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놀라운 사랑~ 에 푸욱~ 빠졌습니다.
이번 작품은 스토리보다 주인공들의 심리에 더 치중한 듯.
그래도 이번 작품은 색이랑 스케일에서 대단했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내 나름대로 작품분석을 하겠습니다.
1. 왜 배경이 영국인가?
일단 알려진대로 원작을 보고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미야자키 하야오의 관심을 끈 것이 무엇이었을까?
19세 소녀에서 90세의 할머니로 변해버린 판타지가 흥미를 끌기는 하였을 것이다.
움직이는 성이라는 모티브도 흥미로운 요소일 것이다.
그러나 판타지만이 그의 흥미를 끌었다 한다면 너무 그를 가볍게 보는 것은 아닐까 싶다.
아마 그의 심리에 내재되어있는 자연으로의 회귀가 더 큰 자리를 차지한 것은 아니었을까?
주인공 '소피'가 살고 있는 영국은 막 산업화되어 증기 기관차가 다니는 세계이다.
자연 파괴의 시작점을 산업화와 근대화로 보는 현 관점을
미야자키 하야오가 허투르 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항상 지극히 일본의 전원 풍경을 우리에게 보여주던 것을 탈피하여
자연 파괴의 원죄를 지고 있는 산업화의 시점,
그리고 그 정점에 서 있는 영국을 이번 작품의 배경으로 사용하여
문제의 근본을 찾아보려 한 것은 아니었을까?
일자리를 찾으러 사람들은 몰려오고, 농사지을 땅은 사라져가고,
사람들은 점점 각박해져 옆에 있는 다른 존재도 느끼지 못하고
게다가 농촌의 상징, 허수아비는 땅에 쳐박혀 있기까지 하다.
2. 가족의 해체? 새로운 가족!!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중 '이웃집 토토로','추억은 방울방울','센과 치히로의 모험' 등을
보면 전통적 가족의 형태를 중요시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혈연과 지연, 가족과 이웃에 대해 끊임없는 애정을 보였던 그였다.
그러나 '센과 치히로의 모험' 이후, 3년만에 내놓은 작품에서
우리는 전통적 가족의 모습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부모의 부재와 회피, 자신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동생의 모습 등은
오히려 '소피'의 자유를 거스르는 존재들일 뿐이다.
모자 가게에서의 '소피'는 항상 피곤에 지쳐 보이는 모습이었다.
혼자 불을 켜고 들어가야 하는 집.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는 집.
그러나 마법에 걸려 '하울'의 성으로 들어간 '소피'는
그 어느때 보다도 평온하고 자신을 기다려주는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
전통적 가족은 어찌보면 현 사회에서는 거추장스럽기까지한 짐이 되고 있다.
부모의 이혼은 비일비재하고,
아이들을 못 키우겠다고 고아원에 맡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차라리 이럴 바에는 혈연 중심보다
마음으로 가족을 만드는 것이 나으리란 생각도 든다.
'소피'가 선택한 가족은 마음으로 만든 가족이었으며
그 어디에도 혈연을 중심으로 한 가족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3. 돌아가고 싶은 마음의 고향
앞에서 말했 듯 '소피'가 살고 있는 영국은 산업화되어가는 곳이었다.
그리고 '소피'가 하는 노동의 방법은 산업화의 초기 형태인 가내 수공업의 방법이다.
'소피'는 손으로 모자에 장식을 달고 청소하는 것을 목숨처럼 생각한다.
하울의 성에 가서 맨 처음 한 일도 청소였다.
'소피'의 모습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지금은 많이 볼 수 없는 전통적 어머니의 모습은 아닐까 한다.
모자에 장식을 다느라 쭈그리고 앉아 바느질을 하는 '소피'의 모습은
깊은 밤 전등불 아래서 구멍난 옷을 깁고, 양말을 꿰매던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과 닮아있다.
90세의 할머니가 된 '소피'는 진짜 할머니처럼
어떤 일에도 참견하고 거리낌이 없어진다.
자신에게 마법을 건 마녀조차도 무서워하지 않게 된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가족의 해체 속에서도 전통적 어머니의 모습은
그대로 남아 있었음 하는 바람이 있는 것 같다.
하긴, 전통적 가족으로 남든 새로운 가족의 형태가 되든
어머니라는 존재는 그 누구보다도 중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 가족의 구심점은 무게를 잡는 남자의 몫이 아니라
끈끈한 정으로 모두의 마음을 묶는 어머니가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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