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33> 무한도전, 그 곳에는 꿈이 있습니다

ddolappa 2008. 9. 2. 19:06

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33> 무한도전, 그 곳에는 꿈이 있습니다

 

 


무한도전 119회 080830 : 베이징 올림픽 특집 3탄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오, 경제력도 아니다.
자연과학의 힘은 아무리 많아도 좋으나, 인류 전체로 보면 현재의
자연과학만 가지고도 편안히 살아가기에 넉넉하다.


인류가 현재에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仁義)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다.
이 마음만 발달이 되면 현재의 물질력으로 20억이 다 편안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 백범 김구 ('나의 소원' 중에서)

 


It's different.


무한도전의 '베이징 올림픽 3부작'은 장장 8개월여의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 준비된 특집답게 대한민국 예능의 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린 고품격 시리즈물로 기억될 듯하다. 1탄 '이색올림픽 특집'에서 무한도전의 출연자들은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의 입장이 되어 '지압판 멀리뛰기', '땅 위에서 헤엄치기', 'Nude 유도' 등의 게임을 직접 체험하며 진정한 스포츠 정신이 무엇인가를 배웠다. 2탄 '스포츠 해설도전'에서는 '방송 관계자'의 입장이 되어 단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었던 올림픽 중계방송 제작과정에 참여해 새로운 유형의 '스포테인트먼트 쇼'를 창조했다. 그리고 3탄에서는 베이징을 방문한 전세계인들과 우정을 나누며 올림픽을 '문화축제의 장'으로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독도가 그려진 부채를 선물하며 '민간 외교 사절단'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기도 했다.


올림픽의 안과 밖 그리고 방송 중계의 이면까지 속속들이 파고든 이와 같은 치밀한 기획력과 핸드볼, 체조, 육상 등의 비인기종목들을 소개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차별화된 제작의도, 그리고 그 안에 녹아든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배려 등은 올림픽 경기 못지 않은 재미와 벅찬 감동을 전달해주었다. 그래서 '올림픽 3부작'은 지극한 정성을 담아 솜씨있게 차려낸 잔치상을 받은 것처럼 오감이 만족스러운 수작(秀作) 중 수작이었다.


3부는 크게 3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계 각지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우정을 나누며 독도가 우리나라 땅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전반부, 육상과 체조 경기장을 방문에 인기종목에 치중된 방송중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아울러 최고가 아니라도 최선을 다 하는 것이 스포츠 정신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 후반부, 그리고 이 둘을 연결하고 있는 '무한도전 막둥이' 전진의 생일잔치. 전반부에서 세계인의 눈에 비친 한국이란 주제가 다루어지고 있다면, 후반부에서는 성찰의 시선을 우리 자신 내부로 돌려서 앞으로 채워나가야 할 미진한 부분을 되짚고 있다. 이처럼 올림픽 경기를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단순한 흥미거리로 취급하지 않고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반성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은 구성 역시 기존 예능에서 볼 수 없었던 무한도전만의 성취로 평가할 수 있다.

 


문화가 국제 경쟁력이다


베이징 올림픽 2탄 '스포츠 중계 도전' 편에서 흥미로운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한 중국 소녀가 놀랍게도 박명수를 알아보고 무한도전팀에 접근했던 것이다! 그 소녀는 최근 중국 TV에서 방영중인 S본부의 'X-맨'을 통해 박명수와 유재석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M본부의 '레인보우 로망스'도 시청했던 그 소녀는 노홍철을 '돌+아이'가 아닌 '연기자'로 기억하고 있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소녀의 기억에 전혀 없었던 '중국인 진샹' 정형돈은 내내 못마땅한 표정을 지어야 했지만.


3탄에서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온 두 청년에게 노홍철이 자신을 '코리안 TV 스타'라고 소개했을 때, 놀랍게도 인터넷(YouTube)을 통해 알고 있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노홍철이나 무한도전이란 프로그램을 알 리 없다고 판단하고 비웃을 준비를 했던 사람이라면 의외의 반응에 짐짓 놀랐을 법도 하다.


이처럼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미 세계화된 세상 속에 살고 있다. 텔레비전, 전화, 인터넷, 인공위성, 국제항공 등이 전지구를 혈관처럼 감싸고, 정보와 자본이 지금 이 순간에도 혈액처럼 빠른 속도로 흐르고 있는 풍경이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의 참모습이다. 예전에는 지구를 하나의 생명을 지닌 '가이아'로 '상상'했다면, 현대의 발달된 정보통신망과 교통기술은 그것을 '실재'로 구현시켜 놓았다. 그래서 마샬 맥루한은 1960년대에 이미 전자 미디어가 '지구촌'을 탄생시킬 것이라 예언하기도 했다.


문제는 하나의 마을 단위로 축소된 세계화 시대에 우리가 그들과 함께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하는 점이다. 흔히 그 걸림돌로 지목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우리의 '부족한 영어 능력'을 꼽는다. 오죽하니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영어 몰입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정책까지 내놓았을까.


그런데 남 부럽지 않게 영어 울렁증에 시달려왔던 무한도전 출연자들이 그 짧은 영어로 전세계 사람들과 만나 인터뷰도 하고, 독도가 우리땅이라는 사실을 홍보하는 모습을 보면, 영어가 세계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데 장벽이 되는 건 아니라는 인상을 받게 된다. 물론 유창한 영어 능력을 갖춰 원활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순 없겠지만, 김동화 해설위원이 중국의 체조 금메달리스트 양웨이 선수와 친분을 나누거나, 무한도전팀이 멕시코에서 온 페르난도와 100m 달리기를 하며 우정을 쌓는 데에도 영어는 결코 벽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그들은 이미 붉은 악마의 뜨거운 응원, 우연히 맛본 소주의 맛, 김기덕, 박찬욱 감독 등이 많든 우수한 한국영화, 2002 월드컵 4강에서 보여준 한국 선수들의 투혼, 한국의 전통 무도(武道)인 태권도 그리고 수준높은 대중문화가 만들어낸 한류 등으로 우리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보다 중요한 것은 영어에 능통해지는 일이 아니라 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우리에게 관심을 갖게 만들 만한 뛰어난 문화적 역량을 갖추는 일이 아닐까.


'영어마을 특집' 등을 통해 이미 우리가 지니고 있던 영어 컴플렉스 문제를 다룬 바 있는 무한도전은 세계인의 축제가 벌어진 베이징 시내의 한복판에서 실전경험을 통해 컴플렉스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단기 어학연수 프로그램'이란 자막이 등장하고 자신감이 붙은 박명수가 '부시 대통령하고 만나겠는데'하고 말했던 건 우연이 아니다.


더 나아가 무한도전은 세계 속 한국의 이미지를 알아보는 코너를 마련해 차별화된 문화가 국제적 경쟁력임을 시사하고 있다. 단순히 영어를 잘 한다고 해서 저들이 우리를 기억한다거나 경쟁에서 우월한 위치에 서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리고 그러한 문화적 역량은 다양성을 펼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었을 때 꽃 피울 수 있는 것이다. 자유가 없다면 문화 역시 죽게 된다.

 


자유를 향한 참을 수 없는 몸부림


서양의 절대왕정시대에 권력은 여러가지 다양한 방식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의상, 화장술, 가면 등과 같은 연극 미디어의 장치들을 통해 왕은 지상에 군림하는 신의 형상으로 묘사됐다. 왕만이 착용할 수 있었던 가면과 의상은 절대권력으로서의 군주 그 자체로 받아들여졌고, 연극무대의 지배자였던 절대군주는 동시에 현실의 지배자이기도 했다. 권력에 대한 이러한 연출방식은 기술적으로 발달한 현대의 미디어 사회로 넘어오며 보다 정교하게 발달하게 된다.

 

 

(태양왕 루이 14세 - 영화 '왕의 춤'(2000)의 한 장면)

 


신체에 가하는 잔혹한 폭력이나 고문 역시 권력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수단의 하나였다. 죄인들의 몸에 가해진 화형, 태형, 채찍형 등의 흔적은 육체에 가해진 권력의 물리적 흔적이기도 했다. 이러한 처벌방식은 근대로 넘어오며 보다 세련되고 부드럽게 바뀌었는데, 18세기 계몽주의 시대에 죄인을 처벌하는 대신 교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감옥 제도를 도입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를 미셸 푸코는 죄인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아니라 권력 기술의 근대화로 해석한다. 그에 따르면 감금이라는 형벌제도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산출할 수 있는 경제적 통제방법이었기 때문에 도입되었다고 한다.


근대적 감옥을 대표하는 형태로 푸코는 벤담에게서 아이디어를 착용한 '판옵티콘'(일망 감시장치로 만들어진 원형감옥)을 들고 있다. 판옵티콘은 중앙에 놓인 한 명의 감시자가 모든 죄수를 감시할 수 있지만 죄수들은 그 감시자를 지각할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감옥 안에서 죄수들은 항상 누군가에 의해 자신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며 권력 질서를 내면화하게 된다. 푸코는 이러한 통치의 기술이 군대, 학교, 공장 등 근대의 모든 사회적 제도에서 관철되고 있다고 파악한다.

 

 

 

(판옵티콘 설계도면과 전경)

 


푸코가 '감시와 처벌'이라는 주제를 통해 오늘날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사회에서 모두가 자유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하고 있다면, 최근 7,8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공안정국으로 회귀하고 있는 한국의 정치상황은 보다 노골적으로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마저도 빼앗고 있다. 현 정부에 반대하는 집회로 인해 교통이 마비되고, 근처 업소들에 약간의 경제적 손해를 입히는 '작은 폭력'보다 더 심각하게 우리를 위협하는 것은 국가가 제도적, 행정적 차원에서 행하는, 국민 전체의 자유와 삶을 말살하는 '보이지 않는 폭력'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를 부정하는 '시민집단소송제'의 도입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 무한도전의 자막은 '빠빠라 빠빠라 빠', '눈 뜨고 당한 하찮은', '그저 힘없는 게 죄', '눈 뜨고 당한 게 너무 서러워서', '이게 그 목매달' 등처럼 인터넷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만 알아볼 수 있는 암호처럼 변하고 있다. 무한도전이 인터넷의 유행어를 즐겨 사용해왔다는 잘 알려진 사실이고, 그것은 흔히 문화적 트렌드를 반영하려는 의도로 해석되어왔다. 그러나 현 시국 상황에서 암호문 같은 인터넷 은어의 활용방식은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려는 저항의 몸짓으로 해석된다. 다시 말해 무한도전의 자막은 자유를 향한 참을 수 없는 열망을 표현하는 저항의 몸짓이다.

 

 

 


"'언론의 자유' 위 아 저널리스트"란 자막은 인도네시아 카메라맨을 통해 권력의 나팔수로 길들여지고 있는 한국의 언론 상황을 에둘러 표현하고 있다. 법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연주 전 K본부 사장을 강제로 해임하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이병순이라는 인물을 낙하산 태워 앉혔다. YTN도 구본웅이라는 친정권적 인물이 장악했고, M본부도 'PD수첩'을 걸고 넘어지며 민영화의 포석을 깔아두었고, 앞으로 공영방송 채널은 하나만 남겨놓고 모든 방송을 민영화할 계획이라 한다.


"KBS 사장은 정부 산하기관장으로서 새 정부의 국정철학과 기조를 적극적으로 구현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의 발언을 상기해볼 때, 그 하나 남은 공영방송도 과거 국가 정책을 앵무새처럼 선전하던 '땡전뉴스'나 틀어대던 '정권 나팔수 방송'이 될 확률이 크다.


더 큰 문제는 신문·방송 겸영 허용을 한나라당 쪽에서 강제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 법이 통과되었을 경우 신문사들도 방송을 경영할 수 있게 되고, 언론재벌인 조중동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게 된다. 권력으로 방송을 장악하는 것도 모자라 거대 자본으로 여론을 통제하겠다는 계산이다.


"분량 방어 위해 잔진 매도"라는 자막은 IMF 시즌1의 주역이자 현 기획재정부 장관인 강만수 장관이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을 매도"한 것을 풍자하고 있다. 실용주의를 지향하는 현 정권은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기 위해 집권 6개월 만에 지난 10년간 알뜰히 모아놓은 외환을 벌써 30조가 넘게 낭비했다고 한다. 외국에서 빌려온 돈이 빌려준 돈보다 더 많은 나라를 '순채무국'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순대외채권은 2006년 말 1066억 달러, 지난해 355억 달러로 줄어든 데 이어 올해 6월 말에는 30억 달러 미만으로 감소해 8월 현재 기준으로는 이미 순채무국으로 전환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이 정권이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세계화의 경험이란 아마도 IMF 시즌2가 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취임 이후 첫 해외순방 길에서 미국의 부시 대통령과 찍은 '그 분'의 사진을 네티즌들은 무한도전의 자막 스타일을 흉내내서 희화화했다. '모자란 형'이란 이미지는 이후 계속되는 실정(失政)과 악수(惡手)에 악수를 거듭하는 외교적 무능력으로 인해 '글로벌 호구'라는 이미지로 확대된다. 그래서 "바보들의 네 가지 특징들"이란 자막에서 네티즌들에 의해 한껏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는 '그 분'이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게다가 정준하의 다소 모자란 행동을 가리킬 의도였다면 '바보'라는 단수형태가 쓰였겠지만 '바보들'이라 굳이 표현한 것은 그외에도 또 다른 바보가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연상 방식은 타당성을 지니게 된다.


미국 내에서도 골치거리였던 쇠고기 문제를 취임기념 선물로 해결해주었지만 그 대가로 돌아온 건 방위비 분담금 인상뿐이다. 지난달 28일과 29일 벌인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고위급 협상에서 미국 측은 내년도 방위비 분담금을 6.6~14.5%까지 인상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는 누가 보더라도 치욕스러운 쇠고기 협상에 이은 '국방 퍼주기 협상'이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안창호씨'라고 부르면서 일왕은 '일본천황폐하'라고 칭하기도 했던 '그 분'께서는 한 나라의 수장답지 않게 일왕에게 고개까지 숙이며 순종적 태도를 보였건만, 일본 측으로부터 돌아오는 건 독도가 일본땅이라는 억지뿐이었다.


중국에서는 꺼꾸로 된 태극기를 흔들며 본인의 진면목을 과시하듯 보여주었지만, 역시 돌아온 건 홀대와 결례 뿐이었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로부터 한·미 군사동맹은 냉전시대 산물이라는 막말을 듣기도 했고, 중국의 주요 관영언론들은 이 대통령 국빈 방문과 관련해서 인색한 보도를 내보냈다. 중국 방문 이틀째인 28일 오후까지 중국 홈페이지에 한국 대통령을 '노무현'으로 표기했다가 한국 언론의 지적을 받고서야 이를 수정하기도 했다.


몇 번을 반복해도 모르고, 아까 당하고도 또 당하니 바보도 이런 바보가 따로없다. 정준하의 바보짓이야 무한도전 멤버 몇 명만 괴롭고 대다수 국민들에게 웃음을 주지만, 한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의 거듭된 바보짓은 국민 전체를 위태롭게 만든다. 그리고는 한다는 짓이 맨날 전 대통령 탓으로 돌리거나 배후세력 타령이다. '그 분' 역시 자기 꾀에 자기가 당할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Do you know Dok-do?


전세계인이 함께 부르는 '독도는 우리땅' 퍼포먼스는 김태호 PD의 뛰어난 기획능력과 연출력이 빛을 발한 명장면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세계인들과 마음을 나누며 문화축제로서 올림픽의 면모를 보여주는가 듯싶더니 선물로 나누어주던 부채에 적힌 '독도는 우리땅'이란 한글이 선명하게 클로즈업되며 흘러나왔던 노래는 전율 그 자체였다. 전세계인이 모인 올림픽을 이런 민간 외교의 장으로 활용할 생각을 도대체 어떻게 했던 것일까.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가수 김장훈씨와 홍보전문가 서경덕씨가 기획한 'Do you know 독도' 광고를 친일 망언으로 악명높은 뉴라이트가 마치 자신들의 기획인양 무단광고했다는 사실이 호주의 한 교민에 의해 언론에 알려졌다.1) 이들은 김구 선생님을 알카에다와 같은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안중근 의사를 "일본이라는 나라에게 해충과 같은 존재"였다는 망언을 하기도 했던 단체이다. 그런 단체가 가증스럽게도 남이 기획한 광고물을 버젓이 자기 것인양 사용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가수 김장훈의 독도 광고)

 

(호주 교민이 블로그에 올린 뉴라이트의 '독도알리기' 광고)

 


더 기가 찬 노릇은 이들이 독도가 일본땅이라는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뉴라이트의 안병직 이사장은 CBS라디오 ‘시사자키 고성국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일본도 독도는 일본 것이라고 주장할만한 그들 나름대로의 근거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심지어 “위안부는 일본제국주의 정부의 강제라는 근거기록을 찾을 수 없으며 매춘이다”라 망언도 서슴지 않았다. 뉴라이트 계열 교과서포럼 공동대표인 서울대 역사학과 이영훈 교수도 2004년 9월 MBC 100분 토론에서 “정신대,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며 위안부 공창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친일 매국행위도 사상의 자유에 포함되는 것으로 봐야 하나?


문제는 이런 뉴라이트 측의 역사인식이 정부측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63주년 광복절'행사 대신 정부는 '건국 60년 행사'를 내세우며 찬란했던 항일투쟁의 역사를 부정하고, 국민들에게 왜곡된 기억을 강제로 주입시키려 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국사편찬위원으로 앉아서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거짓된 역사를 가르치려 하고 있으니, 과연 우리가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을까?

 

 

 

 

박명수가 상황극을 벌이며 '흑채국 독립투사 하찮은 의사남편' 등과 같은 자막이 등장했던 것도 우연이 아니다. 하얼삔 역에서 이토오 히로부미를 응징한 안중근 의사를 우리가 '항일투사'로 기억하고 있을 때 저 자막은 웃음을 주지만, 그를 알카에다에 필적하는 악명 높은 테러리스트로 기억하게 된다면, 과연 저 자막을 보고도 웃을 수 있을까?

 


부끄러움을 보여드립니다


한국 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연예인 원정대를 꾸려 베이징으로 보났다고 한다. 바쁜 시간을 쪼개 국가대표 선수들을 응원하겠다는 마음이야 가상하지만, 국민이 낸 세금을 허비해가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던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메달 획득 가능성이 높은 경기나 인기 종목에만 편중해서 응원을 펼친 것도 아쉬울 따름이다.


방송국들 역시 이런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각 방송사들은 올림픽 개막 이전에 모든 주요경기를 번갈아 중계하는 순차방송을 하기로 합의했지만 그런 약속도 광고를 통해 걷어들일 이익 앞에서는 허사였다. 게다가 메달 획득 가능성이 높은 한국팀의 주요경기만 중계하다 보니 테니스, 요트, 조정, 카약 등 비인기 종목은 물론 높이뛰기 등 세계적인 육상 주요 경기도 전파를 타지 못했다. 그러고는 금메달 13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8개로 종합 7위를 차지했다는 결과만 앵무새처럼 반복해서 보도했다.


늘 그래왔듯 한국의 언론은 이제는 엘리트 지향적 스포츠에서 벗어나 사회체육을 육성해야 한다고 점잖게 충고하고, 비인기종목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열변을 토한다. 하지만 그건 늘 말뿐이고 수 십 년째 고쳐지지 않고 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국제행사는 방송사 입장에서 높은 광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그런 호기를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방송의 공영성이 지금도 이 지경인데, 단 하나의 공영방송만 남겨놓고 모두 민영화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사회 스포츠를 강화해야 한다거나, 비인기종목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말조차 사치스럽게 되지 않을까?


그에 반해 무한도전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이면에 있는 그늘진 부분을 주목했다. 대한민국 오락 프로그램 최초로 예선전이 열리고 있는 육상 경기장을 찾아간 것이다. 창 던지기 국가대표 김경애 선수는 한국의 중계방송 없이 경기를 끝마쳤다. 중계진은 멀리뛰기 정순옥 선수의 첫 번째 시도가 끝난 후에야 겨우 도착했다. 당연히 육상 선수들을 위해 응원단이 꾸려지지도 않았다. 9만여 관중의 열기로 가득찬 올림픽 경기장 안에서 가장 고독했을 그 선수는 묵묵히 트랙만 노려보며 4년간 힘들게 준비해온 기량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을 뿐이었다. 아무도 관심을 갖어주지도 않은 채 그녀는 홀로 자신만의 올림픽을 치루고 있었던 것이다.

 

 

 


그 때 단 한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힘없고 하찮은 줄 알았던 그 사람만이 경기장에서 가장 외로운 한 명의 선수를 위해 중국 공안과 진행요원들의 삼엄한 감시를 뚫고 다가가고 있었다. 힘내라고, 기죽지 말라고, 저예산 중계팀이지만 우리가 널 지켜보고 있노라고 말해주기 위해 그는 포기하지 않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경기장에 남은 단 한 명의 국가대표 선수와 그녀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는 단 한명의 응원단. 모두들 힘들거라 생각하고 기대하지도 않았고, 그가 미션을 성공하고 돌아왔을 때도 처음에는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았지만, 응원을 받았던 단 한 명의 선수와 응원을 했던 단 한 명의 응원단 사이에는 어느새 그들을 가로 막고 있던 펜스의 장벽이 허물어져 있는 듯했다.

 

 

 


우리는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4,700만이 잘 모르는 4,700만의 대표선수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물론 올림픽 기간 동안 방송중계를 위해 15일이나 와이셔츠를 빨아입지도 못할 정도로 고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박경추 아나운서의 말처럼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 못지 않게 방송 제작진들 역시 강행군 중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무엇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냐는 문제가 아닐까. 우리가 그들을 기억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부끄럽게 만들지 않는 방송이 되길 희망한다.

 

 

 

 

(남승룡(1912.11.23-2001.2.20) 선수. 1938년 베를린 올림픽에는 손기정(1912.5.29-2002.11.15) 선수만 출전했던 것이 아니었다. 손기정 선수 곁에는 동포 남승룡 선수가 함께 있었기에 금메달을 딸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1 리터의 땀과 한 방울의 눈물


무한도전팀이 올림픽 중계 해설에 참여한다고 했을 때, 모두들 '국민MC'라 칭송받는 유재석이 먼저 투입될 것이라 예상했고 언론들 역시 그런 추측성 보도를 내보냈다. 그러나 그것은 '추측성 보도의 폐해'일 뿐이라고 가볍게 응수하며, 무한도전은 '올림픽 3부작' 제일 마지막에 유재석이 중계할 체조경기를 배치했다. 이 때 유재석이 흘린 눈물에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었지만, 우리가 보다 주목해야 했던 건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 그가 보여준 태도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유재석은 밸리, 파이크밸리, 모리스 동작 등 전문용어를 매끄럽게 구사하며 전문해설진 못지 않은 진행능력으로 찬사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무한도전이 보여주었던 건 그 뒤에 숨겨져 있는 각고의 노력이었다. 숙소로 돌아온 유재석은 다음날 있을 체조해설을 위해 밤늦게까지 책을 읽다 잠이 들었고, 홀로 미디어센터 한 구석에 서서 학생 때도 해보지 않았을 복습에 여념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1인자'라는 칭호는 아무런 노력없이 타고난 재능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중국의 황슈 선수가 경기를 펼칠 때, 공교롭게도 유재석이 "괜찮은 거 아닌가요?"라는 멘트를 한 후에 중국 선수가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유재석은 자신의 입이 방정이라며 황슈 선수에게 미안함을 표현했다. 그래서였을까. 유재석은 한국의 유원철 선수가 경기를 펼칠 때 숨조차 죽이고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혹시 자신의 입 방정 때문에 선수에게 해가 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였을 것이다. 유재석은 유원철 선수가 큰 실수없이 경기를 마치자 그제야 약간의 미소를 보여주었다. 작은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세심하게 배려하는 그의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시상식이 거행될 때에도 유재석은 대형사고가 일어날 뻔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했던 러시아의 크류코프 선수를 언급하며 진정한 올림픽 정신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었다. 모두가 우리나라 선수가 금메달을 따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고 있을 때 유재석은 전혀 다른 것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랬기에 그의 시선에 양태영 선수가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이다.


이미 '기계체조 특집' 편에서 유재석이 만난 적이 있던 양태영 선수, 2004년의 아쉬움을 말끔히 씻어내길 그 자신뿐 아니라 모두가 열망했던 양태영 선수. 시상대에 오르지도 못하고 쓸쓸하게 퇴장하는 양태영 선수에게서 유재석은 최선을 다했지만 주목받지 못했던 자신의 무명시절을 떠올릴 수도 있었을 테고, 그 동안 수많은 땀을 흘리며 뼈를 깎는 듯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아쉬운 결과에 누구보다 가슴 아파했을 양태영 선수의 심정를 그의 섬세한 감수성으로 헤아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태극기가 오르는 순간 타지에서 더욱 또렷해지는 조국에 대한 사랑, 쓸쓸히 퇴장하는 양태영 선수에 대한 연민, 사회적 약자에 대한 그의 배려심 등이 복합적 요소로 작용해서 유재석은 뜨거운 한 줄기 눈물을 흘리게 된다. 유재석은 누구보다 가슴 여린 사람이지만, 아무리 슬픈 광경을 보게 되더라도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고 했던 사람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눈물을 보인 자신이 겸연쩍었는 지 그 모든 감정들을 숨기기 위해 유재석은 "어유, 태극기가 올라오니까 눈물이 나네요."라고 변명하고 말았다.

 

 

 


마이너적 감성으로 충만한 무한도전은 이미 기름유출 사고로 시름하던 태안을 방문했을 때도 잘 나타났듯이 따뜻하고 인간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보려고 한다. 그 때도 2달이 넘는 준비기간을 거쳐 겨우 한 회분 방송을 정성스럽게 만들었을 뿐이다. 베이징에서 60여 개국의 사람들을 만났으면서도 편집된 방송 분량은 겨우 30분도 안된다. 그들의 노력은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너무나 자명한 사실을 전세계 사람들에게 알리는데 주력했기 때문이다. 세계인들이 함께 부르는 노래에 감동했다면, 그것은 단순한 애국심 때문만이 아니라 무한도전이 그 한 장면을 연출해내기 위해 흘렸을 귀중한 땀방울들을 무의식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유재석의 시선은 곧 무한도전의 시선이라고 할 수 있다. 항상 낮게 있는 사람들보다 더 낮은 자세로 그들을 바라보려는 시선, 모두가 주목하지 않은 사소하고 하찮은 것들을 소중하게 다루는 태도, 그 누구보다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하지만 정작 자신은 부족하다며 고개를 숙이는 겸손, 우리가 꿈꾸어야 할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비전을 펼쳐보이려는 노력, 하지만 정의롭지 못한 불의와 권력 앞에서는 결코 타협하지 않고 그것에 맞서 항거하는 굳은 의지. 유재석의 해설은 무한도전이 지향하는 바로 이러한 가치들을 포괄적으로 함축하고 있고, 그래서 '베이징 올림픽 3부작'의 화룡점정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존 레논의 'Imagine'을 인용하며 그 어느 때보다 길고 지루했을 리뷰를 마치고자 한다. 영어가 전세계인들과 친구가 되는데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 세상,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어 누구나 자기 의사를 떳떳히 표현할 수 있는 세상, 우리의 손으로 뽑은 대표를 우리가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세상, 남의 영토를 자신의 영토라고 주장하는 제국주의가 없는 세상, 세계 각지의 젊은이들이 모여 각자의 기량을 마음껏 뽐내고 등수와 상관없이 서로 하나가 되어 축제를 즐길 수 있는 세상,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의 대표들 때문에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는 세상, 티베트와 같은 소수민족 사람들도 함께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는 세상, 더 이상 미움이나 슬픔, 테러나 전쟁이 없는 세상..... 무한도전이 꿈꾸는 그 모든 비전은 무한도전만의 꿈이 아니라 백범 김구 선생이 꿈꾸었던 세상이기도 하고, 존 레논이 노래했던 세상이기도 하고, 또 우리 모두가 꿈꾸고 있는 세상이기도 하다. 'one World ond Dream'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존 레논과 그의 아내 오노 요코)

 

 

Imagine


by John Lennon


Imagine there's no heaven,  상상해 보세요 천국이 없다고
it's easy if you try,  해보면 어려운 일도 아니죠
No hell below us,  발 밑에 지옥도 없고
above us only sky,  머리 위에는 오직 푸른 창공만 있다고
Imagine all the people,  상상해 보세요 모든 사람들이
living for today.  오늘을 위해 사는 세상을


Imagine there's no countries,  상상해 보세요 국가가 없다고
it isn't hard to do,  어려운 일도 아니죠
Nothing to kill or die for,  죽여야 할 일도 목숨을 바쳐야 할 일도 없겠죠
and no religion too,  종교도 없다고 
Imagine all the people,  상상해 보세요 모든 사람들이
living life in peace.  평화롭게 살아가는 세상을


You may say I'm a dreamer,  저를 몽상가라 하시겠지만
but I'm not the only one,  저 혼자만 꿈꾸는 세상은 아니랍니다
I hope someday you'll join us,  언젠가 당신도 동참하길 바래요
and the world will be as one.  그러면 세상은 하나가 되어 살아가겠죠


Imagine no possessions,  상상해 보세요 소유가 없다고
I wonder if you can, 할 수 있을 거예요
No need for greed or hunger,  탐욕도 없고 굶주림도 없고
a brotherhood of man,  형제애가 넘치는 세상을
Imagine all the people,  상상해 보세요 모든 사람들이
sharing all the world.  함께 공유하는 세상을


You may say I'm a dreamer,  저를 몽상가라 하시겠지만
but I'm not the only one,  저 혼자만 꿈꾸는 세상은 아니랍니다
I hope someday you'll join us,  언젠가 당신도 동참하길 바래요
and the world will live as one.  그러면 세상은 하나가 되어 살아가겠죠

 

 

by ddolappa

 


1. '뉴라이트 광고로 탈바꿈된 김장훈의 독도 광고'
http://hojunara.tistory.com/2460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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