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린하의 무한도전 리뷰

[스크랩] [나름리뷰] 무한도전 가족 그 3번째 이야기 2번 - 가족의 재구성

ddolappa 2008. 6. 17. 21:04

가족의 재구성

 

 드디어 지난 편에 이은 <가정 24시>특집이 어제 방영되었다. 13남매 가족, 댄스 스포츠 가족, 그리고 농촌 가족. 이들과 함께 했던 24시, 과연 어땠을까?

 

그들, TV 속에서 걸어나오다.

 

 당신이 생각하는 무한도전 멤버의 이미지는 어떤가. 소문에는 방송에서의 모습과 실제 모습이 다르다는 유반장, 툭하면 화를 내기 일쑤고 소리를 버럭 지르는 하찮은. 엄살도 많이 피우고 힘든 일은 좀처럼 하지 않으려 하는 정중앙, 짜증도 많고 게으르기도 무지 게으른 뚱보,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을 해 주위 사람들은 경악하게끔 만드는 돌+아이. 아마 당신이 생각하는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방영분을 보며 약간 놀랐던 부분이 한 군데가 아니였다. 매 주 '닥치고 본방 사수'하는 팬이라 자부하며 그들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건만. TV라는 상자를 벗어난 그들의 평소 모습은, 더 이상 TV 속의 그들이 아니였다. 물론 카메라는 계속 돌아가고 있었지만 '웃겨야 한다'라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지 않은 그들은 그냥 '평범한 사람'이였을 뿐이였다. 유재석은 조카와 야구를 하며 놀아 주는 여느 삼촌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고, 박명수는 꼬마들과 장난치며 노는, 다정하고 재미있는 아저씨였으며 정준하와 정형돈은 힘들다고 투정부리지도 짜증내지도 않고 열심히 일하는 '힘 좀 쓰는' 청년이였다. 그리고 제일 놀랐던 노홍철. 그는 아름이네 가족과 무한도전을 시청하며 자신의 '돌+아이'적 행동을 부끄러워 하며 얼굴을 가리는 순수한 청년에 지나지 않았다. 과연 이들이 앞에서 말한 그들과 같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결국 '국내 최초 리얼 버라이어티'를 표방하고 있는 무한도전일지라도 평소의 모습이 부풀려지고 왜곡된 '허구'일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것을 아직 구분할 줄 모르는 일부 네티즌들은 TV에서의 그들의 모습이 그들 그 자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그들 입장에서는 꽤나 골치 아픈 일이 아닐 수가 없다. 그 예로 얼마 전 <우리 결혼했어요>에서의 정형돈을 들 수가 있다. 물론 실제 생활이 반영되지 않은 거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분명히 TV 속의 그의 모습에는 제작진의 요구와 약간의 과장이 더해진 것이라고 본다.

 

가족의 진정한 의미

 

 가족[家族] - <명사>1. 어버이와 자식, 부부 등으로 한집안을 이루는 사람들.

사전에 나오는 가족의 의미이다. 그런데 과연 혈육으로만 이루어진 한 집안 사람들만을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일까?

 아이돌 가수의 팬들은 저마다 팬네임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동방신기는 카시오페이아, SS501은 트리플, 슈퍼주니어는 엘프, 이런 식으로. 이들은 우리는 가족이라며 그들이 좋아하는 가수들을 중심으로 서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고, 친목을 다지기도 한다. 그리고 비록 예능프로그램이긴 하지만 무한도전도 비공식적으로 팬네임이 하나 있긴 하다. 텔존 무도갤을 가보면 [무도가족]이라는 말머리를 달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누가 [무도가족]이라는 아이디어를 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무한도전을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나 가족이라는 뜻에서 이 말머리를 쓰는 것일 것이다. 또 가끔 TV를 보면 버려진 아이들을 데려 와 혼자서 키우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이들이 혈육으로 맺어진 관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남남의 관계로 보지 않고 가족이라고 부른다.

 진정한 가족이란 단순히 혈육으로 맺어진 관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진정한 가족은 서로를 아껴 주고 존중해주는, 어떤 뜻을 함께하는 마음 하나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무한도전이 말하고 싶었던 것

 

 가족[家族] - 2. 어떤 뜻과 이해를 같이 하는 성원.

지난 리뷰에서 나는 무한도전이 옛날의 가족상을 현재로 가져와 다시 재현하고 싶었을 거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편을 보니 단순히 옛날의 가족상을 재현하고 싶어했던게 아니였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한도전은 옛날의 가족상을 재현하는데에 그치지 않고, 세 가족의 평범한 일상을 보여 주는 것만으로 가족의 따뜻한 분위기까지 재현했다. 강아지에게 치맛자락을 물린 가온이의 모습에서, 아이들에게 떡을 나누어 주는 '제일 큰 형' 찮은의 모습에서, 입으로 포도알 받아내기 게임을 하던 형돈 팀과 'POWER 호백'씨 팀의 모습에서 우리는 우리의 모습을 보았다. 때론 평범한 것이 감동을 주는 때가 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괜시리 웃겨서 한바탕 넘어간적도 있다. 온통 특별하고 독특한 것들 사이에서 평범함을 발견했을 때, 우리는 오히려 그런 점에서 특별함을 느낀다. 그리고 나는 이런 생각을 해본다. 실은 무한도전이 너무 특별해서 인기를 얻은 것이 아니라 너무 평범해서 다른 독특한 소재의 프로그램보다 너무나도 평범해서 사람들이 그런 것에 매력을 느끼고 좋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실제로 무한도전은 친근한 옆집오빠들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남아있고 가끔씩 댓글에서는 '무한도전은 재미가 있든 없든 그냥 자동적으로 토요일 6시 40분만 되면 틀게 되는 프로그램이다'라는 사람들도 꽤 보인다. 나는 무한도전이 이번 특집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시청자들과 가족처럼 지내고 싶은 마음이였을거라고 생각한다. 김태호 PD나 다른 무한도전 멤버들이 이때까지 인터뷰든 어디서든 계속 말해 오던 것이 있다. 바로 '함께 늙어 가는 프로그램이 되고 싶다'는 것. 시청자들과 함께 호흡하고 기쁠 일이 있을 때나 슬픈 일이 있을 때나 그냥 단지 그 시간에 함께 남아있고 싶다는 것. 언젠가 이 모든 역경을 다 딛고 일어 났을 때 무한도전이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을 것이라는 것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출처 : 우린하나요
글쓴이 : 우린하나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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