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68> 궁핍한 시대에 코미디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무한도전 154회 090516 : 박명수의 기습공격
영향에의 불안
문화방송의 <일요일 일요일 밤에>가 현재 방영하고 있는 '퀴즈 프린스'나 '소녀시대의 공포영화 제작소'와 같은 퇴행적 코너로 애국가 시청률과 경쟁을 벌이기 훨씬 이전 주철환 피디와 김영희 피디가 '교양의 성격을 가진 예능의 전범'을 만들어내며 예능계의 트렌드를 주도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들은 오락 프로그램도 '의미'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계몽주의적 입장에서 출발하면서도 공익성과 오락성을 황금비율로 배합할 줄 알았던 예능의 장인들이었다.
웃음을 주되 그 안에 공익적 메세지를 담아야 한다는 명제는 지금까지도 예능이 추구해야 할 이상적 가치로 숭배되고 있다. 하지만 부활한 <느낌표>가 시청률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폐지된 사건은 '교양의 성격을 가진 예능'이 지닌 시대적 한계를 노출시켰다. 즉 시대에 따라 오락과 공익적 가치가 맺는 관계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으며 또한 달라져야 한다는 것.
김태호 피디가 거인과 같은 선배 스타 피디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면, 그건 그들이 만들어놓은 강력한 전통을 헤집고 자신만의 영토를 주장할 수 있을 때뿐이다. 우선 그에게는 이전 세대의 연출자들을 지배하고 있던 계몽주의의 강박이 존재하지 않는다. 선배 피디들이 명확한 사회적 메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대중들이 쉽게 감정이입할 수 있는 감동 코드를 즐겨 사용했다면, 그는 교훈이 담긴 메세지를 전면에 내세우는 대신 '중국 황사 특집'에서처럼 시청자들에게 숨겨진 메세지를 찾아볼 것을 제안한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캠페인성 구호로 정리해서 명확하게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무한도전이 상당히 불친절하다는 인상을 받기도 하고, 그로 인해 논란 아닌 논란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바로 그러한 태도로 인해 김태호 피디는 이전 세대의 연출 전통으로부터 분리되어 자신만의 영토를 확보하게 된다. 즉 김태호 피디는 시사적 문제나 공익과 관계된 문제마저 철저하게 오락적으로 풀어내야 할 대상으로 파악하면서 예능 제작자로서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고 있다.
'박명수의 기습공격' 편에서도 전면에 배치되고 있는 요소는 오락성이지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캠페인성 구호가 아니다. 이 에피소드가 제작된 맥락은 전진의 부상으로 인해 계획된 녹화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템이 필요했고, 그 과정에서 박명수가 자신이 주인공이 되고 싶은 욕심에 아이디어를 제안하게 된다. 즉 제작의도는 서민경제 살리기라는 그럴 듯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지만 그 동기 자체는 전혀 '순수'하지 못한데, 왜냐하면 유재석이 폭로한 것처럼 이경규의 '양심 냉장고'처럼 독립 코너로 키우겠다는 박명수의 사심이 그 안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작비를 놓고 박명수와 제작진이 내기를 건다는 설정이 에피소드 전체를 관통하고 있기 때문에 공익적 가치의 실현이나 경제불황으로 인한 서민들의 애환은 배경으로 물러나게 된다. 그로 인해 '이경규의 양심 냉장고'에서처럼 노골적인 감동 코드는 크게 약화되고 순수한 오락적 재미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그러나 캠페인성 구호나 감동 코드가 약화되었다고 해서 '박명수의 기습공격'이 공익적 가치를 갖고 있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 세계적 경제난으로 수출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서민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선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한 소비를 촉진시켜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경제적 인식이 전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익적 내용을 오락적으로 풀 수 있다는 생각을 조금 더 과격하게 밀고 나가면 예능 프로그램에서 웃음이야말로 공익적 가치를 지닌다는 아이디어에 이르게 된다. 즉 '교양의 성격을 지닌 예능'이란 표어는 공익적 내용을 예능이란 형식에 담아내야 한다는 이분법적 가치관이 전제되고 있는 반면, 예능 외적인 가치들(시사, 교양, 공익 등등)을 오락적 관점에서 풀어낼 때에만 예능으로서 가치를 지니게 된다는 생각은 예능의 독자적 주권성에 대한 인정이자 웃음을 공익성과 대등한 관계로 정립시키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일상적인 언어로 쉽게 풀어보자면, 경제불황으로 시름에 젖어 있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행위 또한 공익적 가치를 실현한다는 것.
그런 점에서 '박명수의 기습공격' 편은 후배들이 강력한 선배들에게서 오는 영향에의 불안을 떨쳐버리고 어떻게 독자적인 영토를 획득하게 되는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텍스트다. 박명수는 이경규를, 김태호 피디는 주철환 피디와 김영희 피디를 반복하는 척하면서 교묘히 그들의 권위에 도전하며, 오락 프로그램도 의미를 지녀야 한다는 명제를 시사적 문제도 오락적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명제로, 나아가 웃음 자체가 공익적이다라는 명제로 대체한다.
궁핍한 현실에 대한 상상력의 기습공격
'박명수의 기습공격' 편은 사실 소재 면에서 그리 새롭지는 않다. 경제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영세 자영업자들을 찾아가 가게 홍보도 해주고 적당히 매출도 올려준 다음 업주들의 감격에 젖은 인터뷰로 마감하는 게 이 소재를 다루는 전형적 방식이다. 그리고 언론이나 시청자들은 이런 방식으로 제작된 방송을 시청하고 언제든 '감동'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데, 이는 무한도전의 '일자리 특집'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무한도전다운 개성이나 패기는 찾아볼 수 없고 급조된 아이템이란 혐의가 다분했던 무한도전판 '체험 삶의 현장'에 쏟아진 언론의 찬사는 조금 과분한 감이 있다. 일자리 창출이란 대의에 무한도전이 동참했다는 사실이 그토록 감동적인 것인가? 방송으로 일자리를 소개해야 할 만큼 사람들이 어떤 일자리가 있는 지 몰라서 우리 사회의 실업률이 높은 것인가? 실업문제는 이성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지 감성적으로 접근해서는 안되는 문제이며, 방송사가 아니라 정부와 기업이 현실성 있는 대책을 수립해야 할 문제이다.
그에 비해 '기습공격' 편은 급조된 아이템이란 한계를 뛰어넘어 무한도전만의 색깔이 잘 드러난 에피소드다. 그건 다소 진부한 소재를 풀어내는 연출 방식의 독창성 때문인데, 무한도전은 '내기' 모티브와 '전쟁' 모티브, 그리고 상황극을 통해 익숙한 소재를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우선 박명수와 제작진 간의 '내기'라는 설정은 쇼에 오락적 긴장감을 부여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한편, 영세 업주들을 돕는 행위를 '시혜'나 '동정'으로 받아들여 신파조로 흐르는 것을 막고 있다. 즉 관심의 초점은 박명수와 제작진 중 누가 승리를 거둘 것인가 하는 점이고, 내기의 조건에 따라 패자가 비용을 지불하기로 약속되어 있었기 때문에, 무한도전 팀이 방문한 자영업체에 기여한 물질적 도움은 '은혜'가 아닌 '정당한 약속의 이행'이다. 이런 장치를 통해 방송의 생색내기나 '감동'코드가 개입할 여지가 차단된다.
'전쟁' 모티브 역시 '경제 살리기'라는 아이템에 대한 감정적 접근을 방지한다. 기존 예능 프로그램에서 방송사와 자영업자들은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는 관계였고, 그래서 이들 사이에 시혜적 관계가 성립했다면, 치킨과 삼겹살이 무찔러 싸워야 하는 주적으로 상정되면서 내기의 승패에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들, 즉 박명수와 제작진 간의 대결이 전면에 부각된다.
평범한 소재가 무한도전의 손을 거쳐 흥미진진한 사건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건 세계를 바라보는 참신한 시선 때문이다. '박아더' 박명수가 대학행사에 참석한 것은 '군자금'을 마련하기 위함이고, 유도부와 축구부 그리고 다수의 '일 없는 연예인들'의 섭외는 '모병작전'이고, 치킨집과 삼겹살집은 '치킨제국 계(鷄)나라'와 '삼겹국'이고, 음식점 내부 공간은 전장터다. 군대와 게임 등에서 차용된 군사용어, 드라마 '태왕사신기'와 영화 '성웅 이순신'을 패러디한 화면들, 과장된 사극체 대사 등은 '기습공격' 편을 마치 한 편의 전쟁영화처럼 흥미진진하게 만들고 있다.
경제를 '전쟁'의 관점에서 관찰하는 시선 또한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닌데, 어떤 분께서 경제를 살리겠다고 '벙커' 안으로 기어들어가 '경제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속도전'을 제창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명수의 기습공격' 편은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패러디이기도 하다. '경제 개그맨', '자영업자 출신', '명수노믹스' 등과 같은 자막은 '경제 대통령', '대기업 CEO 출신', '명박노믹스' 등을 비튼 것이다.
그러나 실제적 내용 면에서 '명수노믹스'는 '명박노믹스'보다 경제전문가들이 말하는 모범적인 위기 해결책에 가깝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쪽 국가들이 미국발 세계금융위기의 여파에 큰 피해를 입었던 것은 내수시장의 규모가 작고 국민총생산의 대부분을 대외수출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경제의 경우 대외무역 의존도가 75%가 넘는데, 이는 달리 말해 수출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우리가 자생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서민경제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만든 MB물가 관리 품목들은
선정 기준도 모호하고, 시장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70년대식
국가경제 마인드이고, 대부분의 품목 가격은 되려 상승했다.
신임사원들의 월급이나 사병들의 월급은 고통분담 차원에서 삭감했으면서
현정부에서 낙하산 태운 공기업 기관장들의 월급은 오히려 올랐다.
우리 나라 근로자들은 OECD 국가 중 최장 시간 동안 노동을 해야했지만,
그에 따른 적절한 임금보상을 받고 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만수 전 장관이 세계적 트렌드이기 때문에 정부로서도 어쩔 수 없다고 말한
양극화 현상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으며, 경제불안이 사회불안으로 번지고 있는 추세이다.
그런데 경제위기로 인해 세계 각국의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태이기 때문에 수출 자체가 여의치 않을 뿐더러 노동 유연화로 인해 실질임금이 감소했기 때문에 내수시장마저 불안한 상태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내수시장을 육성하는 정책을 세워 경제위기를 타개해나가는 한편, 내수와 대외수출 간의 간극을 줄여나가야 저항력이 강한 시장구조를 갖출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명박노믹스'의 특징은 모든 정책을 거꾸로 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다가오는 경제위기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747 정책'을 실현시키겠다는 욕심에 무리하게 고환율 정책을 펼쳐 우리 사회는 극심한 경제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실수를 인정하고 유효한 경제정책을 내놓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을 낮추겠다고 '청년인턴제'를 도입하면서 동시에 공기업 직원을 감원하는 정책을 펼치거나, 탈규제와 민영화를 핵심적 경제 기조로 내세웠음에도 은행과 기업등에 무차별적인 정부 개입을 하는 모순된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번 세계 경제위기의 원인이 지난 30년간 지속되어온 신자유주의 정책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그래서 한 때 신자유주의의 열혈 신봉자였던 영국의 고든 총리나 독일의 메르켈 총리조차 개종을 선언하고 대안적인 경제정책을 모색하고 있는 실정임에도, 명박노믹스는 꿋꿋하게 신자유주의 정책의 최후 신봉자로 남고자 한다는 점이다. 설령 우리 사회가 직면한 경제적 위기상황을 운좋게 극복한다고 해도 신자유주의가 남긴 폐해는 또다른 위기의 불씨가 될 것임에 분명하다.
어두운 불황의 터널은 언제쯤 끝날 지 예상조차 할 수 없고,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겠다며 한국의 민주주의를 30년 전으로 되돌려놓은 폭압정치가 숨통을 죄어오는 현실 속에서 '비비디 바비디 부'를 외쳐본들 세상은 여전히 그대로일 뿐이다. 인디밴드 타바코쥬스의 보컬 권기욱이 자조적으로 내뱉은 '우린 안 될 거야, 아마'란 말이 유행인 것도 현재를 살아가는 젊음세대들의 무기력과 희망없음을 반영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런 궁핍한 시대에 코미디는 과연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사회가 탄력을 잃고 보수적으로 경직되어 갈 때 그 단단한 껍질을 무르게 만들고 우리가 서 있는 현재를 다른 관점에서 반성해볼 수 있게 만드는 힘은 '구호'나 '외침'이 아니라 나지막한 '웃음'이 아닐까? 고통스런 현재를 견디기 위한 도피처가 되는 대신 그런 현실을 새롭게 인식하도록 하고 다른 세계를 꿈꿀 수 있도록 하는 코미디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닐까?
웰 컴 투 무한도전 월드
'박명수의 기습공격' 편에서 무한도전은 캐릭터 연기가 아닌 역할극 놀이를 하더라도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박장군' 박명수는 전장을 진두지휘하며 '적에게 상표를 알리지 마라'는 명언을 남겼고, '바보 포졸' 정준하는 음료수가 떨어지는 위급한 상황에 옆집에서 콜라를 공수해오는 혁혁한 공을 세웠다. 즉 상황극은 스튜디오 내에서 하는 콩트나 캐릭터들 간의 충돌로 제한되지 않고 현실세계로 확장된다. 그 결과 삼겹살집 주인은 '삼겹국' 내의 '반군'이 되었고, 아이돌 그룹 2PM은 '신세대 장병'이 되어 '먹고 또 먹으라'는 뜻을 담은 '군가' 'Again & Again'을 불렀다.
무한도전은 이런 방식으로 자신의 제국을 조금씩 확장해가며 무한도전 월드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수를 늘려나가고 있는데, 그 속에는 '무모한 도전' 시절부터 함께 해온 박문기 심판도 있고 '소화촉진 도수체조 권위자' 에어로빅계의 강마에도 있고 비운의 게스트 남창희도 있고 새로 입주를 마친 '숟갈 길'도 있다. 여기에 '코리안 돌+아이 콘테스트'에서 선발된 전국의 '돌+아이'들을 포함시키면 그 수자는 더욱 불어난다. 무한도전이 기존의 예능 프로그램과 차별화되는 점이 바로 이것인데, 현실과 접촉할 수록 지배하는 영토는 넓어지고 그 안에 사는 인물들도 늘어나면서 에피소드는 더욱 풍부해진다.
일단 무한도전의 깃발이 꽂히게 되면 현실은 물리적 시간에서 벗어나 꿈같은 환상의 세계로 급격히 변화하게 된다. 그래서 '하루만에 세계일주' 편에서처럼 여의도 모처는 스페인이고 찜찔방은 알래스카라고 우기는 일도 가능하게 된다. 무한도전 월드를 지배하는 법칙은 현실의 법칙이 아니라 놀이와 축제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삼겹살집에 방문한 무한도전은 애초의 방문 목적을 망각한 채 자신들끼리 신이 나서 노는 모습을 보여준다.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실용적' 목적을 망각하게 만들 정도로 흥겨운 분위기를 만드는 힘이야말로 무한도전이 가진 진정한 힘인지 모른다. 왜냐하면 그런 힘 때문에 무한도전 월드에서는 도움을 청하는 사람이 비굴해지거나 도움을 주는 사람이 거만해질 필요가 없으며 함께 나누는 풍족함만이 넘치기 때문이다. 박명수는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서 좋고, 축구부와 야구부는 실컷 먹어서 좋고, 가게 주인들은 매상을 올려서 좋다면 모두가 좋은 것 아닌가.
이렇게 본다면 길 역시 그를 좋아하든 아니면 싫어하든 이미 무한도전 월드의 주민이다. 호시탐탐 무한도전에 고정이 되길 바라는 이 새로운 주민은 그 이전에 개그맨 지상렬과 김현철이 갖고 있던 욕망을 뻔뻔스럽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도발적이다. 그러나 그 도발성이 '허풍과 허세'에 능한 그의 캐릭터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유머 코드로 활용될 수 있다.
다만 그가 갖고 있는 비호감적 요소를 상쇄시킬 필요는 있다. 그 점만 개선시킨다면 길은 제작진이 밝혔듯이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훌륭한 조커 노릇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우선 길은 다소 정체되어 있는 무한도전 출연자들의 관계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새로운 활력을 주고 있다. 당장에 정준하의 개그가 살아나기 시작한 것만 해도 긍정적 변화라 할 수 있다.
또한 전진이 입대하고 난 후 하하가 복귀하기 전까지의 공백을 메워줄 대체인력으로서 무한도전 제작 분위기를 미리 익혀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보인다. 게다가 출연자들의 부상이나 스케줄 조정 실패로 촬영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를 대비해서라도 길처럼 즉각 투입가능한 인력풀을 확보해두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길에게 필요한 것은 비난이 아니라 무한도전과 길이 상생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건설적 조언이다. 무한도전 월드는 개성 강한 다양한 주민들이 함께 살아가는 곳이고, 그 이질적인 힘들이 모여 창조적 에너지를 발산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나와 생각이나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배척하고 억압하는 것이 얼마나 큰 비극적 결과를 초래하는 지는 현실에서 충분히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못나고, 가난하고, 비호감인 사람도 존재감을 느끼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곳, 그 곳이 바로 무한도전 월드의 세계다.
by ddolappa
[참고자료]
1. 송창의, 주철환, 김영희 피디로 이어지는 문화방송의 스타 피디의 계보에 대해서는 다음 글을 참조할 것.
[기획리뷰]제1탄-무한도전의 계보학(상)
http://tvzonebbs6.media.daum.net/griffin/do/talk/gallery/challenge/read?bbsId=S000054&articleId=28443&pageIndex=4&searchKey=daumname&searchValue=
2. ‘무한도전’ 제작진이 밝히는 길의 역할
http://photo.media.daum.net/photogallery/entertain/0805_entv/view.html?photoid=3229&newsid=20090519110512392&cp=ned
3. `무한도전` 길, 제작진의 진짜 의도는?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09&no=285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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