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25>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추적극
무한도전 111회 080628 :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 2탄
해골의 복귀 혹은 형식의 분열
지난 주 방영된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 1탄은 모든 점에서 기존의 무한도전과는 낯선 스타일의 자막과 연출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하늘색 직사각형 말풍선 대신 만화에서 보던 검은색 말풍선이 사용 되었고, 인물의 감정이나 상황을 논평하던 자막이나 짓궂게 출연자들을 골려 대던 수다스러운 자막 대신 과묵할 정도로 간결한 대사 처리가 이루어져서 전체적으로 차갑고 건조한 느낌이 들도록 했다. 화면 분할 프레임 역시 직선 위주였기 때문에 이러한 감정적 정서는 더욱 강화되어 전체적으로 느와르풍의 영화를 시청하는 듯한 기분이 들게 했다.
반면에 오늘 방송된 2탄은 지난 주에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았던 해골이 단 한 번이긴 하지만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스타일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었다. 즉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 1탄에서 사용된 말풍선이나 화면 분할 방식은 유지되면서 약간의 변화를 주는 동시에 예전 스타일의 자막 활용이 눈에 들어왔다. 상당수의 팬들은 해골의 복귀로 대변되는 기존 스타일로의 회귀가 반가웠을 지 모르겠으나, 이러한 타협 혹은 혼합의 결과가 성공적이었는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위에서 보는 것 같은 네 장면들이 지난 주와 차별화된 자막 활용 방식의 예들인데, 사금융 광고를 패러디하고 있는 '전진 앤 캐쉬'의 원색적인 스타일은 무채색 톤의 다른 자막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재미 면에서는 2탄이 보다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조금 더 뚝심있게 하드보일드한 스타일을 밀고 나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런데 이러한 스타일의 분열 양상은 내용에서도 다시 반복되고 있다. 박명수와 노홍철이 돈을 놓고 벌이는 치열한 추격전은 1편에서의 정서적 톤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었지만, 유재석 무리의 스파이 놀이에는 박명수가 전달하는 유희의 진지함 혹은 격렬함이 거세되어 있었다. 그래서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 2탄은 세련된 스파이 영화인 '007'과 비장미 넘치는 홍콩 느와르 영화인 '영웅본색', 김윤석, 하정우의 하드보일드 액션 영화 '추격자'와 주성치 주연의 코미디 영화 '007 북경특급'처럼 서로 다른 두 가지 이야기들이 접점을 찾지 못한 채 뒤섞여 있는 것 같았다.
물론 버라이어티 쇼에서 너무나 많은 것을 기대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해 손쉬운 타협을 하기 보단 실험성을 극한까지 밀어붙여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쇼 오락적 재미를 완성시키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그래서 이번 2탄은 마치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미로 안으로 들어가듯이 수많은 선택의 순간들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은 발현되지 않은 보다 많은 가능성에 대한 확인으로 애써 달래 보고자 한다.
불안한 동맹
진짜 돈가방이 확인됨에 따라 지난 주에 비해 서사구조는 한층 간결해진 대신 인물들 간의 갈등은 더욱 치열해졌다. 돈가방 하나로 위태로운 동행길에 나선 악당 커플 '나쁜 놈'(박명수 분)과 '이상한 놈'(노홍철 분), 빼앗긴 돈가방을 되찾기 위해 '착한 놈'(유재석 분)을 중심으로 '어색한 놈'(정형돈)과 '굴러들어온 놈'(전진 분)이 뭉친 돈가방 원정대, 그리고 이들과 무관하게 빈 돈가방을 들고 기차 여행을 떠났던 '모자란 놈'(정준하 분).
특히 '늙은 악마'와 '젊은 악마'가 돈가방을 놓고 벌이는 음모와 암투 그리고 배신, 쫓고 쫓기는 치열한 추격전은 이 날의 백미 중 백미였다. 이상한 놈이 살쾡이의 눈을 가진 나쁜 놈의 눈을 피해 손에 묶인 매듭을 몰래 풀다 발각되면서 시작된 데블매치는 마치 엎치락뒤치락하는 오델로 게임을 보는 듯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했다. 특히 돈에 대한 강한 집착으로 인해 광기어린 눈빛 연기를 펼친 이상한 놈의 호연은 '추적자'의 하정우를 연상케 했고, 양심과 체력 모두 바닥인 채로 그에 못지 않은 오기와 집념을 보여준 나쁜 놈의 투혼은 극한의 광기를 표출하는 하정우를 추적해서 끝내 응징을 가하는 인간 말종 김윤석을 묘하게 닮아 있었다.
어느 것이 진짜 돈가방인 지, 그리고 누가 그 돈가방을 들고 있는 지가 명확하게 드러난 상태에서 오직 남아있는 건 돈가방을 든 그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 하는 것뿐이다. 그래서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 1탄이 스릴러 영화 장르의 고전적 문법에 충실하게 복선과 반전의 법칙을 따르고 있었다면, 2탄은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관계라는 단순한 상황설정만이 남게 되어 극의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켜주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위치한 인물들이 바로 나쁜 놈과 이상한 놈이다.
재미있는 비밀요원놀이
반면에 좋은 놈, 어색한 놈, 굴러들어온 놈으로 구성된 돈가방 원정대는 치열한 추격전에서 한 발 물러선 채 한가로이 스파이 놀이에 열중해서 악당 커플과는 대조를 이루었다. 그들은 서로 다른 교본으로 훈련을 받았는 지 간혹 손발이 맞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고, 자신들의 정체을 은폐해야 하는 신분임에도 공개적으로 오락을 즐기거나 시민들에게 인사를 해서 스스로를 노출시키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그래서 그들은 늙은 악마와 젊은 악마가 벌이는 처절한 돈가방 쟁탈전인 '데블 매치를 구경나온 동네 노는 애들'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돈가방이 위치한 장소를 정확히 찾아내서 그 곳으로 이동하고, 사태의 전체적인 추이를 조망하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었는데, 이는 전적으로 탁월한 지략가인 좋은 놈의 공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그는 담당연출자인 김태호 CP와 더불어 극 전체를 진두지휘하는 야전 사령관이라 할 수 있다. 지난 주에도 그는 돈이 실제로 들어 있는 지의 여부와 상관 없이 먼저 서울역에만 도착하면 장땡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나쁜 놈의 심리를 정확하게 꿰뚫어보았을 뿐 아니라 막판에는 진짜 돈가방이 누구의 손에 들어갔는 지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도 했다.
이번 주 역시 좋은 놈은 굴러들어온 놈에게 세부지령을 내려 돈가방을 들고 달아난 이상한 놈의 위치를 알아냈을 뿐 아니라 나쁜 놈이 자전거를 타고 이상한 놈을 추격하는 모습만 보고도 나쁜 놈이 배신을 당했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특히 그가 놀라운 예능 감각을 보여준 장면은 따로 있다. 멀리 수원까지 빈 돈가방을 들고 혼자 떠내려갔다가 간신히 무리에 합류한 모자란 놈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돈가방 원정대팀은 순간 모자란 놈에게 가짜 돈가방을 떠넘기기로 작당을 하게 된다. 이 때 모자란 놈에게 갑자기 걸려온 나쁜 놈의 전화 소리를 듣고 자신이 꾸민 계략이 탄로 날까봐 천연덕스럽게 행동하며 걸려온 전화를 끊어버리고 모자란 놈이 의심할 틈을 주지 않고 몰아붙인 장면은 그의 뛰어난 진행능력이 결집된 명장면이었다.
악당을 위한 나라는 있다
돈가방이 든 위치를 알려주는 위치 추적기라는 아이템은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차용한 것이다. 그 영화에서 독특한 헤어스타일과 무뚝뚝한 표정을 희대의 살인마 안톤 쉬거(하이에르 바르뎀 분)는 한 손에는 추적기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독특한 살인 무기인 가스통을 들고 돈가방의 행적을 쫓아가며 무자비한 학살을 벌였다. 하지만 영화에서 돈가방을 들고 달아난 자와 그것을 쫓는 자가 누구인지 관객들에게 이미 알려진 상태이기 때문에 위치 추적 장치는 다가오는 공포를 극대화하는 소품으로 사용되었다. 안톤 쉬거가 추적 장치가 알려주는 방향으로 눈을 번득거리며 가스통 무기를 가지고 다가올 때마다 아무 것도 모른 채 살해를 당해야 했던 등장인물들보다 더 공포에 떨어야 했던 건 관객들이었다.
이에 반해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 1탄에서 사용된 위치 추적기의 기능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등장인물들도 관객들도 진짜 돈가방을 위치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추적기는 이들 모두에게 진짜 돈가방을 알아맞추는 추리 게임에 동참하라는 신호로 사용되었다. 또한 추적기는 나쁜 놈과 이상한 놈이 냄새를 맡고 하이에나처럼 진짜 돈이 든 가방을 어색한 놈으로부터 낚아채서 달아나게 되고 이들이 결국 위태로운 동맹을 맺게 하는 단서로도 사용되었는데, 왜냐하면 이들만이 위치 추적기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위치 추적기는 오히려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 2탄에서 영화에서 등장한 그것의 기능에 보다 접근하게 된다. 이미 돈가방의 행방이 결정된 상황에서 추적기는 돈가방을 든 놈을 추적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 핸드폰을 통한 위치 추적이 가능해지면서 인물들 간의 수싸움은 보다 복잡하게 전개된다. 왜냐하면 핸드폰은 상대의 위치를 알려주는 동시에 자신의 위치를 노출시키고, 상대에게 전화를 걸어 심리전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적과 아울러 도주를 허락하는 핸드폰이야말로 기존의 스릴러 영화와는 또 다른 재미를 제공하는 요체라 할 수 있다.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위치 추적기와 가스 발사기를 들고 집요하게 돈가방을
추적하며 무표정하게 살인을 일삼았던 전대미문의 살인마 '안톤 쉬거'(하이에르 바르뎀 분)의 모습)
기차역, 선착장 그리고 야구장
1895년 뤼미에르 형제가 세계 최초로 영화를 상영했을 때, 그들이 찍었던 것은 놀랍게도 수증기를 내뿜으로 역 안으로 돌진해 들어오는 기관차의 모습이었다. 마르크스가 19세기 당시의 물질적 혁명을 질주하는 기관차에 비유했을 정도로 열차는 기술적 진보의 상징이었고, 최초로 발명된 영화라는 대중매체가 찍은 기차의 모습은 테크놀로지의 눈부신 발전에 대한 찬양이자 앞으로 더욱 긴밀해질 이들 간의 최초의 만남이었다는 점에 그 의미가 있다.
달리는 열차의 창 밖으로 보이는 스쳐지나가는 풍광들은 당시의 사람들에게 낯선 지각의 풍경들을 선사했고, 파노라마적 지각이라 불리는 그런 낯선 모습들은 이미 영화적 지각을 선취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제 기차를 타고 세계를 여행하는 대신에 어두운 영화관에 앉아 세계를 여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앞선 세기에 발명된 책 미디어가 개인을 골방에 가두고 고독하게 만들었다면, 뉴미디어인 영화는 대중이라 불리는 현대적 현상을 만들어냈다.
유럽에서 철도 여행이 마차나 도보를 대신해서 여행의 중심 수단으로 자리 잡아갈 당시만 해도 폐쇄적인 객실 내부 구조로 인해 절도와 살인과 같은 범죄의 온상으로 여겨졌고, 그래서 '오리엔트 특급 살인 사건'과 같은 추리 소설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이루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코믹 느와르풍의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가 미션 장소로 서울역을 선택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기차역은 테크놀로지의 발전을 축약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장소였고, 그 곳에 모인 대중들은 스펙타클한 영상을 구성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요소였고, 범죄, 액션, 스릴러를 동시에 펼쳐보일 수 있는 탁월한 무대이기 때문이다.
맷 데이먼이 주연을 맡고 탈냉전 시대의 첩보물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영화로 평가받는 '본' 시리즈 중 마지막 편인 '본 얼티메이텀'에서도 하루 평균 40만명이 이용한다는 런던의 워털루 역에서 펼치는 액션신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서로 다른 인물들의 긴박한 움직임이 정교한 화면 연출과 뛰어난 편집에 의해 구성된 그 장면은 놀랍게도 이용객들에게 영화 촬영이 있다는 고지가 전혀 안 된 상태에서 이루어진 촬영이었다는 것이 나중에 밝혀져 더욱 놀라움을 주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알 파치노의 인상적 연기가 돋보였던 '칼리토', 케빈 코스트너, 앤디 가르시아, 로버트 드 니로 등이 출연해 불꽃 튀는 연기 대결을 선보였던 '언터처블', 새로운 스타일의 액션을 선보였던 '히트맨' 등 같은 액션 영화들에서도 박진감 넘치는 액션 장면이 벌어지는 기차역 신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무한도전 팀이 여의나루 선착장에 모여 굳이 보트를 타려했던 것도 '007' 영화에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호쾌한 수상 추격신을 재현할 목적이었음이 분명하다. 이상한 놈이 나쁜 놈의 추격을 뿌리치고 여의나루에 도착했을 때 영화 '007'을 언급한 것이나 나쁜 놈이 돈가방을 탈취해서 타고 떠난 보트를 추격하기 직전 좋은 놈이 허밍으로 '007'의 주제곡을 부른 것도 이러한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그런데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한강에서 오리배를 타고 유람선과 무모한 경쟁을 벌였던 이들이 멋진 정장을 차려 입고 스파이 영화를 찍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이런 걸 뽕나무 밭이 바다로 변한 것과 같아고 했던가.
그렇다면 그들이 왜 또 다시 사람들이 밀집한 야구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되는가 역시 충분히 예측해볼 수 있지 않을까?
스타일을 완성시키는 편집과 연출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 1편에서 선보인 인상적인 오프닝 장면에는 이 시리즈물에서 선보일 거의 모든 연출 기법들이 총망라 되어 있다. 자동차의 시동을 거는 노홍철의 손과 악마같은 웃음을 웃는 그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면서 시작한 이 장면은 추격전의 박진감을 고조시키기 위하여 실제 장면과 무관하게 빗길 위해서 달리는 자동차의 모습이 의도적으로 삽입되어 있고, 인물들 각자는 컷 백, 와이프, 다양한 화면분할 등을 통해 소개되고, 전진이 타고 달려오는 오토바이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갑자기 역진행이 시작되며 그들이 미션을 받고 출발하기 전 상황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 다음으로 여섯 명이나 되는 출연진들이 차나 오토바이를 타고 첫 번째 미션 장소인 목욕탕을 향하는 장면은 능숙한 솜씨로 편집된 화면을 통해 각기 다른 상황에 놓인 인물들을 이질감 없이 매끈하게 하나로 엮어 소개하고 있는 명장면 중 하나다.
첫 장면에서 정준하는 원효대교로 가기 위해선 유턴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갑자기 깨닫게 되고, 다음 장면에서 이를 '유반장 그래서 유턴 중'이라는 자막으로 받아서 자연스럽게 유재석의 차 안으로 시점이 이동하게 된다. 그리고 유재석이 카메라 정면을 응시하는 모습은 어느새 정형돈이 정면을 바라보는 모습으로 이어지고, 카메라가 옆에 난 창문을 통해 횡단보도 앞에선 아이들의 모습으로 시선을 이동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박명수의 차 안으로 장면을 바뀌어 있다. 다시 카메라는 앞 유리를 통해 보이는 풍경을 담아내면서 자연스럽게 박명수의 차에서 정준하의 차 안으로 카메라는 옮겨지게 된다. 이 때 카메라는 다시 정준하의 백미러를 통해 전진이 다가오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 다음 장면에서 어느새 정준하의 차 옆에 서 있는 전진의 모습이 나타나게 된다.
매우 단순한 것 같은 이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매끄러운 화면을 전달되기 위해서 편집에 얼마나 많은 공이 쏟았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6명이나 되는 출연진들이 각기 다른 공간에서 동시에 하고 있는 행동들을 논리적으로 연결해서 하나의 이야기로 직조해내는 일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서로 상관없는 사건들을 연결시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또 다른 장면을 살펴보도록 하자.
정준하는 수원에서 다시 서울로 올라와 여의도를 향하는 버스 안에서 자신의 핸드폰을 이용해 다른 멤버들의 위치를 추적하며 그들이 모두 여의도의 한 지역에 모여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여기.... 왜 숨어있지?"하고 궁금해 하게 된다. 그리고 그 다음에 박명수가 자전거를 타고 가는 장면이 나타나더니 한 귀퉁이에서 박명수를 따돌리기 위해 숨어 있던 노홍철의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그러니까 "여기.... 왜 숨어있지?"하고 묻는 정준하의 질문에 대해 그 다음 장면은 '박명수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라고 대답하는 구조로 이 장면들이 연결되고 있는 셈이다. 상당히 센스 있는 장면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다음으로 살펴볼 장면은 유재석 패거리에 속아 가짜 돈가방을 빼앗은 정준하가 그들을 따돌리기 위해 배를 타고 도망가는 장면이다. 배의 실내 안에서 정준하는 호기롭게 앉아 그들을 바보들이라고 비웃게 된다. 그리고는 기대에 가득차서 두 번째 가방을 열어보는 정준하의 모습을 보여준 뒤 카메라는 갑자기 굳어지는 그의 얼굴을 클로즈 업하게 된다. 그 다음 롱 샷으로 정준하가 타고 있는 배를 원거리에서 보여주며 그의 대사를 음성과 함께 자막으로 처리해서 들려주게 된다. 인물의 모습은 화면 밖에 있으면서 목소리만 출연하는 이러한 오프 신 장면은 망망한 강 위에 떠 있는 배처럼 정준하의 황당함과 어이없음을 극대화시켜 표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홍콩 느와르의 걸작 '영웅본색'을 패러디한 '찮은본색'은 무릎을 다쳐가면서까지 악당 연기에 혼신의 힘을 쏟아부었던 박명수에게 마땅히 돌아갈 만한 명장면이었다. 영화에서 등장하고 있는 고독한 영웅들의 비장함과 장엄함을 표현하고 있는 노래 '당년정'(當年情)은 총에 맞은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넘어져 까진 무릎을 치료받는 박명수와는 언뜻 매치되지 않는 듯하지만, '젊은 악마' 노홍철과 치열한 사투를 벌인 끝에 마침내 승리를 쟁취한 박명수는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 2탄 최고의 영웅이었다는 점에서 그 노래가 결코 아깝지 않게 느껴진다. '배트맨'의 악당 팽귄맨에서 느와르의 영웅으로 새롭게 탄생한 박명수에게 아낌없는 갈채를 보낸다!
by ddolappa
- 왜 노홍철이 '젊은 악마'라고 불리는 지에 대해서는 다음 게시물을 참조할 것
추억의 명장면!!! 무한재석교VS악마비난교 by 삼바의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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