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502회
- 무도리Go 2탄(161015)
무한도전의 스웩
과거 MBC의 파업으로 인해 8개월을 쉬지 않았더라면 무한도전의 500회는 10주년과 같은 해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무한도전이 잃어버린 그 시간, 죽음과 같았던 그 시간,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그 시간을 경험한 탓일까. 500회를 맞이하는 무한도전의 자세는 간신히 살아남았다며 호들갑스럽게 기뻐하던 20회 특집과 달리 매우 차분했지만 여전히 도전 과제 앞에서 긴장과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만일 무한도전이 500회를 맞아 자신의 영광스런 과거를 자화자찬했다면, 혹은 죽음을 목전에 둔 노인처럼 회고적 시선으로 좋았던 옛 시절을 떠올렸다면, 아마 누구라도 무한도전의 임박한 죽음을 손쉽게 감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특집을 준비하며 "'과거를 회상하다'는 의미보다는, 증강현실('포켓몬고')이라는 현재를 저희들 추억에 접목시키면서, 단지 '향수'보다는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생기길 바랬다는 김태호 피디의 진술처럼 무한도전은 자신의 역사를 새로운 도전 대상으로 삼아 달리고 또 달렸다. 김태호 피디에게 유재석이 보냈다는 문자처럼 "누가 뭐라든 우리 길"을 걷는 태도야말로 무한도전의 스웩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간다
광희와 함께 에어로빅 미션에 도전한 박명수는 체력적 열세를 느끼고 할마에의 시선을 피해 몰래 도망을 쳤다. 5년만에 조정 경기장에서 노를 다시 잡은 유재석은 이전보다 더 강해진 파워로 자신보다 젊은 다른 멤버들을 제치고 무도리를 포획했다. 박명수는 박명수다웠고, 유재석은 유재석다웠다. 극단적으로 서로 다른 개성의 캐릭터들이 서로를 알아가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게 되는 과정의 이야기는 도전의 서사와 함께 무한도전의 가장 중심적인 줄기 중 하나이다. 멤버들간의 조화와 케미가 강조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무한도전의 레슬링 스승이었던 손스타와 함께 다시 해본 레슬링 도전은 여전히 녹슬지 않은 멤버들 간의 합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과거에 배운 레슬링 기술을 여전히 구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러한 기술들을 가지고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반칙에 능한 박명수, 능숙하게 손스타와 함께 수플렉스 기술을 구사한 유재석, 레슬링 기술을 잘 받아주며 손스타와 좋은 합을 보여준 하하 등은 각자의 캐릭터에 걸맞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특히 양세형은 빠른 몸놀림과 화려한 기술을 구사하며 처음 보는 상대와 흥미진진한 경기를 펼쳐 보임으로써 뛰어난 신체적 능력은 물론 예능인으로서 탁월한 재능을 엿볼 수 있게 했다. 이들이 함께 모여 경기를 펼친 로얄럼블은 간만에 캐릭터들 간의 이합집산에 의한 코미디를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했다.
이어진 물풍선 게임에서도 양세형은 놀라운 활약을 선보였다. 뛰어난 운동 능력을 보이며 1등을 차지한 것은 물론, 다른 멤버들과 끊임없이 의사소통을 하며 다양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특히 재석에게 다양한 야유를 쏟아내며 방해 공작을 펼침으로써 결과적으로 유재석의 코믹한 측면을 부각시킨 장면은 무한도전에서 양세형의 존재 이유를 설명해준다. 유재석이 '유느님'이 되는 동안 망각된 것이 그의 코미디언으로서의 재능인데, 그것은 아무도 감히 유재석을 건드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양세형이 여론에 신경을 쓰지 말고 앞으로도 그만의 길을 걷기를 바란다. 그것이 그 자신은 물론 유재석과 무한도전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음을 인정받을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제작진의 패기
'28년 후' 특집은 너무나 크게 망한 특집으로 기억되기 때문에 오히려 회자되는 에피소드이다. 당시 2주분에 해당하는 엄청난 제작비를 투자했고 시청자들의 기대치를 한껏 높인 예고편으로 기대를 모은 특집이었지만, 촬영이 시작된 지 불과 28분만에 박명수의 실수로 촬영이 중단됨으로써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다. 당시 제작진은 재촬영을 하지 않고 실패한 광경을 그대로 방송에 내보냄으로써 시청자들에게 '리얼'한 충격을 주었다.
'무도리GO'의 마지막 게임을 구 MBC 사옥에서 영화 '부산역'에 좀비 역할로 출연했던 배우들을 출연시켜 찍을 계획을 세운 것은 무한도전 제작진의 패기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과거에 안주하거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새로운 것을 찾아 도전하겠다는 야심과 의지마저 느껴진다.
그래서 무한도전은 아직도 젊다. 비록 11년이나 방송되며 출연하는 멤버들의 육체는 늙고 쇠약해졌을 지 몰라도, 그 동안 변함없이 간직해온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정신과 탐구정신이 아직도 생생히 살아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한도전의 정신이라 할 수 있는 유재석이 1,000회까지 출연할 수 있는 프리패스를 손에 넣었으니 그의 도전 의지가 꺾이지 않는 한 무한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해서 이제는 무한도전의 정체성을 새롭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초창기 멤버 6인이 함께 있어야만 무한도전이 무한도전이 되는 것이 아니라 도전 정신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에 무한도전이 무한도전일 수 있는 것은 아닐까.
by ddolappa
[관련 특집 리뷰]
'28주후' 특집
http://blog.daum.net/ddolappa/6193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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