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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펌]tintin의 무한도전 리뷰 - 퀴즈의 달인 2회 리뷰

ddolappa 2008. 3. 5. 06:30

2005년 12월 24일 무한도전 (시즌2 Ep.8 - 퀴즈의 달인 2회)


건강 사정으로 인해 약속드린 시간보다 몇 시간 정도 공개가 늦어졌습니다. 약속한 시간 어기게 된 점 심히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번번히 일어나는 공개 연기에도 불구하고 늘 재미있게 읽어주시는 여러분께 감사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노력하는 CQ가 되겠습니다.


Tintin 배상


<강력추천 토요일> 무한도전 시즌 2 (무리한 도전) Ep. 8 - 퀴즈의 달인 2회


방영일 : 2005년 12월 24일 (토)
진  행 : 유재석
패  널 : 박명수, 노홍철, 정형돈, 이윤석
게스트 : 하하


줄거리 : <무한도전>에 새로운 멤버가 들어왔다! 큰형님 김성수가 빠진 자리,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내던 멤버들에게 찾아온 ‘선물’은 다름아닌 하하. 멤버들은 하하를 반기기는커녕 경계하기 바쁘고, 하하는 멤버들을 비웃지만 박을 맞고 나자 급격하게 무한도전 멤버들과 동화된다. 한편 ‘사내방송입니다. MBC’라고 말하는 정체불명의 목소리에 대해 정형돈은 ‘MBC가 저 분의 이니셜이 아닐까요’라고 말하고, 여러 이름들이 거론되다가 이윤석에 의해 ‘마봉춘’으로 호명된다. 세 글자 나라이름을 주제로 두세 바퀴를 돌면서 노홍철은 시간차 공격이란 개념을 선보이고, 유재석은 ‘브라질’이란 단어가 얼마나 위험한지 다시 한번 몸을 던져가며 증명한다. 그 와중에 정형돈은 박명수에게서 ‘건방진 뚱보’라는 별칭을 얻는다. 지난 주에 즉석에서 만들어낸 쌍박송이 이번 주는 아예 BGM으로 깔리며, 멤버 모두가 춤을 추는 열광의 도가니가 펼쳐지는가 하면 박을 맞지 않은 0박파과 연합파의 대결구도와, ‘이 단어가 공격단어로 적합한가’하는 문제로 티격태격하며 <거꾸로 말해요 아하>는 그 열기를 더해간다.


한편 <퀴즈의 달인>은 ‘방석 라이더’라는 새로운 포맷을 선보인다. ‘정답을 알려주고 맞추는퀴즈’라는 이야기에 멤버들은 자존심이 상하지만, 막상 문제를 맞추면서 멤버들은 이것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외국인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정답을 듣고 먼저 알아듣는 사람이 승자. 부정확한 발음으로 동시에 외치는 단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멤버들은 닥치는 대로 아무렇게나 답을 던져본다. 부저를 누르기 위해선 방석을 끌고 달려가야 하는 컨셉 덕분에 문제를 풀기 위해선 매번 아비규환이 펼쳐지는데…


새로 들어온 자 / 떠난 자 / 그리고 무한도전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클래식>때부터 꾸준히 함께 한 큰형님 김성수가 빠집니다. 지난 호에서도 언급했지만 사실 퇴출이라고 보는 게 정확할 겁니다. 첫 화에서 ‘브라질’이란 단어의 가능성을 선보인 것을 제외하면 사실 전반적으로 어울리지 못하는 뻣뻣한 모습을 보여줬거든요. <클래식>에서는 노쇄함과 낡음을 과시하던 무기였던 그의 ‘뻣뻣함’이 <무한도전>에 와선 발목을 잡는 장애가 됩니다. 하지만 혹시 모르죠. 때는 한참 김성수가 정극 연기에 욕심을 부리기 시작할 때였으니까요. 본인이 직접 나간 것일수도 있단 생각은 해봅니다만, 글쎄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아무튼, 분명 멤버교체임이 확실하지만, 굳이 ‘오늘은 비록 나오시지 않았지만 우리 큰형님, 김성수씨…’라고 말하며 애써 김성수의 퇴출(혹은 하차)을 정면으로 바라보길 피하는 유재석의 뜻을 존중해서, 이번 에피소드 설명에선 하하를 ‘게스트’로 표기했습니다.


하하가 등장하자 다들 경계하기 바쁩니다. 특히나 박명수는 ‘저희 AREA에 들어오시는 건 별로 좋지 않아요’라고 말하며 노골적으로 거부반응을 보여주죠. 물론 쇼의 컨셉인 동시에 박명수 본인의 컨셉이기도 하죠. 이에 하하는 멤버 전체를 싸잡아서 ‘별로 와닿지 않는다’고 신랄한 악평을 쏟아내며 화답합니다. 전 지금도 하하의 캐릭터가 그렇게 편하진 않지만, 적어도 <무한도전>이 좀 더 막나가는 무례한 난장판이 되는데 하하가 큰 몫을 했다는 건 인정해야 합니다. 첫 등장부터 이렇게 거만한 태도라니요. 하하의 지나친 거만함에 질린 박명수는 난데없이 ‘우리나라 국악의 5대 음계는 뭡니까? 대보세요’라고 물어보고, 하하는 뜬금없는 질문에 당황합니다. 자세히 보시면 이윤석이 입을 손으로 가리고 작은 소리로 ‘도개걸윷모’라고 잘못된 정답을 알려주는 게 보이죠? 하하는 그것만 믿고 거만한 태도로 ‘설마… 도개걸윷모 말씀하시는 건 아니죠?’라고 말합니다. 어쨌거나 지식의 짧음에 있어서는 무한도전 멤버 자격이 충분하네요. 열심히 비웃던 하하는 막상 박을 맞는 순간부터 완벽하게 멤버들과 하나가 됩니다. 당연한 일인 것이, 단순 게스트가 아니라 쇼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새로 영입한 멤버니까요. 그리고 게임에도 빠른 속도로 적응하기 시작합니다.


멤버 간의 호흡도 호흡이지만, 이번 에피소드에선 전반적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제작진의 쇼 진행의 부드러움이나, 지난 에피소드에서 제가 지적했던 조명톤 등의 기술적인 문제는 빠른 속도로 안정됩니다. 아무리 난장판이라고 해도 역시 프로들이 하는 일은 뭐가 달라도 다르죠. 한가지 안타까운 건 지난 회에 썼던 세트에다가 크리스마스 장식만 조금 하고선 그 세트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 뒤로도 한 동안은 이 세트를 기본으로 해서 몇 가지를 그 때 그 때 덧붙이는 걸로 근근히 이어갑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예산을 많이 들이지 않고 현명한 길을 택한 거라도 볼 수도 있겠지만, 요즘처럼 매 회마다 세트를 새로 꾸미는 것에 비하면 이 때는 참 궁색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긴, 그 궁색함 자체도 쇼의 컨셉이고 매력이긴 하지만요.


더 명확해지고, 더 뚜렷해지고 - <거꾸로 말해요 아하>


몸풀기 격이었던 <거꾸로 말해요 아하>는 메인타이틀인 <퀴즈의 달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쇼의 중심을 차지합니다. 박명수는 ‘머리가 맑아지고 삶의 질이 개선된다’며 너스레를 떨지요. 자화자찬에 가깝지만, 확실하고 명쾌한 컨셉을 일찍 정한 덕에 반응이 빠르게 돌아올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특히나 이번 에피소드에선 시간차 공격의 개념이 탄생합니다. 천천히 물흘러가듯 넘어가다가 노홍철이 스파이크를 내리꽂듯이 ‘멕시코’라고 외치는 순간 당황한 박명수는 허둥지둥 ‘시코멕’이라고 외칩니다. 이후 하하나 이윤석도 시간차 공격을 시도하기도 하죠. 게임의 흐름을 이용한 시간차 공격은 <아하>의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한편 ‘뭐가 그렇게 시커멓느냐’는 정형돈에게 박명수는 신음처럼 ‘거.. 건방진 뚱보’라고 부릅니다. 그 호칭은 무한도전 안에서 계속 정형돈의 별칭이 됩니다. 하하에 비해 딱히 더 건방지다 할 수도 없는 정형돈이 건방진 뚱보라고 불리게 된 건 이 에피소드에서였어요.


하지만 가장 충격적인 단어는 - 이번 주에도! – ‘브라질’ 이었습니다. 1회에서 스튜디오를 발칵 뒤집었던 김성수조차, 이번 주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닐 정도에요. 유재석은 ‘브라질’을 빨리 발음하려다가 방송에서 금지되었을 뿐만 아니라 일상 대화에서도 어느 정도 친분이 없는 한 쉽게 꺼내진 않는, 신체의 일부분을 뜻하는 단어 두 개를 연달아 뱉어버립니다. 하필이면 ‘비디오 청년’ 유재석의 입에서 그 단어가 터져 나오자 멤버들은 경악하고 데굴데굴 구르는 것은 물론이고 ‘밤마다 잠 안 자고 뭐하는거냐’고 놀려대기에 이릅니다. 이상하게 ‘브라질’이란 단어만 나오면 사람들이 망가지는 것에 멤버들은 궁금해하기도 하죠. 그러나 유재석이 무너지는 단어가 비단 ‘브라질’ 뿐이겠습니까. 이후로도 유재석은 조금이라도 성적인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단어만 나오면 무참히 무너집니다.


‘말하기 곤란한 단어 공격’, ‘시간차 공격’에 이어 이번 에피소드는 ‘안 맞은 사람은 처단한다’는 게임의 룰이 전면으로 드러나는 에피소드기도 해요. 박을 한번도 안 맞은 0박파와 박을 맞은 연합팀 간의 전면전이 벌어지지요. 거기에 일반인의 이름을 공격단어로 사용해도 되는가 하는 문제가 드러나기도 합니다. 박명수의 ‘가족’ / ‘가족들’ 문제로 불거진 이 문제는 하하가 ‘그럼 우리 아빠 하윤국, 우리 엄마 김옥정도 되겠네요’라고 주장하며 앞으로 <아하>에서 곧잘 벌어질 온갖 어거지에 대한 희미한 징조를 보여줍니다.


자리잡지 못한 아까운 시도 - <퀴즈의 달인 : 방석라이더>


메인인 <퀴즈의 달인>은 새로운 포맷을 선보입니다. 이른바 ‘방석라이더’라는 건데, 대강 이런 식입니다. 문제를 마봉춘이 읽고 난 다음, 벽 한켠의 창이 열리면 ‘UN 보이즈’라고 명명된 외국인 세네명이 나란히 서서 각자 한 글자씩 동시에 정답을 일러줍니다. 그걸 듣고 문제를 맞추려면 부저를 눌러야 하는데, 출발선에서 출발신호가 떨어지면 앉은 상태에서 방석을 끌고 폴짝폴짝 뛰며 앞으로 나가야 하는 거죠. 기존의 무식이 판치던 퀴즈쇼에 육체적 요소를 첨가해서 한결 더 슬랩스틱에 가까운 컨셉을 도입한거죠. 정답을 알려주고 맞추라는 이야기에 자존심 상했던 이윤석조차 이 괴상망측한 포맷에 경악합니다.


솔직히 첫 방송 이후 바로 컨셉을 바꾸는 건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닙니다만, ‘방석라이더’만 따로 놓고 보자면 제법 좋은 시도였습니다. 부실한 육체와 치사한 멘탈리티를 지닌 멤버들이 서로 먼저 부저를 누르기 위해 난장판을 만드는 모습은 확실히 안 웃을 수 없는 광경입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어떻게든 부저를 누르러 전진하는 정형돈에게 추풍낙엽처럼 나자 빠지는 다른 멤버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구요. 반칙과 몸부림이 난무하는 모습은 직접 보지 않으면 상상만으로는 그려내기조차 어려울 정도입니다. 게다가 영어로 표기된 한국어를 어설프게 읽는 외국인들의 외마디를 들으며 답이 뭔지 알아 맞추라니, 그게 말이나 되는 이야기입니까. 문제의 답은 잘 모르겠고, 알려준 정답은 발음도 정확하지 않아서 알아듣는 것조차 어렵고. 오답을 미친 듯이 토해내는 멤버들의 무식함에다가 슬랩스틱 코메디를 겹쳐놓자 ‘방석 라이더’는 끝없는 아비규환의 장이 됩니다. 조금만 더 이 컨셉을 다듬었더랬어도 좋았을 거에요. 물론 오래 가진 못했지만 말입니다.


문제는 뭐였을까요. 굳이 지적해보자면, 퀴즈쇼라는 개념 자체가 위태로울 수준의 쇼였다는 점. 쇼의 재미는 문제 자체가 아니라 아비규환에서 온다는 점 정도에요. 물론 이 지적, 어딘지 낯익지 않나요? 제가 지적했던 <클래식>의 실수와 비슷합니다. ‘도전’ 자체의 재미보단 도전하기 전까지의 아비규환에만 집중한 탓에 결국 쇼의 집중력을 상실했던 <클래식>처럼, ‘방석 라이더’는 그 구심점을 쉽게 상실할 수 있다는 맹점이 있었어요. 게다가, 어차피 퀴즈를 풀거나 안 풀거나 이미 아비규환에 경쟁과 견제를 일삼는 사람들 아닙니까. 차라리 퀴즈 자체에 비중을 나눠 실었다면 모르겠지만, 정답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이미 그 가능성은 스스로 닫아버린 것이 되겠죠. 아비규환만 보자면 퀴즈가 없는 <아하> 쪽이 한 수 위니까요.


어쨌거나 역시 비교적 지식수준이 높은 축에 속하는 이윤석과 정형돈의 활약이 돋보이는 가운데, 누가 승자인지 명확하게 정하지 못한 채 이 날 방송분은 끝이 납니다.


유치하게, 하지만 기민하게.


유재석-박명수의 환상 콤비가 선보이는 초등학생 수준의 대화는 지난 주에 이어서 <무한도전>이 나아갈 길을 명확하게 제시합니다. 크리스마스를 왜 X-MAS라고 하는가에 대한 두 사람의 대화는 지난 주의 ‘원숭이-침팬지’ 대화만큼이나 유치하기 짝이 없죠.


- 잘 들어보세요. 왜 X-마스냐. S-마스. 이상해요, 안 이상해요?
- 이상한데요.
- Q-마스. 이상해요 안 이상해요
- Q-마스는 무슨 말도 안되는…
- 예, 아니오로만 대답하세요. 이상해요 안 이상해요?
- …이상해요
- R-마스, 이상해요 안 이상해요?
- 굉장히 이상해요.
- 자, 귀를 열고 마음을 열고 들어보세요. X-마스
- 오오… 쫙 붙는데


멤버들이 마봉춘 앵커에게 ‘마봉춘’이란 이름을 지어주는 대목도 주목해야 합니다. 정형돈의 ‘이니셜이 아닐까요’에서 ‘봉춘’이라는 이름까지 순식간에 달려가는 멤버들의 호흡은 지난 주 쌍박송만큼이나 착착 맞아 떨어집니다. 특히나 ‘이거다’ 싶은 순간 아예 ‘봉춘씨?’라고 호명하며 쐐기를 박는 이윤석의 모습은 인상적이네요. ‘민’이나 ‘문’씨 성에서 어슬렁거리던 M을 ‘마’씨로 해석하는 이윤석의 센스는 그의 하차를 더욱 안타깝게 하는 대목입니다. 이윤석이 아니었다면 ‘마봉춘’이란 이름이 한 아나운서를 지칭하는 별칭으로도, MBC 방송국 자체의 애칭으로도 쓰이지 않았을 겁니다. 어쨌든, 마봉춘이 발음실수(크리스’머’스)로 빈틈을 보여주면서 어딘가 촌스럽지만 친근한 느낌의 ‘봉춘’이란 호칭은 확실히 자리잡게 됩니다.


쌍박송 이야기가 나와서 말입니다만, 지난 주에 즉석에서 지어낸 쌍박송은 아예 정식 채택됩니다. ‘쌍박 어떻습니까?’라는 유재석의 제안에 멤버들이 만장일치로 동의하자 다들 ‘쌍박’을 외치며 일어섭니다. 그러면 지난 주에 지어낸 쌍박송이 미친 듯이 울려 퍼지는 거죠. 멤버들은 노래에 맞춰서 정신 나간 듯 춤을 춥니다. 심지어 유재석은 삼바 페스티벌의 무희들이 등 뒤에 공작새 깃털을 다는 것을 흉내내기라도 하듯 빨간 방석을 머리 뒤에 두르고 몸을 흔들어댑니다. 이 아무 개연성도 없는, 말로는 형언하기 어려운 난장판을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해치우는 정신나간 사람들을 보면서 전 개인적으로 제 머릿 속도 하얗게 표백되는 걸 느꼈습니다만, 여러분들은 어떠실지 모르겠네요. 즉석에서 쌍박이란 단어를 지어낸 것도 모자라 쌍박송을 만들어내고, 바로 다음 주부터 쇼의 중요 요소로 채택하는 기민함을 보여주는 모습은 이 사람들이 웃음의 핵심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실로 대단하다는 말 외엔 표현이 어렵죠.


이번 회의 MOM (맨 오브 무한도전) : 이윤석


이윤석은 사실 <무한도전>에선 이질적인 존재에요. 현란한 만담으로 시작한 커리어지만, 정작 이윤석은 순발력에서 후발주자들에 비해 처지는 감이 있지요. 게다가 사람이 지나칠 정도로 예의 바르다는 점을 단짝 서경석과 공유하고 있기도 해요. 물론 예의바른 척 묘하게 비아냥거리는 것만큼은 발군이긴 했지만, <무한도전>이 요구하는 노골적인 공격성과는 거리가 멀죠. 거기에다가 고학력에다가 겸임교수 일까지 한다는 걸 고려해보면 도대체 왜 <무한도전> 멤버인가를 의심해 볼 법도 해요. <무한도전> 멤버들의 컨셉은 미숙함/무식함/예의없음/기민한 공격성 같은 것들이잖아요. <클래식> 시절에 이윤석이 맡았던 역할은, 앞서 나갔던 김성수처럼 육체의 부실함을 과시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어요. 그러던 사람이 정글에 가까운 무한경쟁의 장 <무한도전>에서 오래 버티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거에요.


하지만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이윤석은 정말로 좋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시작하자마자 하하에게 ‘도개걸윷모’라고 그릇된 정답을 일러줘 망신시키고 좋아하는가 하면, ’병치’/‘병천’/’병진’/’병춘’/’봉춘’ 등등으로 이름을 추측해보던 멤버들 사이에서 우렁차게 ‘봉춘씨?’라고 ‘부르는’ 행위를 통해 마봉춘의 이름을 지어주고, 거기에 ‘마’라는 성을 붙여 마봉춘의 이름을 완성시키기도 합니다. 거기에다 ‘방석라이더’ 게임 중에 ‘이게 뭐가 지식과 관련된 건지 알 수 없다’고 투덜거리는 박명수에게 일격을 날리기도 합니다.


지식보다도 얼마 잘 듣는가인데,
워낙에 박명수씨는 다른 사람이 얘기하는 거를 안 듣는 버릇이 되가지고…
좀 들으세요.


이윤석은 앞으로도 소개할 <무한도전> 출연분에서 제법 기민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개중에서도 기억할 만한 활약을 보여줬구요. 하지만 역시 노골적인 공격성을 보여준다거나 하는 일은 좀처럼 없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무한도전>이라는 옷이 잘 안 맞았던 거라 생각합니다. 여전히 안타깝긴 하지만요.


미칠 듯한 아비규환으로의 도약


이렇게 <무한도전> 두번째 회가 끝났습니다. 멤버 교체로 쇼의 색은 더욱 선명해지고, 갈 길은 더욱 뚜렷해집니다. 미칠 듯한 아비규환의 장으로서의 정체성이 더욱 공고해졌죠. 지난 호에서 ‘다음 번엔 좀 짧아질까요?’ 라고 말했던 것이 무색하게, 지적해야 할 부분들이 점점 늘어만 갑니다. 다음 번엔 또 얼마나 길어질까요? 아니, 할 얘기가 늘어나는 걸 즐거워해야 하는 걸까요? 다음 호에 뵙죠. : )

 

출처 : 무한도전
글쓴이 : ddolappa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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