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스크랩] 정준하를 위한 변명

ddolappa 2008. 6. 28. 20:58

지난 주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 편은 한 편의 스릴러 영화를 본 듯한 착각이 들 만큼 무한도전의 뛰어난 역량을 잘 보여준 에피소드였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팬분들께서는 마음 편히 재미를 만끽하실 수만은 없으셨을 듯합니다. 그 이유는 모두 아시다시피 돈가방을 들고 기차를 탔던 정준하씨가 열차 안에서의 촬영 도중 시끄러운 전화 통화로 한 승객분께 불편을 끼쳐드렸다는 기사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그 에피소드에서 등장하는 정준하씨의 모든 장면에 대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 마디로 정준하씨에게 미운 털이 단단히 박혀 있다고 밖에 할 수 없는 형국인데요, 과연 그에 대한 모든 비난이 타당하고 정당한 것인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저 역시 정준하씨를 과히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몇 가지 어처구니 없는 논란과 오해만큼은 피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지금부터 그에 대한 변명을 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제가 그 변명의 수단으로 선택한 것은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 편의 장면 분석입니다.

 

 

 


1. 목욕탕 앞에서 정준하씨의 주차 방식은 잘못된 것인가?


우선 정준하씨의 주차 방식을 비난하기 전에 그가 왜 그럴 수 밖에 없는가 하는 상황을 살펴봅시다. 당시 정준하씨는 전진씨의 추격을 뿌리치고 도망을 치던 상황이었고, 목욕탕 앞에 주차된 유재석씨의 차량을 발견하고 자신이 한 발 늦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정준하씨는 다급하게 차를 세워놓고 뛰어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그는 잠깐 주차를 해놓고 돈가방을 찾아서 떠날 요량이었던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은 다시 서울역 앞에서 차를 세워놓을 때도 엿볼 수 있습니다.

 

 

 

 


정준하씨는 다른 멤버들보다 먼저 목표 장소에 도착해서 돈가방을 획득해야 자신이 1위를 차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이는 극적 상황에 몰입해서 생각한 지극히 그다운 발상이라 할 수 있지요.


사실 이러한 마인드 자체는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전문적인 연기자의 자세로 칭찬을 받아 마땅합니다.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 전편에 흐르는 긴장감과 박진감은 출연자들의 연기에 대한 몰입에서 생겨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요.


문제는 상황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자신이 모든 것이 통제된 상황에서 촬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반시민들 사이에서 촬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했다는 것이라 할 수 있지요. 그래서 이 경우에 필요한 건 연기자가 연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제작진이 더 신경을 썼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 부분은 뒤에서 이야기하도록 하고 다시 주차 문제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목욕탕 앞의 도로 상태와 주차 상태를 살펴보도록 하지요.


 

 

 

위 장면에서 보듯이 도로의 넓이는 다른 차가 충분히 지나갈 수 있을 정도였고, 정준하씨가 비스듬히 차를 세워놓기는 해도 아슬아슬하게 주차라인에 차를 세워놓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세히 보면 정준하씨가 차를 향해 뛰어가는 장면의 오른 쪽 하단에 차 한 대가 도로로 진입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정준하씨의 차 때문에 다른 차가 지나갈 수 없었다면 목욕탕 주변에 서 있던 제작진이 해결해야할 문제였겠지만, 충분한 도로 사정으로 인해 그럴 필요는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정준하씨가 거칠게 주차하는 장면은 극적 리얼리티를 높여주는 기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액션 느와르 영화에서 배우가 도로교통법을 잘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그를 욕하거나 탓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관객들은 '영화의 리얼리티'라는 기준을 가지고 영화를 평가하니까요.


마찬가지로 나름 스릴러 영화를 찍고 있다고 생각하며 연기에 몰입한 정준하씨를 주차 문제로 비난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문제가 된다면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제작진이 비난을 받아야 하는 것이지요.

 


2. 매점 앞 정준하씨


정준하씨는 자신의 돈가방 안에 진짜 돈이 들어 있다고 생각하고 다른 멤버들의 추격을 회피하기 위해 기차에 탈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막상 기차에 오르니 열차가 출발하기 전까지 30여분이나 남았고, '식신'답게 그는 매점에서 오뎅을 사먹게 됩니다.

 

 

 


그런데 위 장면에서 역 안의 상황을 주의깊게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평일이라 그런지 역 안이 유난히 한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준하씨는 박스를 테이블 삼아 매점 문 앞에서 오뎅을 먹기로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기차를 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굳이 매점 안으로 들어가지 않더라도 음식을 파는 가판대가 뚫려 있기 때문에 그 곳으로 물건을 살 수 있습니다.


사람도 없고, 다른 출구로 물건을 살 수도 있고, 단 몇 분만 촬영을 하면 되는데, 매점 현관 앞에서 오뎅을 먹고 있는 정준하씨가 그렇게 잘못을 한 것인가요? 전후 맥락에 대한 설명 없이 그 장면만 떼어놓은 사진을 올려놓은 의도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또 그 사진만 보고 비난을 하시는 분들은 정준하씨에 대한 편견 때문에 화가 나신 것은 아닐까요?

 


3. 왜 정준하씨는 열차 안에서 전화를 할 수 밖에 없었나?

 

 

 


이 장면을 보면 정준하씨는 열차를 타기 직전까지 자신이 왜 대전행 기차를 타야했는 지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정준하씨가 다른 멤버들을 떼어놓기 위해 열차를 선택했던 것은 아무런 생각없이 그가 즉흥적으로 내린 판단이었거나 제작진 측의 요구였다고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모든 상황을 다 알면서도 바보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정형돈씨의 돈가방과 함께 정준하씨의 돈가방은 마지막 순간까지 진짜 돈이 든 가방인지 확인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었기 때문에 다른 멤버들은 그에게 끊임없이 전화를 하게 됩니다. 즉 정준하씨의 돈가방은 반전의 장치로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었고, 그래서 정준하씨는 계속해서 전화 통화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심지어 정준하씨는 자신의 어머니와도 통화를 하게 되는데, 이 장면이 삽입된 이유를 생각해보면,


1) 그가 자신이 획득한 돈가방을 진짜라고 생각하고 허세를 부리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이는 유재석씨의 결혼소식을 전달하던 '무한뉴스' 편에서부터 보여주었던 그의 캐릭터 변화와 연관이 있습니다. 그 이전까지 정준하씨는 '동네 바보형'이란 캐릭터로 연기를 했다면, 그 에피소드에서부터 '허세를 부리지만 실속은 없는' 캐릭터를 연기하게 됩니다.


예전에 방송된 '사주풀이 특집' 편에서 설정된 유재석씨와 자신의 관계와 하하의 폭로에 의해 알려진 모델들과의 염문설 등을 근거로 정준하씨는 여자 문제에 있어서 대단히 능력이 있는 사람처럼 자랑을 늘어놓지만, 오히려 다른 멤버들의 공격으로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져 곤경에 처하게 됩니다.

 

일본에 가서 무한도전 멤버들의 인기 여부를 쓰라리게 확인해야 했던 '일본 특집'도 원제가 '말조심 특집'이었던 것을 기억하시나요? 그 때도 무한도전이 일본에서도 인기가 있다는 정준하씨의 말실수 때문에 모든 일들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기억하신다면, '허세를 부리지만 실속은 없는' 그의 캐릭터가 아무런 맥락 없이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2) 그럼에도 정준하씨는 자신의 가정에서만큼은 착하고 순박한 아들이라는 사실을 이 장면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정준하씨는 자신이 획득할 지도 모를 상금을 어머니에게 모두 주겠다고 할 만큼 돈에 대한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 장면은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 그러면 왜 기차 사건으로 정준하씨를 일방적으로 매도해서는 안 되는 지 어느 정도 감이 잡힐 듯합니다.


정준하씨는 사건의 전개 상 마지막까지 돈가방의 비밀을 간직한 인물이었고, 따라서 그의 돈가방의 진실 여부를 확인하는 게 무척이나 중요했습니다. 따라서 유재석씨와 전진씨를 비롯한 다른 멤버들은 기차를 타고 멀리 떨어져 있는 그에게 전화를 통해 확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열차 안에 정준하씨가 아닌 다른 멤버들이 탔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유재석씨는 승객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인사를 했을 테고, 박명수씨는 전화를 통해 악담을 퍼부었을 테고, 정형돈씨는 어색하게 앉아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다시 말해 정준하씨가 큰 목소리로 전화를 했던 것은 자신의 캐릭터에 맞는 연기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큰 목소리'만큼 '허세를 부리는 인물'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수단도 드무니까요.


물론 사건이 터진 직후에 곧바로 사과하면 될 일을 왜 징징거리며 변명을 늘어놓았는가 하고 반문을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정준하씨 개인이 사과를 한다고 해서 묻혀서는 안 될 사건이었고, 그의 사과는 무한도전 제작진이 용서를 구한 다음에나 해야될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제작진은 연기자가 연기에 몰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책임을 지고 있고 있을 뿐 아니라 일반 승객분들의 양해를 구할 임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건이 벌어진 이후 제작진이 내놓은 사과문 또한 바로 이 부분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무한도전 -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 특집에서 가장 모자란 놈은 저희 제작진이었던 것 같습니다. 연기자들이 상황에 몰두해 주위에 신경을 미쳐 못쓰는 상황에서 제작진이 더욱 친절하게 승객 한분 한분께 양해를 구하고 협조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해야 했는데, 저희가 많이 부족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정준하씨를 알고 있는 사이도 아니고 또 연예인으로 그를 그리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한 블로거의 일방적 말만 가지고 그 개인 전체를 평가하고 매도를 하는 것도 올바른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과거부터 가지고 있던 편견만 가지고 오해와 논란을 증폭시키는 것은 일종의 마녀사냥이 아닌가 합니다.


그 사건을 보며 제가 들었던 또 다른 의문은 한 일반인의 인격과 사생활을 그토록 존중하면서, 그 분의 글을 기사화할 때 그 분으로부터 허락을 받았는가 하는 점입니다. 함량미달의 기사들은 철저하게 저작권 보호를 받으면서, 홈피나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을 무단으로 펌해서 기사화하는 것은 기자들 스스로가 저작권을 어기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블로그에 글을 쓰신 분은 정준하씨의 시끄러운 전화 통화로 인해 겪은 불편과 자신의 글이 기사화되면서 겪게 된 불편함 중 어느 것을 더 심각하게 느끼셨을까요?


또 사건만 터졌다 하면 제대로 사실을 확인하지도 않고 서로 먼저 기사 올리기 경쟁에 붙어 오보에 오보를 거듭하는 기자들의 작태를 보았을 때, 벌써 몇 주 전에 인터넷에 떠돌며 논란이 있었던 그 글을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가 방영된 직후 기사화한 사실도 의문스럽습니다.


기자들은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우연히 그 때가 되어서야 알고 기사를 작성한 것일까요 아니면 그 에피소드와 관련된 사건이니 방영 직후에 더 큰 화제를 불러모을 테니 그제서야 기사를 쓴 것일까요? 만일 후자의 경우라면 기자들이 원하는 건 진실일까요 아니면 선정적인 글로 대중의 주목을 받는 것일까요?


그리고 대체 그런 기사를 올린 목적은 무엇일까요? 일반 시민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 촬영 상황에 대한 여론을 환기시켜 여건을 개선시키는 것이 목적이었을까요 아니면 정준하라는 개인을 매장시키는 것이 목적이었을까요? 설마 그런 기사를 통해 무한도전에 피해를 주려는 의도는 물론 아니었겠지요. 같은 날 올라온 하하의 인터넷 쇼핑몰 의상에 대한 간접광고 기사도 단순한 우연의 일치였겠지요.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더 덧붙이자면, 무한도전 안티들이 싫으시다면 그들이 올리는 게시물의 의도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분별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상황 파악이 되셨으면 과감하게 무시할 용기와 결단이 필요합니다.

 

본인이 안티들의 도움을 받고나서야 무한도전의 잘잘못을 가릴 형편이라면 그러실 수 있겠지만, 적어도 이 곳에 계신 분들은 아무런 개념없이 무한도전을 옹호하시는 분들도 아니고 때로는 누구보다 매섭게 그들의 잘못을 지적하시는 분들이니 굳이 안티들의 도움이 필요할까요?


안티들과 찌라시 기자들은 서로가 경쟁 중인 사람들이니 보다 성숙한 우리가 촛불을 들던 몽둥이를 들던 해서 가르쳐야 할 대상들입니다. 제발 그들보다 못난 모습을 보이는 무도가족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by ddolap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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