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과 그 적들 2
욕하면서 드라마 보기, 드라마 보면서 욕하기
항상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드라마를 집필해서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켜왔던 임성한 작가가 이번에는 <아현동 마님>에서 <무한도전>을 비판해서 다시 한번 여론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지난번 보좌주교가 무한도전을 비판했던 것과는 달리, 임성한 작가의 비판은 그 "의도"가 확실치 않다는 점에서 쉽게 역비판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가만히 두고만 볼 수도 없다는 점에서 참으로 곤란한 경우라 할 수 있다.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전달되는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여 수용할 경우 같은 M본부 오락 프로인 무한도전을 비판한 작가의 속내와 그 장면을 그대로 방송에 노출시킨 드라마 제작진의 의도가 무엇인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반대로 무한도전에 대한 비판적 언술을 부정적인 인물들을 통해 말하게 함으로써 무한도전과 자신의 드라마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역으로 공격하려는 작가의 의도로 해석하려고 해도, 드라마 속 상황이나 인물들의 성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무한도전이 아무런 결점이 없는 완벽한 작품도 아니고 건전하고 정당한 비판은 오히려 무한도전이라는 작품을 개선하고 보완시킬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언제나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입양아를 "개구멍받이"라 불러서 입양협회 등으로부터 맹비난을 받았고, 여자 주인공이 친동생의 결혼 상대자를 가로채고 아버지의 새 아내에게 폭언과 폭력을 행사하고, 드라마의 중요한 단서를 쥐고 있는 인물이 코미디 프로를 시청하다 웃다 죽어버리고, 최근에는 드라마의 절반 이상을 엽기 코믹 사극쇼를 펼치고도 뻔뻔스럽게 젊은 연기자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는 궤변을 늘어놓아 오히려 논란을 증폭시켰던 이력을 가진 임성한 작가의 비판이기에 그 음흉한 속내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임성한의 무한도전 비판을 그의 주특기인 노이즈 마케팅의 일환으로 해석하려는 시도는 어떤 점에서 정당하다고 할 수 있다. 배국남 기자는 "드라마에서 오락 프로그램을 언급할 수 있지만 문제는 드라마의 에피소드의 전개상 없어도 될 부분이었다. 그리고 ‘무한도전’에 대한 이같은 언급은 ‘무한도전’ 팬들이 많고 시청자의 관심이 많은 데다 대중매체들이 앞 다퉈 뉴스화 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논란을 부를 것은 어린이도 다 알수 있는 것이다."라고 지적하며, 무한도전 비판은 다분히 드라마 홍보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비판한다.(임성한 특기, 논란 만들기의 문제는?…끝없는 논란들의 문제) 고홍주 기자 역시 ""사극쇼는 되면서 리얼쇼는 안 된다"는 '아현동 마님' 식 행태에는 지극히 일상적인 홈드라마를 문제적 드라마로 키워보고픈 임성한 작가의 이상야릇한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며, 임성한 작가의 이중적 태도를 꼬집고 있다.(임성한 작가, 사극쇼는 되고 리얼쇼는 안 된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들도 작가의 전작들을 근거로 이루어진 추측일 뿐 작가의 정확한 의도는 아직까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이번 사건을 전달하는 언론들에 아쉬웠던 점이다. 대다수의 언론들은 임성한 작가가 자신의 드라마에서 무한도전을 비판했고, 이에 수많은 무한도전 팬들이 흥분해서 작가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다는 사실만 전달할 뿐 작가나 드라마 제작진들로부터 정확한 의도를 확인하려는 노력이 부족해보였다. M본부 역시 자사 내의 이러한 내분을 조속히 진화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난의 화살을 면하기 어렵다. M본부가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지 않는 까닭 역시 논쟁을 통해 드라마의 시청율을 상승시키려는 임성한 작가의 얇팍한 전략을 암묵적으로 승인한 것이거나 자사 내부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한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답은 이미 나온 것이 아닐까? 임성한 작가도, M본부도, 언론도, 드라마 속 대사처럼 "아무튼 시청자 생각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렇다면 시청자들은 "그럼 안 보면 되지" 하면 되는 것이다. 저질스러운 조폭 코미디 영화들이 여론의 비난에도 끊임없이 제작되는 까닭이 그러한 영화를 욕하면서도 관람하는 관객들이 있기 때문이듯이 인간의 말초적이고 저급한 욕망만을 자극하는 3류 드라마를 써내는 임성한 같은 작가가 계속해서 작가 생활을 하고, 방송사가 그런 작가를 꾸준히 고용해서 드라마를 제작하는 까닭 역시 욕을 하면서도 드라마를 시청하는 시청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드라마의 소비자들인 시청자들은 스스로를 불량식품과 같은 드라마로부터 지키기 위해서는 욕을 하면서 드라마를 시청하는 태도가 아니라 드라마를 보면서 욕을 하는 태도, 즉 비판적 태도를 취하고 그러한 드라마를 외면해서 시청율을 떨어뜨리게 만드는게 가장 현명한 태도일 것이다.
시청자를 모욕하라, 그러면 시청율이 올라갈 것이다!
그런데 정작 커다란 문제점은 임성한식 노이즈 마케팅 전략이 우리 사회에서 상당히 유효한 홍보 방식이라는 점이고, 우리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공범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연예기획사나 연예인들은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다는 인식 하에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거짓 자작극도 서슴치 않고, 광고주에 기생해서 살아가는 언론 역시 진실이나 진정성 보다는 한 순간의 호기심만을 자극하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기사를 양산해내고, 그렇게 양산된 기사들에 네티즌들은 악플과 가열찬 논쟁으로 화답해서 어떤 악순환적 구조가 완성된다.
하지만 이들 중에서 정말 치사하고 야비한 것은 언론들이다. 그들은 악플러를 양산하는 기사를 작성해서 먹고 살아가는 신세들이면서, 그런 악플러들을 다시 한번 점잖게 타이르는 기사를 통해 자신들의 품위와 고상함은 손상시키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무한도전 VS 라인업이라는 억지스러운 구도를 만들어놓고, 막상 양 측의 팬들 간의 대립이 심화되자 다시 이를 역으로 비판하고 있는 기사들이다.
<아마도 태안 기름 유출 사태가 연예계에 끼친 가장 큰 파장이 <무한도전>과 <라인업>의 대립 구조 형성일 것이다. 사실 시청률만 놓고 본다면 <라인업>은 동시간대에 방송된다는 점 외에는 <무한도전>의 경쟁 상대로서 아직 역부족이다.
지난 5일 방송 분량의 경우 <무한도전>이 전국 시청률 25.3%(이하 TNS미디어코리아 제공)을 기록했다. 반면 <라인업>이 3분의 1 수준인 8.9%에 그쳤다. KBS 2TV <스펀지 2.0>(10.3%)에도 못미치는 수치다. 하지만 '태안 반도 봉사 활동 편' 하나로 <라인업>은 <무한도전>의 대항마로 자리 잡았다.
시청률 싸움을 넘어서 양측 네티즌의 논쟁은 감정 싸움으로 비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무한도전>이 방송될 때마다 1주일에 한 번씩 표절 의혹, 소재 고갈 등 화두가 던져진다.
그리고 상대 프로그램을 지지하는 네티즌과 '안티 기자'들이 벌이는 음모라는 질타가 이어진다. 아이들 싸움이 어른 싸움으로 번진다고, 프로그램의 PD들까지 나서 표절에 대한 의혹을 밝히라고 외치는 형국이다.>("무한도전 vs 라인업 감정싸움 이젠 그만~", 한국일보 안진용 기자)(인용자 강조)
그러나 기사에서 강조되고 있는 부분들을 뒤집어서 읽어야만 보다 진실에 가까운 것이라 할 수 있다. <라인업>이 방영될 초기에 언론들이 보여준 편향된 보도 태도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글을 쓴 바 있고(졸고, 문제는 기자들이다), 다음 무한도전 갤러리의 "귀염둥이" 님이 "라인업 전후로 무한도전에 대해 달라진 기사 총정리"(17534번 글)란 글을 통해 그 행태가 낱낱이 드러난 바 있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그런데 웃긴 점은 이런 찌라시 언론들에 의해 무한도전 "팬들"이 어느새 무한도전 "빠들"로 탈바꿈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네티즌이 올린 게시물로 불거진 이번 '태안 조작설'은 실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의 '음모'(?)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마무리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 간과해서는 안될 것은 이 사건 뒤에 어느 열혈팬의 비뚤어진 프로그램 사랑이 있었다는 사실이다.(중략)
장외 논쟁을 이끄는 주체는 다름아닌 팬이다. "무한도전이 재밌다", "라인업이 감동적이다"라는 단순한 논쟁에서 시작된 '팬 vs 팬'의 대결은 현재 서로를 향한 맹목적인 비방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무한도전'과 '라인업'이 구설에 오른 것도 이들 열혈팬의 역할이 컸다.
실례로 이들 열혈팬은 좋아하는 프로그램 게시판에서는 무조건적인 찬사를, 경쟁 프로그램 게시판에서는 이유없는 비난을 늘어놓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비난이 비판이 아닌 트집에 가깝다는 것. 인터넷이 제공한 익명성에 기대 서로를 흘뜯는 잘못된 사랑으로 변질되고 있다.>('~빠 vs ~까', 어긋난 프로그램 사랑이 낳은 폐해, 스포츠서울 김지혜 기자)
라인업의 "태안 조작설"을 유포한 사람이 무한도전의 열혈 시청자였다는 사실에서 무한도전의 시청자들 대다수가 "비뚤어진 프로그램 사랑"으로 똘똘 뭉친 "빠들"이라는 추론을 이끌어내는 것은 논리적인 오류이다. 기사는 이러한 논리적 오류를 근거로 삼아 두 프로그램의 팬들이 아무 이유없이 서로를 향해 맹목적인 비난과 비방을 일삼고 있다는 보편적 명제를 이끌어낸다. 마치 사실인 것처럼 전달되는 이 명제는 그러나 논리적 가정이 틀렸고, 극히 일부분의 사실을 전체인 것처럼 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거짓이다. 그리고 이러한 거짓 기사를 통해 은폐되고 있는 것은 찌라시 기자들이 떡밥용으로 유포한 쓰레기같은 기사들이다.
무한도전이 펼치고 있는 죽음의 레이스
기자들이 "빤스 벗고 밀어줘도" 라인업이 시청율 경쟁에서 점차 밀려나자 이번에는 조금 더 경쟁력을 갖춘 프로그램인 <1박2일>을 내세워 <무한도전>과 경쟁구도로 몰고 가고 있다. <무한도전> VS <1박2일>이라는 새로운 대립구도를 최초로 제시한 기자는 뉴스엔의 이현우 기자이다. 그는 <무한도전 아성에 도전한 1박2일만의 매력은?>(2008.1.20.)이란 기사에서 다음처럼 적고 있다.
<‘1박2일’의 성공은 프로그램의 기획적인 차별성에 있다. 버라이어티와 여행의 결합이라는 점이 그것. ‘무한도전’이 매주 다른 소재로 아이템 확보 고민을 하며 간혹 재미의 편차가 심하게 드러날 때 ‘1박2일’은 비교적 안정적인 웃음을 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1박2일’만의 경쟁력이다.
여행이라는 기획은 버라이어티에서 매우 효과적인 소재임을 ‘1박2일’은 증명하고 있다. ‘1박2일’은 ‘야생 버라이어티’라는 테마로 여행지에서의 고생조차 낭만으로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여행지에서만 담아낼 수 있는 시각적인 즐거움도 월등하다. 독도나 정선 같은 잘 알려진 장소는 물론 가거도, 충북 영동 같은 유명하지는 않지만 절경을 뽐내는 대한민국 곳곳을 유려하게 담아내고 있는 것.
더불어 '무한이기주의'로 표현되는 무한도전식의 멤버들 간 경쟁보다는 여행을 통해 조화와 팀워크를 강조함으로써 보다 ‘따뜻한 버라이어티’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도 유효하다.
유재석, 박명수, 노홍철, 정형돈, 정준하, 하하 여섯 멤버들이 각자 자신의 캐릭터성을 강화하고 있는 동안 ‘무한도전’의 진행상 구심점이 분산되는 반면 ‘1박2일’은 강호동의 물리적 카리스마에 장악됐다는 점만으로 좀더 안정된 집중력을 보인다는 장점도 있다.>(인용자 강조)
무한도전이 소재에 따른 재미의 편차가 있는 반면 1박2일은 비교적 안정적인 웃음을 줄 수 있다는 기자의 주장은 역으로 1박2일이 반복되는 포맷의 반복으로 인해 단조로워질 수 있고, 무한도전만큼의 파괴력을 가질 수 없다는 단점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시청자들이 "무한 이기주의"로 표현되는 무한도전의 세계관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서 조화와 팀워크를 느낄 수 있는 까닭은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며 다져온 그들만의 끈끈한 인간관계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자는 이러한 사실을 은폐한 채 "따뜻한 버라이어티"가 1박2일만의 특징인 것처럼 왜곡시키고 있다. 또한 무한도전의 개성강한 멤버들이 유재석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통해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은 무시한 채 강호동의 "물리적 카리스마"만을 부각시키고 있는데, 그가 말하는 "물리적 카리스마"란 결국 씨름 장사 출신의 힘 혹은 완력 아닌가. 그러나 실제로 1박2일에서 강호동이 보여준 통솔력은 단순한 "물리적 카리스마" 뿐만 아니라 멤버들을 이끄는 큰형으로서의 배려심과 포용력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따라서 기자는 자신이 홍보하고 있는 프로그램의 성격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 셈이다.
개인적으로는 <1박2일>은 <라인업>과는 달리 프로그램의 포맷이나 구성이 상당히 안정적이고 탄탄한 작품이고, 무한도전이 줄 수 없는 소박하면서도 담백한 재미를 주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방영되고 있는 요일도 달라 무한도전의 애청자라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본다. 그러나 기자들이 설정한 유치하기 짝이 없는 대립구도로 인해 무한도전의 애청자가 1박2일을 시청하면 안 되는 것처럼 만들고 혹시라도 시청하게 되면 자신이 선호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배신으로 느껴지게 만들고 있다. 왜냐하면 무한도전은 이제 1박2일과 시청율 경쟁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6일 '무한도전' '1박2일' 설 특집방송 맞대결…'1박2일'이 이겼다> (한국경제 디지털 뉴스팀)
<짜깁기로 맞선‘1박2일’VS ‘무도’승자는?>(마이데일리 배국남 기자)
<'1박2일',설연휴 '무한도전'-'라인업' 제쳤다>(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전형화 기자)
설특집 스페셜로 방영된 1박2일과 무한도전이 각각 11시 50분, 오후 1시에 방영되었고, 방영되는 날짜가 달라 경쟁 프로그램이라고 부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기사들은 이들을 억지스럽게 비교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전형화 기자는 억지스러움을 본인 스스로가 어렴풋이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비교의 부자연스러움을 궤변을 늘어놓아 감추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들은 비록 정확히 같은 시간대에 방영된 게 아니며 연휴 기간 방영된 스페셜 방송이라 정확한 비교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1박2일'이 예능 프로그램의 최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우연히 발생한 대결이라 주목된다."(인용자 강조) 응? 누가 "예능 프로그램의 최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1박2일이 최근에 많은 시청자들을 확보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최강자"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의 프로그램인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그렇게 불러주고 싶은 것은 혹시 기자의 주관적인 소망 아닌가?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이런 류의 기사들이 지닌 가장 큰 문제점은 첫째로 시청율이라는 객관적인 사실(Fact)을 전달하는 문장에도 교묘히 주관적 판단을 삽입함으로써 독자들에게 편견을 심어주고 있다는 점이고, 둘째로 억지스러운 대립구도를 통해 마치 하나가 살려면 다른 하나를 죽여야만 하는 것 같은 인상을 심어준다는 점이고, 세째로 이러한 경쟁의 수사학을 통해 팬심을 교묘히 자극함으로써 팬들 간의 감정적 대립을 유발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시청율이 나왔으면 그냥 전달하면 그 뿐이지 누가 누구를 이겼다는 말이 왜 나와야 하며, 시청율이 좋은 프로그램이 질적으로도 훌륭하고 우수한 프로그램이라는 인상을 왜 심어주는 것인가? 그렇다면 기자들의 논리 대로라면 시청율이 잘 나오는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 역시 훌륭한 작품인가? 이율배반적이고 표리부동한 태도는 임성한 작가 뿐만 아니라 기자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네이버를 믿지 마세요
설 연휴를 전후해서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에는 1박2일에 관련된 홍보용 기사들이 당당히 메인을 차지했고, 그 중에서 특히 1박2일의 마스코트인 상근이에 관한 기사가 3일 내내 메인기사로 올라와 있었다. 다음은 그 기사들은 날짜와 시간 순서에 따라 정리한 것이다.
<'1박 2일' 출연 견공 상근이, 출연료가 얼마?>(한국일보 김재범 기자, 기사입력 2008-02-05 15:12)
<'1박2일' 상근이 출연료 40만원?>(스포츠서울, 기사입력 2008-02-05 15:36)
<'1박2일' 상근이, 출연료 얼마니? ‥ "상근이 연예인 못지 않다">(한국경제 디지털뉴스팀, 기사입력 2008-02-05 17:05)
<'은초딩' 은지원, 60kg 상근이 슬레이트로 협박>(한국경제 디지털뉴스팀, 기사입력 2008-02-06 02:00)
<'1박2일' 상근이 출연료 대박 터졌네!>(스포츠서울닷컴 뉴스편집팀, 기사입력 2008-02-06 11:27)
<'고가의 출연료' 상근이, 은초딩 다리에 오줌 싼 이유는?>(스포츠서울닷컴 뉴스편집팀, 기사입력 2008-02-06 14:27)
<'1박 2일' 마스코트 상근이가 누구?>(스포츠서울닷컴 뉴스편집팀, 기사입력 2008-02-07 09:42)
<'1박 2일' 스페셜 방송, 상근이 인기 "또 치솟네~">(스포츠서울 박진희 기자, 기사입력 2008-02-07 12:57)
<'1박2일' 상근이, 알고보니 '아현동마님' 설국이>(스타뉴스 김태은 기자, 기사입력 2008-02-07 22:07)
상근이라는 개 한 마리가 3일 씩이나 포털 사이트의 연예 기사의 메인을 차지할 만큼 화제의 대상이었던가? 네이버와 달리 다음에서는 그 3일 간, 송일국 기자 폭행 사건, 히스 레저 사망 원인, 장백지 누드 사진 누출사건 등을 다룬 기사들이 비교적 꾸준히 올라와 있었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추측해 볼 수 있는 사실은 포털 사이트 네이버가 의도적으로 주요기사 순위를 조작해서 네티즌의 관심을 1박2일에 집중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상근이라는 개는 광고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흔히 사용되고 있는 3B(Beauty, Baby, Beast), 즉 미녀, 아기, 동물이란 소재들 중 하나라는 점에서 이러한 추측은 더욱 타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위 기사들 중 박진희 기자의 기사는 네이버의 검색 순위에 근거해 쓰여진 기사라는 점에서, 홍보 기사 ---> 포털 사이트의 메인 ---> 검색어 순위 상승 ---> 다시 홍보 기사 라는 수순을 밟고 있다. 그렇다면 1박2일을 밀어주기 위한 노력은 단순히 찌라시 기자들에 그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주요 포털 사이트들 역시 가담하고 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러면 왜 무한도전의 인기를 꺾기 위해 기자들은 억지스러운 경쟁구도를 만들고, 주요 포털 사이트는 경쟁 프로그램의 기사들을 메인에 배치해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려고 하는 것일까? 그것은 단순히 인기 오락 프로그램을 죽이기 위한 시도인가 아니면 그 보다 더 커다란 꿍꿍이가 숨어 있는 것일까?
나는 여기에서 또 다른 해석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난 대선에서 네이버가 대선과 관련된 정치 관련 기사에 대한 댓글을 정치 토론장에서 일원화 했던 정책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당시 네이버는 "대선 후보를 향한 불명확한 지지와 비난을 방지하고 건전한 선거 토론을 주도하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러한 주장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일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당시에 네티즌들은 "대선 여론을 틀어막고 네티즌들의 영향력을 억누르려는 시도"라며 즉각적으로 반발했고 반네이버 운동을 펼쳤었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반네이버 감정 확산... 회원탈퇴 및 광고차단운동 불길 번져") 여기에 당시 이명박 대선 후보 캠프에 뉴미디어팀 팀장으로 참여를 했던 조선일보 기자 출신의 진성호 팀장은 비공개 정책간담회에서 "네이버는 댓글을 바꿔 공정성에 문제가 없는 반면 다음은 주시해야 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또한 그는 "네이버는 평정됐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는데, 이러한 사실은 변희재 씨의 증언을 통해 이미 확인된 바 있다.(고뉴스 김성덕 기자, "너희 정권 잡으면 죽는다") 그리고 새로운 정부가 미디어 정책으로 M본부의 민영화를 제일 우선적인 해결과제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놓고 볼 때, 무한도전 죽이기는 단순히 하나의 오락 프로그램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게 내 생각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조직적이고 끊임없이 무한도전을 음해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질 까닭이 없어 보인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현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들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내가 지극히 사적인 견해란 조건 하에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한다면 다음처럼 정리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M본부는 "공영방송"이라는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으려면, 시청율 때문에 임성한 작가와 같은 사람을 고용해 미풍양속을 해치고 시청자들의 정서 함양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드라마 제작을 그만두어야 한다.
둘째, 무한도전의 팬들과 1박2일의 팬들은 소모적인 대립을 그만두고, 억지스러운 찌라시 기사들에 대해 공동 대응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는 무한도전과 1박2일이 서로 보완적인 작용을 하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서로의 인기와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자장면을 먹으면, 짬뽕을 먹을 수 없다는 거짓 논리는 기자들의 주장이고, 무한도전을 시청하면서 충분히 즐겁게 1박2일도 시청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셋째,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팬들을 갈라놓고 소모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기사들에 대해 "3무 운동(무관심, 무댓글, 무클릭)"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찌라시 언론을 악플과 논쟁을 먹고 기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청자들 역시 자신들의 채널 선택권을 현명하게 사용해서 유익한 드라마들가 보다 많이 제작될 수 있는 제작 여건을 마련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넷째, 무한도전 팬들은 사방에서 쏟아지는 공격들 때문에 과도하게 예민해진 상태를 추스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오락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이유는 본인의 삶이 즐거워지기 위함이지 자신이 즐겨 시청하는 프로그램이 시청율 경쟁에서 앞선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자랑스러워 하기 위함이 아니지 않는가.
더우기 무한도전에 대한 과도한 사랑 탓에 정당한 비판에조차 눈을 감고 귀를 막아버린다면, 그래서 프로그램이 부족한 점을 보충하고 보완할 기회를 놓쳐버리게 된다면, 결국 자신들의 손으로 사랑하는 프로그램을 죽이게 되는 과오를 저지를 수도 있게 되기 때문이다. 가령 보좌주교의 무한도전 비판에 대해 옹호하는 글을 배국남의 기사를 제대로 읽지도 않고, 그의 이름만 보고 무조건 비판하는 댓글을 다는 것은 전혀 현명한 처사라 할 수 없다. 비록 배국남이 무한도전에 대해 꾸준히 비판 기사를 써오긴 했지만 사안별로 판단해서 취사선택하는 지혜로운 태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주 가끔은 무한도전이 그리 시청율이 높지가 않아 마음 편하게 시청하던 때가 그립기도 하다. 그들이 다음 주에는 또 어떤 일에 도전을 할까 상상을 하며 고된 일주일을 즐거운 마음으로 보낼 수 있었던 그 날들은 이제 어쩌면 돌아갈 수 없는 그리운 시절이 되고 만 것 같다. 그러나 어릴 적 모습이 귀엽다고 그 모습을 간직하기 위해 자라나는 아이의 성장을 억지로 멈추게 할 수 없듯이 나날이 성장해 나가는 무한도전을 과거의 추억 속에만 갇아두어서도 안 될 것이다.
그리고 혹시 무한도전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갈라져나온 또 다른 세포들이 무한도전과 닮았다는 이유로 억지로 죽일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삶은 다양한 모습과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살 때 더욱 풍성해지는 것이지, 하나가 경쟁을 통해 다른 하나를 죽여야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다같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남아있는 것은 찌라시 언론이 펼쳐놓은 죽음의 굿판인 무한경쟁의 레이스를 걷어치우고, 우리가 함께 즐겁게 살아갈 삶의 굿판을 벌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오늘 무조건 무한도전을 닥본사할 것이고, 내일은 1박2일을 즐겁게 시청할 것이다.
by ddolap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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