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의 만화가게/만화 리뷰

[스크랩] 다음 편이 더 기대되는 작가 - 김혜린

ddolappa 2008. 7. 16. 18:57

요새는 근황을 잘 모르지만

데뷔작으로 대학가 운동권을 사로잡았던 바~로 김혜린 작가.

 

북해의 별이라는 작품으로 진짜 혜성처럼 나타났던 김 작가는

이 작품이 첫 작품이란게 믿기지 않을 만큼 스토리의 흐름이 대하소설의 뺨을 쳤다.

운동권 학생들이 이 책이 나오자마자 자신들의 텍스트로 채택했을 만큼

순정 만화라는 장르를 한 수 아래로 보던 사람들을 놀라게 만든 작품이다.

 

이 작품이 가지는 의의는 (갠적인 생각이지만)

일본 만화에 대한 우리의 첫 도전이라고 본다.

우리는 프랑스 혁명을 베르사이유의 장미를 통해 알았고

1차 대전이 거센 소용돌이를 올훼스의 창을 보며 느꼈고

꽃미남 만화의 원조라 불리우는 캔디에서도 1차 대전을 겪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본 작가들의 역량을 부러워하고 있을 때

김혜린이란 작가가 이 작품을 들고 나온 것이다.

 

북해의 별은 가상의 나라, 보드니아에서 일어난 혁명을

유리핀 멤피스라는 영웅을 통해 이야기하면서

각자 아픔을 간직한 시민들의 이야기가 잘 어우러져있다.

북해의 별을 보면 마지막,

유리핀이 다시 초야로 들어가며 쓴 글은

지금 이 시대의 위정자들도 읽어봐야 할 내용이다.

 

그러나 북해의 별에서 아쉬운 것은

작가가 아직 그림체를 완성하지 못한 상태였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비천무야말로 김혜린이란 이름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나싶다.

동양적인 인물선과 배경들. 우리이기에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진한 사랑..

 

명동의 한 만화가게에서 이 책을 처음 들여다 본 게 1988년..

대본소 만화의 전형인 얇은 두께에 빨간 표지..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면서 잊고 있던 만화를

만화 학원을 다니며,

동대문에 있는 책방에서 여러 책들을 살 때

이 책을 발견하고는 너무 기뻐 11권 한질을 바로 사버렸다.

새로 두껍고 좋은 종이질로 다시 나왔지만

난 그 좋은 책보다 대본소용 이 책이 더 좋다.

이 책에는 젊은 날 두근거리며 읽던 내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순정 작가도 이런 잡지에 연재를 하나 생각했던

겨울새 깃털하나는 19세 이상가의 작품이다.

80년대 중반 만화광장이라는 이상한 잡지가 나온다.

그 당시의 만화잡지란 아동용 보물섬이거나 여학생같은 소녀취향의 잡지거나

아니면 아예 여성동아의 주부대상이거나

선데이 서울같은 고속버스터미널 가판대용이 다 였다.

19세 이상 30세 미만의 성인들이 보기에는 어딘가 어정쩡한 것들이었다.

그러다 만화광장이 나온 것이다.

이 잡지는 몇 년인가 나오다 폐간되었다.

그러나 이 잡지에는 뛰어난 신인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한 분이 박흥용 선생님이다.

 

좌우지간, 만화광장은 잡지라고 하기엔

표지는 너무 하얗고, 별다른 장식도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무크지보다 조금 좋은 수준이었던 것 같다.

 

내가 겨울새 깃털하나가 거기에 실린 걸

이상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장르의 구분 때문일 것이다.

남자들의 만화와 순정 만화가 함께 있는 잡지를 그때까지 본 적이 없었다.

다 자신들의 영역 구분 안에서 서로 넘나들지 않았었다.

그런 가운데 순정만화를 남자들만 볼 것 같은 이런 잡지에서 봤으니 얼마나 이상했겠는가

이 작품이 한권으로 새로 나왔을 때

마치 잃어버렸던 보물을 다시 찾은 느낌이었다.

 

별로 많은 만화를 사 모은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한권한권 만화를 사는 이유는

책마다 담겨진 추억 때문이 아닐까싶다.

요새는 옛날보다 사모으고 싶은 책이 적다.

왜 그럴까?

그림도 예전보다 낫고, 책의 질이나 살 곳도 편해졌는데...

아마도 그건 지금 나오는 책들이

내 감정을 건드리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예전처럼 가슴 두근대며 언제 이 뒷편이 나오나 기다려지는

그런 만화를 다시 만나고 싶다.

출처 : 푸른 하늘 속에 있는
글쓴이 : 기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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