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와 그의 사상/도산 안창호

[스크랩] 오늘의 대한 학생

ddolappa 2016. 8. 23. 02:10

 

● 오늘의 대한 학생이란 과거나 미래가 아닌, 바로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젊은 학생들을 말합니다. 학생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모두 사회로 진출하여 살아 갈 준비를 하는 사람입니다. 생존과 번영은 사람의 활동에 따라 좌우되는 것으로 활동을 하면 사는 것이고 활동이 없다면 죽은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활동을 많이 하면 크게 번영하는 것이고 활동을 적게 하면 그만큼 적게 번영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인류 사회의 생존은 사람의 활동에 달려있고 그 활동할 무기를 잘 준비함에 있으며 그 무기 즉, 실력을 준비하는 사람이 바로 젊은 학생입니다. 그러므로 대한의 학생들은 먼저 대한 사회로부터 세계 어느 사회로든지 나아가 활동할 존재임을 잊어서는 안되겠습니다.     


● 활동에는 실제적인 활동과 그렇지 않은 활동이 있습니다. 무슨 취지서나 발기문이나 신문지상 등에 성명서나 쓰는 것은 실제적인 활동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보다는 자신의 나라를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직분을 충실하게 행동으로 이행하는 것이 실제적인 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학생은 미국을 위해 또 중국의 학생은 중국을 위해 활동하듯이 대한의 학생들은 대한 사회를 위한 실력을 준비하여 사회로 또는 세계로 나아가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직분을 이행한다는 것은 자기의 의무를 이행한다는 뜻인데 의무란 자신의 친족이나 동족과 국가와 세계에 대한 의무를 말합니다. 또 각각 그 의무를 잘 이행하려면 먼저 자신이 처한 가족, 동포, 사회, 국가 등이 어떠한 경우에 처하고 있는가 하는 것을 잘 알아야만 합니다.        


● 그러나 우리는 현재 민족적으로 남다른 경우에 처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옛날 문화(주: 봉건적 질서)는 극도로 쇠퇴하고 있는 반면 신문화(주: 자본주의적 질서)는 새로 돋아나고 있는 시기에 있습니다. 구 도덕은 무너지고 신 도덕은 세워져 있지 않아 혼란 상태에 있습니다. 미국이나 영국 등의 학생들은 이미 그들의 기성세대로부터 자본주의적 사회 질서에 대한 지도를 받을 수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합니다. 그렇다보니 대한의 젊은이들 가운데 일부는 제 멋대로 국내외에서 무엇인가를 배우려고 합니다. 또 다른 나라 학생들은 학자금이 넉넉하여 배우고 싶은 것을 다 배우지만 우리 대한 학생은 그렇지 못합니다. 비교적 학비가 덜 드는 문학이나 신학 같은 학문은 배워도 서양의 기술적 학문은 좀처럼 배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우리는 유혹에 물들기 쉬운 열악한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날 이와 같은 처지에 놓여 있는 대한 학생으로서 그 책임과 역할은 매우 큽니다. 바로 학생들의 힘으로 가정이나 사회를 바로 잡을 수 있고 그렇지 못하면 우리나라는 영원히 망하고 말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늘의 대한 학생은 무의식적으로 남의 흉내나 내지 말고 명확한 판단을 가지고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그 명확한 판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 첫째로, 남이 알거나 말거나 나라와 민족에 대한 헌신적인 또는 희생적인 정신을 길러야 합니다. 우리 민족을 되살릴 직분을 가진 젊은이들이 이 정신이 없으면 안될 것입니다. 자주, 독립, 평등이란 것은 모두 자신을 본위로 하는 이기적인 것들입니다. 어느 때 일시적인 자극으로 인하여 떠들다가도 그 마음이 식거나 가라앉으면 다시 이기심이 되살아납니다. 자기 생명을 본위로 하는 것은 진리요 자연 현상인데 자기 몸과 목숨을 내놓고 부모나 형제, 동포나 국가를 건진다 함은 모순이 아닙니까? 아닙니다. 이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정신이야  말로 부모와 형제를 지킬 수 있고 민족과 사회가 유지되는 동시에 자기 몸과 생명도 보존  되는 것입니다. 만일 이 정신으로 하지 않으면 내 몸은 물론 사회가 다 보존되지 못하는 법입니다. 가령, 상업이나 공업을 하는 것도 자기 생명을 위하여 하는 것이지만 여기에도 헌신과 희생정신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오늘 대한 학생은 옛날 자기 명리를 위하여 과거에 응시하듯 하지 말고 불쌍한 내 민족에 대한 직분을 다하도록 해야겠습니다.

 

● 둘째, 긍휼히 여기는 정신(주: 불쌍히 여겨 돕고자 하는 마음)을 길러야 합니다. 특히 대한의 젊은 학생들은 이 정신이 더욱 필요합니다. 대개 무엇을 좀 알게 되면 교만한 마음이 생겨 어른들을 무시하고 자기 민족을 멸시하게 됩니다. 그 결과 동족을 저주하고 무관심해져 상관하려 들지 않게 됩니다. 나만 못한 사람에 대해 무시할 것이 아니라 긍휼히 여겨야 옳고 남의 잘못을 볼 때 욕하고 저주할 것이 아니라 포용심을 가져야 합니다. 긍휼히 여기는 마음이 없으면 내 민족을 위해 헌신하며 일하고 싶은 마음이 울어나지 않습니다. 특히 청소년 시기에 남을 업신여기는 교만한 마음이 가장 잘 일어나는 것은 무엇을 조금 알게 될 때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듯싶어서 그렇게 됩니다. 또 어떤 학생은 걸핏하면 제 동족의 단점만을 들어 탓합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이 다 잘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가졌거나 좋은 때를 만났더라면 훌륭한 국민들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제 동족에 대한 불평을 가질 것이 아니라 서로서로 한 마음으로 긍휼히 여기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제 동족에 대한 긍휼심이 적으면 외세에 대한 적개심이 빈약한 법입니다.     


● 셋째, 서로 협동하는 공동 정신을 배양해야 합니다.  대한의 일은 대한 사람인 내가 할 것으로 아는 동시에 대한 사람 누구나 서로 분담하여 공동적으로 하자는 말입니다. 어떤 사람은 무슨 일을 혼자서 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사람은 소위 야심이라는 것이 생겨 결과에 도달하기보다는 분쟁이 생겨 일을 망가뜨리게 되기도 합니다. 자기 혼자 무엇을 다 하겠다고 하다가는 낙심하기도 쉽습니다. 혼자 하는 일이 잘 안되면 곧 비관하거나 낙망합니다. 나와 다른 사람이 다 같이 함께 할 것으로 아는 사람은 자기는 비록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성공할 줄을 믿고 또 각기 당대에 못 이루고 죽더라도 자기 후손이 이어서 할 것으로 여기면 낙망이 생기지 않고 오직 자기의 임무를 다하게 됩니다. 그 민족 전체에 관계되는 사업은 어느 한 두 사람의 손으로 되지 않고 전 민족의 힘을 합해야만 됩니다. 그러므로 스스로 깨달은 바에 따라 자기 직분을 다하여 노력하고 아울러 존 민족이 협동하는 정신을 길러야 합니다. 너와 내가 다 함께 한다는 관념이 절실해 지는 날에야 우리가 바라는 성공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협동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으면 공동의 목표와 계획이 수립됩니다. 이 공동 정신 아래서 협동하는 것을 미리 연습해 두어야 민족의 공통적 큰 사업도 협동하여 그 뜻을 이룰 수 있습니다.     


● 이상은 정신적인 측면에서 강조한 것들입니다. 이제는 보다 실질적으로 누구나 한 가지 이상의 전문지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자 합니다. 전문지식을 가질 수 없다면 한 가지 이상의 전문적인 기술이라도 가져야 하겠습니다. 오늘날은 빈말로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요, 살아 갈 수 있는 실질적인 능력이나 구체적인 능력을 갖추어야 살아 갈 수 있는 세상입니다. 그러려면 한 가지 이상의 전문적인 학식이나 기술 또는 재주를 갖추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가족과 사회를 건질 수 있습니다. 아직도 옛날 과거를 보러 다니던 때처럼 관념과 허영심으로 공부를 하려는 사람이 많습니다. 사회에 나가 직업을 감당하기 위한 실용적인 학문을 배우려는 사람은 적고 대학을 졸업했다는 이름이나 얻기 위하여 법학과 같은 학부로 들어가서 사각모를 쓴 사진이나 박아서 졸업하는 것을 성공으로 삼는 일이 많습니다. 그러니 한 번 졸업한 후에는 다시 더 학문을 연구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또 직업을 목표로 하지 않고 거짓과 사치스런 영웅심을 목표로 학문하는 이가 많은 것 같습니다. 만일, 실용적인 학문을 배워서 정당한 사업에 활용하지 않고 수작이나 난봉을 부린다면 그 사람은 차라리 학교에 다니지 말고 집에서 소먹이고 꼴 베는 일만도 못하겠습니다.       


● 오늘의 대한 학생은 지도해 줄 만한 교사나 인도자가 없다는 점을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이제 그 구제 방법을 말해 보겠습니다. 즉, 오늘의 대한 학생은 제 각각 뿔뿔이 헤어져 있지 말고 다 함께 뭉쳐서 그 뭉친 덩어리로 지도자를 삼아 자율적으로 수련을 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렇게 한다면 그 힘은 결코 적지 않습니다. 이미 교육의 여건이 잘 갖추어진 선진국 학생들도 오히려 자치적인 훈련을 해 나가는데 하물며 아무 여건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오늘의 대한 학생들이야 어찌 이것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오늘날 국내외에서 이러한 목적을 가지고 수양 단체가 많이 생겨난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경향입니다. 이렇게 일어난 단체들이 흩어져 있지 말고 뭉쳐서 하나가 된다면 그 힘은 더욱 커지리라고 생각합니다. 외로운 촛불은 꺼지기 쉽지만 많은 사람의 촛불은 끄기도 어려운 법입니다. 그래서 이 빛이 널리 불쌍한 동족에게 비춰 그 빛으로 인해 건짐을 받을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동광 1926. 12월호)       


□ 해설

무릇 청소년과 대학생들은 미래 사회로 진출하여 살아갈 준비를 하는 그 시대의 주역입니다. 한 나라가 흥하고 망하는 것은 미래 세대들이 어떠한 실력을 어떻게 준비해 가느냐에 달려 있으므로 교육과 그 실천은 매우 중요합니다.   


도산은 젊은이들에게 자신과 가족, 국가와 인류사회를 위해 실질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무기 즉, 실력을 갖추라고 강조합니다. 도산이 이 말씀을 강조하던 1926년의 시기는 일본의 제국주의 식민지배 아래 자본주의적인 생산 질서와 그에 따른 직업이 하나 둘씩 생겨날 때입니다. 따라서 봉건적 생산체계 하에서 요구되었던 전통의 유교적인 지식보다는 자본주의적 생산체계에서 요구되는 사회 직업과 그 기술과 전문지식이 바로 신학문, 실질적인 지식이었던 것입니다. 생산체계의 변화에 따라 도덕도 그 가치와 기준을 달리하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미 일제의 침략 지배에 처한 상태이고 보니 새로운 학문과 지식을 젊은이들에게 올바르게 가르쳐 줄 선도자가 없었습니다. 도산은 이러한 사실을 간파하고 대한의 청년들에게 무의식적으로 남의 흉내나 내지 말고 명확한 판단을 가지고 직분을 다하라고 강조하면서 세 가지 실천 지침을 주십니다.


첫째는 나라와 민족에 대한 희생정신이요, 둘째는 민족을 불쌍히 여겨 돕고자하는 긍휼심을 갖는 일이고, 셋째는 서로 협동하는 공동 정신의 배양입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정신적 가치뿐만이 아니라 보다 실질적으로 누구나 한 가지 이상의 전문지식이나 전문적인 기술을 능력으로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배우는데 있어서 자력으로 해결하되 뿔뿔이 흩어져서 학습하지 말고 서로 뭉쳐서 그 단결된 힘을 지도자로 삼아 자치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간파하였습니다. 특별한 지도자나 교사가 없을 때는 수련생들이 힘을 합해 공동으로 탐구하고 연구하는 일이야말로 민족과 사회를 위해 보다 큰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풀어쓰기 및 해설 ; 흥사단 이은숙 >

출처 : 무실역행
글쓴이 : 애기타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