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15> 무한도전 아직 못다한 이야기 그리고 새로운 출발

ddolappa 2008. 4. 20.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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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15> 무한도전 아직 못다한 이야기 그리고 새로운 출발

 


- 무한도전 101회(080419) : 100회 특집 2탄

 


꿈은 이루어진다


지난 주에 이어 방영된 무한도전 '100회 특집' 2탄에서는 큰 재미와 웃음이 줄어든 대신 무한도전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엿볼 수 있는 한 회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김태호 PD나 유재석을 비롯한 출연진들 그리고 무한도전 애청자들의 바람처럼 시청자들과 함께 늙어가는 방송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은 처음에 배치된 '찮은이 형' 박명수의 결혼식에서 이미 어느 정도 실현되었다고 할 수 있다. '퀴즈의 달인' 시기부터 꼭 결혼을 하고 싶다고 말해왔던 노총각 박명수의 꿈이 현실화되는 광경을 시청자들이 함께 지켜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함께 꿈꾸어왔던 소망은 이미 성취된 것이기 때문이다.


노홍철이 YMCA 아기 스포츠단과 펼친 '100m 수영대결'은 과거와 미래의 만남을 보여주고 있다. 무한도전의 창단 멤버인 노홍철은 '무모한 도전' 시기부터 자신이 'YMCA 아기스포츠단' 출신인 것을 자랑스럽게 말해왔는데, 어린 꿈나무들과 그의 만남은 그런 점에서 과거와 현재의 만남이라 할 수 있다. 혹은 시점을 달리해서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무한도전과의 만남을 통해 방송에 대한 꿈을 가슴 속에 품게 되었다면, 그들의 만남은 현재와 미래의 만남으로 불러도 좋을 것이다.


'저웃음 저재미'한 도전이었던 정형돈의 '양궁 100점 만들기'는 2008 베이징 올림픽 중계 도전를 앞둔 무한도전에게 일종의 사전연습과 같은 코너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정형돈의 양궁 도전과 '100분 토론'이 벌어지고 있는 스튜디오 간의 2원 녹화 중계 방식은 무한도전 특유의 실험적 형식성을 띠고 있으면서도 앞으로 있을 올림픽 중계에 대한 사전 포석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형돈이 양궁에 도전하게 된 이유가 무한도전 멤버들의 영화 <괴물> 패러디 사진에서 그가 양궁선수로 출연했던 배두나의 역할을 맡았다는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도전 역시 과거와의 연속성을 지니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참고 1)


박명수, 정준하, 유재석의 도전이 무한도전의 과거를 정리하고 시청자들에게 '목숨을 걸고' 즐거움을 선사하겠다는 다짐을 담고 있었다면, 노홍철, 정형돈의 도전과 멤버들의 동명이인들이 함께 한 '100분 토론'은 과거와 현재의 무한도전을 되짚어보고 그 미래를 모색해보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시청자들과 함께 한 무한도전의 역사


'무모한 도전' 시기는 무한도전의 역사에서 결코 소홀하게 다루어져서는 안 될 중요한 초기의 역사이다. 그것은 과거 '외인구단'이나 '감개무량'과 같은 유재석 스타일의 쇼 오락을 계승하고 있으면서도 도전과제를 보다 현실적으로 설정해놓음으로써 '긴장감'이란 요소를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태호 PD가 본격적으로 연출을 담당하기 시작한 '무리한 도전' 시기는 현재 무한도전의 포맷을 완성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중요하게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


'무모한 도전'과 '무리한 도전'을 가르는 결정적인 차이는 출연진의 '캐릭터화 작업'에 있다. '상상원정대'의 담당 연출자이기도 했던 김태호 PD는 그 프로그램에서 이미 선보인 바 있는 캐릭터 작업을 무한도전에 와서 보다 세분화시키는 작업을 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무한도전은 '상상원정대'의 유산을 이어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무한도전이 멤버들의 캐릭터화 작업을 위해 도입한 장치는 바로 시청자 앙케이트였다. '퀴즈의 달인'시기 무한도전은 매회 시청자들에게 설문조사를 하고 결과 발표와 선정 이유를 들어보는 시간을 통해 멤버들 각자의 캐릭터를 구체적으로 다듬어나갔다. 출연진들이 시청자들에게 어릴 적 사진이나 성적표를 공개해서 정보를 제공하면, 시청자들은 그 정보를 토대로 개개인들에 대한 피드백을 보내줌으로써 멤버들 각자의 캐릭터는 정교하게 구축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캐릭터들이 서로 충돌을 하고, 충돌은 사건을 만들어내고, 사건들은 다시 이야기로 전개됨으로써 무한도전은 점차 시트콤과 같은 극적 구조를 지닐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잘 다듬어진 캐릭터는 실제 상황과 부딪치면서 끊임없이 업데이트 됨으로써 콘서트 형식의 개그 프로그램에서 보여지는 캐릭터의 한시적 매력을 극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바로 이 점이 리얼리티 쇼와 캐릭터 쇼가 무한도전에서 결합하게 되는 결정적 이유이자 리얼 버라이어티 쇼로서 무한도전이 개척한 업적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결코 간과해서 안 되는 중요한 사실은 지금의 무한도전이 있기까지 그들과 함께 울고 웃어온 시청자들의 역할이다. 무한도전의 시청자들은 때로는 애정어린 충고를 던지기도 하고 또 때로는 한 가족처럼 그들을 감싸안으면서 매순간 그들과 함께 호흡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태호 PD를 비롯한 출연자들이 무한도전은 시청자들과 함께 하는 방송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시청자들은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시해서 무한도전의 제작에도 참여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2008년 초에 방영된 '이산 특집'이다. 무한도전 팀이 드라마 <이산>에 출연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네티즌 '드라쿨라[DRACOOLA]’의 이산 패러디가 인터넷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켜 출연이 성사될 수 있었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참고 2) 그리고 무한도전은 드라마 '이산'에서 봇짐장수로 분한 '하찮은' 박명수를 패러디한 네티즌들의 합성사진을 방송에 내보내서 열화와 같은 성원에 보답하기도 했다.(참고 3)


이런 점에서 100회를 맞이한 무한도전이 동명이인 100명을 초대해서 무한도전의 과거와 미래를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한 것은 뜻깊은 일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무한도전이 음반판매, 달력제작, 특산품 전달과 같은 방식으로 시청자들에게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왔다는 사실과 아울러 시청자들과 함께 공동운명체로 묶여 있는 그들의 운명을 시청자들에게 묻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100분 토론'이 남긴 것


무한도전을 유심히 관찰하다 보면 갑작스럽게 준비된 아이템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가령 동명이인 100명이 참여한 '100분 토론'만 하더라도 그렇다. 이미 '퀴즈의 달인' 시기에 박명수의 '화목론'의 덫에 걸려든 유재석을 상대로 '100분 토론 끝없는 논쟁, 유재석씨 가정 화목한가?'라는 자막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리고 2007년에 방영된 '황금돼지해 특집'편에서 '한류 열풍 무한도전 멤버도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녹화시간 100분 동안 벌이는 '100분 토론'을 방영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시사 프로그램인 <100분 토론>에서 '분'을 녹화 시간 혹은 출연자의 수로 해석해서 패러디해내는 무한도전의 위트는 이번 방송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추석 특집'에서 방영된 '닮은 꼴 특집'과 '무한 어워드 특집'에 출연했던 '마봉춘'과의 동명이인 그리고 몰래 카메라 같은 아이디어들이 재치있게 양념처럼 첨가되고 있다는 사실을 추가할 수 있다.


그런데 '100회, 최고의 수훈갑은 누구인가?'와 '무한도전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이란 주제로 열린 이 날의 '100분 토론'에서는 멤버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생각, 본인의 이름이 타이틀로 방송된 사람, 멤버들 각자의 캐릭터 정리와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거리들 뿐만 아니라 멤버들 각자의 진솔한 생각을 들어볼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기도 했다. 특히 무한도전이 '초심을 잃었다'고 꾸짖고, 계절적 요인은 고려하지 않은 채 시청률 하락을 근거로 '무한도전의 위기'를 사실인 것처럼 보도한 언론에 대한 박명수의 일갈은 통쾌한 쾌감을 주는 것이기도 했다. 물론 이를 근거로 또 언론은 무한도전은 반성이 없고 오만하다라는 식의 비난 기사를 써내겠지만 아니면 말고식의 보도기사가 나훈아 사건과 같은 파문을 일으킨 이후에도 여전히 잘못된 관행이 고쳐지고 있지 않은 걸 보면 정말로 반성이 없고 오만한 것이 누구인지 모르겠다. 무한도전은 시청자들에 대한 오만함의 대가를 시청률로 평가받을 수나 있지만 잘못된 언론에 제재를 가할 방법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기사를 보니까 곧 있으면 부고 기사가 나겠더라. 우리가 내부적으로 느끼는 게 아닌데, 오히려 외부에서 압력을 준다. 우리가 왜 꼭 예능 1등을 해야 하고, 시청률 30%를 깨야 하나. 오히려 우리는 그런 부담 없이 일했는데, 밖에서 그걸 강요하고 반성해라 그런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토요일에 20% 넘은 것도 대단한 거 아닌가. 


가끔 속상할 때도 있다. 위기라는 기사가 나면 그게 하나의 팩트(fact)가 돼버린다. 그리고 그 팩트에서 또 다른 사실을 낳고 또 다른 생각을 낳는다. <무한도전〉이란 이름을 가지고 과소비가 되는 거다. 우리가 갖고 있는 이미지랑 전혀 딴판인 이미지를 만들어 놓는다. 요즘 정말 심각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결국 프로그램으로 보여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피디저널 김태호 PD 인터뷰 중)


김태호 PD의 인터뷰처럼 언론의 무서운 점은 사실도 아닌 소문이 기사화되면서 그것이 기정 사실로 굳어지고, 그것에 근거해서 또 다른 생각들이 덧붙여져서 시청자들에게 무한도전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심어준다 점이다. 왜곡된 이미지란 결국 선입견에 다름 아닌데, 현재 무한도전이 싸워야 할 가장 큰 적은 언론이 만들어놓은 바로 이와 같은 선입견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해답은 김태호 PD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더 재미있고 유익한 방송을 만들어서 잘못된 이미지를 좋은 이미지로 바꾸어나가는 수밖에 없다. 유재석이 앞으로 무한도전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고 동명이인 유재석 어린이에게 물었을 때 그 어린이가 '저는 무한도전이 재미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대답한 것은 어쩌면 모든 시청자들이 바라는 정답이라 할 수 있다.


박명수가 결혼을 한 것처럼 다른 멤버들 역시 하나둘씩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우리와 함께 늙어갈 것이다. 무한도전이 앞으로 1년을 더 방송을 할 지 10년을 방송을 할 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그들이 시청자들과 함께 해오던 호흡을 멈추지 않는 한 무한도전의 생명은 계속 이어질 것이고, 그래서 새롭게 태어나는 우리의 아이들이 함께 소파에 앉아 우리와 함께 늙어가는 그들의 도전을 시청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혹시 아는가. 그 소년 유재석이 청년 유재석이 되어 또 다시 무한도전에 출연하게 되는 날이 올 지. 그 때까지 무한도전이여, 도전을 멈추지 말지어다! 무한도전!

 

 

by ddolappa

 

 

참고 1.

 

 

 

참고 2.

 

 

 

참고 3.

 

 

 

참고 4. 김태호 피디 인터뷰
http://www.pd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153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