 어렵고 상호간 신용이 없으면 공동의 목적과 방법을 세우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므로 합동을 이루려면 먼저 신용사회를 건설해야하고 신용사회를 건설하려면 국민 각자가 신용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잠시 여행을 할 때도 의심스러운 사람과는 동행하기를 원치 않게 됩니다. 하물며 한 나라의 위대한 사업을 해 나가려고 할 때 의심스러운 사람과는 함께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이토록 합동이 되지 못하고 분리되어 있는 것은 공통의 목적과 방침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거나 그 밖에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같은 민족끼리 서로 믿을 수 없기 때문이요 서로 믿을 수 없는 까닭은 서로 속이려 들기 때문입니다.

 

리는 지금 누가 무슨 말을 하든지 누가 무슨 글을 쓰든지 그 말과 글을 사실 그대로 판단하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그 이면에 무슨 다른 흑막이나 있지 않을까 하고 그것을 캐내려 합니다. 또 동지나 친구라고 전제하고 뜻을 같이 하자고 간청하여도 그 간청을 받는 사람은 이것이 또 무슨 협잡이나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불신합니다.

 

우리 민족의 역사를 돌아보면 평민들은 노동을 하면서 살아왔고 소위 중상류층의 인사라는 사람들은 생산 노동을 하지 않고 오히려 협잡을 일삼으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므로 그들은 거짓말 하는 것이 자기의 생명을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그러므로 거짓말하고 속이는 것이 가죽과 뼈에 젖어 양심에 아무 거리낌 없이 사람을 대하고

남을 속일 궁리부터 먼저 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자라나는 청년에게까지 전염이 되어 대한 사회가 거짓말 사회가 되고 말았습니다.

 

아아 슬프고 아프다! 우리 민족이 이 때문에 합동을 이루지 못하였고 서로 합동을 이루지 못하였기 때문에 사망에 이른 것입니다. 사망에 임한 것을 알고 스스로 건지기를 꾀하나 아직 서로 믿을 수 없기 때문에 민족적 합동 운동이 실현되지 못합니다. 대한 민족을 참으로 건질 뜻이 있으면 그 건지는 법을 멀리 구하지 말고 먼저 우리의 가장 큰 원수가 되는 속임을 버리고 각 개인의 가슴 가운데 진실과 정직을 간직해야 하겠습니다.

 

대한 사람은 대한 사람의 말을 믿고 대한 사람은 대한 사람의 글을 믿는 날에야 대한 사람은 대한 사람의 얼굴을 반가와 하고 대한 사람은 대한 사람으로 더불어 합동하기를 즐거워 할 것입니다. 대한의 정치가로 자처하는 여러분이시여, 이런 말을 하면 종교적 설교 같다고 냉소하지 말고 만일 대한 민족을 건질 뜻이 없으면 모르거니와 진실로 있다고 하면 네 가죽 속과 내 가죽 속에 있는 거짓을 버리고 참으로 채우자고 거듭거듭 맹세합시다. (원문 참조 : 동광, 1926.5. 창간호에 실린글)

 

◎ 청소년을 위한 해설

21세기로 들어서면서도 우리 사회는 남북과 동서 간에 대립과 갈등이 심화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동족끼리 서로 힘을 합하지 못하고 편을 갈라 서로 헐뜯고 싸움만 하는 것은 도산이 살아계셨던 시대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이에 대해 도산은 사회 전체가 함께 희망하고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공동 목표를 설정할 것을 첫째 과제로 강조하십니다. 즉, 사회 발전을 위한 구체적 사업에 대한 공동 목표설정과 이를 실현하기위한 방침과 계획을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이러한 계획은 각 개인이 양심과 이성으로 세워서 공론화 하고 이를 공동의 목표로 해야 한다는 것이 도산 말씀의 핵심입니다.     

  

‘다시 강조해서 말하거니와 우리가 만일 합동을 요구하거든 각자 주인정신을 가지고 합동을 이룰 만한 조건을 세우는데 먼저 힘을 쓰고, 합동을 이룰 만한 조건을 세우려거든 우리 모두 냉철한 이성으로 공통의 목적을 달성하기위한 방침과 계획을 수립하는 연구를 시작합시다.’

 

둘째는 민족적인 합동을 이루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국민 각자가 신용있는 사람이 되어

신용사회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 하십니다. 그동안 거짓말 하고 남을 속이는 일이 일상화되어 자라나는 청소년에게까지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진정으로 국가와 사회를 위한다면 남의 탓 이전에 나부터 정직하고 진실한 사람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남에게 합동하지 않고 편당을 지어 싸움만 한다고 말을 앞세우는 그 사람들만 다 모여서 힘을 하나로 모아도 적어도 몇 백 만명은 넘을 것입니다.'  ‘네 가죽 속과 내 가죽 속에 있는 거짓을 버리고 참으로 채우자고 거듭거듭 맹세합시다.’

                                   (풀어쓰기 및 해설 : 흥사단 이은숙)

출처 : 무실역행
글쓴이 : 애기타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