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495회

ddolappa 2016. 8. 28. 08:33

 

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495회
- 2016 무한상사 1탄(160827)

 

 


11년간 축적된 무도의 힘

 

      김혜수, 이제훈, 쿠니무라 준, 지드래곤 등 공개된 출연진만으로도 많은 관심과 기대를 불러 모았던 '무한상사 액션 스릴러 특집'이 드디어 공개됐다. 과거 홍자매(홍정은, 홍미란 작가)가 극본을 쓰고 이효리가 여주인공으로 출연했던 '드라마 특집'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인 물량과 스케일을 자랑한다. 지난 11년 간 무한도전이 착실히 쌓아온 명성과 역량이 없었다면 감히 도전조차 꿈꾸기 어려웠을 규모다. 그런 점에서 이번 특집은 무한도전이 그간 축적된 브랜드의 힘을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극적 사례이다.

 

 

 

 

      그러나 무한도전은 그 힘을 숨기는 방식으로 드러냈다. 무한도전 제작진은 출연자들과 무한상사라는 포맷을 제공하고, PPL을 수주해서 제작비도 지원했지만, 영화와 관련된 모든 촬영과 진행은 장항준 감독을 비롯한 영화 전문 스태프에게 일임하는 식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 대신 제작진은 촬영장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영상에 담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나마 그 비하인드 영상 역시 몹시 제한적이다. 지드래곤과 만난 배우 이제훈은 빅뱅의 팬을 자처하며 그와 연락처를 교환하는 데까지 성공하지만, 그들의 대화는 대부분 생략되고 이제훈을 스타를 만난 순수한 팬의 모습으로 그리는 것에 제한됐다. 무한도전이 무리하게 넘지 않은 이 선이야말로 바쁜 스케줄과 정극 연기에 대한 두려움마저 무릅쓰고 지드래곤 같은 톱스타조차 참여하도록 만드는 힘의 원천이 아닐까.

 


영화라는 신세계로

 

      영화 '라이터를 켜라'(2002)와 드라마 '싸인'(2011)을 대표작으로 갖고 있는 영화감독 장항준은 무한도전을 영화라는 신세계로 이끌어갈 길안내자로 가장 적합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동한 적이 있는 그의 이력은 이번 특집이 예능과 영화 두 세계 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고 중심을 잡도록 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특집이 재미없다는 평가를 받을 경우 모든 비난의 화살이 자신에게 쏟아질 것이라며 엄살을 부리기도 했지만, 촬영 현상에서 그는 카리스마 있는 감독과 재치 있는 예능인의 모습을 오가며 다양한 매력을 선사했다.

 

      배우 이제훈은 한 마디 대사 없이 심각한 표정으로 걸어가는 모습만으로 연기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하지만 지드래곤 앞에서 팬심을 숨기지 못하는 그의 모습이나, 지디와 연락처를 교환하고 촬영보다 지디를 만난 게 더 좋았다는 그의 고백은 그가 출연했던 어떤 예능 프로그램에서보다 더 그의 순수한 매력을 돋보이게 했다.

 

 

 

 

      데뷔 10년만에 정극 연기는 처음이라는 지드래곤은 평소 무한도전의 팬을 자처했기 때문에 기꺼이 참여했지만, 김혜수나 김희원 같은 쟁쟁한 연기 선배들의 참여 소식을 듣고 이번 출연이 자신의 흑역사로 기록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는 영화 '베테랑'의 유아인 못지 않은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 연기로 그의 정극 연기를 기대하게 했다. 이후 지디가 또 다른 정극 연기에 도전하게 될 지, 아니면 뮤직 비디오에서 연기하는 것으로 만족할 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 밖에도 전미선, 신동미, 안미나, 김원해, 전석호, 손종학 등 수많은 배우들이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를 했다. 예능에서 어느 정도까지 연기를 해야 하는 지 묻자 100% 진지하게 연기하라는 주문을 받았다는 배우 안미나의 인터뷰는 이번 특집의 성격을 잘 드러낸다. 즉 그들은 무한도전이 제작하는 일종의 독립 영화에 배우로서 참여하는 것이지 웃음을 주기 위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이번 프로젝트의 이런 진지한 성격 때문에 그토록 많은 배우들의 재능 기부가 가능했던 것인지 모른다.

 


포맷의 변주와 확장

 

      2011년 야유회 콩트로 시작한 무한상사는 2013년 뮤지컬을 거쳐 2016년 영화로 제작되기에 이르렀다. 원칙주의 잔소리꾼 유부장, 버럭왕 박차장, 모자란 정과장 등 개성있는 캐릭터들과 유동적 포맷은 다양한 변주를 하기에 적합했고, 그를 통해 점차 그 영역을 확장시켜 왔다. 이러한 과정은 그간 무한도전의 성장 과정을 압축적으로 반복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형식의 형식을 갖고 있는 무한도전 자체가 포맷의 변주와 확장을 통해 생물처럼 진화해 왔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초대형 프로젝트를 끝낸 다음 무한상사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하다. 그들은 예전으로 돌아가 속옷 판매, 신무기 개발, 치킨 사업 등 직장 내 소소한 콩트로 웃음을 줄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대형 프로젝트에 도전하게 될 것인가.

 


한국 코미디계의 큰별 구봉서 선생 은퇴하다

 

      배삼룡, 서영춘, 곽규석 등과 함께 1960-70년대 한국 코미디의 전성기를 이끈 '막둥이' 구봉서 선생이 향년 90세의 나이로 27일 은퇴를 고했다. "웃음에는 명퇴가 없소. 나 죽는 날이 은퇴하는 날이오."라고 말하기도 했던 구봉서 선생은 '비실이' 배삼룡 선생과 함께 당대 최고의 명콤비로 이름을 날렸다.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타 워리워리 세브리깡 무드셀라 구름 위 허리케인에 담벼락 서생원에 고양이 고양이는 바둑이 바둑이는 돌돌이’. 세상에서 가장 긴 유행어의 저작권자이기도 한 그는 400여편의 영화에 출연한 영화배우이기도 했다. 그는 탄탄한 정극 연기로 1966년 대일영화상 특별상, 1967년 백마상 특별연기상, 1968년 남도영화제 희극배우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2009년 뇌출혈로 뇌수술을 받기 전까지 “웃음을 주는 직업이 진정 보람되다”며 무대 활동을 왕성하게 이어갔다. 2013년에는 정부로부터 대중문화예술상인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그는 생전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구봉서를 떠올리며, 그래 옛날에 구봉서가 있었지, 그 사람 코미디할 때 좋았어, 지금은 살았나 죽었나, 그래주면 고맙고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 무한도전은 마이클 잭슨이 죽은 날 방송 말미에 그의 히트곡 '빌리진'을 내보내 고인을 추모하기도 했다. 그런데 구봉서 선생처럼 한국 코미디계의 큰별이 진 날 아무런 언급조차 하지 않은 점은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든다. 방송 시간이 부족했던 탓일까, 아니면.......

 

 

 


by ddolap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