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찾은 부천국제환타스틱영화제... 2000년에 나이트트레인이라는 표현주의영화 한편을 본 것을 시작으로 작년에 딥리버라는 영화와 함께 시네락나이트를 함께 했었고, 올해엔 드디어 심야상영으로까지 발전하였다...
보통 예전 PiFan에서 보여준 심야상영들은 호러영화들이 많았었는데 이번 심야영화 역시 그 맥락에서 피터잭슨 특별전...
피터잭슨 감독이 세상에 알려진 건, 작년 반지의 제왕을 감독하면서 유명해졌지만 이전부터 이번 특별전에 상영된 영화들을 통해 그를 추종하는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있었다...
내가 피터잭슨 감독을 처음 알게 된 건 97년 여름, 키노에 실린 호러영화 특집을 보면서였다... 당시 호러영화를 전설의 고향이나 드라큘라 정도로 인식하고 있던 나에게 그 특집기사는 쇼킹 그 자체였다... 사지가 절단되고 피가 튀고 사람의 뇌를 먹는 사진과 함께 실린 특집기사에서, 기사내용은 둘째치고 그 이미지가 너무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발동하는 호기심... 어떻게 보면 그 때 잘 모르면서도, 남이 안보는 것을 본다는 매니아 기질(?) 때문이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면서 조금씩 스플래터무비니 하드코어니하는 용어들과 친숙해지고 그런 영화들을 하나둘 찾아서 봤었는데... 그래서 피터잭슨 감독의 배드테이스트(고무인간의 최후로 비디오출시)와 브레인데드(데드얼라이브로 비디오 출시)가 비디오로 출시되어 있어서 먼저 볼 수 있었고 피터잭슨이라는 감독도 각인되었었다...
그게 벌써 5년전... 이후 그 때만큼은 영화에 탐닉(?)하지 못하면서 자연히 멀어지게 됐었는데... 이번 특별전은 그 시절을 회고시키면서 또한 다시 보게 된 위의 두 영화도 새롭게 다가왔다...
심야상영으로 이루어진 피터잭슨 특별전에선 4편의 영화가 상영되었다... Meet The Feebles, 포가튼 실버, 배드테이스트, 브레인데드순으로 상영되었다... 간만에 본 심야영화라 체력과의 싸움을 동반하면서...
이번엔 영화 4편을 보고 정리하는 거라 잘 될지 모르겠지만 간단한 느낌을 말해보고자 한다...
전체적인 이야기구조는 물랑루즈를 보는 듯했다... 딱 맞아떨어지지는 않지만 텔레비젼에 자신의 극단 쇼프로를 방송하기 위한 것과 거기서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의 군상들이나 무대에서 벌어지는 쇼와 노래들이 물랑루즈를 연상시켰다... 물론 이건 단편적인 이미지고 구체적인 내용은 더 엽기적이고 코믹하지만...
그리고 앞서 먼저 본 피터잭슨의 두 영화 배드테이스트, 브레인데드와 달리 이 영화는 인형극이라는 점도 새로웠다... 보통 어린이들이 보는 인형극과 같은 통상적인 관념, 그리고 등장인물들이 동물이 되면서 디즈니류의 이미지를 풍기기도 하지만 그 속을 들어가 보면 슈렉은 새발의 피도 안된다...
동물의 탈을 쓴 인형들이지만 마약, 섹스, 스너프무비, 황색저널리즘, 에이즈 등 인간세계의 모든 면 특히 부조리한 면이 잘 들어나 보인다...
이전 두 영화에서처럼 잔인하고 역겨운 장면도 연출되지만 그 수위는 두 영화에 훨씬 못미쳤다... 하지만 그 이미지는 역시... 쥐의 형상자체에서 역겨움을 불러일으키고 똥파리 기자의 등장과 똥파리가 똥먹는 장면, 마약에 쩔은, 칼던지는 개구리가 조수를 칼로 맞추거나 본 쇼에서 자기 자신이 칼에 머리가 찍혀죽는 장면, 블레치 일행이 마약을 가지고 튀는 장면에서 고래 입을 통과, 그 안을 관통해서 나오는 장면, 그리고 여기 저기 튀는 살점의 모습 등...
이런 장면에 새롭게 다가오는 코믹한 장면들... 코끼리와 닭의 사이에 나온 아기의 모습(머리는 코끼리, 발은 닭), 똥파리가 변기물탱크에서 인화하는 장면, 다른 캐릭터들과 달리 순진하게 묘사되는 고슴도치 로버트의 모습 등...
암튼 이 영화를 통해 우선 스플래터무비로만 각인되었던 피터잭슨의 이미지에서 풍자의 이미지가 첨부되었다... 우디알렌 같은 사회풍자에서 오스틴파워류의 화장실 유머까지...
피터잭슨 감독, Donna Akersten , Stuart Devenie , Mark Hadlow , Danny Mulheron 출연, 1989년, 뉴질랜드, 96분
<포가튼 실버>
Meet The Feebles에서 피터잭슨의 풍자와 유머를 감지했다면 이 영화에선 그 이미지를 굳히는 영화였다...
이 영화는 콜린 매켄지라는 가상의 인물을 설정하고 그의 일생을 추적해나가는 다큐멘타리 형식의 영화다...
첨에 다큐멘타리라고 하기에 이 영화를 시작으로 자겠구나 싶었었는데... 왠걸... 그만의 상상력과 연출의 묘라고 해야할까... 영화사와 역사의 일면을 자기식으로 재각색해서 매켄지란 인물에 투영시키는데,참 가관이었다... 자전거로 영사기를 만들고 계란으로 필름을 만들었다는(확실한 기억은 아니지만) 황당한 얘기와 유성영화, 컬러필름, 트래킹 샷의 기법을 최초로 도입하고 라이트 형제보다 먼저 리처드피어스의 비행을 필름에 담고 스탈린과 미국 헐리웃 자본으로 살로메라는 영화를 만들며 스페인 내전을 카메라에 담다가 장렬히 전사한 인물이 매켄지라는 사실... 어떻게 보면 포레스트검프에서 검프의 우연같은 일이 계속된다고 보면 될 거 같다...
암튼 다큐멘타리를 이렇게 구라칠수 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참 기발하구나 싶은 생각을 갖게 한 영화였다...
피터잭슨, 코스타보우츠 감독, 하비 와인스타인, 샘 닐, 레너드 마틴, 피터 잭슨 출연, 1995년, 뉴질랜드, 53분
<배드테이스트>
이 영화를 첨 비디오로 찾아 봤을 땐 키노에 실린 사람(극죽엔 외계인이지만) 얼굴 파먹는 장면 보고, 좀 충격적이군 싶은 생각을 하다가 점점 뭐 이런 화질에 이런 황당한 얘기가 있을까 했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역시 이 때처럼 심야의 늦은 시간에 영화를 보다 보니 졸면서 봐서 내용이 잘 연결이 안됐었고...
근데 이 영화를 다시 보고 나선 이런 이전의 잔인한 이미지보단 정말 엽기적인 코미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외계인의 침공에 맞추어서 4명의 정부기관의 요원(?)들이 외계인을 소탕한다는 간단한 이야기 구조인데 순간순간 들어나는 코믹요소들...
이전엔 사지가 절단되고 피튀고 살점튀는 잔인한 이미지만 각인됐었는데 자신의 뇌골수를 집어넣고 그것을 모자나 허리띠로 고정시켜 보여주는 우스꽝스런 모습이나 외계인들의 바보스런 행동들 (개그콘서트 바보삼대에서 나오는 어어 거리는 말투에 행동도 딱 그수준인...), - 자신의 동료 한명을 들고서 동료 머리로 문을 부수는 장면이나 차창문에 손이 낀채 딸려 달려가는 모습 등 -... 예전 잔인이미지가 코믹이미지로 전환되는...
마지막 외계인과의 총격씬, 집이 우주선으로 변해서 달아가는 씬, 인간을 국 끊이기 위해 드럼통에 넣는 씬, 한 외계인이 구토한 액을 돌려 먹으면서 흐뭇해 하는 외계인들씬 등 참 유치하면서도 웃게 만드는 요소들이 참 여기저기 있었던 것같다...
결국 이전 스플래터 무비로만 알고 있던 이 영화의 모습을, 슬랩스틱 코미디로 불리는 이 영화의 다른 면도 새롭게 볼 수 있었던 기회였다...
피터잭슨 감독, 테리 포터, 피터 잭슨, 크라잉 스미스, 마이크 미네트, 피트 오헨 출연, 1987년, 뉴질랜드, 88분
<브레인 데드>
이 영화 역시 배드테이스트와 같은 느낌이었다... 좀비가 등장하고 마지막에 그 좀비들을 잔디깍기로 다 갈아버린다는 엽기적인 장면만 기억에 남아있었는데...
피튀고 살점튀고 내장튀고 사지 잘려져 나가는 건 이젠 면역이 된 상태여서 그런지 그런 장면보다는 참 엽기적으로 웃기는 장면들이 더 기억에 남는... 목이 잘려 있는 간호사에게 식사를 주는데 먹은 것이 목사이로 흘러나오자 목을 들어서 입이 아닌 잘린 목에 밥을 먹여주는 장면이나 신부가 좀비들과 벌이는 액션장면, 좀비가 된 신부와 간호사가 섹스를 한뒤 아기를 낳는 장면이나, 그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나가서 벌여지는 해프닝 등...
마지막에 본 영화라 거의 비몽사몽간에 봤지만 결국 마지막 좀비들과 잔디깍기 기계로 맞써 싸우는 라이넬과 파키타의 엽기적인 씬이 감독 자신이 얘기한 것처럼 호러영화에서 전무후무한 장면으로 기억되는 영화였다...
피터잭슨 감독, 티모시 볼메, 다이아나 페날버, 엘리자베스 무디, 이안 왓킨 출연, 1992년, 뉴질랜드, 95분
에고... 4편의 영화를 한번에 정리하기 참 힘들군...
암튼 이번 피터잭슨의 특별전의 결론은 이전 과격, 잔인, 혐오 등의 이미지였던 그의 영화가 엽기, 코미디, 풍자의 이미지로 전환, 병치되면서 피터잭슨감독의 이미지가 악동의 이미지(기즈모 이미지???)로 각인된 기회였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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