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508회
- 북극곰의 눈물 1탄(161126)
배려와 공존이라는 키워드
연초에 '행운의 편지' 특집에서 제시된 수많은 미션들이 대부분 무사히 완수되었고 그 마지막 미션으로 '북극곰의 눈물' 편이 방송되었다. 하루 동안 박명수의 몸종으로 살기도 했고, 미국으로 건너가 무서운 놀이기구를 타기도 했으며, '쇼미더머니' 예선에 참가하기도 했고, 그리고 북극곰과 교감을 나누기 위해 캐나다로 떠났던 정준하는 누가 뭐래도 올해 무한도전에서 가장 성실하게 자기 몫을 해냈다. 멤버들의 연이은 이탈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무한도전에게 큰 기복없이 자기 역할을 다한 정준하는 유재석과 하하와 더불어 프로그램을 든든하게 지탱시켜준 기둥들 중 하나였다.
다만, 드라마나 영화 속 이야기라 해도 비현실적이라 외면받았을 사건들이 연일 국민들의 눈과 귀를 충격으로 몰아넣고 있는 현 시국에 지구 온난화와 북극곰 이야기는 너무 생경해서 그저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릴 공산이 크다. 아마 MBC에서 내년에 기획하고 있는 곰 관련 다큐멘타리를 홍보하기 위해 무한도전을 선발대로 이용했을 가능성이 농후한 이번 특집은 '위대한 유산' 특집으로 집중된 관심을 분산시키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마저 낳는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한 북극곰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는 것에 머물지 않았다. 황제 펭귄의 허들링, 엄마 곰을 잃은 새끼곰 스타와 캐스카 이야기, 멸종 위기에 처한 북극곰에 대처하는 처칠 사람들의 자세 등에는 '배려'와 '공존'이라는 단어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즉 대부분의 사례들은 위기에 직면한 공동체가 어떻게 서로를 배려해서 함께 공존을 모색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이것은 무한도전이 자연과 환경 문제를 다루면서도 우리의 현재적 관심사를 결코 시선에서 놓지 않았음을 입증한다.
자연에서 배우는 사회적 미덕
남극의 황제 펭귄들은 눈폭풍과 추위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서로 몸을 밀착시키는 행동을 하는데 이것을 허들링이라 한다. 무리의 가운데와 제일 바깥의 온도차는 10도 가량이나 난다고 한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중심에서 가장 많은 혜택을 누리던 펭귄들이 슬며시 바깥쪽으로 걸어나와 제일 가장자리에 있던 펭귄들과 자리를 바꾼다는 것이다. 자신이 누리는 혜택을 지키려고 하는 것보다는 스스로를 희생하고 포기함으로써 공동체의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존 가능성도 상승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펭귄들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지구의 평균 기온이 상승한 탓에 호수의 물이 얼지 않아 북극으로 건너가지 못하는 곰들은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해 굶어죽기도 한다. 그렇다면 곰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 생명을 구하도록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러나 북극곰을 관리하는 처칠 사람은 그곳에서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것을 불법이며, 그것은 곰들의 행동과 삶의 방식을 변화시켜 생태계를 교란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그것은 자연의 섭리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했다.
자칫 냉혹해 보일 수 있는 대답이지만 관리인의 말 속에는 원대하고 거시적인 안목이 담겨 있다. 그들은 곰들에게 먹이를 주는 손쉬운 해결책을 선택한 대신에 환경을 원래대로 복원시켜 곰들이 자연 그대로의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보다 어렵고 힘든 길을 택한 것이다. 성과주의, 과시욕, 효율성이 결합된 근시안적 정책 결정이 이루어졌다면 결코 행해지지 않았을 관리 방식이다. 그러므로 자연의 섭리에 따른 죽음이란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 한 후에도 어쩔 수 없이 발생한 결과를 용납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라 할 수 있다.
더욱 놀라운 점은 북극곰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이다. 북극곰들이 머물러 있는 지역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거대한 툰드라 버기를 타고 가야 했는데, 곰들은 버기를 타고 들어온 사람들은 보고 놀라서 도망치지 않았고, 처칠 관리인은 곰들이 허락해주었기 때문에 그곳까지 들어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즉 그들은 북극곰을 보호하고 관리해야 하는 멸종 위기의 동물이 아니라 서로를 배려하고 함께 공존해야 하는 동반자로 인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어떤 사회 생태계 속에 살고 있는가
'북극곰의 눈물' 편을 시청한 후 떠오른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지금 어떤 사회 생태계 속에 살고 있을까. 우리는 황제 펭귄들처럼 자신의 권리와 혜택을 조금 포기하는 것이 공동체는 물론 자신에게도 모두 이득이라고 생각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가, 아니면 공동체야 어쨌든 자기만 잘 살면 그뿐이라고 생각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가.
처칠 사람들은 하찮은 미물인 곰조차도 함께 공존해야 할 대화 상대자로 생각하고, 거시적 안목에서 끊임없이 기다리며 환경이 본래의 모습을 되찾도록 노력하고 있다면, 우리의 지도자들은 국민들조차 개, 돼지 정도로 여기고 대화와 설득의 상대가 아니라 명령과 조작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지는 않은가.
그래서 '북극곰의 눈물'은 환경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공동체에 관한 하나의 우화이다.
by ddolappa
'무한도전 > 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한도전이란 거위의 배 가르기 (0) | 2018.03.09 |
---|---|
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507회 (0) | 2016.11.22 |
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506회 (0) | 2016.11.13 |
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505회 (0) | 2016.11.06 |
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504회 (0) | 2016.10.30 |