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498회

ddolappa 2016. 9. 18. 03:58

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498회
- 댄싱킹 특집(160917)

 

 

 

      지난 1월에 방송된 '행운의 편지' 특집에서 광희는 유재석과 엑소의 콜라보 작업을 제안했고, 그 협업의 결과물로 제출된 것이 이번 '댄싱킹' 특집이다. 올해 무한도전의 경향은 '토토가 시즌2 특집', '웨딩싱어즈 특집', '릴레이툰 특집', '2016 무한상사 특집'처럼 다양한 협업이 주를 이룬다. 그 중에는 정준하의 '쇼 미 더 머니' 참가기를 다룬 '힙합의 신 특집'처럼 멤버 개인의 도전에 초점을 맞춘 기획도 존재한다. 유재석의 엑소 콘서트 참여 과정을 다룬 '댄싱킹' 특집 역시 여기에 속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멤버 개인에 초점을 맞춘 이 두 특집이 유재석과 정준하의 차이만큼 상이한 반응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하하의 계략에 빠진 정준하는 마흔 중반의 나이에 랩퍼 'MC 민지'가 되어 스무살이나 차이 나는 젊은이들에 섞여 오디션에 참가해야 했다. 랩은 좋아하지만 오디션에 참여하고 싶지는 않고, 그렇다고 피할 수는 없으니 최대한 즐기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 하자는 논리 회로를 따라 그의 감정은 끊임없이 요동쳤고, 결전의 날이 다가올 수록 커져만 가는 불안과 그것을 감추려는 과장된 몸짓과 허세는 랩퍼 정준하의 스웨그를 만들었다. 자신의 초조한 마음을 숨기고 자신을 랩퍼가 아닌 코미디언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뿌리치기 위해 그가 내뱉은 '웃지마!'라는 외침이 묘한 감동과 울림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시청자들이 그의 심리적 상태를 충분히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반면에 도무지 여유가 없어 보이는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틈틈히 시간을 내서 엑소의 복잡하고 까다로운 안무를 익히고, 그것을 외국의 콘서트 현장에서 아무런 실수없이 완벽하게 구현한 유재석에게는 역시 '유느님!'이란 찬사가 절로 나오지만 정준하가 주었던 감동은 전해주지 못했다. 그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유재석에게 엑소의 콘서트 참여는 그가 상대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아무 탈 없이 완수해야 할 하나의 미션이었기 때문이다. 정준하의 풍부하고 복잡한 마음의 자리를 대신 차지한 유재석의 의무감에 시청자들이 공감할 여지도 적고, 공감해야 할 의무도 없다.

 

      외국 팬들에게 유재석과 엑소의 무대는 '런닝맨'으로 동남아시아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한국의 톱스타와 톱아이돌의 흥미로운 무대일 뿐이다. 실제로 유재석은 엑소 멤버들도 놀랄 만큼 탄탄한 몸매를 가지고 있고, 도착한 공항에서도 길을 걷기 어려울 만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의 인기는 매니저로 동행한 정준하가 과거 '일본 특집'에서처럼 시샘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다른 멤버들과 극단적으로 벌어졌다. 그 결과 이번 특집은 무한도전의 유재석과 엑소의 만남이 아니라 톱스타 유재석과 톱아이돌 엑소의 만남일 뿐이며, 방송 내용은 그 결과물인 뮤직 비디오 'Dancing King Yu Jae Seok X Exo'의 비하인드 영상일 뿐이다.

 

 

 

      무한도전은 이미 오래 전부터 대한민국 평균 이하의 도전을 다룬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아니었다. 과거 '슈퍼모델 특집'이나 '댄스스포츠 특집' 시기에도 그들은 평균 이상의 스타들이었다. 그렇지만 더 이상 평균 이하가 아니라 해서 감동을 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적절한 기획 의도와 연출이 뒷받침된다면 여전히 적당한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는 에피소드를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을 정준하의 사례가 증명한다. 이것은 역으로 유재석의 이번 도전이 지닌 문제점이 제작진에 있음을 말해준다.

 

      제작진은 엑소의 열혈 팬을 자청하는 여성 피디를 등장시켜 약간의 웃음과 함께 엑소라는 그룹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로부터 절대적인 사랑을 받는가를 보여주려 했지만, 그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뿐이었다. 만일 그 여성 피디가 진정으로 엑소의 팬이었다면 그리고 책임감 있는 무한도전의 제작진이었다면, 엑소 멤버들의 상징을 줄줄 암기하고 그들의 공연을 넋을 잃고 관람하는 대신에 그들이 무한도전에 출연해서 어떻게 더 돋보일 수 있을 지 먼저 진지하게 고민했었야 했다. 만일 그랬더라면 무한도전 멤버들과 엑소 멤버들의 만남을 어설픈 춤사위로 때우는 안일한 구성은 결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무한도전은 무한도전 특유의 색깔을 조금씩 상실해 나갔다. 과거 무한도전은 멤버들끼리 모여 사소한 주제로 수다만 떨어도 특유의 개성있는 재미를 만들어 냈다. 그것은 멤버들의 재능이 만들어낸 결과였지만, 그것을 더욱 맛깔스럽게 보이도록 했던 무한도전 특유의 자막, 편집기술, 연출력 등이 종합된 효과였다. 하지만 현재 무한도전이 평범한 쇼로 전락한 원인은 이 모든 요소들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며, 이번 특집은 그러한 사실을 총체적으로 노출하고 있다.

 

 

 

 

 

      만일 과거의 무한도전이었다면 유재석과 엑소의 공연 장면에서 중간중간에 유재석의 얼굴을 클로즈업해서 그의 심리 상태를 표현하는 자막을 사용하여 시청자들이 그에게 몰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작은 실수나 몸짓 하나도 놓치지 않고 자막으로 지적해 더 풍부한 텍스트로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무한도전은 엑소 멤버들 사이에서 열심히 안무를 소화하는 유재석을 풀샷으로 처리해 그들의 전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데 치중하고 그저 감탄하는 자막을 다는데 그칠 뿐이다. 제작진은 시청자들이 유재석과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도록 도움을 주는 대신 그를 능력이 탁월한데다 성실하기까지 한 '유느님'으로 감탄하도록 만들고 있다.

 

      이번 에피소드를 통해 노출된 또 다른 문제점은 현재의 무한도전이 유재석의 무한도전이 되어버렸다는 점이다. 무한도전이 시작할 때부터 유재석은 다른 멤버들에 비해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그의 부족한 외모나 사소한 실수를 지적하며 다른 멤버들과 비교적 대등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유재석은 무한도전 내에서는 물론이고 대한민국 연예계에서 아무도 그를 건드릴 수 없을 만큼 거물이 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결과적으로 그에게 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가 아무리 최신 트렌드를 열심히 연구한다고 하더라도 그의 개그 스타일은 이미 노쇠한 징후를 보이고 있고, 합을 중시하는 개그에서 아무도 그의 파트너가 될 수 없다면, 그 역시 한계를 드러내고 주저 앉을 수 있다. 게다가 유재석이 모든 책임을 지는 현재의 무한도전의 구조는 그에게도 프로그램 자체에도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2016 무한상사'를 통해 정형돈, 노홍철, 길 등 과거 멤버들을 불러들이려던 제작진의 계획은 실패했다. 대규모의 프로젝트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잡으려는 시도 역시 대부분 그 결과가 썩 좋지가 못하다. 그렇다면 제작진의 다음 선택은 무엇인가. 그 다음 선택은 적어도 이번 에피소드보다는 현명하게 이루어지길 바란다.

 

 


by ddolap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