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22> 가족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ddolappa 2008. 6. 8. 10:49
LONG 글의 나머지 부분을 쓰시면 됩니다. ARTICLE

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22> 가족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무한도전 108회 (080607) : 가정 방문 특집

 


유재석의 결혼 원정기


수많은 미혼 여성들 및 일부의 기혼 여성들을 집단 패닉 상태로 빠뜨렸던 유재석의 결혼 발표 기자회견 소식을 접한 시청자들은 아마 이번 방송분에서 기사화되지 않은 보다 은밀한 그의 연애담을 기대했을 지 모르겠다. 그러나 유치하고 무례하기까지 한 기자들의 질문과 요구에 유재석은 시종일관 겸손하고 성실한 자세로 일일히 답변을 해주었던 터라 그런 기대를 가지고 시청한 사람들에게는 적지 않은 실망감만 남았을 것이다.


한편으론 연예인이라도 사생활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시청자들의 알 권리라는 명목으로 그들의 사생활 침해나 자신들의 관음증적 욕구를 정당화시키는 이율배반적 윤리에서 한 걸음 물러 서게 된다면, '무한뉴스'가 어떻게 이 이율배반을 교묘히 빠져나가고 있는 지가 눈에 보이게 된다.


다시 말해 '무한뉴스'에서 시청자들이 더 알아야 할 유재석의 은밀한 사생활은 애초부터 없었던 것이고, 다만 무한도전의 관점에서 재구성되고 있는 그의 연애담만이 있었던 것이다. '이제서야 보이는 연애징후'란 자막은 유재석의 연애사건이 벌어진 당시에는 몰랐던 사실을 그의 주변인들의 증언을 토대로 결혼 발표가 이루어진 현재의 시점에서 재구성되고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특별 인터뷰' 시간을 마련해서 미국에 출장 중인 나경은 아나운서와 가상의 전화 인터뷰를 한 것 역시 유재석의 연애와 결혼이 무한도전 내에서 이루어진 하나의 사건으로 다루어지고 있지 연예부 기자들이 실제 현실 속의 스타 연예인 유재석의 결혼을 다루는 방식으로 취급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유재석의 연애담과 결혼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가족의 탄생'편을 재미있게 시청하기 위해서는 결혼 전 어디까지 가봤냐는 식의 질문을 던지고 그것을 꼬치꼬치 캐묻는 술자리 난봉꾼식의 연예 기사를 읽던 습관을 버리고 무한도전에 출연하며 그들이 남겨 두었던 사랑의 흔적들을 재구성해보아야 한다.

 


마봉춘 아나운서의 은밀한 매력


무한도전 '퀴즈의 달인' 시기에 M본부 신입 아나운서였던 나경은이 출연하게 된 건 당시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상상플러스>의 노현정 아나운서를 벤치마킹한 결과였다. '얼음 공주' 노현정이 냉철하고 이지적인 표정으로 남성 출연자들 위에 군림하면서도 때때로 보여주는 인간적 모습으로 인해 인기를 끌고 있었다면, 그로부터 영향을 받은 무한도전의 마봉춘 아나운서는 이름도 없고 얼굴도 없이 목소리만 출연해서 시청자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신비의 대상이었다.


무한도전 멤버들 역시 거의 매회 그녀를 거론해서 그녀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그러나 실명으로 그녀를 부를 수는 없었기 때문에 매번 호칭 문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 '사내방송입니다. MBC'라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자 하하가 처음으로 'M'은 '문'씨가 아닐까 제안을 하게 되고, 문병천(정형돈)-문병춘(하하)-문봉춘(정형돈)-마봉춘(이윤석)의 과정을 거쳐 그녀는 그 날 이후 마봉춘으로 불리게 되었다.(퀴즈의 달인 8회 - 이하 '퀴즈의 달인'은 '퀴달'로)


멤버들은 각자의 추측과 상상에 의존해서 그녀의 얼굴을 그려보기도 했는데 다 그려놓고 보니 코를 빼놓는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퀴달 9회) 그리고 그 날 유재석은 "마봉춘 아나운서는 우리 중 하나를 좋아한다"는 의미심장한 대사를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당시 모두 애인이 없었던 멤버들이 여자만 나타나기만 하면 엮어보기 위해 본능처럼 보여주던 유치한 습관이니 큰 신경을 쓸 필요는 없다.


그런데 당시에도 마봉춘 아나운서는 자동응답기처럼 똑같은 대답만 반복하다가 유독 유재석에게만 '유재석씨! 화이팅!'이라고 외쳐서 유재석은 다른 멤버들의 시기어린 질투를 한 몸에 받기도 했다. 심지어 '그래도 봉춘 씨만 내 곁에 있다면 나는 행복하다. - 유반장'이란 자막이 등장하기도 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하면 상당히 암시적이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혹시 아는가? 우연이란 운명의 가장한 얼굴일지도.(퀴달 10회)


그러나 그들에게도 시련의 순간은 있었다. 다른 멤버들이 '란제리', '두유', '브라질'과 같은 공격용 단어로 '비디오 청년' 유재석을 일방적으로 공격을 하자 그가 발끈해서 내뱉은 "아니, 여러분! 성인물 안보세요!"라는 말이 화근이었다. 그 말 때문에 유재석은 멤버들로부터 철저히 따돌림을 당하게 되고, 마봉춘 아나운서에게도 "유재석씨! 쳇!"하는 비난을 듣게 된다.(퀴달 11회)


그러던 중 무한도전에도 봄이 찾아오고 마음이 덩달아 싱숭생숭해진 멤버들은 마봉춘 아나운서에게 보다 노골적인 관심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들은 그녀가 당시 교재하는 남자친구가 있는 지 그리고 멤버들 중에서 사귀고 싶은 사람이 있는 지 물어보게 되었다.(퀴달 22회)


그런데 그녀는 놀랍게도 30대 이상의 멤버들 중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다고 고백했는데, 그녀가 머리 큰 사람을 싫다고 했으니 정준하는 아니고 그렇게 되면 30대 이상의 멤버는 박명수와 유재석만 남게 된다. 그렇다면 그녀의 마음이 누구를 향했는 지 보다 쉽게 알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지금까지 재구성되고 있는 유재석과 나경은의 연애담은 어디까지나 무한도전이라는 쇼에서 벌어진 사건들에 불과하다. 하지만 무한도전에서 벌어진 일들이 현실과 허구,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모호한 것들인 데다, 조물주조차 예측할 수 없는 게 여자의 마음이고 보면, 그 안에 그녀의 본심이 담겨 있지 않다고 볼 수도 없는 일 아닌가? 게다가 2006년 7월 경부터 유재석과 나경은 아나운서의 열애가 시작되었다고 하니 적어도 이 시기에는 서로에 대한 마음이 어느 정도 싹 텄으리라 추측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말 흥미로운 사건은 그 다음에 벌어졌다. 유재석은 노홍철이 녹화가 끝나고 마봉춘에게 전화를 걸었던 사실을 폭로하게 된다.(퀴달 23회) 노홍철은 그 사실을 순순히 시인하며 그녀로부터 식사 약속을 거절당한 사연을 그녀와의 아쉬운 전화통화 내용을 떠벌렸다. "왜요? 저도 남자잖아요.(X2) 왜? 난 사랑하면 안돼? 그런데 춘봉이 웃겨요. 나를 안 좋아해.(X2) 엄마마냥 예뻐해 주지 않더라고."


결국 노홍철은 미래의 형수에게 작업을 걸었던 셈이 되고 만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관계를 하하가 말했던 <형수님>이란 비디오물과 연관시켜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나경은 아나운서에게 한 번 접근해보라고 부추긴 건 바로 유재석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고발전문 기자' 노홍철이 억울하다며 분통을 터뜨린 것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유재석이 당시에는 나경은에게 마음이 없었다고 말은 했지만 혹시 아는가? 유재석은 후배 노홍철을 이용해 그녀의 마음을 떠보려했던 '나쁜 남자'였을 지도.


당시 나경은 아나운서는 박명수가 진행하는 라디오에도 출연하고 있었는데, 그 때 불렀던 노래가 화제가 되어 무한도전에서도 '웨딩특집'(4회)과 '월드컵 특집'(5회)에서도 노래를 불렀다. '특별 인터뷰'에서 나왔던 그녀의 노래 소리는 이 두 편에서 편집된 것들이다.


'김장 특집' 편(30회)에서 유재석과 나경은의 열애사실이 드디어 언론에 대대적으로 공개되었다. 이 때에도 유재석은 직장생활을 하는 자신의 피앙세를 위해 말을 대단히 아꼈었다. 그리고 '무한도전 어워드'(34회)에서 동명이인 마봉춘씨가 등장해서 잠시나마 유재석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그래도 유재석은 2006, 2007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상을 수상하며 연인에게 감사의 말을 전해 로맨티스트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1)


그리고 이번 방송편에서 유재석은 나경은 아나운서와 결혼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무한도전을 통해 전하게 된 것이다. 시청자들은 마치 짐 캐리 주연의 <트루먼 쇼>(1998)을 시청하듯 한 연예인이 사랑에 빠지고, 사소한 다툼에 약간은 멀어졌다가, 다시 걷잡을 수 없는 사랑의 불길에 휩싸여 마침내 결혼에 골인하는 과정을 지켜본 셈이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 무한도전의 출연진이나 제작진이 시청자들과 함께 늙어가는 방송을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말하며 전달하고 싶은 핵심적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 다시 말해 출연진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늙어가는 과정과 그들이 펼쳐 보이는 다양한 삶의 편린들을 시청자들의 안방으로 전달해서 그들과도 하나의 가족처럼 되고 싶은 것이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아닐까?

 


가족의 이름으로


무한도전은 '가족'이라는 테마를 이미 두 차례나 걸쳐 다루었다. '내 매니저의 집은 어디인가?'(90회)에서는 부친상을 당한 최코디 최종훈을 찾아가서 위로하는 과정을 담았고, '하하 어머니 떡국 특집'(90, 91회)에서는 입대를 앞둔 하하의 집을 방문해서 김옥정 여사가 끓여주는 떡국을 함께 나누어 먹었고, '까마귀의 꿈'(99회)에서는 정석권 실장의 개그맨 도전기를 다루어 각자에게 꿈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던지기도 했고, '하찮은 형의 결혼식'(99회)에서는 곧 마흔을 앞두고 결혼에 성공한 노총각 박명수의 일생의 소원이 이루어진 것을 축하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처럼 무한도전은 '가족'이란 주제를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에서 다루어왔을 뿐 아니라 출연진, 담당PD, 매니저와 코디 그리고 제작진들 전체가 하나의 '가족'임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물론 정준하의 술집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도 그에게 '가족'이란 이름으로 면죄부를 주어서 '왜곡된 가족주의'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고(사실 정준하에게 면죄부를 준 것은 시청률 지상주의였지만), 하하가 공익으로 군입대하게 되었을 때 그를 위해 열어준 게릴라 콘서트를 무한도전의 '집단 이기주의'의 발로로 폄하되기도 했고, 또 노홍철의 코디 임금 문제가 발생하게 되자 가족을 착취하는 게 너희식 가족주의냐 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는 여러가지 다양한 사건들이 정확한 개념 구분 없이 '가족'이란 명칭으로 뭉뚱그려져 발생한 일이지만, 우리 시대에 '가족'을 정의하기가 더더욱 어려워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가령 신산스런 삶에 지친 몸을 잠시 뉘일 수 있는 온정이 넘치는 관계를 '가족'이라고 부를 수도 있지만, 혈연, 지연, 학연으로 얽힌 인간관계나 '라인'에 따라 뭉친 이해집단들의 패거리주의를 '가족주의'에 포함시키기도 하고, 또 공공기관을 민영화해서 자신의 가신들을 낙하산 부대원처럼 투입시켜 앉히는 짓도 '자기 식구 챙기기'라 부르고 있고, 심지어 잔인 무도한 조폭조직들도 스스로를 '패미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한 가족이지만 아내와 아이들은 멀리 해외로 유학을 보내고 외따로 한국에 남아 힘겹게 일을 해서 돈을 부쳐야 하는 기러기 아빠들을 보며 그들을 전통적 의미의 '가족'이라 불러야 할 지 의문이 든다.


그런 점에서 우리 시대에 '가족'이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는 꾸준히 시도되어야 할 연구 과제로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무한도전이 이번 편에서 다루고 있는 가족은 남녀간의 생물학적이고, 법적인 결합을 통해 형성하게 된 사회적이고 경제적인 기본 단위로서의 가족으로 단순하게 정의될 수 있다. 유재석의 결혼을 다룬 부분을 '가족의 탄생'으로 부르고 있고, 멤버들이 2인 1조가 되어 하루 동안 함께 생활하게 될 세 가정을 다룬 부분을 '가족의 재구성'이라 명칭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다음 주에도 연속 방송될 '가족의 재구성'은 가족의 따뜻한 온정을 발견해가는 과정을 다루는 동시에 자막을 통해 암시되고 있듯 '무한도전과 시청자 여러분들의 간격을 좁히는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된 코너라 할 수 있다.


그런데 '13남매 가족', '댄스스포츠 가족' 그리고 '농촌가족'의 선정에 대해서는 조금 의문이 든다. 특히 '13남매 가족'은 이미 언론에 알려져 충분히 화제가 되었던 가족이고2), 또 2004년 M본부의 <일요일 일요일 밤에> ‘천사들의 합창’ 코너나 K본부의 <인간극장> 등을 통해 자주 다루어왔던 가족 유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 가족 모두 혈연을 중심으로 맺어진 가족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보수적 가족관을 크게 탈피했다고 볼 수 없다. 차라리 글로벌한 시대적 흐름에 맞춰 '다문화 가정'이나 '공동육아협동조합', '한자녀가족회', '한살림공동체'와 같은 대안가족 형태를 포함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럴 경우 다산을 장려할 수 없는 사회적 조건의 문제를 짚어볼 수 있고, 또 '피'에 기반한 가족 대신 생활의 편의나 유대에 기반한 새로운 가족 형태를 대안으로 제시할 수도 있었을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판단은 다음 주까지 미루도록 하겠다. 책의 겉표지만 보고도 내용을 알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투시력을 지닌 초능력자이거나 우리나라 연예부 기자들밖에 없을 테니까.3)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쏴라!


최근 방영된 무한도전을 시청하며 예전과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건 비단 나 뿐만이 아닐 것이다. 무엇이라고 꼬집어 말할 수 없는 그 칙칙한 느낌을 줄곧 마음 속에 담아두었다가 내가 폭발하게 된 건 '여자 핸드볼 특집'(106회) 때였다. 그 편은 멤버들의 무기력과 피로감, 무한도전답지 않은 억지스러운 자막, 깔끔하지 못한 연출 등으로 인해 아마 올해 최악의 에피소드가 아니었나 한다. 그리고 지난 주에 방송된 'The Classic 기네스 도전' 편은 '핸드볼 특집' 때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말하기 힘든 어떤 불만족스러움 때문에 리뷰를 쓰는 일조차 짜증이 났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봉춘 서커스 특집'(53회)를 복습하게 되었다. 그 때는 확실히 연출이나 편집 기술이 지금보다 더 어설펐고, 멤버들이 보여주는 말장난이나 몸개그도 훨씬 유치했다. 그럼에도 마치 흥겨운 파티에 초대된 듯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마력에라도 홀린 것처럼 신나고 즐거운 분위기에 휩싸여 시간이 지나간 지도 모르게 1시간이 경과해 있었다. 현재의 무한도전이 잃어버린 건 그런 경쾌한 리듬감이 아닐까?


그러나 제대로 된 리뷰어라면 이런 모호하기 짝이 없는 수사를 구사해 두리뭉술하게 비판을 가하기 보다는 그 원인을 정확히 규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그 뒤로 나를 괴롭혔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그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내지는 못했다. 그래서 여기에서는 그 동안 내가 생각해왔던 바를 밝혀 나의 고민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해 보고자 한다.


우선 멤버들 각자의 컨디션 난조야 흔히 발생할 수 있는 것이고, 그 때마다 다른 멤버들의 백업 플레이가 빛났기 때문에 그 결점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멤버들의 다양한 조합에서 나오는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되었을 때 무한도전의 재미 역시 극대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문제가 되어야 할 점은 그들 각자의 문제가 아니라 조합에 촛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럴 경우 눈에 들어오는 건 아무래도 하하의 부재일 수밖에 없다. 내가 다른 글에서 썼듯이 무한도전 내의 모든 관계의 중심은 유재석이 아니라 하하였다. 그는 유재석의 신도였고, 박명수와는 같은 소속사 출신이었고, 정중하에게는 그의 비리를 폭로하는 관계이자 유재석의 편을 드는 간신 쭉정이였고, 정형돈과는 어색한 사이였고, 노홍철과는 죽마고우였다. 게다가 하하는 첫 영입될 당시부터 노홍철과 함께 무한도전을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쇼로 만든 장본인이었고, 끊임없는 이간질과 배신으로 무한도전의 역동적인 이합집산을 주도했던 인물이었다.


하하의 부재는 무한도전이 아기자기한 이야기거리를 더 이상 만들 수 없게 만들고, 멤버들 간의 이합집산에서 나오는 긴장감을 쇼에 불어넣지 못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래서 지금의 멤버들을 보면 예전의 그 조밀한 인간관계를 상실한 탓인지 서로가 서로에게 멀게 느껴지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건은 그들의 사적인 친밀도와는 상관없는 문제로 쇼를 통해 보여지는 그들의 관계를 말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김태호 CP가 임시 멤버 영입의 형태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하니 내가 더 이상 거론할 문제는 아닌 듯하다.4)


최근에 김태호 CP는 한 인터뷰에서 "예능프로그램에 소위 공익성을 담으며 직접적인 호소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결국 시청자들에게 어떤 대가를 바라는 태도다"라고 경고하며 '황사 특집'을 통해 공익성을 전달하는 무한도전만의 방식을 설명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박명수라는 악역이 다른 멤버들의 물을 훔쳐 독점하는 상황극을 통해 OPEC의 석유 독과점이나 글로벌 대기업의 자본독점, 제3세계에 대한 노동력 착취 등을 풀어내보는 것이 우리들의 방식이다"이며 "이같은 설명 과정이 비록 설득력있게 전달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성우 내레이션을 통한 뻔한 구성은 '무한도전' 답지않다"고 말했다.5)


나 역시 <발로 쓰는 리뷰 > 12회 '환경이 우리의 미래다'에서 극적 구성을 통한 주제의 전달 방식을 높게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무한도전 '여자 핸드볼 특집' 편은 이러한 무한도전식 원칙에서 어긋난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그 편은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 자막을 통해 주제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그 편을 다룬 리뷰에서 의미가 과잉되었다고 비판한 것도 바로 그 이유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난 'The Classic 기네스 도전' 편을 시청하고 들었던 생각은 김태호 CP 역시 지적하고 있듯이 '무한도전의 초심은 실험성이다'라는 명제였다. 그런데 그 명제의 공격 방향은 '무한도전의 초심은 쫄쫄이나 입고 몸개그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해왔던 일부(?) 언론과 일부 팬들을 향하고 있는 것이었고, 그래서 그러한 과도한 자의식과 자기 과시에는 팬들에 대한 배려보다 분노와 공격성이 먼저 감지되었다. 무한도전이 자신들에게 적대적 언론이나 불합리한 외부 현실에 대해 위트 있는 자막을 통해 송곳같은 비판을 한 적은 있었어도, 분노의 감정을 그처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한 편의 에피소드로 제작한 적이 있었던가 생각해 보자. 그 동안 설레발을 쳐온 언론들을 생각하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만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직접적인 호소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무한도전답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적대적인 언론이 둘러싼 상황 속에 무한도전을 계속 방치해두어야 하는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게 된다. 나는 그 희망을 언론이 아닌 팬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복습은 기본이고 10회 이상 반복해서 무한도전을 시청해온 팬들만큼 무한도전을 잘 알고 있는 집단도 없다고 생각한다. 기자들이 팬들이 알고 있는 것만큼 무한도전을 알고 있는 경우가 드물다는 사실은 그 동안의 기사들을 통해 충분히 깨닫지 않았나. 그러니 그들이 하는 비판이나 칭찬 모두 어설프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고, 따라서 그들이 하는 비판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칭찬에 대해서도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그 대신에 무한도전의 팬들이 무한도전의 감추어진 매력을 드러낼 수 있는 글들을 보다 많이 써서 일반 대중들의 공감을 얻고, 또 재치있는 패러디물을 많이 제작해서 그들의 관심을 끌게 된다면, 그러한 글과 그림들이 기사화될 확률이 더 높아지게 되고 그래서 무한도전에 대한 호의적 여론 형성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요약해서 말하자면, 나는 지금 대안 여론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 더 낫다고 보는 편이다.


그 다음 편집과 연출도 군더더기가 많아 전체적으로 무겁고 느린 느낌을 주고 있다. 가령 이번 방송분에서 유재석이 김태호 CP에게 박명수를 CG로 빼달라고 부탁했던 장면이 그렇다. 그 다음 장면에서 정준하가 나와 우물거리는 말투로 박명수가 회오리처럼 사라지는 모습을 손동작과 함께 표현하고 있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사실 불필요한 장면이다.


그리고 가장 낯선 이질감을 느끼게 되는 부분은 자막이라 할 수 있다.


#1. 여자 핸드볼 특집


- "레오나르도 다빈치 비트루비우스 비례도"
- "무허가 팀닥터 정형돈. EPL에도 없는 민간요법 시전"
- "흑채 과학 수사대 우리는 HSI"


#2. The Classic 기네스 도전


- "효도선물 아버님 주름 펴주기"
- "자식들 폐 끼치기 싫은 아버님"
- "한사코 거부하는 아버님 자식사랑"
-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 " 아버님 회춘 프로젝트"
- "아버님 젊게 사시기 바라는 자식 마음"
- "자식들 사랑에 목이 메어오는데"


- "자유찾아 드넓은 초원 향해 달리는"
- "꺾여버린 자유에의 의지"


#3. 가정 방문 특집


- "실무 OJT 받다가 한 회 지날 판"
- "100m 우사인 볼트 못지않은 스피드 박"
-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 의학의 남편 하찮은"


최근에 방영된 3편의 방송분에서 뽑아본 자막들이다. 다빈치나 히포크라테스 같은 해외 학자들의 명칭이나 EPL, HSI, OJT와 같은 영어 약자들이 눈에 띈다. 그런데 이러한 자막들을 즉각적으로 받아들이고 웃을 수 있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나조차 우사인 볼트(Usain Bolt)가 현재 남자 100m 세계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자메이카 출신의 육상선수라는 사실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기네스 특집'편의 첫 번째 예들은 모두 단 한 장면에서 반복되어 등장했던 자막들이다. 게다가 그 의미들 역시 모두 동일한 사태를 지적하고 있다. 도대체 이런 군더더기들이 왜 필요했던 것일까?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유발시키는 것은 상황 전체의 핵심을 예리하게 찌르는 하나의 표현이면 족한 게 아닐까? 또 두 번째의 예는 박명수와 정준하가 말 인형 탈을 쓰고 달리다가 선로를 이탈해 쓰러지는 장면을 표현한 것들인데 "자유에의 의지"와 같은 추상적 표현은 자막을 전체적으로 무겁게 느껴지게 하고 있다.


이번 편에서는 "소통불가 귀닫은 우리 1인자", "노홍철 의원 유반장 결혼 배후설 제기", "뇌용량 1.9메가", "살수차 유혹 참는 소녀들의 대통령"과 같은 자막들이 현재의 정치상황과 맞물려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자막들은 음식 전체에 강한 맛을 내는 향신료와 같은 것들로서, 이러한 맛에 취하게 되면 식재료 본래의 맛을 더 이상 느끼지 못하게 한다.


내가 이번 편에서 유심히 보았던 자막은 이러한 것들이 아니라 보다 경쾌하고 날렵한 자막들이었다.


#1.

- 박명수 : 난 됐다니까! 아 지금.... 애.... 애.... 애 생기고 잘 사는데 뭐 하러 사과를 해!
- 자막 : 애.... 애.... 애....면 세 쌍둥이?


#2.

- 유재석 : (정준하를 나무라며) 지금 무슨 손톱 껍질을 벗겨요?
- 자막 : 왜? 아예 손톱도 깎지?


#3.

- (나경은 아나운서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노홍철이 자신의 목소리가 들린다고 지적하자)
- 자막 : 미국서 만난 러시아 친구인 듯


내가 예전 '봉춘 서커스 특집' 편을 시청하는 내내 흥이 겨웠던 것은 이런 가볍고 경쾌한 자막들이 자주 등장했기 때문이다. 권투로 치자면 빠르고 가벼운 풋워크와 날렵한 잽으로 상대를 툭툭 치고 빠지는 방식 덕택에 큰 웃음은 없더라도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시청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따라서 무한도전의 자막이 노려야 하는 것은 큰 훅이나 어퍼컷이 아니라 이런 잽 같은 자막들이다. 상대를 쓰러뜨리게 되는 건 이런 잽들로 인해 데미지가 축적된 상태에서 마지막 결정타를 날렸을 때 가능한 것이다. 설령 그런 결정타를 날리지 못하게 되더라도 유효한 잽들이 많았다면 판정까지 가서 승리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지금의 무한도전에게 내가 해주고 싶은 충고는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쏴라"는 무하마드 알리의 명언이다!

 

 


by ddolappa

 

 


1) 유재석-나경은, 2년동안 결혼을 둘러싼 말말말...

http://media.daum.net/entertain/topic/view.html?cateid=100029&newsid=20080603182005024&cp=starnews


2) [화제] 13번째 출산 최다둥이 가족이 사는 법

http://issue.media.daum.net/society/happy/view.html?issueid=2713&newsid=20080115132909943&cp=weekchosun


3) 우리나라 인터넷 기자들의 뛰어난 점은 방송이 채 끝나기도 전에 기사를 쓸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주 대망의 1위는 19시 15분에 기사를 입력한 OSEN 조경이 기자가 차지했다. 아시아경제 고재완 기자는 아깝게도 19시 29분에 기사를 입력해서 2위에 그쳤다. 3위는 19시 36분에 기사를 입력한 한국경제 디지털 뉴스팀이 차지했다. 다음 주에도 더욱 분발하길 바란다.


전진, '무한도전'에서 눈 성형 인정
OSEN 조경이 기자| 기사입력 2008.06.07 19:15 | 최종수정 2008.06.07 19:50

http://media.daum.net/entertain/broadcast/view.html?cateid=1032&newsid=20080607191513182&cp=poctan


'무한도전' 2세 합성사진 '눈길'…나경은 목소리 깜짝출연?
아시아경제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08.06.07 19:29 | 최종수정 2008.06.07 23:07

http://media.daum.net/entertain/topic/view.html?cateid=100029&newsid=20080607192910220&cp=akn


박명수·유재석의 가상 2세 모습은?
한국경제 | 기사입력 2008.06.07 19:36

http://media.daum.net/entertain/topic/view.html?cateid=100029&newsid=20080607193615249&cp=ked


4) 김태호PD “‘무한도전’ 5인 체제 탈피, 인원 실험 시작”

http://media.daum.net/entertain/broadcast/view.html?cateid=1032&newsid=20080605103411651&cp=newsen


5) 김태호PD “좌절된 청와대行 ‘무한도전’ 진짜 의도는‥”

http://media.daum.net/entertain/broadcast/view.html?cateid=1032&newsid=20080605123510430&cp=new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